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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75화 (175/305)

제175화 불을 지펴라

“와, 화력 쩐다.”

고빈은 스마트폰을 뒤져보며 혀를 내찼다.

을지부루의 도끼질 한 방이 가져온 파급은 대단했다.

첫날은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는데 자정 가까운 시간이 되자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빈이 찍은 영상으로 인해 이미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오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총대를 맨 것처럼 기사를 처음 내보낸 것이다.

물론 첫 기사는 제대로 기사라 봐 줄 만했다.

과한 취재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후였다.

감정적인 대응으로 인해 기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얻었다든지, 또 이전에 대원 길드에서 나왔던 연구물의 결과와 달리 을지부루가 독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 것이다.

첫 타가 나가자 마치 고삐 풀린 듯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 내용은 을지부루에게 국방을 맡겨 버린 정부라는 이름으로 성토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이 사건은 더욱 확대되어 어떤 기사는 부루가 거두어들인 마수와 마족들이 언젠가는 칼 끝을 돌릴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사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반인은 접촉하기도 힘들 정도로 바쁜 부루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식의 리플들도 달리기 시작했다.

그쯤 되자 다음날 아침쯤에는 인터넷상이 전부 을지부루의 기사들로 가득했다.

“원래 우리나라가 하나에 꽂히면 그쪽으로 쏠리잖냐.”

그때 빈의 옆에 피곤한 얼굴로 나타난 서준모 경위가 털썩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어? 일찍 오셨네요? 청에 다녀오신다 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전날 일에 휘말린 서준모 경위 역시 경찰청에서 소환이 떨어졌다.

“그러려고 했는데. 뭐 있다가 가지 뭐.”

“헐? 대박. 서 경위님 패기 쩌신데요? 그러다 잘못되면요?”

“내가 강등 한두 번 해보냐?”

“그건 그런데.”

강등과 진급을 밥 먹듯 한 인간이 바로 서 경위였다.

물론 이것도 대단한 것이다.

보통 강등되면 다시 진급하기에는 하늘의 별따기다.

강등된 그 사실만으로도 차기 진급에 악영향이 끼치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진급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능력이 있다는 것과 같았다.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최후배 경감이 나타났다.

“선배! 미쳤어요?”

“뭐야? 멀쩡한 사람한테.”

“서장님한테 X까라고 하셨다면서요!”

“깠디?”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서 경위에게 최 경감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아이, 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야, 청장한테 그 말 안 한 걸 다행이라고 해라.”

“형!”

얼마나 다급했는지 최후배 경감의 입에서 형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럼? 나보고 기자들에게 일일이 죄송하다고 연락하란 거냐? 씨파 서장 새끼가 내 배후라도 돼? 아니지. 내가 그 새끼 배후쯤 되겠다.”

“형! 경찰 때려칠 거에요?”

최 경감이 얼굴이 벌게진 채 소리를 치자 서 경위가 머리를 긁으며 입을 열었다.

“어.”

“예?”

“때려친다고.”

“예?”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묻는 최 경감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씨바 서장이란 새끼가 사방 눈치나 쳐 봐 쌌고. 내 덕에 제일 빨리 서장 진급한 주제에.”

“하아.”

최 경감이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서 경위가 강등 따위 안 당하고 적잖게 주변과 싸바싸바 해 가며 눈치를 봤으면 지금쯤은 본청에서 근무를 하고도 남았다.

심지어 지금 서장은 서 경위의 후배다.

한솥밥도 같이 먹었던 사이다.

심지어 서 경위가 일을 해결할 때마다 같이 공을 받았고, 대신 책임은 지지 않았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일은 서 경위가 주로 쳤기에 스스로 책임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최 경감 입장에선 열 받는 일이었다.

재주는 서 경위가 부리고 돈은 지금의 서장이 따먹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형수님은 아시고요?”

“몰랐냐?”

“예?”

“서장 새끼한테 제일 먼저 욕한 게 우리 마누라다. 같이 빌빌 쌀 때 밥해 처먹였더니 이런 때에 편들어 주진 못할망정 무릎 꿇으라고 한다고.”

