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그들의 대동단결
* * *
대통령의 지지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극딜을 넣는 언론들이 즐비한 것도 이유중 하나였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현상은 각 당의 지지도다.
전부 하락하고 있었다.
어느당이 떨어지면 어느 당은 올라야 정상인데 그런 것 없이 전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증시가 폭락장을 맞은 것처럼 말이다.
이유는 당연했다.
지금 국회는 적아 없이 서로간에 극딜을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일부 의원들이 급기야 당을 박차고 나오는 사건이 벌어졌다.
국민의 뜻과 안전을 받든다는 의미로 여당과 야당의 의원들이 탈퇴하여 하나로 뭉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건 생각 못 했군.”
양현재 대통령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는 각 정당의 대표들이 앉아있었다.
“아마 우리나 대통령께선 장수할 겁니다.”
“그렇겠죠?”
평생 먹을 욕을 다 집어먹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심지어 무능의 아이콘으로 비유도 당하고 있었다.
당내에서 이런저런 소신 있는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게 싸움이 벌어질 정도이고, 또 당대표는 그것을 수습하기는커녕 불을 지르는 형태는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를 기획하는 PD들에게 절망감마저 던져 주었다.
더없이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반전드라마를 하루가 머다하고 써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판을 벌리자고 하고 벌이는 척을 하다 보니 내가 왜 정치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디다.”
제1야당 대표가 허탈한 음성으로 중얼거리자 여당대표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 걸 현타라 하죠?”
“뭐, 이런 곳에도 쓰이긴 하죠.”
여당대표의 말에 몇몇 의원들이 피식거렸다.
“그나저나 우리는 우리대로 힘을 썼습니다만, 이제는 한 겁니다. 당을 추스르지 못하면 앞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렇습니다. 일단 각 당을 탈퇴해서 모인 의원들의 숫자가 적지가 않아요. 서른명이 넘어요.”
적지 않은 수다.
교섭단체를 꾸밀 숫자는 훌쩍 넘어갔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중도성향의 의원들이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수도 있고, 또 모험을 통해 새로운 대세로 넘어가 보려는 것이기도 했다.
“이쯤에서 목소리를 맞추시지요.”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시선을 보내었다.
“정부의 강아지 소리 듣기 좋겠습니다만…….”
그 중에 제1야당의 대표가 약간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삼고초려 하죠.”
“그럼 우리가 나쁜 놈 되잖습니까.”
“거참 이 마당에…….”
베1야당 대표의 말에 곁에 있던 다른 야당 대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여당대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그때되면 유튜브에 올리면 되겠습니다. 라방이던가? 그거 하면서 편집본이랑.”
“응?”
순간 각 당대표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좋은 생각인데?’라는 표정들이었다.
각자 계산속에 있는 것이다.
마치 이 자리가 거룩한 희생정신을 펼친 정치인들의 회담의 역사가 된 느낌마저 들었다.
“큼. 기왕이면 출연시간은 공평하게…….”
“혹시 나 욕한 거 있었습니까? 그런 거 있으면 편집 좀…….”
그 모습을 보던 양 대통령이 혀를 찼다.
“이거 짤로 나가면 각 대표님들 박제되는 겁니다.”
그의 말에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소싯적에 풍선들 좀 쏘셨나 봅니다!”
그렇게 또 웃음이 잠시 스쳤다.
지친 정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농담들이었다.
“어찌 되었든…… 다들 감사합니다.”
양 대통령이 웃음기를 지우고 당 대표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건네었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양 대통령이 이렇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겁니다. 해야 할 일까지 반대할 수는 없잖습니까.”
제1야당 대표가 양 대통령의 인사에 화답하듯 말하자 옆에 있던 여당대표가 구시렁거렸다.
“이 와중에 편집각들 잡으십니까?”
그 한마디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때 양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쯤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게 날아올 겁니다.”
“도움이요?”
“아마 지금쯤 일겁니다.”
양 대통령이 화면을 켰다.
그러자 미국 대통령이 화면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궁금할 만함에도 다들 입을 다물고 화면을 응시했다.
* * *
실시간으로 기사들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 적인 체계를 가지고 마물들과의 전투를 벌이는 한국과 연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뽕이라 할 만한 내용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이가 중요했다. 바로 미국 대통령인 닉 레너드였던 것이다.
기사들에는 레너드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서 한국 언급을 무려 21번이나 했다며 떠들어대었다.
그리고 또 미국 기자들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림자 관련 논란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영웅이다. 영웅에게 돌을 던진 것부터가 잘못 되었다 생각한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던 것이다.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중국 쪽에서도 여포 봉선의 소환자인 장웨이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또 한편으로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강림자를 배척하는 법안이 한국에서 나온다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우린 영웅들을 환영한다.’며 불을 질렀다.
간접적으로 한국 출신의 소환자들을 받아들이는게 이득이라는 언급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보도즈음에 각 정당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전쟁에서 패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자중 지란이다. 우리는 변함없이 우리를 지키는 이들에 대한 든든한 방패막이 될 것이다.’라고 정당들이 공동성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각 정당에서 탈퇴하고 새로 창당된 새시대 당은 ‘이것이야말로 밀실 야합이며 유신으로의 회귀다!’며 성명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자신들을 배제하고 다른 당의 대표들만 청와대로 불렀다는 것을 증거로 내민 것이다.
