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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33화 (133/305)

제133화 받아들여라 이게 현실이다.

웃음을 흘리고 있던 에쉬발트를 향해 마켈그로이언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다 망해 가는 군주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다 망해 가는 군주지만 네놈 따위에게 이런 꼴을 당할 줄은 나도 몰랐지.

-그럼. 절망의 군주여.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마켈그로이언의 배려에 에쉬발트가 웃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마신의 가호가 새로운 군주에게 내리길.

에쉬발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웃으며 대답했다.

-고맙구려, 절망의 군주여.

화답과 함께 마켈그로이언이 에쉬발트의 머리 위에 놓인 발에 힘을 주었다.

콰직!

파열음과 함께 보랏빛 기운이 소용돌이처럼 마켈그로이언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크하하하하하!

그 기운에 취한 마켈그로이언의 광소가 보랏빛 대지 위로 퍼져 나갔다.

* * *

사자의 대공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가 웃으며 물었다.

-과연 마룡이라는 건가?

-칭찬에 고맙다고 해야 하나?

말을 건네는 기오르그의 상태는 그리 좋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답변하는 마룡의 군주 칼베니어 드리브 칸 오르페우스의 상황이 그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만신창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자체도 놀라운 상황이었다.

마계에서 최강의 군주라 불리는 기오르그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마룡 특유의 재생능력 덕에 조금이지만 그보다 나은 상황이었다.

그건 바로 탑의 영향이었다.

비록 서둘러 세운 탑이지만, 그 탑에게서 그쪽 세상의 힘이 그에게로 일부 전달되어져 왔던 것이다.

그것이 그들 간의 간극을 메웠던 것이다. 마계의 군주들이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세상을 약탈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한 것.

가장 먼저 탑을 세운 오르페우스였기에 간극을 메울 만한 힘을 전달받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 잠시 힘의 흐름이 끊어졌지만 말이다.

한편 주변의 언데드를 만들 만한 재료들이 있기는 했지만 기오르그는 그들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그들을 세우는 것 역시 마력의 낭비를 불러오기 때문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천천히 몸을 회복시키며 틈을 살폈다.

‘빌어먹을. 한 방이 문제군.’

상황은 그가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한 방 한 방의 파괴력이 달랐다. 기오르그가 언데드를 더 이상 만들이 않는 이유가 마력의 낭비를 막기 위함이었다.

만들수록 마력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언데드가 하나둘씩 저절로 쓰러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오르그에게 마력을 전달해 주었던 것이다.

신체의 피해는 기오르그가 더 큰 상황이었지만, 반대로 마력의 소모는 오르페우스가 더한 상황이었다.

-역시 탐나는 신체야.

기오르그가 웃으며 말을 하자 오르페우스가 살기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네놈의 모가지를 잡아 뽑아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하군.

-짐승이라 그런지 힘은 남아도는구나. 하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기오르그의 질문에 오르페우스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내겐 아직 쓰지 않은 권능이 남아 있지.

용의 권능.

그건 바로 브레스였다.

-누굴 바보로 아는 건가? 하루 세 번의 브레스. 그걸 내가 모를까?

그 권능을 소모시키기 위해 기오르그가 꽤나 애를 썼다.

그의 브레스를 소모시키기 위해 아껴 왔던 본 드래곤을 방패삼았을 정도니까.

그러자 오르페우스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왜 세 번이라 생각하지?

-당연히 네놈들…….

-마룡의 군주인 내가 한 수 정도는 숨겨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나?

-허세인가?

-궁금해?

오르페우스의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기오르그를 응시했다.

그 눈빛을 기오르그는 피하지 않았다.

마치 진위를 살피듯.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기오르그 입장에선 부담이 컸다.

마력 뽑아 막아 낸다면 막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강력한 마룡의 신체적 능력을 상대해야 한다.

확실히 그 부분에 있어서는 기오르그가 딸리기 때문이다.

확실히 드래곤의 권능은 대단하다. 마력과 상관없이 주어진 힘이기에 권능이라고 한다.

그때 기오르그의 입가에 호선이 그어졌다.

갑자기 그의 몸에서 은은한 보랏빛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순간 오르페우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아껴두지 말고 미리 쓰지 그랬나.

점점 보랏빛 기운이 짙어지며 그의 몸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 모습에 오르페우스가 다급하게 입을 쩍 벌렸다.

브레스.

드래곤에게 주어진 그 권능이 기오르그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마치 다급하게 말이다.

콰콰콰콰콰!

작열하는 백광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마기라고는 섞여 있지 않은 순수한 초고열의 열기가 기오르그를 뒤덮었다.

피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뿜어져 나온 브레스는 그를 뒤덮고도 그 뒤의 산 하나를 그대로 녹여 버렸다.

그렇게 쏘아진 브레스.

-크흐흣!

오르페우스가 탈진이라도 한 듯 몸을 비틀거렸다.

사실 쥐어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신력을 바닥까지 긁어 쓴 것이다.

기오르그의 말처럼 빨리 쏘아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한 방을 만들어 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모으며 기다렸던 것이다.

