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버림받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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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룩! 두루루룩!
총기 형태를 띠고는 있었지만, 총알이 나가는 소리는 마치 소음기를 단 소총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 성능만큼은 발군이었는지 달려들던 마물들이 벌집이 되어 나자빠졌다.
“쌍욕 나오던 C급이 이렇게 허무하게 자빠지다니.”
“그러게.”
군인들은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마물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게 화약을 쓴 총보다 강하나?”
“그 정돈 아니지.”
“그렇지만, 단지 놈들에게 먹히는 소재의 탄환을 썼다는 걸로는 좀 이해가 안 가서 그래. 거죽도 두껍다며?”
“그렇긴 한데. 원리가 좀 복잡하다고 합니다.”
그때 후임병이 아는 척 끼어들었다.
“아, 너 테스트 차출됐었지?”
의아함을 느끼던 병장이 끼어든 상병을 보고 기억났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예.”
“원리가 뭐라냐?”
이제는 노닥거릴 여유까지 생겼는지 쓰러진 마물들 시체를 앞에 두고 질문을 이어 갔다.
“단순하게 생각하시면…….”
“단순하게 생각하면?”
“게임에서 방어무시 옵션 달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임을 예로 들자 바로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야?”
“예. 이게 거죽이 질긴 이유가 몸뚱이에 흐르는 일종의 에너지 흐름 때문인데 이놈들 사체랑 은을 섞으면 그걸 무시한다더라고요. 그 에너지가 와해되면 사실 거죽 자체는 큰 의미 없다던가?”
“그럼 니 말대로 방어무시가 맞네?”
“예. 다만 덩치가 아주 큰 애들은 아무래도 파고드는 힘이 약해서 이걸로는 어렵잖습니까.”
“괜찮아. 저거 있잖냐.”
미끼팀들이나 운용하던 차량 위에는 마치 매드맥스와 같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석궁형 병기가 달려 있었다.
톱니바퀴가 여러 개 중첩된 손잡이를 돌려야 겨우 장전되는 형태다.
화살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창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그와 유사한 형태의 대형 석궁 병기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는 강림자와 소환자가 함께 부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때 위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있어!”
위에는 비행형 마수의 등에 탄 군인이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외침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쪽은 신규 개척로 아니야?”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지금 이곳은 대마도였다.
대마도에 마물 사체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된 인원들이었던 것이다.
이미 이 일대가 전부 침식지화 되어 녹음이라기보다는 보랏빛을 띠는 생태계로 변한 지 오래였다.
그래서 일일이 새로 길을 만들어 가며 개척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개척부대 중에서 그들이 가장 최전선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형 마물 아닙니까?”
고개를 들어 올리며 질문을 던지자 비행형 마수를 타고 정찰을 다녀온 기동대원이 다시 외쳤다.
“아냐! 사람 맞아! 거지꼴이긴 한데 사람 맞아!”
기동대원의 말에 군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들이 알기로 일본에서 가장 먼저 침식지대가 되어 버린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게 벌서 오 년 전 일이었다.
오 년 전을 마지막으로 더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변해 버렸던 것이다.
당시 대마도 탈출작전을 대한민국군이 진행했었기에 다들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대마도 사람들의 탈출작전을 대한민국이 실시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일본 땅보다도 대한민국의 부산이 거리상으로 더 가까웠고, 그다음으로 가까웠던 후쿠오카도 침식지 대화 되기 직전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대마도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후쿠오카가 있는 지역은 대마도와 비교할 수 없는 크기였다.
그 안에 사는 이들을 모두 탈출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대마도까지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가 머다 하고 고깃배나 요트 같은 걸 타고 탈출해 오는 대마도 사람들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당시에 대규모 작전을 통해 철수작전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공중 기동분대 탑승!”
장교의 외침에 공중기동분대로 분류된 군인들이 얼굴을 구기며 탑승을 시작했다.
물론 이곳은 침식지였기에 비행기나 헬기가 뜰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공중기동분대로 분류된 이유는 단순했다.
정말 이동 그 자체는 공중을 통해 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건 탈 때마다 불안해서…….”
“정말 우리 낙하산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시끄러! 저 높이에서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기나 할 거 같아? 거기다가 다 엉켜서 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지휘관의 한소리에 군인들은 죽을상을 하며 탑승을 시작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개조된 컨테이너였다.
바닥과 허리 높이까지는 컨테이너지만 위에는 그냥 철창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마치 쇼핑 바구니 같은 손잡이가 있을 뿐이었다.
“안전고리 매!”
“안전고리!”
복명복창을 하며 난간에 있는 고리와 자신의 몸에 있는 고리를 연결했다.
그사이 날아 내려온 비행형 괴수가 그들이 탄 컨테이너를 낚아 채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악!”
전혀 친절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비행이었다.
안전고리가 아니었으면 전부 땅바닥을 뒹굴었을 것이다.
탑승 후 안전고리가 필수인 이유다.
“정신 차려! 지향사격자세!”
지휘관의 외침이 아니어도 비틀거리거나 안전고리에 매달려 휘청이던 군인들은 균형을 잡으며 총구를 밖으로 내밀었다.
그사이에 이미 몇 백여 미터는 올라와 버렸다.
“비행선을 타면 이런 기분일까?”
“모르지 안 타 봐서.”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슴다!”
“뭐?”
그때 공중기동분대원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물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마치 비석처럼 솟아올라 있는 건물이 하나 보였다.
“대마도에 저렇게 높은 건물이 있었나?”
