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82화 (182/305)

제182화 니가 왜 거기서나와~

“씨부랄 놓으라고!”

“가만 있어라. 맘 같아선 창대에 죄 꿰어서 나르고 싶으니까.”

가우리 병사 하나가 으르렁거리며 대꾸하자 용역 깡패가 더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조까! 강림자가 일반인에게 해를 끼친다고?”

순간 거칠게 반항하던 남자들을 보던 한 강림자가 뒤통수들을 툭툭 쳤다.

가볍게 친 것 같은데 모조리 고개를 떨구고 몸을 축 늘어트렸다.

“이런 걸 다 듣고 있냐?”

“아!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구나! 역시 유화 대장!”

그 후로는 더욱 구분이 쉬워졌다.

정신을 잃은 자와 안 잃은 자.

* * *

“죄송합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수월하게 가려 했건만.

회유와 교언의 군주 마켈그로이언의 말에 대원길드의 오기원은 참담한 얼굴을 했다.

혼란을 일으키려 한 것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직도 논란이 일고는 있었지만, 원했던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권의 혼란도 따지고 보면 이전의 상황과 그리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

지금은 여당도 야당도 덩달아 지지율이 올라가 있을 정도였다.

대국적인 상황에 서로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때문이었다.

심지어 서로 너나 할 것 없이 외세의 침략에 우리가 당했던 이유는 정쟁을 일삼았기 때문이지 나라가 모자라서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었다.

그걸 바로 각 정당들이 서로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지지율이 올라가지 관련해서 서로 긍정적인 법안을 유치하면서 국민들에게 경쟁적으로 어필하니 최근에는 여당도 야당도 좋다는 대답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에 소신발언이라며 외치며 해쳐모여 했던 신당은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맞고 있었다.

심지어 신당창당 과정에서 그들을 지지하던 언론들과의 관계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끝까지 몰렸던 언론들이 그들의 동앗줄을 잡으며 나누었던 이야기가 방송을 탔던 것이다.

심지어 누군가가 뒤를 봐주니 걱정 말라는 대화까지 터져 나온 것 때문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있었다.

물론 이건 정보국이 작전을 펼친 결과였다.

이이제이라고 언론을 언론으로 상대했던 것이다.

그쯤 되자 대원길드도 더 손을 쓸 수 없었다.

영적으로 연결된 이들의 충성심은 믿을 수 있었지만, 그 외의 인간들은 그게 불가능했기에 이런 일들이 세어나갔던 것이다.

어차피 잠시간의 혼란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급히 일을 밀어붙이다 보니 역공을 쉽게 당했던 면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원그룹으로 이어지는 끈을 끊어버렸다는 점이다.

심령으로 자살을 유도한 것이다.

마켈그로이언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후 배후에서 조정을 하던 오기원이 새로운 각성을 한 것이다.

그건 바로 인형사라는 특성이었다. 일부 마족들에게도 있는 특성이었다.

배후에서 누군가의 의지를 조정하여 뜻하는 대로 움직이는 능력을 바로 인형사라 했다.

그걸 각성한 것이었다.

그것도 꽤나 강력하게 말이다.

어쩌면 그룹 혹은 길드를 이끌어 가던 기원이었기에 오히려 쉽게 각성할 수 있었던 특성이었다.

마켈그로이언과의 연결을 끊은 오기원이 이를 악물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지? 그 눈빛은.”

기원의 뒤에는 그의 강림자인 정중부가 있었다.

고려 무신시대를 열었던 위인. 그리고 전설급으로 구분되는 이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중부의 말에 기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대꾸.

전설급이기에 위하감 없는는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던 상대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화패턴은 전에 없던 것이다.

권유. 조언.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최근에 기원의 힘이 강해지면서였다.

그런데 반대로 정중부와의 연결 고리가 희미해진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희미해진 것만 아니라 그에게 이런 소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원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었다.

“이곳으로 오지 말라 했을 텐데?”

