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94화 (194/305)

제194화 그녀들이 하는 건?

군인들의 이야기를 듣던 전창걸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후우.”

전 대표도 그 이유가 궁금해서 지금 이곳에 온 것이다.

한숨을 내쉰 전 대표의 발걸음은 어느 방 앞에서 멈추었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좀 열어 봐라.”

[안 돼요.]

안쪽에서는 단호한 답변이 들려왔다.

“어떻게 된 게 예전 활동할 때보다도 더 얼굴을 보기 힘드냐!”

답답함이 담긴 전 대표의 목소리에도 돌아오는 답은 단호했다.

[나중에 보면 돼요.]

“아니 뭘 하기에 얼굴도 안 비치는 거야. 이유라도 좀 알자니까.”

이제는 애원하는 음성으로 바뀌었다. 그런 간절함 때문인지 약간 누그러진 음성이 들려왔다.

[그건…… 다들 안전하라고 기도도 좀 하고.]

“그래? 그거 좋다. 그 기도 같이 할까?”

전 대표가 살살 꼬드기듯 말을 하자 안쪽에서 또다시 단호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욧!]

“아니, 나도 기도 하고 싶다고오오! 모르냐? 같이하면 배가 되는 거?”

전 대표는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다는 듯 설득을 이어나갔다.

“뭐해요?”

그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야! 어흐흑!”

“아놔, 다 늙은 아저씨가 추잡하게 여자 방 앞에서 왜 이리 치근대요!”

“너, 너무한 거 아니냐?”

“너무하긴. 훠이! 저리 가요.”

제이가 마치 파리를 쫓듯 손을 휘휘 저었다.

“내가 니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전 대표가 눈물을 글썽이며 외치자 제이가 혀를 차며 답했다.

“우리 엄빠에게 맞을 소리만 하고 계시네.”

“누가 그거 말해! 스타를 만들어 주기까지 내가!”

“네. 인정. 그런데 지금은 가요. 부루 오래비에게 부탁하기 전에.”

순간 전 대표가 움찔거렸다.

그때 제이가 고개를 저으며 눈가를 찡긋했다.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다.

“후우. 알았다.”

제이가 이렇게까지 해 주면 물러서는 게 답이다. 쭈뼛거리며 뒷걸음질 치던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세인아. 나 간다? 진짜 간다?”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섭섭함이 밀려왔지만, 전 대표는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그때 모기 같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죄송해요.]

그 말 한마디가 들려온 순간 잠시 멈칫했던 전 대표가 다시 발길을 옮기며 외쳤다.

“오냐! 몸 잘 챙겨라!”

그 말을 끝으로 아까와는 달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문에서 멀어져 갔다.

“아놔, 단순한 우리 대표님.”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전창걸 대표를 보며 제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모질게 말은 했지만, 사실 전 대표만 한 사람은 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판도라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고 함께한 사람이었다.

물론 따지면 중간에 전 대표가 사기를 당해 크게 힘들었을 때, 판도라가 잠 줄여 가며 행사를 뛰어 되살아나게 한 것으로 의무는 다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선후를 따지면 판도라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바로 전 대표의 진심 어린 뒷받침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이승배는 고진천이 언제 되돌아와 멱살을 잡아 창밖에서 흔들지 몰라 잘 해 준 거라고 했지만 말이다.

전 대표의 모습이 복도에서 꺾어지며 사라지자 그제서야 제이는 세인에게 말을 걸었다.

“들어간다.”

[응.]

아무리 틀어박혀 있다지만, 그녀도 먹어야 산다.

제이는 쟁반을 들고 세인이 열어준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아이돌에 미쳐도 이 정도는 아닐 거다.”

그녀는 혀를 차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사방을 빼곡하게 채운 사진들.

그 사진의 주인공은 오직 한명이었다.

고진천.

“이년아, 임산부가 애기 이쁘게 낳는다며 잘생긴 배우나 아이돌 사진을 사방에 붙여 놓는다는 말은 들었어도 넌 처녀잖아!”

“누가 애 낳는대! 이게 효과 있다잖아!”

제이의 말에 세인은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제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우. 정말 세상 사람들이 판도라 세인이 이러는 걸 알아야 하는데.”

“언니!”

“목소리 팔팔한 거 보니 당장 콘서트 열어도 두 시간은 노래 부르겠다. 이년아 이거나 처먹어.”

그렇게 타박을 하면서도 제이가 쟁반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오늘 메뉴는 뭐야?”

배가 고팠는지 세인은 쟁반을 받아들며 입맛을 다셨다.

“불고기랑 반찬 몇 개. 국 대신 된장찌개고.”

“오!”

탄성을 흘린 세인은 쟁반을 내려놓고 허겁지겁 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제이는 딱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방에 붙여진 고진천의 사진.

그리고 사극에서나 볼 법한 작은 소반 위에 허연 물그릇.

“귀신 나오겠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조선시대에서나 쓸 법한 치성이 웬 말이냐.”

“효과가 좋대.”

“그래. 제발 그러면 좋겠다. 나도 진천 오래비 한 번 더 보게.”

제이의 말에 열심히 놀리던 세인의 숟가락이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열심히 수저질을 반복했다.

말은 없었지만, 먹고 힘내야지 하며 답하는 모습 같았다.

“그래. 많이 먹고 힘내라.”

“웅.”

“푸흐흐.”

입에 밥을 잔뜩 물고 답하는 세인을 보며 결국 제이는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세인이 하는 짓은 바로 다름 아닌 소환자 되는 법이었다.

물론 진짜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들의 집약체다.

‘이렇게 했더니 정말로 소환자가 됐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꽤나 많았다.