“저게 그래도 대마도에선 나름 고층 건물임다!”
이쪽을 먼저 발견한 일병이 아는 척을 했다.
“저게? 하긴 높은 걸 본 적이 없긴 한데.”
“저게 호텔 쓰시맙니다.”
“아, 호텔이었구나…….”
지금은 호텔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이름 모를 넝쿨들이 벽면을 타고 올라가 있었고, 군대 군대에 파손된 흔적마저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잘 안다? 여기 자주 왔었냐?”
“재일교폽니다.”
“아, 여기 출신이냐?”
“그렇슴다.”
일병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대침식이 있기 전에도 재외동포는 입대가 가능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 대마도 탈출 이후 일본으로 되돌아가지 않은 이들이 상당수였다.
일본은 남쪽과 북쪽의 섬들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겨우 도쿄와 오사카가 있는 본섬만을 지켰을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국민들을 받아들일 정신도 없었거니와 대마도민들도 복귀를 희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에 일부 사회적 문제는 있었다.
일본 불매운동 이후 대마도에 대한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서늘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선은 일부였고, 나머지는 실향민이라고 보듬어 주는 편이었다.
“맞네? 사람이네?”
그때 보니 상부 층에서 올라오려는 마물들을 향해 뭔가를 집어 던지는 이들이 있었다.
“저거 강림자 같은데?”
그 와중에 일본의 강림자로 보이는 존재 몇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에 빠르게 옥상으로 향했다.
“야! 동일아! 구조대라고 안심하라고 말해!”
분대장의 외침에 재일교포라고 했던 김동일 일병이 깔대기를 받아 외쳤다.
“와타시타치와 규우조타이데스! 고안신쿠다사이(우리는 구조대입니다! 안심하십시오!)!”
그러자 아래쪽에서 가느다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힘없는 외침이었지만 환호성인 듯했다.
“강하한다!”
분대장의 외침과 함께 그들은 옥상으로 밧줄을 타고 주르륵 내려갔다.
레펠만큼은 지독하게 연습했는지 빠르고 정확했다.
그렇게 컨테이너에 두 명 정도만 남기고 내려서자,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이거 잠겼는데요?”
“부숴!”
부수라는 명령에 병사들 사이에서 강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병사급에 못 미치는 강림자였지만 확실히 인간 외 규격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무기로 몇 번 문을 내려치자 대번에 박살이 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마치 인질구출작전을 하러 침투하는 이들처럼 대형을 만들며 진입해 나갔다.
하지만, 안쪽은 안전했는지 건물에 남아 있던 이들이 먼저 마중을 하러 올라왔던 것이다.
탁탁탁!
시끄러운 발걸음 소리에 김 일병이 다시 외쳤다.
“잇단 테이시!(일단 정지!)”
그러자 발걸음이 멈추었다. 대신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에에타이 데스까! (자위대입니까?)”
“와타시타치와 칸고쿠군데쓰.(우리는 한국군입니다.)”
“아……. 아리가토오고자이마시타!”
잠깐 놀란 듯 했지만 이내 감격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이내 내려온 군인들이 마중 나온 이를 부축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와, 이건…….”
비쩍 말라 있었지만 군인들을 본 이들의 눈동자에는 희망이 있었다.
반대로 그들을 바라보던 군인들의 시선에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대부분이 어린애들과 나이든 여인들이었다.
나머지 젊은 여인들과 남자들은 창문이 있는 쪽에서 돌 같은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여기 책임자가 누굽니까!”
분대장의 외침에 김 일병이 재빨리 번역을 해 주었다.
“접니다!”
이번에는 한국말이 들려왔다.
창문 쪽에서 화살을 쏘던 사내가 손을 흔들며 외친 것이다.
“한국 사람입니까?”
“예! 교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대한민국 대마도 원정군의 공중기동분대장 유원일 중삽니다!”
“반갑습니다! 최인철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군이?”
“대마도 지역 마물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공중정찰을 통해 여러분의 존재를 확인했었습니다.”
그의 말에 최인철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까 날아다니던 게 우리 편이었던 겁니까?”
“예. 공군입니다.”
아마도 그 마수에 컨테이너가 매달려 접근해 오는 모습을 봤기에 쉽게 수긍하는 듯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우리는 선발대라 현 위치를 고수하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존자는 이 안에 인원이 전붑니까?”
“일부는 다른 건물의 벙커에 숨어 있습니다. 갑자기 마물들이 최근에 많아져서 왕래가 끊어진 지 좀 되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군인들은 탄식을 흘렸다.
모두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땅에 생존자가 남아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의 작전에 새로운 임무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밖은 안전합니까?”
최인철의 질문에 유원일 중사는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물은 아직 일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젠 다시 과거와 같은 일상을 보낼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 자위대는…….”
자위대라는 말이 최원일의 입에서 나오자 일본인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일본도 건재합니다. 다만 북쪽과 남쪽은 이곳과 상황이 같은 상황이라…….”
그때 일본인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그의 말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한국말을 알아듣든지 아니면 교포이든지인 모양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꽤나 담담해 보였다.
그걸 보며 일본인들의 국민성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들의 표정을 보며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한번 버림받았던 이들이다.
그렇기에 더 놀라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보며 유원일 중사는 가슴 한 구석이 철렁했다.
나라가 손을 놓은 국민의 모습이 이건가 싶었던 것이다.
슬픔도 분노도 없는 표정.
바라보는 쪽이 오히려 가슴 아픈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