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88화 (188/305)

제188화 사진에 찍힌이의 정체

양현재 대통령이 서글픈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래서 언젠가 진정한 평화가 왔을 때 함께 추억하며 자리 할 수 있기를 빕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단상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선 양 대통령이 구십도로 허리를 꺾어 장병들에게 예를 갖췄다.

이후 그의 당부에 화답이라도 하듯 장병들이 경례를 했다. 그 경례를 받은 양 대통령이 단상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리고는 장병 한 사람 한 사람과 손을 잡아갔다. 손이 부르트고 목이 쉬도록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말이다.

사방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동안 셔터 소리라고는 주변을 진치고 있던 기자들이 내던 것들 뿐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군 홍보단에서 총 출동했는지 군복에 총 대신 카메라를 든 병사들이 몰려와 사방을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부대단위 혹은 분대 단위…… 그리고 원하는 이들은 친한 이들과 따로 또 함께 찍었다.

마치 학교 졸업식과 같은 풍경이었다. 표정들도 비슷하여 다들 하나같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부루는 신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이 뭐하는 거간?”

“인증샷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빈이 입을 열었다.

“인증샷은 또 뭐이간?”

“뭐, 내가 여기에 있었다. 증명하는 걸 말하는 거죠.”

“기걸 왜 하는 거이야?”

“이중 누군가는 다시 만날 수 없을 수 있으니까.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고.”

빈의 말에 부루는 입을 닫았다.

“길고만.”

듣고 니 기억을 남기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전쟁을 떠나기 전 모여 술 한잔을 나누며 서로를 기억하는 병사들의 모습과 이 모습은 전혀 다름이 없었다.

“뭐 영정사진도 되고요.”

“그거 하난 됴티.”

살아생전의 얼굴을 죽은 후에도 볼 수 있는 장례문화가 부루에게도 좋게 기억되었나 보다.

“저…….”

그때 한 무리의 군인들이 부루의 앞으로 다가와 쭈뼛거렸다.

“말하라우.”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으면 안 되겠습니까?”

그 질문에 부루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빈이 한마디 했다.

“함께했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은 거죠.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찾는 거니까요.”

“기래?”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는 말에 부루는 피식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뎅이 떨어진다 악을 쓰드만 기억에 오래 남은 거이간?”

“아우 뼈속까지 남았습니다.”

“아픈만큼 강해지는 거이야.”

“그…… 비슷한 말을 알기는 합니다.”

부루의 옆으로 온 군인들이 허물없이 말을 주고 받았다.

셔터가 눌리고 나서 부루를 향해 경례를 올리는 이들에게 부루는 가슴에 주먹을 올려 주며 군례로 화답했다.

그러며 다시 말했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한방 찍어야디.”

“흐흐, 알겠습니다!”

“기러니 죄 살아서 보자. 알았디?”

부루의 퉁명스러운 말에 군인들은 순간 멈칫했다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길고 말이다.”

다시 그들을 잡는 부루.

잠시 뭔가를 망설이던 그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싸우러 갈 때 가족사진은 가지고 가디 말라우.”

“예?”

“기러고 전쟁 마무리하고 결혼할 거라는 둥 그런 소리도 말고 말이디. 또 있구만.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다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둥 그런 소리도 말고 말이야.”

“그게 무슨…….”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릴 하는 부루에게 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거 사망플레그 하지 말란 겁니다. 한동안 전쟁 영화를 섭렵하시더니 이러시네요.”

순간 사방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때 부루가 말했다.

“나 때도 그랬어야. 기러니 하지 말라우.”

“……쿨럭!”

부루의 말에 순간 빈이 사례걸린 기침소리를 뱉어 내었다.

옛날에도 지금과 비슷한 사망플레그가 있단 증언에 놀란 것이다. 그러나 부루의 당부에 따듯함의 있다는 것을 느낀 그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되돌아 갔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부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줄을 서시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빈이 입을 열었다.

“와, 인기 쩐다.”

나름 칭찬을 해준 빈의 얼굴은 더 없이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이 하루가 다 가도록 기억을 남겼다.

* * *

길거리를 거닐던 서준모 경무관과 최후배 경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나만 소름 끼치냐?”

“걱정마세요. 저도 끼치는 중이니까.”

서 경무관의 말에 최 경정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하나만 확인해 보자.”

“뭘요?”

“여기서 대원길드 개새끼 이래 봐라.”

“…….”

서 경무관의 말에 최 경정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어서 주변을 쭉 훑어 보았다.

장마당.

즉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이곳은 사람이 상당히 많이 오가고 있었다.

표정도 밝고 싸우는 이 하나 없이 풍요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최 경정이 물었다.

“여기서 저 돌맞아 죽는 거 보고 싶으신 겁니까?”

“그렇지?”

“당연하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압니까?”

“그런 거지?”

“그런 거죠.”

최 경정의 격렬한 거부에 서 경무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마따나 그런 말을 외치는 순간 저 풍요롭고 행복에 겨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순간 살기등등한 얼굴을 짱돌을 던질 거라 의심치 않았다.

직접 탐문해본 이곳의 분위기는 딱 그랬다.

대원길드 혹은 대원그룹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며 접근 했을때는 더없이 친절하게 대했던 이들이,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이라는 말로 살짝 떠보는 말을 하는 순간 돌변했다.

얼굴이 험악해지는 건 둘째 치고 살기까지 느낄 정도로 변해버린 것이다.

심지어 팔던 배추로 싸대기까지 맞았다.

