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62화 (162/305)

제162화 얼마면 돼?

* * *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양현재 대통령은 생존자가 있다는 소식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지금 발견한 곳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거다.

지금 대마도로 파견나간 부대는 앞으로 닥쳐올 큰 전쟁을 대비한 작전이라는 점이다.

실전을 익히고 나아가 마물을 사냥하기 위한 재료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일이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마물의 사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투사체도 다양했다.

공기소총을 활용하기도 했고, 일부 국가는 한국과 같이 서바이벌용 총기를 개조하기도 했다.

심지어 새총까지 등장했다.

새총이라도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소형종 꼴통을 부수기에는 충분한 파괴력을 가진 게 현대의 새총이다.

거기에 마물의 사체와 은의 합금으로 만든 투사체는 마물 특유의 방어막을 무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각국에서는 최대한 마물의 사체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대한민국 내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마물의 사체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건 그만큼 마물의 출현 빈도가 제대로 억제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특수탄환의 메커니즘을 공개하면서 일부 국가들에게서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 가지고는 턱이 없었다.

당장은 몰라도 결국 수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타 국가는 대한민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다른 국가는 아직도 전장 상황과 같은 곳이 많았다.

심지어 강대국이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같은 경우에도 대침식 당시에 끝내 다량침식을 막지 못한 지역이 있어 끊임없이 마물이 튀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그게 마치 농장처럼 변한 것이다.

신병기의 탄생으로 마물사냥이 수월해졌고, 그 덕에 위험도는 낮아지면서 사체 수급은 안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물론 수급만 안정적이다.

사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마물들 때문에 혼란 자체는 가중되어 있었으니까.

당장은 수급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미리 준비는 해야 했다.

대한민국을 관장하는 군주가 다른 군주들을 무릎 꿇렸을 것이라는 절망적이지만 신빙성 높은 정보를 가지고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대마도였다.

마물들이 득시글거리는.

그런데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은 작전의 방향이 조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마물의 사체만 획득하는 것에 나아가 생존자 구출까지 말이다.

“문제는 일본인데…….”

문제는 대마도가 일본땅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공략을 위해 대마도에 대한 권리를 선언하기는 했다.

2차 대전 이후 전범국가들은 해외 식민지들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당시 광복 초기에도 대마도까지 영유를 주장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일본과 합의를 한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마물들에 점령이 되어 있다지만, 자국 내에 타국의 군대를 들일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분쟁지역인 것처럼 마찰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신 물밑으로 일본에게 많은 지원을 했고 말이다.

그러나 그건 마물의 사체만을 획득하기 위한 협상에 지나지 않았다.

인질 구출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일본에다가 구해 가라고 하지요.”

외교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일본에 말입니까?”

“분쟁 선언은 하긴 했지만, 해당 지역에 있던 사람들은 일본 국민이니까, 알아서 모셔 가라고 말입니다.”

“그럴 여력이 있겠습니까?”

“그냥 우리가 구해 와도 문제는 생깁니다. 분쟁지역선언을 했지만,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실점유에 관해서 잡음이 나올 것이니까요.”

외교부 장관의 말에 양현재 대통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외교부 장관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일본에 제의를 하는 겁니다. 아예 한발 빼지요. 분쟁은 나중에 하고 일단 합동 작전을 펼쳐 사람부터 구하자고 말입니다.”

“언론에서 말이 나올 듯합니다만…….”

“사람이 먼저다!”

외교부 장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다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이 정도 캐치프라이드면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 상황이라면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러시아도 도와줄 거 같은데 말입니다.”

외교부 장관의 말에 국무위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쉽게 생각하지요. 총선 한번 치른다 하면?”

“하긴.”

그때 박용우 총리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요? 일본이 곤란해 할 것은 알겠습니다. 일단 내부 상황이 좋지 못하니까요.”

그의 질문에 외교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산다고 하면 팔까요?”

“예?”

“대마도요.”

외교부 장관의 말에 다들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현대에 들어서서 주권을 가진 또 다른 나라의 땅을 산다는 이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들 입을 다문 것은…….

“잘하면…….”

“그렇죠.”

“으음.”

왠지 가능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전 국토의 절반 가까이를 상실한 일본을 상대로는 말이다.

* * *

마물에 침식되었던 지역에서 생존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희망인 것이다.

대침식 이후 칠 년. 이제는 팔 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침식화된 대지에서 누군가 생존하고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세계의 삼분지 일은 침식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상당 부분이 사막이거나 험한 산맥지역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거기에 일부 섬나라의 경우는 나라 자체가 다 침식화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세계의 이목이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희망이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전세계적으로 난리가 났다.

침식지에 식구를 두고 빠져나온 이들부터 시작해서 나라를 잃은 사람들까지 국제적으로 호소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침식균열이 다시 시작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다반사로 상시 비정규 균열을 통해 마물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침식지대로 처들어 간다는 건 무리한 판단이었다.