“쿨럭!”

“애들이 아버지가 사방팔방 빌고 다니는 걸 보면 가정교육 엿 같이 될 거 같으니 그런 거 못 시키겠다고 하드라.”

“헐?”

최 경감이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그래서 때려친다고 했지. 아참, X알 떼 버리란 건 마누라가 먼저 한 거고, 난 그거 순화해서 까기만 하라고 한 거고.”

“…….”

서 경위의 말에 최 경감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응? 시끄러운 새끼는 누구냐?”

전화기에 시끄러운 새끼라고 적힌 이름이 떴다.

최 경감은 서 경위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이야, 닉 한번 잘 지었구나.”

스피커폰도 아닌데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서 경위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방금까지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서장이었다.

“때려치신다던데요?”

[%$#%$#^$^$%!!!]

욕설 섞인 목소리가 다시 튀어나왔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욕을 하고 그러십니까.”

최 경감이 빈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의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빈은 자동적으로 방송을 켰다.

동시에 최 경감이 난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서장님 말씀 지나치지 않게 하셔야…….”

[개씨X놈아 당장 서준모 그 새끼 바꾸라고! 씨파 그 새끼가 씨파 옛날에 밥 좀 해 주고 했다고 나 거둬 먹이고 키운 것처럼 말하는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음성을 들으면서도 최 경감은 능구렁이마냥 차분한 음색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에이, 틀린 건 아니잖습니까. 예전에 나이트서 삥 뜯으려다가 걸린 거 서 경위님이 나서서 해결해 주고 했잖습니까. 그때 그거 위장해서 탐문한 걸로 만들어서 사건도 해결해 주고, 그때 서장님이 공 대부분 해 드셨잖아요.”

[야 이 개XX야! 네가 뭘 알아! 그리고, 그거 하나 해 줬다고 내가 저 새끼한테 넙죽 엎어져야 해? 씨파 기자들 리스트 줄 테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가서 무릎 꿇고 쳐 빌라고 해! 이번에 나 진급 안 되면 다 조져 버릴라니까!]

“누굴요? 서 선배요? 예전에도 백날천날 처발리신 거 다 아는데 왜 그러십니까.”

순간 전화기에서 침묵이 흘렀다.

[너, 미쳤냐?]

“예. 그러게요. 저도 미쳤나 봅니다.”

최 경감이 서 경위를 보며 히죽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서 경위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내 저었다.

[씨바, 서 경위 이 새끼랑 다니다 보니 너도 드디어 미쳤구나. 서준모 이 새끼 당장 들어오라 그래! 계급장 떼고 한판 붙어보자고!]

순간 서 경위가 전화기를 낚아 챘다.

“콜.”

[너…… 서 경위냐?]

“콜이라고. 나 지금 들어간다. 목 씻고 있어라. 종목은 뭘로 할래? 검도 유도? 아님 화끈하게 이종격투로 할까?”

달칵.

순간 전화기가 끊어졌다.

“어? 이 새끼 전화 끊었네? 나 찾던 거 아니냐?”

“네…… 여러분 당황하셨죠? 어제 일로 두 분이 큰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그런데 여기 서장님이 오히려 이 두 분에게 무릎 꿇고 빌라고 하네요.”

빈이 화면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때 최 경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응? 이거 라이브냐?”

“지를 땐 라방입니다. 왜? 편집하다 보면 고뇌가 길어져요. 이걸 잘라 말아. 과연 이걸 내보내 말아. 그럴 땐!”

“오우야…….”

살짝 안색이 창백해진 최 경감과 달리 서 경위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때 서 경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지금 서에 들어갔다 오마.”

“한판 붙게요?”

“붙자면 붙겠냐? 아까 전화 끊은 거 몰라? 내가 이 양반들 사 이에 있어서 이 모양이지 내 구역 가면 마블리 대우받아 인마.”

“뭐 개에겐 물려도 서준모에겐 물리지 말라는 소린 들었습니다만…….”

“시꺼! 정말로 사직서 던지고 올련다.”

“그럼 뭐 먹고 사시게요?”