그 덕에 이 강렬한 한 방을 날리고도 오르페우스는 몸을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기오르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사지가 다 녹아 바닥에 상체 일부와 머리통만이 남아 있었다. 마치 다 녹은 아이스크림마냥 말이다.

누가 봐도 기오르그의 최후가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둘의 분위기는 달랐다.

-화끈하구나.

기오르그가 칭찬의 한마디를 건네는 도중에도 보랏빛 기운은 점점 진해졌다.

녹아내린 몸뚱이가 마치 작물이라도 자라듯 천천히 솟구쳐 올랐다. 녹았던 다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늘어붙어 있던 어깨로는 팔이 새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갈라졌던 살이 붙고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돋았다.

-그래. 이거지. 성공했구나, 마켈그로이언.

-마켈그로이언 따위가?

지금의 상황을 모를 오르페우스가 아니었다.

군주에게 종속된 수하가 군주의 위에 오르는 순간 그에게서 힘이 전달되어져 온다.

종속관계는 끊어지지 않으니까.

그 때문에 오르페우스도 그의 군단장에게 마수의 군주를 취하라고 명한 것이고.

가장 좋은 것은 직접 취하는 법이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직 카르탈마니어에게서는 아무런 힘의 전달도 없었다. 반대로 기오르그는 바닥났던 힘이 다시 차오르는 것이 눈에 훤했다.

-말도 안 돼에에에!

오르페우스가 절규하듯 외치자 기오르그가 웃으며 답했다.

-받아들여라. 이게 현실이다.

어느새 다시 몸을 수복한 기오르그가 한손을 펼쳤다. 그러자 뼈로 만든 거대한 도 한 자루가 만들어졌다.

-약속하지. 그대의 몸. 곱게 다루겠다고.

-크아아아아!

기오르그의 말에 오르페우스가 괴성을 내지르며 그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툭!

짧은 파열음과 함께 오르페우스의 눈알이 퍽하고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나타난 것은 바로 기오르그였다.

용혈을 뒤집어쓰고 모습을 드러낸 기오르그가 오르페우스의 머리통 위에 올라서서 양팔을 벌렸다.

-이거지.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오르페우 스에게서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마기가 기오르그를 향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주변에서 끝까지 항전하던 마룡의 일족과 그 휘하 마족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었다.

새로운 군주를 향한 인사였다.

* * *

우우우웅.

탑에서 맹렬하게 돌아가던 마법진들이 하나둘씩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순간 마족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까와 다른 상황이었다. 차원 게이트를 비롯해 마력의 링크가 연결이 되지 않았던 상황과 달랐다.

-히, 힘이?

마룡의 군주에게서 연결되어져 있던 원천이 끊어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힘이 빠진 것이라기보다는 영혼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

-서, 설마 군주께서?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군주의 존재가 무너졌을 때였다.

물론 그 경우 바로 또 다른 군주에게 종속이 된다.

그걸 거부하면 소속이 없는 마족으로 떨어져 나오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선택지조차 없었다.

그저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일반 마족들은 그 탈력감이 적었다.

능력에 비례해서 연결고리의 두터움이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위 마족일수록 그 탈력감이 크다.

그 때문인지 상위 마족들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 이럴 수가!

상위 마족들이 비명과 같은 외침을 토해내는 사이 아래쪽에서는 상황이 기괴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크롸악!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대형 마물이 갑자기 무기를 휘둘러 근처에 있던 마족병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콰작!

급작스러운 상황에 마족병은 뭔가 반항도 하지 못하고 머리통이 부서져 소멸을 면치 못했다.

대형종부터 하나둘씩 마물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의 구속력은 마계군주들에게서 나오는 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계군주의 힘이 끊어지는 순간 마물들이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아챈 마족병들과 지휘부의 마족들이 일제히 남아 있는 마물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형마물들은 눈치를 살피며 날뛰지 않는다는 점뿐이다.

그런 것들은 중고위 마족들의 힘으로도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형종이나 일부 중형종은 오히려 반대로 구속력을 주변에 발휘하며 거리를 벌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고위 마족 중 하나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 어찌하여 일이 이렇게…….

불이 꺼진 탑을 올려다보며 고위 마족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그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콰앙! 쾅! 쾅!

자신보다 너댓 배는 큰 마룡족인 카르탈마니어를 상대로을지 부루는 제대로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쩌억!

대부가 카르탈마니어의 뺨을 후려갈기는 순간 이빨들이 후두둑 날아가 바닥에 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이빨이 떨어진 곳에서 용아병들이 솟구쳐 올랐다.

용아병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인 용의 이빨과 피가 동시에 떨어졌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만들어는 졌지만 다들 멍한 상황이었다.

각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카르탈마니어는 환장할 따름이었다.

-어찌! 어찌! 이 반쪽짜리 군주에게…….

미친 듯이 맞던 카르탈마니어가 분노를 터트리다가 갑자기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대부를 다시 날리려던 부루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 짝부랄 새끼 와이래 떠는 거간? 지렸네?”

그때 카르탈마니어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끄워어어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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