“우두머리는 잘못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지. 지금이 그때인 듯하다.”

정중부는 다시 타이르듯 말을 했다.

그의 말에 기원이 냉막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켰다.

“쓸데없는 소리 더는 듣고 싶지 않군.”

축객령. 그리고 명령이다.

그러자 정중부가 몸을 움찔 하더니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아직은 그래도 명령이 통하는 상황인 듯했다.

멀어져가는 정중부를 보며 기원이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말아쥔 주먹 주변으로 보랏빛 기운이 감돌았다. 그 빛과 함께 그는 힘이 충만해짐을 느꼈다.

멀어져가는 정중부를 보며 이를 갈던 기원의 얼굴위로 약간의 아쉬움이 스쳐지나갔다.

* * *

한쪽에서 평화롭게 뒹굴고 있는 서준모를 보며 김창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왜 복귀하라는데 안 합니까?”

“놀아보니 이게 좋더라.”

경찰정장이 직접 서준모에게 복귀명령을 내렸다.

이미 전후 상황이 알려져 버린 상황이었다. 거기에 정보국까지 움직여서 집회에 모였던 사이비들의 자료까지 경찰청에 싹다 넘어가 있었다.

물론 일부는 증거로 써 먹지는 못하는 위법적인 것도 있었지만, 그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충분히 그들을 몽땅 잡아들일 수 있었다.

뒷돈을 받은 배경과 그들 나름대로 나중에 스스로를 보호한답시고 남겨놓은 녹취내용들을 한 번에 죄 털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게 시간이 걸리지, 이미 그게 어디 있는지 알면 그 후로는 일사천리다.

괜히 대한민국 경찰이 세계적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고빈의 방송을 보던 비인가 단체인 네티즌 수사대(?)까지 알아서 자진 동원되어 털어대었으니 집회에 참여한 사이비 종교집단은 물론이고 그와 연계된 모든 것들이 탈탈 털렸다.

물론 중간에 연결고리나 마찬가지인 이가 자살을 하며 끊어지기는 했지만, 그 이전행적까지 털어 버리는 바람에 배후 추적은 시간 문제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쯤 되니 처음 논란에 있던 서준모 경위나 최후배 경감의 경우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복귀를 종용하게 되었다.

억울한 누명이라는 것도 알게 된 탓도 있지만, 그 일로 나름 빠릿하게 움직인다고 칭찬을 받던 경찰이 욕을 바가지로 처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전국의 경찰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청장님 얼굴이 하루가 머다하고 말라가시던데요?”

“나한테 고맙다고 하셔야겠네. 안 그래도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하셨을걸?”

준모의 대답에 김창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죽했으면 내게 설득해 보라고 하겠습니까.”

“그러게. 넌 경찰도 아닌데.”

여전히 비딱하게 대꾸하는 준모를 보며 창진이 함숨을 내쉬었다.

“그럼 용병뛴다고 생각하십쇼.”

“응?”

“꼬리를 잡았는데 이게 경찰력으로 될 일이 아닌 거 같아서 말입니다.”

창진의 말에 준모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또 뭔 개똥같은 대사냐?”

굳어진 준모의 얼굴을 보며 창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역시나 대원길드쪽이 시작인 것 같습니다.”

“씨부럴 놈들. 그럴 줄 알았다. 개가 똥을 참지…….”

창진의 말에 준모가 욕설을 흘려 내었다.

“문제는 대원길드를 건들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거기에 해당 지역은 마치 군벌체계처럼 되어 있어서…….”

창진의 말에 준모가 혀를 차며 물었다.

“대한민국에 군벌이 존재할 수가 있냐?”

“북한이잖습니까.”

“야! 통일 된 지가 언젠데!”

준모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창진이 태블릿을 그에게 던졌다.

거기에는 항공사진으로 보이는 것들과 정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아시겠지만, 저번 일 이후로 전진시켜 두었던 군부대를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그쪽에서 벌어졌던 균열을 대원길드가 성공적으로 막아내면서 명분이 없어졌거든요.”

