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부루의 애정표현
* * *
라방권.
까방권과는 다른 이름이다.
바로 고빈의 라이브 방송권을 라방권이라 한다.
처음에는 젊은 층의 소환자들을 자극해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 이제는 기묘한 권리가 되었다.
오직 빈만이 가지고 있는 권리처럼 되었다.
물론 종군기자나 국방부 소속의 영상물을 저장하는 이들 역시 전투 상황을 저장하기는 하지만, 빈처럼 자유로운 것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물론 제약은 있다.
빈의 방송은 전투상황이 많기에 기본적으로는 고연령대로 맞춰져 있고, 실제 전투에 들어서서는 라이브 방송을 할 겨를이 없다.
편집 방송이야 거의 모자이크가 많았으니 문제의 소지는 최소화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 라방권이 빛을 발했다.
워낙 빛을 발해 온라인 상이 활활 타오를 정도였다.
[돈만 되면 매국?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알려진 고빈 씨의 이야기로…… 이런 우려와 함께 안하무인적인 성격은…… 점차 소환자의 지위가 권력화 된다는 것은 충분히 우려되는 바 국외 유출을 적극적으로 막는 법안의 필요함이 대두되고 있다.
-미디어 파스 장원중 기자 ]
┖gag**** : 뇌피셜 오지고용~
┖hyt**** : 풀영상 있어도 용감한 기레기질!
┖129**** : 이거 문제 많습니다. 요즘 세상에 갑질이라니. 필요없다! 고빈인지 뭔지 꺼져부러!
┖ygh**** : 위에 129인지 뭔지 미친 거 인정? 쌉 인정. 아님 얼마 받음?
┖ sfc**** : 저놈의 미디어 파슨지 뭔지는 어따 쓰지?
┖ fa77**** : 왁싱 할 때?
┖ygh**** : fa77해봤구나. ᄏᄏᄏᄏ
┖ fa77**** : ᄏᄏᄏ 화끈함!
먹잇감 만난 기자들은 각자 패거리끼리 나뉘어 온라인에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고빈의 발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부류.
아울러 더 나아가 소환자들에게 목줄 매달자는 부류.
그리고 잘못된 보도 행각과 소환자들에 대한 처우를 오히려 생각해봐야 한다는 부류.
심지어 앞으로 있을 전투를 대비해 숙련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순환배치임을 주장하는 부류 등…….
제대로 불이 질러진 가운데 빈의 개인방송 링크가 사방으로 뿌려지고 있었다.
그 안에는 빈뿐 아니라 차준우 사령관에 관한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튜브나 파프리카 등의 일인미디어 사이트의 BJ들 역시 이 일을 곰탕 우리 맹물이 나올 때까지 우리고 있었다.
그때 해외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왔다.
[그가 원한다면 백지수표를 주겠다.]
첫 시작은 미국쪽 미디어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어 중국에서도 또 유럽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의가 기사로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그와 함께 한국 기자들이 잘하고 있다며 그 덕을 좀 봐야겠다는 해외 일인미디어들의 발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매일 쏘다니던 빈이 방송도 끊고 침묵을 지키자 상황은 더 불타올랐다.
* * *
“웨에엑!”
빈이 구역질을 하자 뿌연 물이 좀 나오다 말았다.
하도 토해 대서 나올 것도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의 주변에는 마족병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뒈, 뒈지것네!”
빈이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그러나 마족병들 역시 울상이었다.
주변에는 이미 빈을 거쳐 간 이들이 널브러져서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쪽은 빈만 있는 건 아니었다.
최정예로 뽑힌 소환자들이 시체처럼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신길드와 신컨길드 등의 주력 길드의 인원들이 상당수였다.
“차, 차라리 마물이 좋았어…….”
빈이 비틀거리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부루는 발로 까딱거리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니보라. 구경났네? 알아서 조지라.”
-우워어어어!
-군주의 명이다!
-공겨어어억!
“젠장 오지마아아!”
마족병들의 돌진에 빈이 울먹이며 외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준우 사령관이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원래도 강했지만, 저 정도일 줄은…….”
처음 마물을 상대해서 쓰려트렸을 때만 해도 소환자들이 전력의 한가운데에 서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소환자들을 소집해서 훈련을 시킨 이유도 그동안 강림자만 부려 놓고 안전만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안전하긴 하지만 전투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명령의 전달도 그랬고 말이다.
반면 그동안 직접 전장에 투입되어 강림자와 함께 움직이던 전신이나 신컨길드 등을 보면 격의 차이가 있었다.
현장에서의 유기적인 명령 전달이 큰 차이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강요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귀하디귀한 목숨 때문이었다.
강림자야 급수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소환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환자는 죽으면 끝.
결국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작전이 중요했다.
그런데 빈의 연구 결과 이후 그 안전도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들어 그 시선이 또 바뀌기 시작했다.
소환자 자체도 큰 전력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실제 전투를 이어 갈수록 마치 게임에서 경험치 먹듯이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수준이 아니라, 마물들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차이는 있었다.
“그런데 어찌 다른 쪽 소환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건지 아십니까?”
차준우 사령관이 아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자 한쪽에서 데이터를 기록하던 연구원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연구원들과 항상 함께하던 마족 마법사 헤게루이안이 대신 대답을 시작했다.
-은총의 유무오.
은총이란 말에 최 사령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총?”
