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52화 (152/305)

제152화 피가 필요해!

* * *

어차피 알려져도 다른 나라들은 제작 불가의 마갑의 대량 생산을 결정한 대한민국은 필요한 혈액을 준비했다.

그러나, 아무리 마갑이 필요하다고 해서 피를 헌혈원을 전부 털 수는 없었다.

혈액의 보존기간 때문에 항상 5일분의 재고분을 남겨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폐기되는 분량을 전용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폐기되는 물량이 한해에 의외로 많기는 하지만 당장 필요한 수량에는 모자라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었다.

-원래 갓 뽑은 피가 가장 신선한 편입니다.

“무슨 횟감이냐…….”

헤게루이안의 말에 서준모 경위가 혀를 찼다.

그러나 뽑아놓은 지 시일이 지난 혈액자체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헤게루이안의 말에 무기수와 사형수의 숫자를 세던 서 경위는 다시 한번 구은태 박사의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

문제는 그 효율이 극악하다는 점이었다.

한명의 인간에서 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분의 1이었다.

한사람 몸에서 나오는 혈액량을 60-70대의 성인을 기준으로 하면 5-6리터 선인 것이다.

천여명 분량은 즉 5000에서 6000리터다.

문제는 갓 뽑아낸 것이 그정도 필요한 것이고, 시일이 지날수록 필요수량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두세 배.

이러니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감당할 수량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폐기를 지나지 않은 혈액을 쓸 수도 없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기에 항상 혈액이 딸리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수입이었다.

어차피 폐기되는 것이라면 싸게 사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정도 양이 되는 나라가 바로 옆에 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혈액을 돈으로 산다는 말에 일부 중국 사람들이 생피를 뽑아다가 판 것이다.

조용히 수매해도 오래지 않아 걸릴 일인데 당연히 생피까지 뽑아댔으니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일단은 넘어가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린 그런 거 안 먹는다니까! 나도 한우가 맛있다고!

서 경위가 피 먹는 척 좀 하라는 말에 카르탈마니어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충분히 핑곗거리가 되었다.

일부 마물들은 실제로 인육을 먹으니까.

물론 인육만 먹는 건 아니다.

고기라서 먹는 거다.

마물들 입장에서야 종이 다른 인간은 그냥 사냥감일 따름이니까.

다행히 마물의 먹이로 폐기혈액이 필요하다는 말이 먹혔다.

대신 공중 형 마물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일부 대여형태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덕에 빠르게 수급을 한 덕에 어마어마한 양을 수입해 올 수 있었다.

“역시 중국!”

어마어마한 피를 보며 감탄하는 구 박사와 달리 피를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메스꺼운 얼굴이었다.

그런 일행들을 보며 구 박사는 타이르듯 말했다.

“인원이 모자란 걸 어쩌겠나. 그냥 선지라고 생각하게.”

“우웁!”

구 박사의 말에 일행들은 일제히 입을 틀어막았다.

“최대한 많이 생산해 놔야 해. 일단 우리부터 챙기는 것이 우선이니까.”

구 박사의 말에 안색이 좋지 않은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방법이 없었다.

최대한 비밀을 요하는 일이었기에 많은 인원들을 동원할 수가 없었다.

연구소의 인원들이야 말 그대로 연구를 위한 인원들이었고, 그나마 힘쓸만한 이들은을지부루와 그 수하들이었다.

그 외에 관리를 위한 인원들이 투입된 것이 고빈과 서 경위, 그리고 갑자기 끌려온 최후배 경감 등이었다.

“차라리 여기가 났습니다.”

며칠사이 얼굴이 반쪽이 된 김창진의 한숨소리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미국에 있던 51구역 연구소가 털린 걸 얼마 전에야 확인 했던 것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의 이슈 때문에 창진이 들락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가보겠습니다.”

“무조건 잡아 때게! 알 게 뭔가!”

“예, 그건 그렇죠.”

구 박사의 말에 창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존 버튼 안보 보좌관은 며칠 사이 주름이 부쩍 늘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동맹의 등을 쳐!”

대통령인 닉 레너드가 있는 자리임에도 버튼 보좌관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제발 끌어내기 전에 그 입 좀 닥쳐주지 않겠나?”

노한 건 닉 레너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는지 그의 으르렁거림에 버튼 보좌관이 씩씩거리면서도 화를 누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사태에 동맹 탓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했다는 증거는 있나?”

“증거가 필요한 일입니까?”

“없으면? 경제 재재라도 하자는 건가?”

“필요하다면 해야지 않겠습니까!”

버튼 보좌관의 말에 케인 스미스 정보국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지금 시대에 먹인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유일하게 침식 균열에 관한 정보를 쥐고 있는 게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막말로 저 빌어먹을 피라미드 같은 걸 욕심내 동맹의 뒤통수를 후린 건 우리란 말입니다!”

스미스 국장이 그 답지 않게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버튼 보좌관이 그에게 반대로 열을 올렸다.

“정보국장이면 정보국장 답게 미국의 이익이라는 기준을 두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 뭐하자는 건가!”

“닥쳐 이 빌어먹을 인간아! 그 이익을 위해 일하는 데 사사건건 훼방 놓은 건 당신이야! 안보 보좌관? 지금 미국 안보에 똥을 먹인 건 당신이라고!”

스미스 국장의 거친 언사에 버튼 보좌관이 움찔했다.

아무래도 일반인과 군 출신의 정보국장의 위압감은 다르기 마련이었다.

버튼 보좌관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레너드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물론 레너드 대통령은 서류만 들썩이고 있었다.

