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빠르게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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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입증되었다고는 하지만…… 굳이 이런 장난감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까?”
안전보장회의 한 가운데에는 소위 BB탄총이라 불리는 총기류들이 놓여 있었다.
“물론 기존의 공기총도 그대로 활용이 되니 왜 이걸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것들은 실 총기를 기반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기에 여러모로 장점이 더 강합니다.”
스크린에는 전동건이나 가스건 등을 다루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캡쳐해 놓은 화면이 있었다.
“장난감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총기들은 실제 레이저 사이트들까지도 달아 놓을 수 있도록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마물을 상대로 태스트하는 영상들이 나왔다.
“미국에서 공수해온 것들 역시 마찬가지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요. 굳이 있는 것을 왜 개조까지 하느냔 말입니다. 똑같잖아요.”
국무위원의 질문에 브리핑을 하던 강문호 중령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다릅니다. 그건 만들어야 하는 거고 이건 이미 있는 것을 개조만 하면 되니까요.”
“그렇다 쳐도 지금 문제가 되는 마물들은 소총류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잖습니까. 이런 불법 총기류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까?”
“현재 작전 중에 부상자가 속출하는 이유가 바로 아군간의 피격입니다.”
“그래도 마물을 상하게 할 정도라면 이것도 만만치 않겠습니까?”
“물론 위험하기는 하지만 총기에 활용되는 탄에 비하면 안전도가 더 높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군간의 안전을 위해서 더욱 필요합니다.”
강 중령의 말에 국무위원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속대상이나 마찬가지일 것들을 두고 대화하는 지금의 상황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위원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 쪽이라면 미국 쪽이 더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그를 바라보았다.
“그, 덕중 덕은 양덕이란 말이 있고…… 아무래도 총기 소지가 합법이니까요.”
그의 의견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친미인사들이라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지금 미국은 대한민국에 원하는 것이 있는 상황이었다.
쉽게 말해 호구 잡힌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요구라면 뭐라도 들어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뭐 그런 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방금 말씀하신 것에 답이 있습니다.”
“무슨 소립니까?”
“총기소지가 합법이기에 이런 개조를 할 필요가 없지요.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아, 그럴 수 있겠군요.”
국무위원들을 돌아보며 강 중령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하나 잊고 계시는 것이 있습니다.”
무언가 잊고 있다는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강 중령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는 총기소지가 불법이지만 인구 절반 가까이가 총기를 다룰 줄 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
순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다못해 스포츠 스타가 군면제를 받더라도 4주 훈련은 받는다. 일단 쏴 보기는 한다는 것이다.
“자, 총을 다루어 봤던 사람입장에서 모양만 같고 위력은 훨씬 다운그레이드된 것을 쥐어주면 뭘 하겠습니까.”
그제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들 중에서도 다들 소위 비비탄총을 안 만진 사람들은 드물었다.
물론 지금의 젊은 층은 어릴 때 국가규제들 때문에 좀 덜하지만 말이다.
“막말로 이 중에서도 비비탄총 피스톤 안에 휴지를 뭉쳐 넣어 보지 않은 분 없을 거 같습니다만.”
“풉!”
순간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물론 나이가 많은 이들은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살았던 이들은 대번에 알아들었다.
“하긴. 책받침 몇 개 뚫느니 마느니 하며 시합도 하곤 했지.”
“그거 눈깔나간다고 부모님께 빼앗기고 등짝 쳐 맞기도 했죠.”
그 말에 또다시 웃음이 베어나왔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덕중 덕의 양덕이라지만, 우리나라 총기 덕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한데 모아놨으니 뭐라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민방위에 총기를 줘야 하네 말아야 하네 말이 나오는데 차라리 이게 차선책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제야 강 중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기존 사냥용이나 시합용 공기총과 이것들의 차이중 하나가 또 있습니다.”
“그건 뭔지 알겠군요. 연사력.”
“맞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게 나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제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큼. 다 만들어지면 우리도 좀 쏴봤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뱉은 말에 몇몇이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피스톤에 휴지라는 대목에서 웃음을 흘렸던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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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식은 안 된다니까? 나갈 때마다 파워가 다른데!”
“그래도 그게 편이성에선 좋지 않나?”
“이 사람아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
달아오른 분위기사이 한쪽에서 방금 도착한 상자를 열어본 중년 남성이 탄성을 내질렀다.
“와! 이 비싼 걸!”
“허? 이거 분당 육천발 나간다는 그거잖아!”
“젠장, 예전에 이 짓했다가 벌금 때려 맞았던 게 떠오르네.”
전국에서 모인 총기덕후들, 그 중에서도 불법 개조로 명성(?)을 날렸던 이들이 빠르게 총기개조의 지식을 뿌리고 있었다.
