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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26화 (126/305)

제126화 관점의 차이

위이이이이잉!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싸이렌 소리가 울려퍼지자 군인들이 일제히 몸을 피하기 시작했다.

각자 준비된 엄폐호에 몸을 숨겼다.

“땅에 배 붙이지 마! 내장 다 터지고 싶어!”

“메뉴얼대로 움직이란 말이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외침에 군인들은 차분하게도 몸을 숨겼다. 그러는 사이 하늘에서 불기둥 하나가 내려오고 있었다.

“분명 여기는 안전하겠지?”

“위력을 최대한 맞췄다고 하니까 믿어야지.”

“젠장.”

몇몇 지휘관들이 내리꽂히는 불기둥을 보며 긴장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저들은?”

그들의 시선에는 몰려드는 마물들을 막고 있는 강림자들이 보였다.

“최후 방어선의 블록은 충분한 방호벽이 되어 줄 거야. 처음부터 이걸 예상해서 설치한 거니까.”

“영화에서나 보던 걸 직접 볼 줄이야.”

그때였다.

터어어엉!

탑 상공에서 불기둥이 갑자기 고막을 뒤흔드는 듯한 음향을 터트리며 폭발해 버렸다.

동시에 그 충격파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탑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나아가던 마물들이 이리저리 흩날렸다.

그뿐이었다.

* * *

“실패했습니다.”

스미스 국장의 보고에 닉 레너드 대통령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것 같군.”

굳이 스미스 국장의 보고가 아니어도 그들이 보고 있던 화면에는 탑 상공에서 터져나간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이것마저…….”

첨단병기가 아닌 중력을 활용한 운동에너지의 결정판이면 그래도 ‘먹히지 않을까?’하고 희망을 가졌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날뛰던 마물들을 자빠트렸다는 것이 전부였다.

레너드 대통령이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신이여.”

그때 스미스 국장이 중얼거렸다.

“지금 저길 간다고?”

얼굴을 감싸던 레너드 대통령의 시선이 화면으로 향했다.

잠시 몸을 피했던 기마들이 일제히 치고 나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모해 보였다.

그런데 왠지 지금은 그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 *

두두두! 두두두!

망연자실해 있던 에덤 소장의 눈에 지축을 뒤흔드는 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니 지금 왜?”

이 작전이 성공하면 마무리를 위해 진입하기로 한 건 맞았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했다.

탑에 타격은커녕 금하나 가게 만들지 못한 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소멸되어 버렸다.

얻은 성과라고는 빽빽하게 있던 마물들이 이리저리 날아가 자빠지게 만들었다는 것.

또 일부나마 마물들이 충격파에 의해 피떡으로 변했다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들이 달려 나간 것이다. 그들의 상징적인 붉은 깃발을 들고 말이다.

“대체 어쩌자고…….”

에덤 소장은 급하게 옛 중장에게 유선전화를 연결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는…… 우리를 위해 나간 것 같네.]

멧 중장의 말에 에덤 소장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희망을 잃어버린 표정들.

일부는 넋을 놓고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아마도 저항의지를 잃어버릴 우릴 위해 나간 것일 거야. 그런 사내다. 제너럴 을지는.]

멧 중장의 말에 에덤 소장의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졌다.

그의 시선이 다시 마물들을 돌파하며 탑을 향해 내달리는 부루와 그의 일행들을 향하고 있었다.

아까와 달리 보였다. 더는 무모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숭고하고 고귀한 돌파다.

“인류를 위한…….”

에덤 소장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지만, 꾹 다문 입술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감정이 격함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가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엇하나! 이 머저리들아! 언제까지 구덩이 속에 있을 건가!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에덤 소장의 외침에 다들 하나 둘씩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부루 일행들을 향하고 있었다.

“인류를 위해!”

에덤 소장이 자신의 소총을 들어 올리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인류를 위해!”

그러자 그의 외침을 따라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들을 보며 에덤 소장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인류를 위해!”

“인류를 위해!”

기동대원들은 주변에서 소총을 들어 올리며 총을 들어 올리는 미군들을 보며 혀를 찼다.

“뭐지?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닌가?”

“몰라. 감성코드가 다른가 봐.”

기동대원들은 결의에 찬 미군들을 보며 혀를 내찼다.

방금 에덤 소장과 옛 중장의 통화 내용이 스피커로 생생하게 전달되어졌다.

