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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34화 (134/305)

제134화 이들의 선택은?

콰콰콰쾅!

무너지는 장벽을 바라보던 군인들이 먼지구름을 넘어 달려드는 마물들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중화기와 소총탄 가릴 것 없이 모든 화력을 쏟아 부었다.

그 와중에 소수지만 신무기를 지급받은 이들도 의심 반, 믿음 반으로 함께 사격을 시작했다.

“What?”

그때였다.

방금 쏜 석궁을 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에 상관으로 보이는 이가 윽박질렀다.

“지금 뭐하는 거야! 빨리…….”

“방금 못 봤습니까?”

“멍청하게 무기 구경하는 놈을 봤지.”

하지만 욕설을 들은 군인은 재빠르게 석궁에 화살을 재었다. 그리고는 조준경에 눈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잘 보십시오. 이거 물건입니다.”

“뭐?”

그때 방아쇠가 당겨지며 짧은 석궁용 화살이 날았다.

피피핏! 피핏!

소화기 총탄들을 온몸으로 퉁겨 내며 다가오던 중형 마물의 머리통이 뒤로 휙 하고 재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다시 앞으로 되돌렸을 때에는 이마에 뭔가가 매달려 있었다.

“Oh shit…….”

조금전 버럭 소리를 질렀던 상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중형 마물을 바라보았다.

머리통에 화살을 매달고 비척거리던 그 마물의 몸에 갑자기 구멍이 숭숭 나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끝내줘!”

그때 누군가의 함성에 석궁을 쓰던 군인은 물론이고 놀란 눈을 하던 상관 역시 고개를 돌렸다.

“저런 장난감이 통한단 말이야?”

장난감이라 폄하하던 압축공기를 활용하는 소총이었다.

물론 그 위력은 소총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개조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것들이 지금 제대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이쪽으로 달려오던 마물들이 왠지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그 분위기를 알아챈 것은 방금 전까지 화기가 달궈질 때까지 쏘아내던 군인들이었다.

그때 귀청을 흔드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끄워어어어어엉!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뒤쪽으로 후퇴를 했던 에덤 소장이 임시로 세워져 있던 지휘탑에 올라 단안경으로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꼭 서로 싸우는 것 같지 않습니까?”

“맞아. 마치 서로 견제하는 것처럼……. 빌어먹을 저 덩치는 식사도 안 하고 왔나? 옆에 있던 작은 놈을 그대로 잡아먹고 있어!”

렌즈에 확대되어 비춰진 대형마물의 식사장면에 에덤 소장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희망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저, 저기 탑을 보십시오!”

“응?”

“마치 전원이 꺼진 것처럼…….”

은은하게 보랏빛이 감돌던 탑의 표면이 마치 무채색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혹시 조금 전 울렸던 그 괴성 소리가?”

“제너럴 을지가 성공한 겁니까?”

“맞아! 그럴 수도 있겠군!”

에덤 소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치 전기에라도 감전된 것마냥 바르르 떠는 카르탈마니어를 바라보던 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신공격을 하시니까 열 받아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기거이 말 몇 마디에 바르르 떤다는 거이 말이…….”

“되죠. 촌철살인이라고. 악플에도 무너지는 사람들도 많은데.”

빈의 말에 부루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옆에 있던 유화가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응?”

그제야 주변을 돌아본 그들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고나 할까?

나름 지휘를 하던 마족들은 하나같이 뭔가 충격이라도 받은 듯 비틀거렸다.

심지어 마물들은 주변의 마족병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고 으르렁거리며 위협하거나 실제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탑의 때깔도 변하는데요?”

빈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탑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부루가 고개를 돌려 바닥에 구르던 것을 보았다.

아까 본의 아니게 떼 낸 것이다.

“저거이 약점이었던 거구만.”

“…….”

부루의 중얼거림에 빈과 유화 등이 그가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빈은 부루의 말이 말 같지 않았지만, 이게 또 상황이 이러다 보니 왠지 묘한 설득력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어, 어찌하여!

그때 바르르 떨던 카르탈마니어가 겨우 몸을 일으키며 당황한 얼굴을 했다.

-권능이 사라지다니. 대체 군주께 무슨 일이…….

카르탈마니어의 말에 부루가 질문을 던졌다.

“저거이 권능의 원천이었던 거간?”

-…….

부루가 가리킨 것을 보며 카르탈마니어는 잠시 침묵했다.

분명 방금의 충격은 충성을 맹세했던 군주의 권능이 끊어지는 충격이었다.

고위 마족일수록 그 반발이 크게 나타난다.

단순하게 다른 차원이기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마치 영혼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충격과 같은 일이었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 상대방이 뭔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거이 권능의 원천이었던 거간?”

-…….

권능의 원천이라기보단, 떨어져 나간 번식의 원천이 보였다.

-크윽!

갑자기 울컥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주변을 돌아보자 자신의 생각이 맞는 듯 마물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일부 마물들은 눈앞에 있는 마수의 군주의 눈치를 슬슬 살피기 시작했다.

아직 군주의 권능에 대해 잘 모르는 마수의 군주였지만, 군주는 군주.

마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탑의 연결고리도 끊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퇴각로마저 끊어진 상황이다.

탑의 원천적인 힘은 군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권능이 사라졌으니 탑의 기능도 정지한 것이라 봐야 했다.

[안쪽의 상황은 어떠하느냐.]

메시지 마법을 날리자 안쪽에서 답변이 들려왔다.

[남은 마물이 많지는 않아, 수습이 거의 다 되어 가고는 있습니다만…… 군주께서…….]

안쪽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대답하기 싫은 기야? 뭐 이해는 하갔어. 내래 묻을 때는 함께 붙여서 묻어 주디.”