원하는 위인의 영정이나 그림등을 놓고 항상 기도하는 것. 그러다 보면 정말로 영적으로 연결이 되어 강림하게 된다는 정말 그럴 듯한 헛소리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서 소환자가 되었다는 인증도 있었다.

사실 효엄이라기보다는 그건 제이가 보기에 이런 방법이 먹힌다고 수백 수천 명이 따라하다가 얻어 걸린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지금 이렇게 치성(?)을 들이는 제이에게 그렇게 말해서 굳이 상처를 주고 싶진 않았다.

“우리나라라서 다행이지.”

제이가 중얼거렸다.

“웅?”

“입에 물고 있는 거나 씹고 말해!”

“웅. 히히힛!”

바보처럼 웃는 세인을 보며 제이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말마따나 우리나라니까 정화수 대용으로 새벽녘에 정수기에 뽑아낸 물을 그릇에 담아 쓰는 것으로 끝난다.

유럽 어디의 똘추들은 악마를 소환하는 것도 아닌데 육망성까지 그려 놓고 이 짓을 한다고 했다.

물론 이집트나 중동의 경우에는 집에다 일인용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서 이런다고 하니 그런 것에 비하면 어쩌면 양반이다.

“네년들은 하나같이 왜 그러니?”

제이의 말에 순간 세인이 숟가락을 탁하니 내려놓더니 밥풀을 튀겨 가며 외쳤다.

“안 먹어!”

“다 먹었잖아, 이년아!”

제이의 말마따나 실제로 다 먹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앉은 세인은 다시 치성을 드리기 시작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예수님은 너 이러는 거 아니?”

“아! 쫌!”

천상 기독교인이었던 탓에 이건 좀 찔렸나 보다.

결국 세인에게 쫓겨난 제이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잘 해봐라. 정말 니 소원대로 되면 좋겠네.”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제이에게 레이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돌아보니 레이니도 쟁반을 들고 있었다.

“가은이 밥 주고 왔니?”

“응. 세인 언니는 그대론가?”

“그렇지 뭐. 여하간 주변에 미친년이 둘이나 있다 보니 우리만 개고생이네.”

“어떻게 둘이 똑같은 짓을 하냐. 차라리 머리를 서로 쥐어뜯고 싸우지 이건 뭐…….”

제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송가은 작가도 지금 세인과 마찬가지로 치성을 드리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가은이었다.

가은의 방에 놀러간 세인이 도배하다시피 붙어 있는 고진천의 사진에 놀라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가은은 그저 낚시처럼 돌아다니는 글이지만, ‘혹시나, 되면 좋고 아니어도 뭐 나쁘지 않잖아?’라는 말로 웃으며 대응했었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라는 말대신 ‘되면 좋고.’라는 내용만 머릿속에 기억에 남았는지 세인은 그날부터 이 일에 돌입을 시작했다. 마치 뒤처지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

그게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녀들을 뒷바라지하는 몫은 제인과 레이니의 것이 되었고 말이다.

차마 이 꼴을 외부에 알릴 수는 없으니까.

* * *

“조짐?”

-그렇습니다.

헤게루이안과 카르탈마니어에게 보고를 받은 부루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감질나는구만 기래.”

말은 이렇게 했지만, 부루에게 지금 상황이 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의 전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만큼 지휘관에게 있어 곤혹스러운 것은 없었다.

군단장인 카르탈마니어였지만, 잠재적인 적들의 전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가 충성을 다했던 마룡의 군주가 마계에서 사자의 군주에 필적하는 강자였기에 그보다 못한 군주들의 전력에 대해서는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대강이다.

아무리 약하다 해도 군주는 군주. 마계의 왕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이들인 만큼 각자의 전력 일부를 숨기는 게 당연했다.

그런 만큼 숨겨둔 힘에 대해서는 서로 모르는 것이 상당수였다. 일단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군주와 충성관계로 이어진 덕에 마족들 사이에는 첩자가 끼어들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러다 보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마계출신이면서 군단장까지 한 카르탈마니어와 마법사인 헤게루이안의 보고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마법사인 헤게루이안의 도움이 컸다.

“징조를 파악하고는 있습니다만…….”

일본에서 역탑을 찾아낸 후 각 국가들은 더 바빠졌다.

세 개의 탑이 일종의 마력송신 탑이 된다고 했다.

준비는 끝난 셈.

물론 이쪽에서 파괴를 연구해 보고는 있었지만, 헤게루이안은 의미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완성된 시점에서 이미 그 역할은 끝났다는 것이다.

이미 전달된 마력에너지가 최후의 문을 열기 위해 이동했다는 것이다.

즉 이미 필요한 힘은 전송이 된 셈이다.

“그 조짐에 대해서는 좀 아시는 게 있는가?”

구은태 박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헤게루이안이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 이건 마계에서도 전례가 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땅에서 나는 마물로도 충분했기에 힘을 키울 수 있는 대상을 포기하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설명에 구 박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침식지나 탑이 형성되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일단 최대한 정찰과 모니터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차준우 사령관이 피곤한 얼굴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양현재 대통령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각국 정상들에게도 일단 알려야겠습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허를 찌른다고 우리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허를 찌른다는 말로 차 사령관이 말을 했지만, 희망에 가까운 말이기도 했다.

차라리 남의 땅이 전장이 된다면 그게 가장 속편한 일이니까.

사실 안전한 곳은 없는 셈이긴 했다.

문이 열리면 열린 곳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족병들이 강림을 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불규칙 균열이 온 세상에 열린다는 말이다.

전면적인 침공이란 건 그런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단디 준비하라. 그게 지금으로썬 최선이니까네.”

부루의 말에 차 사령관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마치 명을 받들겠다는 것마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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