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시청자들에게도 알 권리가 있어요!
미디어 파스.
파스처럼 아픈 구석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이름의 언론사였지만, 딱 이름만이었다.
단순 찌라시만 찍어 내는 언론지는 아니었지만, 자극적인 기사들을 위주로 찍어 내는 매체였다.
심지어 또 다른 메이저 언론사를 모 기업으로 둔 덕에 일종의 돌격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논란, 사회적인 논란에 첫 불을 지피는 역할.
그게 바로 미디어 파스였다.
그 미디어 파스 기자 장원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자로서 취재를 하다 보면 욕설을 듣기도 하는 건 다반사다.
그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이니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다고 욕먹는 게 좋다는 건 아니다. 거기에 지금과 같은 표현은 더더욱 말이다.
단순 욕설과는 차원이 다른 모욕이다.
먼저 장원중은 주변을 훑었다.
주변의 기자들 역시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자신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기는 했지만 말이다.
장원중은 차준우 사령관에게 입을 열었다.
“말씀이 과하십니다.”
“남의 목숨 값 가지고 대가 운운하는 건 과하지 않소?”
차 사령관의 질문에 장원중은 하마터면 시선을 피할 뻔했다.
‘씨팔, 태생이 돌직구에 삐딱선이라더니…….’
차 사령관에 관한 소문이었다.
물론 그의 강직함을 시기한 이들의 입에서 나온 평이었지만 말이다.
이런 차 소장의 담백함을 마음에 들어 하는 언론사들도 꽤 있었다.
“제 이야기는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민간군사기업이 있는데 왜 군인들을 자꾸만 사지로 모느냐는 말입니다. 기동대 창설에 큰 영향을 끼치신 것 때문에 불명예 퇴진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무언가 연관이 더 있으신 것입니까?”
“허.”
순간 차 사령관의 입에서 허탈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기동대원들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저런 씨팔새끼! 야! 놔! 놓으라고!”
“참아!”
기동대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당연했다.
지금 질문에는 기동대 관련 비리가 있냐고 대놓고 질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거기에 장원중이 기동대원들을 향해 불을 지폈다.
“당신들 돈값 하라는 거야! 알아!”
“예, 형님들. 원래 기레기들의 특징이 저런 거예요. 지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거든요.”
그때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장원중의 얼굴이 벌게졌다.
“아이씨, 어떤 새끼가…….”
“그 어떤 새끼, 잘난 새끼 인정?”
“하아…….”
순간 장원중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고빈이었다.
BJ빈이라 쓰고 돌아이라 읽는다.
그게 고빈이었다.
그렇다고 그 인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를 따라하는 소환자들도 많았고, 지금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나가게 된 것에는 그의 역할이 큰 것을 모르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빈 씨, 지금 하신 말씀은 명예훼손 및 모욕에…….”
“네, 뇌피셜 오지고요. 형님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건 똥냄새에 익숙해서 지는 깨끗하다고 착각해서 그런 거예요.”
분명 대화는 이어지는 것 같은데 빈은 장원중을 등지고 있었다. 그 너머의 태블릿을 보니 실시간 방송중인 것 같았다.
‘씨부랄, 저놈의 라방!’
기자들에게 있어 일인미디어의 등장은 골치 아픈 현실이었다.
이전처럼 자유롭게 상황을 잘라 입맛대로 편집하는 게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풀영상이니 뭐니 하면서 다 까발려지기도 했고 말이다.
심지어 상대는 파워 인플루언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였다.
그런 것치고는 하는 행동이 얕았지만, 실전에 투입되면 항상 반전을 보여 주기에 일부에서는 그를 데드풀의 입담과 비교하기도 했다.
“오! 형님들 움찔하는 거 봤죠? 캬! 이래서 기자 하나 봐요?”
“고빈 씨 지금 당신은 초상권을 침해하고…….”
“아저씨! 시청자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습니닷!”
순간 그의 말에 장원중은 다시 얼굴을 붉혔다. 평소 기자들이 자주 써먹는 말이다.