자신의 무릎밖에 오지 않는 키였지만, 그 강력함은 이미 겪었다. 권능을 전달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린 그였다.

권능이 사라진 지금 얼마나 대항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되었다.

-큭. 여기까지로군.

카르탈마니어는 가슴을 폈다. 더는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당당해지기로 했다.

다시 창을 소환했다.

그 모습을 본 마수의 군주가 어깨에 둘러매고 있던 대부를 다시 앞으로 겨누었다.

만전의 태세.

카르탈마니어가 그런 마수의 군주를 향해 크게 한발을 내딛었다.

쿠우웅!

카르탈마니어의 거체가 움직이는 순간 지축이 흔들려왔다.

동시에 부루는 그를 향해 뛰어 나갈 채비를 갖췄다.

“……응?”

한쪽 무릎을 꿇은 카르탈마니어가 크게 외쳐 왔다.

-마룡의 일족 카르탈마니어가 새로운 군주를 영접하옵나이다!

“으응?”

부루는 멍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카르탈마니어를 보며 이대로 머리통을 쪼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수작인 거간? 혹시 저거 떼면 주군으로 삼는 습성이라도 있는 거이간?”

“아 쫌! 그놈의 X알 드립 좀 그만 쳐요!”

그때 참다못한 빈이 버럭 소릴 내질렀다.

“무슨 인디언 기우제에요? 사람 웃을 때까지 사골처럼 농담 우리게!”

그 옆에 있던 유화가 빈에게 한마디 슬쩍 던졌다.

“농담같지만 저거 진담일걸? 원래 저러신다.”

“끄응.”

빈과 유화의 반응에 부루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부 마족병들은 주변의 마물과 드잡이 질을 하고 있었지만, 카르탈마니어의 주변에 있던 마족들은 그의 뒤를 따라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항복하는 거이간?”

-군주를 잃은 마족에게는 새로운 강자를 군주로 삼을 수 있사옵니다! 이 카르탈마니어! 새로운 군주를 영접하려 하오니…….

“항복이디?”

-여, 영접하려 하오니…….

“딴말 말라우.”

-하, 항복 아닙니다! 새로운 군주를 영접하는 영광스러운…… 아! 권능을 내려주시면 날뛰는 마물들을 진정시킬 수 있사오며, 앞으로의 전쟁에 앞장서서 항상…….

“아저씨! 화살받이 한다잖아요! 받아줘요!”

-화살받이가 될 것을 맹세…… 끄응.

순간 말이 꼬인 카르탈마니어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을 꼬이게 만든 이는 새로이 구원의 손길을 내려주었다.

“빨리요! 마지막 방벽 무너졌다고요!”

그제야 뒤쪽의 상황을 알아챈 부루가 대답했다.

“내래 받아주갔어!”

그의 대답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은은한 보랏빛 광구가 무수히 솟아나며 카르탈마니어와 무릎을 꿇은 마족들을 향해 날아갔다.

-되, 되었다!

자신의 충성맹세가 받아들여지자 카르탈마니어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내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새로운 군주를 영접하라! 날뛰는 마물들을 무릎 꿇려라!

카르탈마니어의 외침에 마족병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을 중심으로 마물들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카르탈마니어의 귓가로 마법메시지가 들려왔다.

[지, 지금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놀란 음성.

그에 카르탈마니어가 대답을 보내었다.

[복수를 위한 선택이다. 분명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비록 새로운 군주를 모셨지만, 복수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냥 살려고 하신 건…….]

들려오는 메시지에 얼굴을 확 구긴 카르탈마니어가 외쳤다.

-명을 내려주시면 탑 안의 배덕자들을 모조리…….

[가, 같이 사시지요?]

순간 들려온 다급한 메시지에 카르탈마니어가 화답했다.

-……군주의 충성스러운 병사들로 만들어 오겠나이다!

“기, 기러라우.”

부루의 허락이 떨어지자 보무도 당당하게 카르탈마니어가 탑으로 걸음을 옮겨나갔다.

순간 전투가 끝이 났다.

드잡이질을 하던 멧 중장은 멍한 얼굴로 부루와 그 일행들을 바라보다가 환한 얼굴로 외쳤다.

“이겼다!”

“와아아아!”

그들의 함성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멍하니 있던 에덤 소장이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마물들이 물러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린 명령이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방금 단안경으로 본 광경은 상대방의 사령관이 부루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주변의 모든 마족병들도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당연한 판 단이었다.

그와 동시에 마물들이 갑자기 잠잠해지며 뒤로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마족병들이 돌아다니며 정돈을 시키기 시작하는 모습도 보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을 들으며 에덤 소장이 털썩 주저앉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푸흐흐. 이걸, 이겼다고?”

뭔가 허탈한 느낌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번 전투는 다시 승리를 거두었으니까.

* * *

“지금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 거지?”

“제너럴 을지가 성공했습니다!”

순간 백악관에서 화면을 보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던 국무위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승리의 함성이었다.

대통령인 닉 레너드도 그제야 승리를 확인하곤 의자에 몸을 묻었다.

“하아.”

긴장의 끈이 끊어지며 맥이 탁 풀린 것이다.

“일단은 막아낸 것이군.”

그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렇게 환호성이 터지는 가운데 전투는 끝이 났다.

* * *

고빈이 카르탈마니어에게 다가갔다. 탑의 안쪽에 있던 남은 마족들도 충성의 맹세를 하고 난 뒤였다.

“이거 혹시…….”

-음.

왠지 얄미운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내민 것을 본 순간 카르탈마니어는 눈물이 핑 돌았다.

“혹시 몰라서. 거 보니까 잘린 상처도 막 아물고 그러기에…….”

-고, 고맙다. 인간.

카르탈마니어는 소중한 생명의 원천을 받아들며 얼떨떨한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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