방금전 그가 목소리를 높일 때 닥치라고 했던 그가 스미스 국장이 목소리를 높일 때는 입을 다문 것이다.

“대한민국에 약속한 것을 모두 무위로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핵에 관한 것도 모두 알리고…….”

순간 레너드 대통령이 읽고있던 서류를 그대로 버튼 보좌관에게 집어 던졌다.

퍼억!

“이, 무슨!”

화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버튼 보좌관이 레너드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레너드 대통령의 눈빛은 서늘하기 그지 없었다.

“대, 대통령께서도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버튼 보좌관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뱉었다.

“맞아. 하지만 그건 물건에 대한 안전을 장담한 자네를 믿어서이지.”

“그, 그건…….”

“위기를 이유로 해당 지역의 관리 책임을 자네가 가져가지 않았나. 책임자가 뭔지 모르는가?”

“대, 대통령님!”

“이런 일 있을 때 책임지라고 만들어 둔 거야.”

“하지만!”

“You, fire!”

레너드 대통령의 외침에 버튼 보좌관이 얼빠진 얼굴을 하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 상황을 어떻게든 말려 보라는 듯.

하지만 모두 그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단 하나 그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은 이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스미스 국장이 버튼 보좌관과 눈을 마주한 채 입을 열었다.

“이제 관계없는 이는 끌어내도 되겠습니까?”

“아직 있었나?”

냉기가 풀풀나는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버튼 보좌관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결국 걸음을 옮길 힘도 없었는지 스미스 국장이 부른 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일단 증거가 없다 뿐이지 그 일이 가능한 건 대한민국뿐이네.”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스미스 국장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증거가 문제 아니겠습니까.”

“맞아. 그나마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게 그 마계의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능력도 모르면서 그들을 이유를 들 수 없습니다. 연기나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재주가 있으면 모를까.”

“손에서 불도 쏘고 번개도 쏘는 이들이네.”

“압니다. 그래서 의심이 갈 수밖에 없지만…….”

스미스 국장이 말끝을 흐리자 레너드 대통령이 서류를 구기며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돌고 돌아 다시 처음 이군. 이게 무슨 다람쥐 쳇바퀴도 아니고.”

한숨을 내쉰 레너드 대통령이 한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탑의 상황은 어떤가.”

미 참모총장이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진땀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다행히 멧 장군이 주축이 된 소환자와 강림자 부대가 일선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에덤 소장 역시 뒤를 잘 받치고 있습니다.”

“탄환 수급은?”

“다행히 이전에 제압한 마물의 숫자가 충분해서 아직은 모자람이 없습니다. 또, 전투 중에도 사체를 최대한 수거하는 작전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예, 다른 지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닥터 구와 연락이 닿는 연구원들의 말로는 탑을 재가동하면서 기존 침식지대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럼 계속 소멸해 갈 것이라는 건가?”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참모총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침식 농도가 낮아지거나 너비가 줄 것이라 합니다. 혹은 일부 지역의 소멸도 가능하고 말입니다.”

“왜 이런 걸 연구원들을 통해 전달 받아야 하나. 제대로 된 보고서 없이!”

“그, 그게 닥터 구가 그나마 잠시 짬이 될 때 친하게 지냈던 연구진들이 전화해서 얻어낸 정보들이 전부인 상황입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인 정보 교류는 어려울 것이라 했다. 정보 자체가 다 귀중하기 때문에 말이다.

다만 구은태 박사 개인 판단에 필요한 부분은 알아서 공유하도록 허가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되니 그건 허가가 아니었다.

차라리 대한민국 정부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좀 구슬러 볼 수는 없겠는가.”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참모총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실 들어오기 전에 제가 직접 닥터 구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무어라 하는가.”

“하, 한국말이라서. 캐새키들이랑 마라네? 뭐 이런 소리를 하더니 끊어서.”

참모총장의 말에 한국말을 익혀서 알고 있던 스미스 국장이 고개를 숙였다.

“무슨 뜻인가.”

“아셔야겠습니까?”

“욕인가?”

“예. 강아지들이랑은 말 안 한다는 말입니다.”

스미스 국장의 말에 레너드 대통령이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욕치고는 꽤 귀엽군.”

“…….”

스미스 국장의 번역 능력으로는 개새끼와 강아지의 구분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그리고 스미스 국장이 생각하기에 이정도면 꽤 심플한 욕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스미스 국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이건 넘어가는 것이 맞는 듯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스미스 국장의 말에 레너드 대통령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스미스 국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말 그대롭니다.”

“자세히 말해 보겠나.”

“힘으로 상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리고 정보를 쥐고 있는 건 대한민국입니다. 차라리 모른 척 하고 좋은 것 좀 나눠달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그건 무슨…….”

“이미 우리는 승전가를 불러야 할 영웅들이 비행기가 도착하기도 전에 욕을 먹도록 만들었습니다.”

“그건 무슨 말인가.”

“버튼 보좌관이 손을 썼더군요.”

스미스 국장의 말에 레너드 대통령이 이를 빠득 갈며 중얼거렸다.

“Fire……를 소총을 들고 했어야 했어.”

레너드 대통령의 중얼거림에 다들 얼굴을 굳혔다.

지금까지 함께하며 그의 얼굴에 이토록 많은 살기가 넘쳐흐르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건데 그게 통하겠나?”

“물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지원해야지 않겠습니까?”

“원하는 것? 그게 있나?”

스미스 국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Blood.”

“피? 피라고?”

레너드 대통령이 확인하듯 던진 질문에 스미스 국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버튼 보좌관의 해임은 아주 떠들썩하게 알려야 하고 말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