국민의 알 권리.
“하……씨.”
“형님들 씨팔이랍니다.”
“제가 언제!”
“당황하는 거 보셨죠? 씨 다음 묵음처리로 팔 하는 거 난 느꼈는데. 인정? 네 쌉인정.”
이대로 가다간 더 말릴 것 같았다. 장원중은 애써 화를 누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를…….”
“네! 후원 감사합니다. 이 후원금은 초상권 어쩌고랑 명예훼손 어쩌고에 대한 벌금 내는데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뭐 잘못했으면 내긴 해야죠. 참, 거기 기동대 형님들!”
“…….”
“푸헛!”
차준우 사령관은 헛웃음을 털어내었다. 기막혀서가 아니었다.
가슴이 뻥 뚫려서였다.
예의를 중시하는 요즘 세상에 있어 저런 건 확실히 벗어난 행동이기는 해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다들 고빈이 예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예의 있는 게 바로 고빈이다.
저 실력과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면 거들먹거리기 바쁠 것인데 그런 건 없다.
예의가 없어지는 순간은 지금과 같은 때뿐이다.
소위 시청자들도 그걸 안다.
지금이 사이다란 걸.
기동대원들도 안다. 그래서 빈의 부름에 열심히 달려가 태블릿에다가 손을 흔들었다.
“형님들 민간군사기업이니까, 의뢰를 받으면 그쪽 가서 싸워도 되겠네요?”
“그렇겠지?”
“그런데 저번에 미국에서 지금 받는 연봉 열 배 준다고 했는데 왜 안 갔어요?”
“에이씨, 장난하냐. 우리가 돈 벌려고 이 짓 하는 줄 알아?”
“아는 놈이 그러면 안 되지. 그러는 넌? 당장 다 퍼 준다고 했잖아. 시민권에 돈도 어우……조 단위로 말이야.”
순간 차 사령관이 기자들을 살폈다.
그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일부는 기사거리를 얻은 듯 받아 적고 또는 영상으로 찍어 남기고 있었다.
“알쥬. 솔직히 기동대 눈 가리고 아웅인 거 누가 몰라요. 지금처럼 군인들 피해 입을 때마다, 이기든 지든 욕을 바가지로 먹을 거니까 일부러 싸울 사람만 떼서 만든 게 기동대고 또 국가가 위기론만 떠들어 대며 제대로 목숨 값 안 챙겨 주니까, 차 사령관님이 총대 맨 거 아는 사람은 다 알고.”
고빈이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이어 빈이 기동대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뭐 영광 누리자고 하는 짓은 아닌데, 이런 소리 들으니 좀 글쵸?”
“어…… 뭐.”
“욕 나오지.”
“안 그래도 요즘도 넘어오라고 난리던데.”
“아, 너도?”
차 사령관의 흥미로운 시선이 기자들에게로 넘어갔다.
‘씨펄 지금 뭐라는 거야?’
장원중 기자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졌다.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본사에서 차 사령관을 들쑤시라고 했을 때에는 이런 상황을 짐작도 못했다.
원래도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적당히 불을 지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러나 워낙 갑자기 출몰을 하다 보니 반쯤 포기하고 있던 차에 이곳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당연히 물고 늘어졌고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 더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저씨들이나 우리나 어차피 계약 관계잖아요. 걍 기레기 없는 세상 가서 살까요?”
순간 장원중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칼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때 기자 하나가 끼어들었다.
“저 고빈 씨 질문 좀 해도 됩니까?”
“합방 하실래요?”
고빈의 제의에 기자는 재빨리 테블릿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남겼다.
“미디어 불쏘시개의 김영한 기자입니다. 형님들께 인사 박습니다!”
순간 댓글창이 폭발했다.
-인싸네! 불하!!
-불하 하지마! 발음 이상해!
-니 뇌가 이상해.
-2만 안 붙임 안 이상해!!
-하지마 그거! ᄏᄏᄏᄏ
댓글창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때 김영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미국에서의 제의가 있었단 말은 있었지만, 왜 거절한 겁니까? 한 분도 안 남은 것으로 아는데.”