-군주의 권속이 되는 순간 그 권속은 권능의 일부를 은총으로 전달 받게 되는 법이오. 즉 마족에게는 강한 군주의 존재가 강함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 것이오.
“그런 방법 때문에 강해졌다는 건 다른 이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오?”
-지금 저기 있는 이들이 은총을 받은 이들인 것이오. 다만 그 은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그릇도 받쳐 주어야 하고 또 믿음이 있어야 하는 법이오.
헤게루이안의 말에 최 사령관이 눈을 빛냈다.
“그럼 일반 군인들도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것이오?”
그때 한쪽에 있던 구은태 박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뭐랄까 각 군주들마다 조금씩 방법이 다르기도 하고 또 본능적으로 알고 내리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저기 저분은 좀 다르시다네.”
“예?”
“본능적으로 은총을 주는 편인지라…….”
구 박사의 말에 최 사령관이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대체 그 방법이 뭐기에 그럽니까?”
방법이 무엇인지 묻는 차 사령관의 질문에 이곳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전부 빈을 향해 옮겨 갔다.
와그작! 뻐석!
좀 전에 달려든 마족병들을 모두 쓰러트린 무지막지한 쾌거를 올린 빈이 이리저리 미친 듯이 처박히고 있었다.
부서지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마치 래퍼마냥 일정한 운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그 음악을 펼치는 이는 다름 아닌 부루였다.
“안 막으면 대가리 날아가는 거이야!”
“막게끔 때리던가!”
와그작!
빈은 그 와중에도 반항 어린 외침과 함께 팔이 똑 부러지며 널브러졌다.
머리통 날아가는 것 대신 양팔을 선택한 것이었다.
“막았구만 기래.”
“끄오오오오옥!”
부루의 칭찬에 빈은 아파 디질라고 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구 박사가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
“사랑의 매란 말이 뭔지는 아시는가?”
“…….”
구 박사의 말에 최 사령관은 덜렁이는 양팔을 하고 바닥을 뒹구는 빈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저 넘치는 애정 속에 은총이 뻗어나가는 것 같다는구려.”
“넘치는 애정 속에 숨넘어가겠군요.”
최 사령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함께 전투를 하다 보면 조금씩이지만 은총을 얻기도 한다오. 기동대들이 그 수혜자고.”
확실히 기동대원들 역시 강해졌다. 물론 빈처럼 무쌍을 찍을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확실히……. 그럼 기동대원들도 맞…….”
“뭐 합동 훈련이라는 게 있고, 또 내리사랑이라는 것도 있는가 보더이다.”
구 박사가 말을 하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가우리군들에게 갈굼을 당하며 단병기들을 다루는 기동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 해서인지 서로 믿고 싸운 전우이기에 좀 영향을 받은 듯하더구려. 하지만 항상 시간이 문제이니…….”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가 또 알려진 것이다.
물론 써먹을 수 없는 방법이다.
* * *
차준우 사령관이 비장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봤다.
특급병사로 분류된 이들부터 특수전 부대원들까지 여러 부류의 군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제군들.”
“예!”
차 사령관에게 대답을 하는 목소리만 들어도 그들이 정예임을 알 수 있었다.
“후회는 하지 않는가?”
“하지 않습니다!”
“포기는?”
“없습니다!”
우렁찬 외침.
차 사령관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절대로 의심치 말라!”
“예!”
“믿어라!”
“믿쑵니다!”
“절대 복종하라!”
“예!”
“난 제군들을 믿는다!”
차 사령관이 다시 외치자 그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믿으십시오!”
듣기만 해도 가슴벅찬 외침들이었다.
“이동!”
참모의 명령이 전달되자 군인들이 일제히 자신의 더블백을 매고 빠르게 연병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참모 중 하나가 불안한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분명 말 나올 겁니다.”
“그래서 고르고 고른 놈들이야.”
“그건 압니다만……. 이론이잖습니까?”
참모의 울상섞인 질문에 차 사령관이 버럭 소릴 내질렀다.
“해 봤어?”
“저도 그 말 좋아합니다. 대기업을 일군 양반 말버릇이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대나 가져다 붙인다고 다 좋은 말이 아닙니다.”
“……큼. 해 보면 알겠지.”
“사령관님. 제발.”
“뭐라도 해 봐야지. 지금은 그래야 할 때야.”
“아니 대체 왜 그러십니까? 지금 전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대처를 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리 할 필요가 있습니까?”
참모인 작전장교의 말에 그는 그저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아직은 이곳 대한민국이 최고의 격전지가 될지 모른다는 건 소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일 뿐이었다.
아직은 혼란보단 안정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래서 이런 미친놈 같은 시도를 몰래 벌이는 것이었다.
* * *
이백 명의 군인들이 정돈된 모습으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을지부루가 대부를 지팡이 삼아 짚고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뒈지면?”
“그저 좀 살살…….”
부루의 말에 강문호 중령이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기럼 정 없어야.”
“꼭 사람이 뒈질 정도로 맞아야 정이 생깁니까?”
“길티. 정을 담으려면 진심이어야디.”
강 중령의 반문에 섬뜩한 애정론을 펼치는 부루였다.
강 중령은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요청을 했다.
“죽지는 않게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애정을 담아서 말입니다.”
그의 요청에 부루는 대체 이짓을 왜 해야 하나 하는 표정으로 나서며 한쪽 벽을 대부로 툭 쳤다. 그리고 말했다.
“순서대로 나와서 벽 잡고 서라우.”
미친 실험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