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91화 (191/305)

제191화 위기를 대비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세

* * *

대국민 담화가 있던 다음날부터 전국적인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이는 대한민국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보조를 맞추듯 전 세계의 나라들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다만 그 위험도는 대한민국과 달리 극히 낮으니 동요를 하지 말고 일상에 적응하라는 정도의 권유가 담겼을 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전세계적인 사재기는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 전국으로 물품들이 배송되기 시작했다.

“응?”

미리 비축을 위해 하루도 끊임 없이 들어오던 택배들을 뜯어보던 안소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뜯자마자 나타난 A4용지가 자신이 시킨 것이 아님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비상시 예비 비축물자?”

그것을 본 순간 얼마 전에 정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상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뒤늦게 떠올랐다.

“이건가?”

그때는 스치듯 고개를 끄덕였었다. 옛날 코로나 당시에도 비슷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기억을 한 것이다.

상자를 열자 초코바와 같은 포장으로 쌓인 블록이 한 상자 나 왔다.

“고열량식?”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 법한 것이긴 하지만, 그녀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이거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고? 헐 대박 이거 엄청 살찌는 거 아냐?”

그녀는 신기한 듯 이리저리 바라보다가 다시 물품을 꺼내었다.

작은 구급상자에는 필수 의약품이 들어 있었다.

해열제나 붕대 등이 있었고, 긴급딱지가 붙은 밀봉키트도 있었다. 창상 등에 활용하는 국소마취키트도 있다고 설명이 있었다.

“헐 이거 불법 아닌가?”

마취제 투약과 같은 것은 의사의 처방 없이는 불법이라는 상식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시에는 사용 후 반드시 용도를 기재해야 하고 그 전에는 봉인지를 뜯지 말도록 되어 있었다.

심지어 미 사용시 반드시 회수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뭐야, 무섭게.”

잠시 몸을 떤 그녀의 눈에 비로소 눈에 익은 물자들이 들어왔다.

먼저 통조림이었다.

“아 놔…….”

참치 캔이라도 있으면 환영하겠다만 꺼내진 건 콩조림 통과 멸치볶음이 가득 담겨 있는 통이었다.

그나마 익숙한 것은 햇반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거 맛 없던데?”

물을 부어 불려먹는 전투식량이었다. 남편이 추억 타령을 하며 샀을 때 먹어 본 기억이 있었다.

“요즘은 줄 당기면 익는 것도 있다던데.”

이 역시 남편이 구시렁거리며 한 말이 기억났을 뿐이었다.

“이게 몇 리터야?”

이어서 나온 것은 알약 형태의 정수제와 함께 두꺼운 비닐이 겹겹이 접혀 있는 튜브였다.

펼쳐 보니 꽤 커 보였다.

작은 애 몸통이 들어갈 만큼 말이다.

“물 받아 놓으라고 이걸 준 거야?”

그와 함께 있는 A4용지에는 각종 냄비나 욕조에 물을 받아 놓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난 뒤에야 안소연은 상황이 심각한 것이 몸에 와 닿았다.

이렇게 물품을 받은 후 인터넷에는 후기들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었다.

* * *

전국민에게 배송된 비축물자에 대해 말이 많아졌다.

비상식이 맛없다는 둥의 불평불만이 나왔지만, 일각에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오히려 적합하다는 말이 나왔다.

일부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나눠 준 것이 문제를 삼기도 했지만, 그 수량은 중독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과 비상시기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반드시 필요한 집행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각 가정마다 사재기하는 물량도 있고, 비상 상황이 온다면 그것을 먼저 소비한 뒤에 말 그대로 비상용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의외로 다른 곳에 불똥이 튀었다.

바로 한국을 제외한 나라들에게로 불똥이 튄 것이다.

“미친 인구가 몇인데!”

중국정부로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한국 정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것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중국정부에 대한 질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침식 이후 당의 독재체제가 무의미한 상황이 된 입장이기에 이를 일일이 막기에는 요원해졌다.

그렇기에 중국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또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한국과 같은 형태의 전국민적인 집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제로 아직도 등록이 되지 않은 인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이는 중국만이 아니었다.

“미치겠네.”

미국의 닉 레너드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한국의 상황과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조금 다르긴 했다. 한국이 예상 주 접전 예상지로 떠오르며 당연한 조처라고 판단은 되었다.

그러나, 다른 곳들은 상대적으로 주 접전지라 보기에 어려웠다.

그런데도 똑같은 대비를 한다는 건 무리가 있었다.

지금 한국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고 지금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전시체제로 돌아가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그걸 따라하기에는 경제의 규모부터가 달랐다.

또 대한민국은 빠르게 대침식을 이겨 내고 또 북한 지역을 수복하면서 경제부흥을 위해 북한 지역에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경공업을 대거 육성했다.

즉 경제 위기를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고, 다음 전쟁을 위한 내수 순환 구조를 만들었기에 이게 가능했다.

물론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구조를 만들기는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른 건 국민성이었다.

빨리 빨리.

항상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가 이제는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이전부터 매체에서 떠들기는 했지만, 이게 부채질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한국은 부채질이 아니어도 알아서 빠르게 변화를 해 나 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사실 대한민국이 유력하다지만 다른 곳도 안전하다 볼 수 없다는 것도 인터넷에서 안좋은 여론이 일어나는 원인이기도 했다.

만에 하나라는 것.

“최대한 빨리 우리도 비슷한 방책을 준비해 봅시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도 대한민국이 한 일을 따라하기 바빴다.

* * *

“뭐이간?”

“이거요? 생존키트라던데요?”

“생존키트?”

생존키트라 불리는 건 다름 아닌 석궁 형태의 새총이었다.

