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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51화 (151/305)

제151화 피를 부르는 소리

사라진 마나석을 찾아 달리던 일행들은 지나가던 연구소 직원들의 제보를 받아 전창걸 대표의 방으로 달렸다.

그때 방안에서 처절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장구우우운!

“여, 여기가 맞나 보다!”

서준모 경위는 판단과 동시에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방문을 열었다.

“커억!”

“…….”

방문을 연 서 경위는 그대로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 아래에는 방문을 향해 한 팔을 허우적거리며 쓰러져 있던 전대표가 있었다.

뒤이어 도착한 고빈이 놀란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아, 암바?”

“아…….”

전 대표의 나머지 한 팔은 송가인 작가의 암바기술에 걸려 있었다. 낭패한 표정으로 도착한 일행들을 바라보는 가인의 뒤에서 뭔가 결심을 한 듯한 세인의 모습이 보였다.

젓가락을 들고 콘센트에 집어넣으려는 모습이었다.

“나라도!”

“잡아!”

순간 터져 나온 외침에 서 경위와 광호 그리고 빈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상대가 여자 아이돌이라는 건 상관없다는 듯 마치 범인을 덮치듯 붙잡았다.

“잡았!”

파치지지직!

고기탄내가 방안을 휩쓸었다.

“죽을 수도 있어요. 장난치는 겁니까?”

“…….”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렇게 무모합니까? 연구소에서 그런 거 안 해 봤을 거 같습니까?”

강문호 중령이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세인의 고개는 아래로 아래로 숙여졌다.

상황에 따라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는 행동이었으니 강 중령의 음성에는 날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는 질타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아, 이런 참…….”

꾸짖고 있던 강 중령이 혀를 찼다. 세인의 허벅지 위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보, 보고 싶어서…….”

떨리며 흘러나온 음성에 강 중령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세인을 송 작가가 감싸 안았고, 제이와 레이니가 달려와 부둥켜안았다.

“바보냐! 그렇다고 초딩도 안 할 짓을 왜해!”

“우와앙! 언니 다 잊었다고 했잖아! 괜찮다며!”

갑자기 울음바다가 되어 버리자 강 중령은 마치 자신이 악당이라도 된 듯한 느낌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강 중령에게 서 경위가 다가가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했다.

“모르겠지만, 이해하십시오. 인연이 뼈 속까지 깊어서 그럽니다. 나도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지만.”

서 경위의 말에 강 중령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일단 혼자 두는 건 안 될 거 같습니다. 멤버들에게 함께 있으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예. 그건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이승배가 나서서 자처하자 강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을지부루가 그녀들의 앞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뭐가 기래 둏습네까?”

부루의 질문에 눈물 콧물로 엉망이 된 세인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다요! 흐이이잉!”

“일 났구만 기래.”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세인을 보며 부루는 혀를 내찼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듯 말을 이었다.

“보고 싶은 건 나도 똑같습네다.”

울음을 이어가던 그녀가 손수건으로 눈물 콧물을 닦으며 부루를 바라보았다.

“고저 어릴 때부터 항상 붙어 다녔으니, 보고싶디 않으면 구라 아니갔습네까?”

부루의 말에 가인도 그를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이야기가 궁금하디 않습네까?”

그녀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앞에 퍼질러 앉은 부루의 입에서 마치 옛 이야 기를 해주는 할애비 마냥 잔잔한 내용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세인과 송가은 작가의 마나석 탈취사건 덕에 위기를 넘긴 고빈은 을지부루가 그쪽에 붙어 있는 사이 되돌아온 일행들과 함께 자신을 위기에 빠지게 만든 요물을 살피고 있었다.

물론 마족마법사인 헤게루이안도 함께였다. 아무래도 그가 있는 것이 살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까 해서였다.

-재미있는 물건입니다. 원소를 다루는 마법과 같은 건 어느 세 상이냐에 따라 그 체계가 다르긴 하지만…….

물건을 자세히 살피던 헤게루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체네에 축적한 마력을 활용해서 만든 물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 알 것 같소?”

구은태 박사의 질문에 헤게루이안이 조금 더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작동하는 것을 보았을 때 생각했던 것과 같이 가진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을 쓰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제약이 있을 듯합니다.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쪽에 있던 서준모 경위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 제약에 모자란 사람은 못 씁니까?”

-뭐 일종의 마중물이라 할 만한 힘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냥 힘만 빨리고 말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연료만 강탈당한다는 말이었다.

“헛힘만 쓴다는 거 같은데요?”

옆에 있던 빈의 말에 서 경위가 입맛을 다셨다.

-뭐 아마 생명력까지 쭉 빨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자세한 건 좀 시험해 봐야겠지만 말입니다. 이참에 몇 갈아 넣으면 아마 충분한 자료가 쌓일 듯합니다.

헤게루이안의 말에 탐을 내던 서 경위는 물론이고 이걸 입고 날뛰었던 빈까지 얼굴이 헤쓱해졌다.

“그, 그럼 나도 죽을 뻔한?”

빈의 말에 헤게루이안이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환자와 별의 파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어,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듯합니다. 다만 그 경우에는 별의 파편, 즉 강림자의 힘에 기생하게 되지만 말입니다.

“보통 소환자의 힘을 받아서 소환물이 활동하는게 정상 아니냐? 판타지 같은거 보면.”

서 경위의 말에 빈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했다.

“뭐, 그렇죠? 게임에서 펫도 그렇고.”

그때 그들의 대화를 듣던 구 박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빈이 네가 펫인 거구나?”