드라마에서 김치로 싸대기를 맞는 걸 보긴 했지만, 실제로 배추로 맞고 나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여기 왔던 애들이 트집 잡을 수 없을 만하네.”

“그렇죠.”

“그런데 왜 찬양일색으로 변했을까? 그건 왜일까?”

“여기까진 다른 이들과 비슷했겠죠?”

“그렇지.”

그렇게 대답하며 서 경무관은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최 경정에게 들이 밀었다.

“웃어봐. 내가 찍어줄게.”

“네. 싸랑해용~.”

갑자기 스마트폰을 들이 밀었지만, 최 경정은 황당해하기는커녕 웃으며 엄지와 검지로 브이를 만들며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사진을 찍은 서 경무관이 그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때?”

“맞네요. 아까부터 따라 오던 놈.”

“얘는 새로 따라 붙은 거 같은데?”

“그렇죠? 제가 다시 찍어 드릴게요.”

이번에는 한쪽 건물의 유리벽면에 가서 서 경무관이 포즈를 잡았다.

투명한 유리는 아니고 일반적인 외벽유리였다.

이번에도 사진을 확인하며 둘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도 있네요.”

“그렇지? 얘들도 우리 찍고 있네?”

서 경무관의 뒤에 있던 유리벽에 비친 얼굴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대충 놀다 들어가야겠다. 찍은거 서울로 보내놔라. 누군지 그리고, 소속은 어디인지는 알아야지. 예상은 간다만.”

“예. 그래야죠.”

그렇게 둘은 더 이상의 탐문을 포기하고 놀러 다녔다.

마치 형식적인 탐문을 마치고 놀러 다니는 것 마냥 말이다.

양강도 경찰청에 도착한 서준모와 최후배는 크게 웃고 떠들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그들에게 주어진 사무실 안에 들어서자 곧바로 멈추었다.

“아오, 주둥이 근육 마비 되겠네.”

“젠장. 내말이 말입니다. 사진 찍을 때 웃는 표정 하다가 경련 일어난 이후로 처음이네요.”

“아예 비밀로 올 걸 그랬어.”

“그러게요.”

이 안쪽의 공기도 비슷했다.

아니 밖의 공기가 노골적이었다면 이 안쪽의 공기는 그저 불편함에 가깝기는 했다.

마치 왜 자꾸 와서 들쑤시는가 하는 그런 시선들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이들중 절반 이상이 남쪽에서 파견온 인원이었으니까.

일부 따가운 시선은 이쪽 현지 인력으로 채용된 경찰들이 분명하고 말이다.

“하아. 일단, 오늘은 먹을 거나 가지고 숙소나 들어가자.”

“예. 그게 났겠습니다.”

꽤나 신경을 썼는지 지친 얼굴을 한 최 경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문자를 확인한 최 경정의 짧은 한숨 소리.

“뭔대?”

“아니 그냥 당연한 걸 봤는데 갑갑한 느낌?”

그의 말에 서 경무관이 그가 내미는 스마트폰을 받아 확인했다.

“대원 그룹, 대원 길드. 응? 이건 북쪽 특수부대 출신이네?”

“예. 뭐…….”

“헐? 얘는 경찰이고?”

다양한 시선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문자가 하나 더 들어왔다.

“응?”

“또 누가 있어?”

최 경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서 경무관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있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응?”

최 경정이 사진 한쪽을 확대해서 보여주었다.

“이게 누구더라? 얼굴이 눈에 익긴 한데.”

서 경무관의 질문에 최 경정이 확대한 사진을 넘기고 방금 온 문자를 보여주었다.

“어?”

조금전 최 경정과 마찬가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서 경무관이 얼떨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기원도 우릴 따라 다니냐?”

“글세요.”

다음에 온 문자에는 짧은 문자가 적혀 있었다.

[정중부로 예상됨.]

* * *

정중부가 옷장에 옷을 걸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는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 모습을 보던 오기원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이젠 사람 흉네도 내네?”

그 전까지만 해도 여타 강림자에 비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정도로만 인식되던 정중부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행동 양식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마치 을지부루처럼 말이다.

강림자지만 전설급 이상의 존재는 생전의 사고와 더불어 자유로운 인지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정중부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런가?”

기원의 말에 정중부는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되묻듯 답했다.

“뭔가 느껴지는 게 다른가? 힘이 느껴져?”

기원의 질문에는 탐욕이 묻어나왔다. 마치 더 큰힘을 원한다는 듯 말이다.

“최근 들어 옛 동료들이 떠오르긴 하더군.”

그의 말에 기원의 얼굴에 더욱 짙어진 탐욕.

일부 강림자들에게 발생되는 2차 소환.

옛날 함께 했던 동료들이 전투 중 형상과 함께 소환되거나 혹은 부대 단위로 함께 오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아직은 소수만이 발현된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정중부도 가능성이 있게 느껴진 것이다.

“듣던 중 다행이군. 좋은 소식이야.”

그렇게 밝은 표정을 지은 기원이 크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말없이 향한 텔레비전에 비친 정중부의 시선이 기원의 뒷모습을 향하고 있었다.

더없이 슬픈 눈이었다.

“좋은 소식인 건가.”

홀로 중얼거린 정중부가 텔레비전을 켰다. 그리고는 익숙한 듯 옛 드라마 하나를 찾아 켰다.

그것은 오래전에 방영했던 무인 시대라는 드라마였다.

그렇게 그는 마치 동네 백수마냥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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