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35화 (135/305)

제135화 많이 맞을수록 번다

* * *

-이제 새로운 군주라고 불러야겠군.

사자의 대공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가 웃으며 던진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대군주시여. 승전을 감축드리옵나이다.

-승리는 언제나 꿀 같은 법이지.

마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이제는 마계의 일곱 군주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하나는 그들이 침공하는 세상으로 군주의 권능이 넘어갔다. 그렇게 남은 군주의 자리는 이제 여섯 개.

하지만 그중 하나는 회유와 교언의 마족이었던 마켈그로이언이 쟁취했다.

그리고, 사자의 군주 다음으로 가장 강하다고 알려졌던 마룡의 군주인 칼베니어 드리브 칸 오르페우스의 권능은 기오르그의 소유가 되었다.

군주의 숫자는 다섯으로 줄었고, 거기에 최강이라 불리던 기오르그에게는 두 군주의 권능을 소유했다.

그리고 지금.

최약체라 불리던 또 하나의 군주가 기오르그의 발 아래에 부서져 내렸다.

남은 것은 둘.

맹약이 끼어졌으니 남은 둘이 힘을 합쳐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미리 손을 쓰며 최약체 중 하나지만, 군주라 불리던 존재를 지움으로써 세 개의 권능을 한 몸에 받은 기오르그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그동안 수천년간 이루어지지 않던 마계일통의 업적을 사자의 군주라 불리던 기오르그가 세운 것이다.

이 때를 위해 침식균열의 실패를 이용한 것이다.

-보상은 둘에게 해야겠군.

-둘이라 하심은?

둘이라는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야수의 군주야 말로 최고의 공을 세운 것 아닌가?

기오르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음을 머금었다.

-그렇군요. 제 수족들을 가져가기는 했지만, 이렇게 군주 위를 선물했으니, 앞으로 잘 지내봐야겠습니다.

마켈그로이언이 기오르그의 말에 보조를 맞추며 웃음을 지었다.

그 말대로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을지부루가 맞았다.

-그나저나 탑까지 세워진 전진기지가 무너졌으니 다른 곳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켈그로이언이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에 기오르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래야지. 그러기 위해 딱 좋은 위치가 있더군.

기오르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기존 군주들이 점령했던 지역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쪽은 너무 돌아가는 길이라.

기오르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허나 야수의 군주가 있는 땅의 방비는 꽤나 단단하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만.

이들의 힘으로야 무얼 못 하겠느냐만, 제대로 된 탑을 세우지 못한다면 이들의 전력을 제대로 투사하지 못한다.

-마침 적당한 위치가 있더군. 그곳과 가까운 적당한 곳이.

기오르그의 미소가 짙어졌다.

* * *

와아아아!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에 여포 봉선이 자신의 창을 들어올렸다.

그 곁에 있던 장웨이가 손을 들어올리며 환호성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드디어…….”

중국은 한국 다음으로 침식지에 나타난 균열을 처리하게 되었다. 미국과 같이 한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말이다.

이 쾌거에 중국의 모든 소환자와 강림자들이 환호를 터트리는 가운데 각 지역에서 날아온 방송 카메라들이 이 역사적인 장면을 화면에 담고 있었다.

그때였다.

기자들의 뒤쪽에서 웅성임이 시작되었다.

“미국 쪽이 탑을 정복했다고 합니다!”

미국 쪽 소식이 들려오자 장웨이는 약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한발 쫓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더 나아갔다.

“을지장군인가?”

“예! 단독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들려온 속보에 장웨이는 속으로 탄식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이 얼마나 괴물인지는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봐서 알았다.

그러나 소식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데 유럽 쪽과 아프리카 쪽에 침식균열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쪽은 이미 파탄이 날 대로 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유럽 쪽은 달랐다.

나름 안정적으로 방어하던 곳 중 하나가 유럽이었다.

강림자들 중에서는 기사들이나 고대 로마의 장수들이 있어 꽤나 탄탄한 전력이 있었다.

또, 유럽연합이라는 구성 자체가 나름 이럴 때에 도움이 컸다.

서로 유기적으로 막아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안 좋은 소식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인도 쪽에서도 다시…….”

사방에서 새로운 소식들이 연달아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기자들의 어수산한 모습을 보며 장웨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한 발을 내딛었는데 무언가 숨 돌릴 시간을 주지 않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 * *

“빌어먹을.”

대원길드의 오기원은 서늘한 기운에 몸을 감싸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지금 북쪽으로 올라와 있었다.

대원그룹의 일이 잘 안 풀렸던 것도 있었고, 또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회장의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몸을 사리는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이 알려진다 해도 얼마든지 몸을 뺄 수는 있었다.

막말로 그가 때려죽인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이후의 전투에서 신컨길드와 전신길드등에 밀리고 나서부터는 대원길드에 호의적이던 매체들이 조금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하다가는 계속 그들의 공이 가려질 가능성이 컸다.

아직까지도 그들의 규모가 가장 크지만, 이미 관심도나 고급전력의 경우는 많이 따라잡힌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북쪽을 선택한 것이다.

아직 이쪽의 인프라가 많이 낮기는 하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험지를 스스로 선택해서 왔다는 포장도 할 수 있고, 이곳에서 올린 전공은 오로지 대원길드의 것으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이곳에 주둔중인 길드들을 돈으로 회유하여 산하 길드처럼 만들었다.

그야말로 북쪽지역은 대원길드의 영향아래라 볼 수 있었다.