그런 제의가 있었으면 일부는 이탈할 법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탈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저 국뽕이니 뭐니 하며 넘어갔지만, 지금 그 조건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그게 좀…….”
“그냥 안 갔어요.”
그때 기동대원들이 순간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빈은 달랐다.
“어? 그거 때문이지 않아요? 서약서?”
“응?”
서약서란 말에 기동대원들이 화들짝 놀랐다.
심지어 이쪽을 구경하던 차 사령관도 화들짝 놀란 것이다.
“서약서 그게 뭡니까?”
뭔가 비밀을 알아냈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김영한 기자의 질문에 빈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거 뭐더라? 아, 전역하고 기동대에 참여하면서 쓴 거라던데. 계약서 비슷한 거라…….”
“야! 빈! 하지 마!”
기동대원들의 얼굴이 벌게지며 그를 제지했지만, 그들의 행동보다 빠른 건 빈의 입이었다.
“기동대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계약의 대가로 탈퇴하기 전까지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수호하겠다니 뭐니 하는 그런 오그라드는 거 있어요.”
“그게 대가라고요? 족쇄가 아니라?”
“그러니 바보들이죠. 족쇄를 명예라고 생각하는 바보들.”
빈의 말에 기동대원들이 얼굴을 구겼고, 김영한 기자는 특종이라는 생각에 눈을 빛냈다.
“그거 봐! 비리잖아! 부당계약이라고!”
그때 또다시 끼어드는 목소리는 바로 장원중 기자였다.
“내 기레기 한 마리 날아드시고요.”
장원중 기자의 말에 빈이 비아냥거리자, 김영한 기자는 그의 말을 받았다.
“기레기는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 좀 계속하시죠.”
“헐?”
김영한 기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빈이 황당하다는 표정이 지었다. 그러자 그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미디어 불쏘시개는 기레기 안 키웁니다. 그런 기자나 기사들은 모두 불쏘시개로 만들어 태운다는 취지로 모였으니까요.”
-인정! 쌉 인정!
-ᄏᄏᄏ 난 기레기 아님. 난 기자임 인정!
“맞습니다. 난 기자니까. 그러니 기왕이면 우리 영상에도 구독과 좋아요! 팍팍 부탁드립니다!”
“와, 이 아저씨 영업 잘하네?”
빈이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야! 김영한 너 이 새끼 선후배도 없어!”
장원중은 얼굴이 벌게진 채로 목소리를 높였다.
“난 조류 아님다.”
김영한 기자의 답변에 장원중이 열이 올라 입을 다시 열려는 순간이었다.
후후후훙! 콰앙!
“…….”
뭔가 시커먼 게 날아와 다리 가랑이 사이에 박혔다.
순간 할 말을 잃었던 장원중의 다리가 풀렸다.
털썩!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은 장원중은 다리가랑이 사이에 박혀 있는 거대한 대부를 보았다.
그리고 모락모락 가랑이 사이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내래 손이 좀 미끄러졌디.”
그때 천천히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이 왕도끼 투척사건의 범인인 을지부루였다.
“아…… 으…….”
창백하게 질린 장원중은 부루를 바라보며 이빨을 딱딱 부딪혔다.
다가온 부루가 대부를 회수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지렸네? 지렸구나야. 감기 걸리니까네, 날래 갈아입으라.”
그제야 자신이 실금한 것을 느낀 장원중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자신이 지린 걸 알아챈 것이다.
대부를 어깨에 들쳐 메고 되돌아가는 부루를 향해 장원중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 당신 고, 고소할 거야!”
그러나 대답은 옆에서 나왔다.
“이거 참. 강림자 관련 법안은 만들어진 게 없는데……처벌 조항도 없고.”
김창진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부루가 걸어가다가 멈추며 뒤돌아보았다.
“기래? 조금 위로 던질 걸 기랬구만.”
“…….”
순간 부루와 눈이 마주친 장원중은 정신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