그때 대한민국에서 일본으로 제의가 간 것이다.

“일본은 뭐라고 하나?”

존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국무위원들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연일 비난성명만 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물밑협상인가?”

“이건 기습 발표 같습니다.”

대마도 관련해서 일본과 대한민국간의 물밑 내용은 미국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차피 여력 없는 일본이 싸우는 척하면서 반발하는 사이 대한민국이 그곳의 마물들을 사냥해서 반출하는 정도로 합의를 한 사안이다.

그 정도는 알 만한 국가의 정보국들은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일본의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니까.

“기가 막히는군. 돈을 주고 땅을 산다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섬을 사고 파는 일이야 충분히 흔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가 타 국가의 영토를 산다는 건 세계대전 이전 시대에서나 벌어졌던 일이었다.

물론 그때는 제값을 주고 사고 판 게 아니라 힘을 앞세워서 한 거래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일단 대한민국 쪽의 서류는 문제없는 건가?”

“확실히 해당 지역은 분쟁지역화 될 사안이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땅을 산다는 것은 정말 땅값 명목보다는 관리해 준 값을 낸다는 의미에 좀 가깝습니다.”

“이런 어이없는 발상이 먹히겠는가…….”

“평시라면 미친 소리 한다고 했겠습니다만…….”

“하긴 지금은 국가의 생존이 걸렸을 테니까.”

국무위원의 의견에 레너드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이번에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기는 해서 대한민국 쪽의 제의에 힘을 실어 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뿐 아니라 상관없는 국가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이라든지……. 중동. 그리고 동남아시아들까지 말입니다.”

“이거 어디서 본 광경 아닌가?”

“…….”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다들 쓴웃음을 머금었다.

코비드19 사태.

급한 마음에 다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줄을 섰었던 일이 있었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기에 기억들 하고 있었다.

대침식에 묻혀 잠시 잊히기는 했지만, 그 전의 대한민국과 후의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다른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런 건 선착순일 수밖에 없지.”

레너드 대통령의 대답에 국무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언더웨어 남기고 다 던져 주는 겁니까?”

“가능하면 그것까지 던져 줘. 대신 받아올 수 있는 건 확실히 받아오도록 하고.”

레너드 대통령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거 참. 어이가 없네.”

전창걸 대표는 인터넷 기사를 보며 혀를 찼다.

“뭔데요?”

전 대표의 중얼거림에 곁으로 다가온 제인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니 그거 대마도 관련.”

“일본 반응? 또 너튜브 보세요?”

“뭐 그냥. 궁금해서.”

화면을 보니 일본 반응이라는 말로 영상들이 줄을 이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정말 다들 열일한다.”

마물이 쏟아져 나오는 이 상황에서도 너튜브의 일인크리에이터들은 열일들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아직 망하지 않았다는 증거일지도 몰랐다.

“헐?”

전 대표가 보던 영상을 재생하던 제이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거 실화예요?”

“그러게.”

그들이 보는 영상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대마도를 넘기라는 해석본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 * *

“후쿠오카는 왜?”

일본의 반응에 양현재 대통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본 정부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대마도를 주고 돈 대신 후쿠오카를 탈환하는 데 도움을 받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북섬 쪽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마물 따윈 줘 버리란 거친 언사들도 올라와 있었다.

일본과의 관계가 역전된 이후로 혐한은 더욱 기승을 부리기는 했지만, 마물의 등장 이후로 혐한은 제대로 풀이 꺾여 버렸다.

본토가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더는 가치 없는 산업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혐한 관련보다는 생존에 더욱 신경쓰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마도에 생존자가 있다는 말에 가족이 있는 일본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모양입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양현재 대통령이 허탈한 목소리를 흘렸다.

오히려 문제는 지금 전세계에서 미친 듯이 지지를 해 주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그렇게 외치고 뒤로는 자신들에게도 마갑주를 좀 판매해 달라는 말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비행형 마물의 육성에 도움을 주겠다고 연구원까지 파견하겠다는 것도 심심치 않았다.

공중을 제압하는 자가 전장을 장악한다는 기본 사안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비행형 마물들이 빨리 새끼를 까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덕에 일부 비행형 마물은 비인간적인 처사로 인해 불러온 배가 꺼지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이 부분은 동물복지 협회가 반대를 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이 또한 마찰이 있었다.

마수를 동물로 봐야 하냐는 의견부터 시작해서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대세에 영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참에 확실히 기름을 붓는 건 어떻겠습니까.”

박용우 총리의 의견에 양현재 대통령이 의문을 표했다.

“그분들에게 부탁해서 제대로 쓸어버리는 겁니다.”

그분들이라는 말에 양현재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안위는…….”

“그러니까 제대로 쓸어버리고 빠르게 치고 나오는 거지요. 그분들이면 할 수 있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

양현재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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