“뭐 최근 현장 수당도 좀 받은 게 넉넉하기도 하고. 기동대에 취직하면 되지 뭐. 나도 최근에 미친 듯이 구르다 보니 슬슬 할 만하니까.”

“정말 싸우시게요?”

“어. 어차피 지금 못 막으면 경찰 짓도 못해. 한 팔이라도 거들 수 있으면 거들어야지.”

“…….”

서 경위의 말에 최 경감이 입을 다물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위기.

그게 지금의 위기다.

물론 위기는 항상 계속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위기의 수위를 정말로 잘 아는 건 일부라는 것이다.

“후우. 같이 갑시다.”

“넌, 왜?”

“비슷한 이유라고 하죠. 또. 이 지랄을 해놨는데 버틸 수 있겠어요? 전 형님처럼 못해요. 지금이야 미쳐서 지르긴 했는데. 벌써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온다구요.”

“헐, 그래서 때려친다고?”

“그래도 여기 와서 연줄 하난 기가 막히게 잡았으니 문제 될 거 있겠습니까?”

최 경감을 보며 서 경위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가 보자.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왜 이 양반들하고 엮이면 인생이 다이나믹한가 모르겠다.”

“뭐, 그러네요.”

“나야, 가족을 구함 받은 은혜가 있어서 그렇지만 말이다.”

“흐흐흐. 난 형님 믿고 갑니다. 묻고 떠불로요.”

“경찰 새끼 입에서 그딴 소리나 나오고.”

그렇게 둘은 시시덕거리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둘과 교대하듯 김창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늘 일찍부터 다들 바쁘시네요?”

“안 바쁘겠냐?”

“바쁠 거 같았어요.”

한숨을 쉰 김창진이 털썩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좀 말리지 그랬냐.”

“에이. 제가 무슨 수로요.”

“그럼 인터넷에 떠도는 건 뭐냐? 제대로 불을 지폈네.”

“남자는 라방입니다.”

빈이 가슴을 펴며 말했다. 그러자 창진이 다시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놈의 라방 때문에 대한민국이 제대로 뒤집혔다. 이건 뭐 007 살인 면허도 아니고.”

“비슷하죠, 뭐. 고빈의 라방 면허.”

빈의 뻔뻔한 모습에 창진이 허탈하게 웃었다.

“지금 킨 거 아니지?”

그때 창진이 빈의 스마트폰을 보며 묻자 빈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 한 건 했어요.”

“방금 위에서 청와대 소식 들어왔다.”

“청와대요? 그게 거기까지 들어갔어요?”

“그럼. 안 갈 거 같았냐?”

“뭐래요?”

빈이 궁금한지 묻자 창진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 * *

“대차게 한판 하십시오.”

양현재 대통령의 말에 늦은 저녁 청와대를 찾아온 각 정당의 대표들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중에는 이 건으로 공세를 마음먹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양현재 대통령의 말에 여당 대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 대통령님. 지금 그게 이렇게 풀어가야 할 일이 아닙니다!”

말려도 모자랄 판에 양 대통령이 대차게 한판 하라는 말에 놀란 것이다.

“지금 상황 모르십니까? 일전에도 알려 드린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아직 잘 막고 있고, 또 우리에겐 강력한 아군이…….”

“그 강력한 아군에게 재갈 물리자고 온 거잖습니까.”

“하지만 이번 일의 파급력은 확실히 큽니다.”

그때 대통령이 한쪽에 서류를 집어서 그들 사이에 내려놓았다.

“미리 분배하시기 전에 찾아오셔서. 머릿수대로 나눠 보십시오. 아! 외부 반출은 안 됩니다. 이 안에서 보시고 파기해야 합니다.”

“이게 무슨…….”

양 대통령의 말에 각 정당의 대표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서류를 서로 가져가 읽기 시작했다.

순간 그들의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거?”

“이건 사찰이나 다름없는……데 허 씨부럴.”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한 당대표의 입에서 쌍욕이 흘러나왔다.

내용이 그만큼 심각한 것이다.

그때 양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익숙한 이름들이 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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