“이거 내 오프로드에 걸면 죽이겠네.”
그 중에서도 그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머신건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모형 총들이 있었다.
“자, 여러분께서 유의해 주셔야 할 것은 가성비입니다!”
그때 군관계자가 나와 설명을 했다.
“가장 낮은 가격으로 가장 합리적인 위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국내에 흔한 모델들을 중심으로 제작이 가능해야 합니다!”
군 관계자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하게 파워조절 장치만을 제거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거기에 개조를 통해 내구성에 문제가 없어야 했으며, 그 개조 수준이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부품 한 두가지만 수정하면 될 일이지만, 먼저 이들이 전 문가이기에 이들의 손을 거치는 것을 택한 것이다.
“살다살다, 이걸로 마물을 상대 할 날이 오다니…….”
“우리 또 뉴스에 나오는 거 아냐? 개조한 거에다가 쇠구슬 넣고 쏴 놓고 이거 자체가 무시무 시한 것처럼.”
“씨펄 그런 짓을 한 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사기극이나 마찬가지였고. 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
“아, 그런데 이놈의 국방부 각인된 컬러파츠는 빼면 안 되냐? 국방부 각인이야 좋지만 색깔이 영…….”
“안 되지. 개조도 안한 그냥 총을 사기치고 파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다잖아.”
“하긴.”
그렇게 덕후들의 총기개조가 시작되었다.
사실 매커니즘을 아는 이들이라면 기계공학자도 충분히 할 일이지만, 그래도 전문가는 덕후다.
시간적으로 이쪽에 빠삭한 이들을 동원하는 게 합리적이고 빠른 일인 것이다.
그렇게 한국 덕후들의 덕력이 국가의 지원 아래에 폭발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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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미묘하게 변해갔다.
마족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빠르게 상황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첨단장비를 활용해 알아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좀 더 간편한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마족 마법사들의 설명을 듣고 그들의 탐색마법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일종의 감지기인 것이다.
그걸 먼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인원들에게 주고 추가로 생산해서 인구 밀집지역부터 시작해서 마치 기지국을 깔 듯이 깔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도 계속적으로 균열이 생성되었지만, 점점 빠르게 제압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단순하게 방어적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마치 마물을 확보하듯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물의 사체가 있어야 마물을 잡을 총알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일부는 파병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재료 확보를 위해 일본에 파병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위협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건 무리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더 큰 위협이 오기전에 사전에 비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급수가 낮은 소환자와 강림자, 그리고 대마물총기로 무장한 기동대원들이 파병을 가기로 결정했다.
해당 지역은 바로 대마도였다.
“일본 애들은 뭐랍니까?”
파병 사실이 결정되자 일본의 반응이 궁금했는지, 서준모 경위가 강문호 중령에게 질문을 했다.
“뭐, 부산물이 어쩌고 항의가 있긴 했는데 무시하기로 했답니다.”
“예?”
무시라는 말에 서 경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말이 되요?”
“지금 일본은 반토막이 난 상황 아닙니까. 자국 보존도 급급한 상황이라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중이고.”
“그야 그렇긴 하죠.”
“그 와중에 우리가 대마도 간다니까, 지랄하는 게 더 웃긴 거죠.”
“항의했다면서요?”
“며칠 전에 국제사법재판소에 대마도 반환 청구 넣었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따지면 독도는요?”
그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당장 배편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대마도잖습니까.”
그렇게 설명한 강 중령이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야기 들어보니, 이건 위쪽에서 서로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그쪽도 지금 위기상황이고, 하니까 일단 강경 제스추어는 서로 해줘야 한다더랍디다.”
“염병, 그놈의 정치.”
“여하간 위험상황에서 빠르게 지원을 갈 수도 있으니까요.”
“여하간 지금은 뭐라도 해야겠네요.”
“그 말대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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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난리도 아니었다.
강력한 봉쇄정책을 통해 잘 막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아니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멕시코쪽 국경에서 난민들이 몰려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각지에서 인종혐오 관련 사건은 끊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폭동이 다시 일어나는 등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천조국이라는 말대로 빠르게 정상화를 찾아가고 있었지만, 총기자유화라는 것이 지금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균열을 통해 각지에서 나타나는 마물을 잡는 건 좋았지만, 마물보다 인명피해가 더 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총기강도가 더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며 마물사냥뿐 아니라 범죄자와의 총격전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닉 레너드 대통령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그 중에 유독 안전한 곳이 있기는 했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일단 그곳은 자치권을 주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각지의 한인들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으음.”
“이걸 가지고 한국 정부에도 잘 말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당시에는 미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건 아니잖습니까.”
“우리가 못 미더워서 그들끼리 이러는 것 아닌가.”
지금 레너드 대통령과 스미스 국장이 말하고 있는 지역은 바로 한인 타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