제대로 던져진 불쏘시개에 사방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국뽕에 음모론에…….
그렇게 시선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서 빠져나올 줄을 몰랐다.
* * *
을지부루는 군인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야삽을 비롯해 도끼등을 손질하는 모습들이었다.
필연적으로 근접전이 벌어질 경우 그들의 목숨 줄을 지켜줄 무기들이었다.
시간이 많다면 다른 것을 가르칠 법하건만 그럴 시간은 되지 못했다.
편이성 때문에 야삽의 형태를 선택한 병사들도 많았다.
일부는 도끼를 선택했다.
그리고, 일부는 도의 형태를 가진 커다란 총창을 활용했다.
마치 화승총 시대에나 썼을 법한 크고 긴 검날을 앞에 단 것이다.
이는 상대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한 선택이었다.
기존의 대검은 인간을 대상으로나 효력을 발휘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정도로 적당히 타협을 한 것이고 말이다.
일부는 진압봉 끝에 철퇴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 달기도 했다.
전부 마물전용 탄환과 같은 합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반 군인들에게도 비슷한 무장으로 전투용 야삽을 보급했다.
현대화된 3단 야삽이 아닌 고전적인, 기다란 목봉에 달린 접이식 형태였다.
백병전에서는 총검술 보다는 차라리 그걸 들고 휘두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그냥 지급하고 마는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매일 그것을 휘두르는 훈련은 있었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준비에 준비를 박차고 있었다.
* * *
대원길드장 오기원은 조금 전 심상을 통해 보고를 받고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여당과 야당이? 어이없군.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공동선언을 보고 오기원은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꼈다.
절대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반대로 신경이 곤두섰다.
혹시 이쪽의 행동을 읽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곧 있으면 불필요한 일들이니까. 그리고 그 머저리들만 믿었던 건 아니니까.”
오기원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가 준비한 건 이게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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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버스들이 멈추어 서 있었다.
그리고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은 피켓들과 플랜카드가 사방에 수를 놓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대체 몇 대야?”
“나 초등학교 때 보긴 했는데 이런 게 있구나.”
전경들이 당황하기 보다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그 무리들을 바라보았다.
“기독교지?”
누군가가 던진 말에 한 전경이 혀를 차며 나무랐다.
“그런 소리하면 예수님께 십자가로 박 터지게 맞는다.”
“죄, 죄송함다!”
사방에 깔린 건 일단 종교인들이었다. 그리고 그 신도들.
문제는 그 종교의 종류다.
새나라 애국교, 천상교, 평안 진리교 등등…….
기독교나 천주교 혹은 불교와 심지어 이슬람교등의 형태를 빌어와 만든 곳들이었다.
그들은 세상 좋은 말만 붙여서 만든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 공통점은 교주님 말 잘 들으면 천당 천국 낙원 새로운 세상 등등등 그런 곳에 간다는 최종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유사종교단체 즉 사이비라 불리는 이들과 그를 믿는 이들이었다.
대침식 때 급격히 늘어난 것들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사회문제에 대두되고 있는 종교들이었다.
물론 합법적인 인가와는 거리가 먼 곳들이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문구 하나 때문에 존속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오히려 혼란기이기에 그런 암적인 존재들이 살아남을 수 있기도 했다.
문제는 정상적인 종교도 그들을 배척하지만, 그들 서로 간에도 배척을 했었다.
이단의 적은 이단이란 말도 있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그들 입장에선 틈새시장을 노린 동종 업계의 경쟁자들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한곳에 모였다.
심지어 그들의 지도자들이 손을 서로 잡고 있었다.
그들이 마이크를 잡고 마치 아이돌 그룹 멤버들처럼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계시를 받았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광장을 뒤흔들었다.
그 함성을 들으며 전경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최류탄 같은 거 쏘나요?”
“요즘 세상에 미쳤냐?”
옆에 있던 경찰이 전경의 질문에 대답했다.
“촛불 같은 거 안 키나 봐요?”
“밤 되면 킬 수도 있고, 아니면 뭐 깃발 같은거 흔들 수도 있겠지. 일단 둘 다 아닌 것 같긴 하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직은 집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저들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치겠네. 갑자기.”
지금 이 시간에도 경찰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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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십여개의 비인가 받은 종교단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서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강림자들은 구세주이며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외침을 한목소리로 내고 있습니다.]
“씨파. 꺼라.”
주지환 정보국장의 말에 김창진은 화면을 껐다.
“저거 짜고 하는 거지?”
“그럴 겁니다. 일부는 강림자는 사탄의 무리라고 했던 이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전부 강림자가 구세주란다. 쟤들이. 저걸 좋아해야 하냐?”
“지능적 안티라 봐야죠.”
“아우씨!”
주 국장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콰앙!
순간 각 팀장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뭐하냐.”
“알겠습니다!”
뭐하냐는 말만 나왔음에도 그들은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