“알아. 그리고 뭐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애새끼들 하는 짓이 영 맘에 안들지만 그래도 있는 전력 써먹는다고 아예 눌러 앉혔잖아.”

“예. 그런데 거기서 어줍짢게 노블리스 오블리제 흉내를 낸 모양입니다.”

“헐? 이거 뭐야? 북한군이 뭐 이리 많아?”

태블릿을 보던 준모가 혀를 내찼다.

대원길드가 담당한 지역 근처에 몰려 있는 북한군 규모를 본 것이다.

물론 정규군은 아니었다.

일부 특수전 부대와 국경수비병력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군에서 전역을 한 상황이었다.

일종의 자동 군축이었다.

일원화 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군대는 있어 봐야 독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제대인력을 해당 지역에서 대원길드가 흡수한 모양이었다.

제대한 북한 출신 군인들을 기동대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토록 많은 숫자가 있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었다.

“이쯤되면 사단급이네?”

만 명 혹은 그를 넘어서는 숫자를 사단급에 비유한다. 그런데 지금 태블릿에 있는 북한군 출신 용병들의 숫자가 팔천여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실제 완편 사단에 비하면 조금 모자라지만, 여단급은 확실히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라고? 나보고 여기 침투라도 하라는 거야?”

“설마 그런걸 시키겠습니까만…… 좀 이상한 일이 벌어져서 말입니다.”

“뭔데.”

“이번 일과 관련해서 그쪽으로 파견된 경찰들이 전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개도 지들 집앞에선 먹고 들어가는데 쉽지 않은가 보지.”

“그게 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보내는 족족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칭찬을 하는 게 좀 이상하다는 겁니다.”

“어디 세뇌라도 당했다는 거냐? 무슨 영화찍냐?”

“모르죠. 지금 세상이니.”

농담처럼 던진 준모의 말에 창진은 웃음조차 짓지 않고 덤덤하 게 대꾸했다.

그 모습을 본 준모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세를 바로했다.

“뭐야. 진짜야?”

“세뇌 흔적은 없는데 양상은 비슷하다 합니다. 마치 스톡홀름신드롬을 겪은 사람들의 행동양식과도 비슷하고…….”

신중한 얼굴로 창진이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정신적인 조작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건 마족 마법사들 의견입니다.”

“헤게루이안 그 양반 애들?”

“예. 다만, 명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흔적은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 현혹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

순간 준모는 탄식을 흘렸다.

이쯤되면 그냥 흘려 들을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신들도 그런 걸 당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바로 십여년 전 가우리의 대 마법사인 리셀 시아론에게 말이다.

가면 바보처럼 나오고 또 반복하고. 그러다 결국 다시 기억을 찾아내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창진의 이야기를 그냥 듣고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마족 마법사 보내면 되잖아.”

“알잖습니까. 일도 많고 티도 많이 나고. 또 끈은 찾았지만, 도무지 무슨 의도인지 감도 안 잡히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들도 소환자이면서 강림자니까요.”

“그러네.”

창진의 말에 준모는 다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규모로 따지면 대한민국 최대규 모인 곳이 바로 대원길드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들 스스로 족쇄가 될 일을 배후조정했다는 건 설득력이 약했다.

오히려 트집 잡는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았다.

“그래서 나보고 가라는 거야? 염병! 결국 내게 미안해서가 아니라 써먹어야 되니까 당장 복직하라는 거 아냐! 씨팔 청장보러 직접 오라고 해!”

결국 준모가 버럭 소릴 내질렀다. 그런 준모의 외침에 창진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말은 곱게 쓰는 게…….”

“염병 지금 말이 곱게 나오게 생겼어? 나 일반인이야! 씨팔 대통령도 욕하는데 경찰청장이라고 욕도 못해?”

준모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이 밖에서 최후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성! 처 청장님 여긴 왠일이십니까?

“…….”

준모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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