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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80화 (180/305)

제180화 집회가 점점 커지네?

밖으로 튀어나온 팀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뭐야?”

“그러게. 농담삼아 하던 말이 현실이 되니 당황스럽네.”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단체의 집회는 일반적인 시민들에게 있어 많은 반감을 불어 일으킨다.

그럼에도 동원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아군을 응집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기사를 좋게 내보내기 위한 소재로도 쓰인다.

실제 기사로는 종교단체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내보내니까.

물론 팩트를 챙겨서 내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그 시점에는 일반적인 정보가 퍼진 뒤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오히려 악영향이 더 커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언론이 예전과 같이 일방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도 아니었고 또 이제는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따질 거 다 따지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집회를 볼 때마다 지능적 안티니 뭐니 하는 농담들을 했다.

차라리 저럴 거면 반대로 행동 하면 의심이라도 할 거라며 술자리에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농담이 현실이 되다 보니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마침 국회도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의원들이 해쳐모여 했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여야 가릴 것 없이 한 목소리를 내었다.

거기에 해외에서도 좋은 타이밍에 지지성명을 보내왔다.

흐름이 의도한 대로 바뀌는 와중에 이런 집회가 벌어졌으니 이게 어떻게 튈지 구분이 안 가는 것이었다.

“와 밀실야합에 대항하는 의로운 이들?”

“벌써 기사가 떴냐?”

“예. 거기에 지금 집회 내용을 자세히 팩트체크해서 갖다 붙였는데요?”

“팩트 체크?”

그 말에 요원들이 일제히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창진 역시 검색을 해 보니 대문짝만 하게 나온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짜고치는 고스톱인데. 뭐라 할 말이 없네.”

창진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강림자와 소환자를 대상으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떠들던 이들은 말 그대로 여야를 떠나 신념에 따르는 의원으로 묘사된 기사 아래에 집회 내용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혼란기였던 대침식 때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던 소위 사이비 종교로 불리는 이들이었으며 각 교단을 이끄는 이들의 전과만 합쳐도 모두 90범이 넘어간다…….”

“무술 단수를 합쳐서 도합 몇단 하는 건 봤어도 전과를 합쳐서 도합 몇 범 하는 건…… 이걸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문제는 강제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집회 자체는 정식 문화행사로 잡혀 있고요.”

그때 요원들이 너튜브나 파프리카 라이브 방송을 찾아 상황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상태 보니 평화롭지는 않겠는데요?”

“제대로 안티짓 하려면 뭐라도 휘둘러야겠지.”

“그런데 우리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누가 저기 가라고 쫓아냈겠어?”

한 고참 요원이 한심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창진이 요원들을 불러모았다.

“일단 누가 시켰는지부터 털어 보지.”

“저쪽의 형태로 보니 법안을 찬성하는 쪽일 거긴 한데.”

“일단 배후부터 빨리 파악해. 보나마나 다들 뒷구녕 파고 있을 거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을거야.”

“민간인 사찰이라고 말 나오겠는데요?”

“경찰 협조 요청해.”

“예?”

경찰 협조 요청이란 말에 요원들이 다들 놀란 눈으로 창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창진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사이비가 왜 사이비냐?”

“그야 뭐 이빨 까서 사람 홀리고…….”

“그걸 왜 하는데?”

“그래야 사업이 되니?”

“고금 이래로 사이비가 사기 안 쳤다는 소리 못 들어봤고, 사고 안 쳤다는 소리 못 들어봤다.”

“아! 그래서 경찰?”

“아마 평소에 캐 놓은 게 좀 있을 거다. 그거 이참에 탈탈 털어서 현행범으로 잡아 놓고, 우리는 이번 일을 누가 사주했는지를 파악하는 거다.”

“역시 경찰 출신!”

그의 말에 다들 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창진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래 봐야 미봉책인데. 이 집회의 여파가 어찌 될지는…….’

세상 피곤한 것이 음모론이다.

그렇기에 창진의 얼굴이 이렇게 어두운 것이다.

* * *

화면을 보며 을지부루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특하구만 기래.”

“저게요?”

부루의 반응에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들이 혀를 내둘렀다.

“가끔 보면 넘어가는 사람 있다니까?”

서준모가 혀를 차며 말하자 고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주저리주저리 떠들디 말라우. 기럼 어쩔 거이네? 죄 잡아 족칠 거간?”

“그건 아니지만, 벌써부터 심상찮다니까요?”

빈의 말에 준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거 저러다가 몽둥이 휘두르고 대번에 난동피울 게 뻔합니다. 그럼 의도와 상관없이 정말 의심 하는 이들도 나올게 뻔하고 말입니다.”

“막으면 되디 않네.”

“그야 그런데 그 와중에 문제가…….”

준모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네요? 막으면 되네요?”

“넌 또 왜?”

“우리도 가서 끼면 되잖아요.”

빈의 말에 준모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에엥? 미친 거냐?”

“아니 우리 응원해 주니까 우리가 껴도 이상한 자리는 아니잖아요.”

“아니 그건 그런데……, 너?”

“강림자 몸 튼튼한거 이 세상이 다 아는데. 게다가 강림자들에게 몽둥이질 하면 그거야 말로 웃긴 거죠. 강림자 만세 하는 사람들이 강림자나 소환자에게 몽뎅이를 휘두른다?”

빈의 말에 준모가 환하게 웃으며 맞짱구를 쳤다.

“말 되네?”

“그쵸?”