“연노 같이 생겼구만 기래.”

“연노는 또 뭐에요?”

연노란 말에 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발로 화살을 쏘아내는 활 같은 걸 말하는 거이디. 다만 위력은 좀 모자라디.”

“그래요?”

빈이 만지작거리는 것은 석궁과 유사한 형태였지만 부루가 말한 대로 레버만 움직이면 바로 장전이 되는 형태였다.

대신 쏘아지는 것이 화살이 아닌 쇠구슬이었다.

다만 파괴력은 꽤 있어 보였다.

“왜 공기주입식을 안 쓰지?”

빈은 이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물품을 정리하던 강문호 중위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언제 가스를 채우고 공기를 채우고 그러냐. 게다가 그건 실린더 깨지면 끝이잖아. 이건 모자라지만 내구성 문제에선 사실 문제가 없으니까.”

“아!”

“그리고 이걸 쓸 상황이 안 오는 게 더 좋긴 하지.”

이것은 각 동에 구성된 민방위에 지급되는 물품이었다.

예비군까지는 화기와 대 마물 병기가 주어지지만, 민방위에게는 이것이 지급되는 것이다.

물론 이게 아니더라도 지금 인터넷만 들어가도 개조 공기총 만들기 DIY세트가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만 이게 쓰이기 위해서는 대 마물용 탄환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부분도 이미 시중에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전이라면 이것을 일일이 단속했겠지만, 지금으로썬 어느 정도는 눈을 감아 주고 있었다.

다만 납덩이를 대 마물용 탄환이라 사기치는 이들이 없도록 일정한 파장을 확인하는 계측기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 이론은 단순해서 마치 스케너 형태의 계측기도 만들어져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 총알은 어서 구한대요? 마물 사체는 거의 군에서 수급하지 않아요?”

설명을 듣던 빈의 질문에 강 중령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밀렵.”

“예?”

밀렵이라는 말에 빈이 어이없다는 듯 반문을 했다.

“밀렵꾼이 생겨나서…….”

“헐? 무슨 아프리카 사바나도 아니고?”

문제라면 탄환 수급을 위해 밀렵까지도 성행하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니 국내에 마물을 밀렵할 만한 지역이 많아요? 거의 작전 통제구역인데?”

“원정 간단다.”

“예?”

알고 보니 일본으로 원정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마도로 원정을 간 것에 착안하여 일본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현지 브로커와 함께 밀렵을 한다는 것이었다.

“헐, 대박…….”

“일본 쪽이 상황이 많이 안 좋고 통제력이 무너져 있는 곳이 많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더라.”

“그, 단속은?”

“단속을 하긴 하지. 하지만, 뭐 알잖냐. 겉으로는 불법이라고 하지만, 사실 비공식 입장에선…….”

강 중령이 말을 줄였다.

결국 잡아서 가져오는 곳인 한국 땅이다. 그런 만큼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었다.

“야…… 그런데 그걸로 충당이 된답니까?”

“막말로 우리나라 남자 중에 총 안 잡아 본 사람이 어딨냐. 거기에 대침식 시기 때도 알잖아.”

“아…….”

대침식 때도 그랬다.

동네 아저씨들끼리 부대 단위로 조직을 결성해서 마물에 대항했었다.

어차피 피할 곳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때의 경험을 가진 실전을 거친 수많은 예비 병력이 존재하는 곳이 이 땅이었다.

“거기에 최근 들어 문 닫는 회사들이 많다 보니까, 그리 몰리나 보더라. 그나마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하거나 실전경험이 모자란 듯한 사람들은 단속으로 최대한 가려내고 있고.”

“아, 단속을 하긴 한다는 게…….”

“얼마 전엔 칠순 어르신들도 잡혔다.”

“예?”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더라. 효도관광으로 위장해서 출발하시던 중이라서.”

강 중령의 말에 빈은 할 말을 잃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부루도 어이가 없었는지 한마디 했다.

“못 싸워서 안달난 거간? 다들 왜 이케 변한 거이야?”

물론 옛날에도 건장한 사내들에게 무기를 쥐여 주고 전투에 들이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차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부루도 혀를 차는 것이었다.

“안달났기보다도 좀 위기에 민감해졌다고 보면 됩니다.”

“기래도 길티.”

“원래 이 나라가 그래요. 평소엔 서로 미친 듯이 치고 받고 하다가도 뭔 일 터지면 으쌰으쌰 하고.”

“됴은 거구만 기래.”

부루의 평에 빈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어떤 의미로는요.”

그때 한쪽 텔레비전에서 속보가 떴다.

[출국 러시 중인…….]

“저런 인간들도 있지만요.”

텔레비전에는 한국 땅을 뜨기 위해 공항에 몰려드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다시는 못 들어온다고 해도 저렇게 많이 나가나?”

“그러게요.”

지금 한국에서는 출국통제를 하고 있었다.

다른 통제가 아니었다.

업무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한국땅을 장기로 뜨는 경우는 주민 등록과 함께 한국 국민이라는 것을 말소하겠다는 강경 대응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을 뜨는 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때가 어느 땐데 저 지랄인지.”

한국이 주목표라는 말이 나온 이후로 저런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더 웃긴 건, 이 와중에 폭락하여 매물로 쏟아진 부동산들을 서민들은 사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이참에 집 한칸 가져 보자고 말이다.

또, 위기는 기회니까 이때 사놓으면 언젠가는 오르지 않겠냐는 말도 돌았고 말이다.

“다른 나라는 내일 망할지도 모른다고 파티로 흥청망청하는데 이놈의 나라는 참.”

말은 그렇게 했지만, 빈은 웃고 있었다. 위기지만 왠지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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