“…….”

“나도 린저씨라 알 건 알지.”

구 박사의 대답에 빈의 얼굴이 죽상이 되었다.

졸지에 소환자가 아닌 강림자의 팻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정도 에너지를 확장할 수 있는 병기가 있다면 상당히 강력할 텐데…….

실험을 해봐야겠지만, 이걸 운용할 정도라면 일반적인 마물 가지고는 답도 안 나올 듯했다.

마법저항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물리적인 부분만 봐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거.”

빈의 탐욕에 물든 눈을 본 강문호 중령이 고개를 저었다.

“안돼. 미국에 이거 우리가 가져갔다고 인증할 일 있어?”

병기로써 활용가치가 높다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미국이 한 짓이야 얄밉다지만, 어찌 되었든 몰래 강탈해 온 건 이쪽이니까.

“하긴.”

빈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외형이 문제라면야…….

아쉬워하던 빈을 본 헤게루이안이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그러자 빈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방법 있어요?”

-자체를 어떻게 수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다른 마도구를 활용해서 달리 보이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헤게루이안의 말에 빈의 눈이 번쩍 떠졌다.

“부탁해요! 마법사님!”

-작은 군주의 명이시라면…….

“부루 아저씨께는 아저씨의 개고생을 우람하게 포장해드릴께.”

빈의 보답에 헤게루이안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명을 받드옵니다.

그 모습을 본 구 박사가 혀를 찼다.

“방금 뭔가 출세에 눈이 먼 인간…… 아니 마족을 본 느낌이.”

“멀면 어떱니까. 당연한 거지. 그런데 그 뭐시냐 이런 비슷한 거는 못 만듭니까?”

서 경위가 입맛을 다시며 넌지시 묻자 헤게루이안이 대답했다.

-저 정도까지 물건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은 합니다. 상위 마족들도 어느 정도는 마갑을 쓰니까요.

순간 서 경위의 눈이 번쩍 띄였다.

“오오오! 만들어 주쇼!”

-그걸 사용하는 이와 같은 종의 피 천여명분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천인공노할 준비물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

-만들어 드립니까?

그가 던진 질문에 서 경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우리나라 사형수가 몇 명이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 박사의 주먹이 그의 턱을 강타했다.

퍽!

“컥!”

“우라질 민중의 지팽이라는 노무세퀴가! 뭔 인권을 개똥으로!”

“주, 죽지만 않을 만큼 피를 뽑으면 되잖습니까!”

“무슨 양계장에서 계란 뽑느냐!”

구 박사가 버럭 소리를 지를 때 빈이 소울아머를 품에 안고 히죽 대다가 왜 싸우냐는 듯 몇 마디 툭 던졌다.

“뭔, 사형수까지 나와요. 차라리 헌혈원을 털겠네.”

“…….”

그 말에 다들 빈을 바라보았다.

“응? 뭐에요 그 시선.”

“처, 천잰데?”

“정말 헌혈원 터시게요?”

빈의 질문에 여태 말도 없이 구경만 하던 김창진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뭐든 해야지.”

의욕이 철철 넘쳤다.

그때 문득 자신이 품에 안고 있던 소울아머를 보던 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조용하네요? 이거 없어지면 제일 먼저 우릴 의심할 건데. 아직 모르나?”

빈의 의문에 다들 멈칫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글쎄. 청와대쪽도 조용한 걸 보니 모르나?”

“미리 대처하라고 말은 해놨는데 아직 조용합니다. 모르진 않을 건데.”

“뭐지?”

다들 갑자기 의문에 빠져들었다.

* * *

“변화가 있다는 것은 한 발 나아갔다는 거야!”

“에너지 반응 있습니다!”

“이게 다시 원래의 갑옷으로 변한다면 우린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어!”

미국의 연구진들은 금속판을 두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때 창백한 얼굴로 한 연구원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게, 게이트 석이!”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연구원의 표정을 보고 뭔가 사고가 터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달려온 다른 곳의 연구원들의 눈에 사방에 주저앉아 이마를 감싸거나 허망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

“대체 무슨 일이야! 게이트 석이 증발이라도 했다는 거야?”

놀란 연구실 총책임자가 실험대로 향했다.

“이, 이거 분화한 건가!”

실험대 위에는 옥수수 알갱이 같은 보석 비슷한 것이 박힌 작은 돌멩이와 같은 것이 대여섯개가 더 있었다.

“그거……. 이번에 소멸한 침식 지대에서 마물을 소탕하는 중에 나온 겁니다.”

“그럼! 서울에서 발견된 게이트 석이 마물들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

연구실 총 책임자의 말에 주저앉아 있던 한 연구원이 피식하고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저건…… 꽤 많습니다.”

“많아?”

“마물 똥이거든요.”

“뭐?”

“똥이란 말입니다! 갓 뗌!”

연구원의 외침에 연구실 총책임자가 흐느적거리며 주저앉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똥이란 단어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 * *

중국의 서기장 시위첸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피? 얼마 전 침식균열 사건 때문인가? 아니지 이정도면 수혈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인구의 몸에 피를 새로 채워 넣어도 되겠군.”

“그런 용도는 아닌 듯합니다……. 기간이 다 되어가서 폐기를 해야 할 것만을 요청했으니까요.”

“왜?”

“그건 알 수 없습니다만……. 민간 쪽에서 흘러들어온 첩보라. 그래서 지금 멀쩡한 피까지 뽑아 파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서기장 시위첸이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대한민국에 흡혈귀라도 사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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