원래라면 이짓을 남쪽에서 했어야 했지만, 상황이 이렇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길이었다.

그때였다.

“요즘 접경지역쪽의 침식지의 색이 많이 짙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원 길드 소속 연구소장의 말에 기원이 얼굴을 구겼다.

“균열조짐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침식균열이 없이 변화가 있다는 것이 좀…….”

그의 말에 기원이 입을 다물었다. 이상 징후이기는 한데 딱히 뭔가 언급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지켜보지.”

“예? 공조를 요청하는 게…….”

“균열 조짐이 있나?”

“그건 아닙니다.”

“그러면 놔두라는 말이야.”

기원의 말에 거칠어졌다. 이곳에 와서 그를 제어할 만한 이들이 없어져서인지 그의 말투는 꽤나 거칠어져 있었다.

그의 거친 명령에 연구소장은 허옇게 센 머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가 나가고 비서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근 각지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구 박사가 당분간은 안전할 거라며?”

“예? 그야…….”

침식균열을 막아냈다는 것은 상대방의 예봉을 꺾었다는 의미다. 그건 투항을 해온 마수의 군주 휘하 마족 중 하나에게 들은 이야기다.

차원침공에는 법칙이 있다는 것.

침식지를 꾸준하게 넓힐수록 더 많은 힘을 투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법칙의 중요한 골자였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침식균열은 연달아 실패를 했다.

조금 넓히다가 만 것뿐만 아니라 사령관급 마족까지 소모되었다는 사실.

심지어 군주 급의 마족까지 이곳에서 잡혔기에 마계 쪽은 더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들었다.

재침을 시도하기에는 그동안의 실패로 인해 모은 힘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모만 해 나갔기에 시일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덕에 대한민국의 땅값은 하늘모를 정도로 치솟았고, 해외에서 넘어오는 외국인들로 공항이 북적일 정도였다.

그런 사실이 안 밝혀졌다면 을지부루등이 처음부터 미국까지 날아가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미국쪽등 다른 여타 지역의 침식이 심각해지면 이쪽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밝혀진 것도 이유 중 하나였고 말이다.

그게 아니라도 지금의 세상은 어느 한 나라가 재채기를 하면 전부가 앓아버리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특히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많은 나라일수록 그 영향력이 강했다.

그래서 그들이 넘어갔고, 그들이 승승장구하는 사실들로 인해 대원그룹의 일이 적당히 묻힌 것도 기원에게는 다행이었다.

“뭐라도 벌어지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기원의 중얼거림에 비서관이 놀란 눈을 했다.

“예?”

“뭐라도 한 건 해야 이미지를 좀 회복하지 않겠나?”

기원의 말에 비서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일리있는 말이었다.

과는 공으로 매우는 법이니까.

“일단 지켜보고. 만일을 대비해서 해당 침식지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라고 하면 돼. 오히려 뭔가 수상하다 싶으면 이쪽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서 막으면 그만이야. 알면 못 막을 거 같아?”

기원의 말에 비서관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알아도 막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미리 대비한다면 방어 가능성은 컸다.

오히려 최근들어 소환자들의 숫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족족 기원은 대원길드 혹은 산하길드로 그들을 들이고 있었다.

그 덕에 막대한 자본이 뽑혀나가고 있었지만, 반전을 위해선 필요한 투자였다.

“그럼 그렇게 알고 나가.”

기원의 축객령에 비서관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비웠다.

“젠장. 내가 한방이나 노리는 멍청이가 될 줄이야.”

지금의 상황에 한탄만 깊어지는 기원이었다.

* * *

“어우. 유럽 쪽도 꽤 하네?”

“다행이지.”

조금 한가해진 덕에 자주 만남을 가지게 된 신컨길드장 구도원과 전신길드장 임병화는 이전과 달리 꽤 편한 얼굴로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침식지를 방어하는 것 같은데.”

병화의 중얼거림에 도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사방에서 일시에 침식균열이 벌어진 것 치고는 나오는 것들이 수준이 별로라긴 하더라고. 지휘관급도 적고.”

“이상하지 않아?”

병화의 질문에 도원이 인상을 팍 구겼다.

“아재. 그렇게 말하지 마. 왠지 불안하잖아.”

도원의 말에 병화가 인상을 확 구기며 대답했다.

“그놈의 아재좀 하지 말지? 차라리 형이라고 하던가.”

“어허! 같은 길드장끼리!”

“에이 주작새끼!”

“아 쫌!”

도원의 역린을 건드리자 그가 버럭 소릴 내질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최근에는 그냥 덤덤해졌다.

중요한 건 지금의 전쟁이었으니까.

“최근에 소환자들이 많아졌던데.”

“용산이 미어터지더군.”

“대원길드에서 만들었던 게 꽤나 쏠쏠한 듯.”

“뭐, 훈련용으로 딱 알맞긴 하지.”

소환징집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Bj비니의 덕이긴 했지만. 물론 그 덕에 개처럼 맞는 학대영상들이 많이 떠돌긴 했다.

나름 훈련 브이로그를 찍는다고 허락하에 장비를 챙겨간 소환자들의 결과물들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가학물이 되어버렸다.

요즘 오죽하면 후원한다는 말 대신 치료비 보태준다는 말로 돈을 쏴주는 이들이 많아졌을까.

“많이 맞으면 많이 버는 세상. 군대가 참.”

병화가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 훈련소에서 브이로그라니…….”

도원도 그의 말에 공감하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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