하지만 옆에 있던 이승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도 여기서 나가야 가능한 일이고요. 잊었어요? 우리 장군님께서 기자 양반 사타구니 두 쪽 낼 뻔한 이후로 여기 틀어박혀 있으라고 한 거.”

“여기서 나가는 건 두 발을 활용하면 쉽다.”

그때 광호와 함께 한쪽에서 막대사탕을 빨아먹던 임꺽정이 끼어들었다.

“그래. 뭐 손도 사용하면 네 발도 가능하겠네.”

“음화화화화!”

꺽정의 화법에 익숙해졌는지 광호가 영혼 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게 칭찬이라도 되는지 꺽정이 크게 웃었다.

“길티. 간만에 옳은 말 하는구만 기래.”

그러나 다른 사람들만 어이없어할 뿐 부루는 달리 들렸나 보다.

벌떡 일어서는 부루를 보며 최후배가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단독행동 안됩니다! 명령 잊으셨어요?”

“명령? 그걸 누가 내리는 거이간?”

“그야 위에서…….”

말을 이어 가던 후배의 목소리가 차츰 줄어들었다.

부리부리한 두 눈으로 쏘아보는 부루의 박력에 쫄아 버린 것이다.

“내 위는 이전에도 지금도 한 분뿐이야. 알간?”

부루의 말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부루가 아재마냥 라떼를 찾을 때마다 나오는 이름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지금 누가 있어 부루를 강제할 수 있겠는가.

지금 그는 존중의 대상이었다.

그때 빈이 히죽 웃으며 슬슬 일어섰다.

“아나. 이거 어쩔 수가 없네. 바늘 가는데 실이 안 갈 수가 없으니…….”

“야! 말려야지 너까지 그러면 어떻게 하냐!”

“왜요? 생각해 보니 부루 아저씨 말대로 기특한 일하는데 응원하러 가야죠.”

“…….”

몸을 일으킨 부루와 빈의 옆에 서 있는 꺽정을 보며 광호가 한 숨을 팍 내쉬었다.

“넌 왜…….”

이것도 별종이었다.

부루 일행들과 자주 부대끼다 보니 비슷해져 가는 것 같았다.

다른 강림자들도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나름 급수가 높아서인지 꺽정이는 더욱 빠르게 물들었다.

할 말을 잃은 채 바라보는 광호를 바라보며 꺽정이가 입을 열었다.

“나 잡아 보아라!”

“하아.”

나름 호탕한 목소리로 염장을 지르며 부루와 빈을 따라 나서는 꺽정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한숨 쉬며 따라 나섰다.

* * *

-강림자에게 자유를!

“강림자에게 자유를!”

-세상의 빛이요! 구원이니!

“세상의 빛이요! 구원이니!”

점점 과열되는 분위기에 통제를 맡은 경찰들이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쪽으로 진출하시면 안됩니다!”

“탄압에 굴하지 맙시다!”

“안해요. 그런 거! 그러니 좀 협조 좀 합시다!”

“사탄아 물러가라!”

“저 3대째 독실한 신잡니다! 남의 귀한 집 자식에게 그런 흉한 소리 하는 거 아닙니다.”

악다구니를 쓰는 집회참석 신도들을 상대하며 경찰들은 나름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그때 일렬로 늘어서 있는 집회 차량 뒤로 또다시 여행사 버스가 도착했다.

그걸 본 경찰들이 긴장했다.

“뭐야? 더 온 거야?”

또다시 도착한 버스들을 보며 경찰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가 증원요청을 더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그때 차량에 확인을 위해 올라갔던 경찰 간부 하나가 창백한 얼굴로 후다닥 내려왔다.

“무슨 일이지?”

뭔 일이 생기나 싶어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던 경찰들의 얼굴이 헤쓱해졌다.

“억!”

차문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를 알아봤기 때문이었다.

* * *

“주, 죽거나 다친 사람은?”

당황한 경찰총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없습니다.]

“어, 없어? 아직 막고 있는 건가?”

다시 이어진 경찰총장의 질문에 스마트폰에서 약간 주저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 그냥 합류했습니다. 지금 라이브 방송이 여기저기서 나가고 있으니 보시면 알 겁니다.]

“방송? 야, 방송 좀 켜 봐라!”

총장의 말에 간부들이 서둘러 화면을 켰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검색했다.

그때 화면을 좀 돌리자 방금 연 결된 현장 장면이 라이브로 송출되고 있었다.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아아아~!

어디 쌍팔년도 시위에나 들려올 법한 노랫가락이 울려왔다.

“뭐야 저게 지금?”

집회하는 인원들의 숫자가 훌쩍 불어나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이들은 바로 강림자들이었다.

강림자들이 집회하던 이들을 에워싸듯 자리 잡고 함께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광경이 또 웃겼다.

그토록 물고 빨며 강림자를 지켜야 한다며 외치던 시위꾼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에워싼 강림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집회인원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집회중앙에 처음 모였던 각종 종교를 빙자한 단체들이 있었고, 그들을 얇은 벽을 치듯 강림자와 소환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주변으로 일반인들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판도랍니다!

-와아아아아아!

“파, 판도라는 왜 또 저기 있어!”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듯 경찰총장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 * *

“형님들 보셨죠? 우리 판도라 누님들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제 시작이니까 광화문으로 오십셔!”

빈은 물 만난 고기처럼 판도라 주변을 알짱거리며 라이브 방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빈을 창백한 얼굴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오늘의 집회를 연 각 단체의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의 시선을 느낀 빈이 뻔뻔하게 카메라를 그들에게 돌리며 외쳤다.

“우리 아저씨들도 형님들께 인사 한마디 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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