마치 사전에 잘 준비했던 것처럼.

방벽의 외벽에는 명령을 전달하기 위한 스크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스크린에는 작전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물들을 돌파하고 있는 을지부루와 그 일행틀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내 눈에는 좀 들떠 보이는데. 아닌가?”

“내가 보기에도 좀…….”

그렇게 말을 주고 받던 기동대원들에게 미군 중 하나가 다가와 외쳤다.

“전우여! 인류를 위해!”

“……어. 그래. 인디펜던스 데이 만세다.”

“와아아아!”

짧은 영어로 답변해 주자 미군들이 흥분하여 외쳤다.

그 모습을 보며 기동대원중 하나가 말했다.

“왜 갑자기 인디펜던스 데이냐?”

“몰라. 순간 그게 떠올랐어. 어쨌든, 우리도 가야 할 거 같은데?”

강문호 중령이 타고 있는 마수의 머리를 앞으로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기동대원들이 긴장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달릴 시간이었다.

“저거이 쓸 만하구만 기래!”

을지부루의 얼굴이 밝았다.

“그러게요? 요즘 애들 좋은 무기 쓰는데요?”

“우와! 한 방에 싹 다 자빠트렸네!”

그뿐 아니라 부루의 뒤를 따르던 천유화나 다른 가우리의 기마들까지도 들뜬 얼굴로 한마디씩 던졌다.

“저게요?”

달려 나가는 부루와 일행들의 환한 외침에 고빈은 주변을 둘러보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자 부루가 활짝 만개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외쳤다.

“제대로 한 방이디 않네? 저 보라우 죄 나자빠져 있잖네!”

분명 중소형은 물론이고 대형 마물들까지 이리저리 나자빠져 있기는 했다.

마치 중심을 비워 놓고 장벽쪽으로 뿌려진 듯 말이다.

그 덕에 지금처럼 말을 달릴 공간도 생겼고 말이다.

그러나 이게 성공이란 건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빈이었다.

“원래 저거 부수려 한 거 아니었어요?”

“저걸 어케 부수네? 하늘에서 쇠꼬챙이 하나 집어던진다고 박살나면 난 맨날 쇠꼬챙이 집어 던지갔어. 내래 딱 듣는 순간 웅삼이가 떠올랐디.”

“…….”

가끔 들어본 이름이다.

특히 뭔가 과장되게 말을 하거나 거짓말로 얼버무릴 때마다 듣던 이야기다.

응삼이 같은 놈.

퍼석!

이제 막 몸을 일으키던 대형 마물의 머리통을 대부로 박살내는 부루의 모습을 보며 빈은 더 이상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 정신을 차린 마물들이 슬슬 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되돌아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까지 달려나온 상황이었다.

“으라차차!”

빈이 부루를 따라 마물을 향해 대부를 휘둘렀다.

퍼석!

마물의 몸뚱이가 뒤로 튕겨 나갔다.

그렇게 질주하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마냥 이제 막 몸을 일으키는 마물들을 학살하며 나아갔다.

“이게 무쌍이구나!”

어느새 생각 따윈 개나 줘 버린 빈이 그들과 동화되어 마물들을 박살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방금 뭐였지?

외형적으로 아무런 문제는 없었지만 탑 내부에 충격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마족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곳의 인간들이 미티어 계열의 병기를 활용한 듯합니다.

-마법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비슷하게 흉내를 낸 듯 합니다.

마법계열 마족의 보고에 탑의 중추를 맡고 있던 마룡족 군단장인 카르탈마니어가 질문을 이었다.

-피해는?

-외부에 쏟아내었던 마물들의 전력에 타격이 좀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일단 마력장이 흔들려 복구가 필요한 정도입니다.

-빨리 복구하라. 군주께서 이곳의 상황에 궁금하실 것이다.

카르탈마니어의 말에 마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사옵니다.

-대공께서 강림하시는 일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카르탈마니어의 말에 마법계열 마족들의 움직임이 더 바빠졌다.

그때 탑의 초입에서 지휘를 하던 중급마족 카버레이드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자가 나타났습니다.

-그자? 혹 마수의 군주를 말함인가?

-그렇습니다.

순간 카르탈마니어의 얼굴에 탐욕이 서렸다. 마룡의 군주와 나눈 이야기가 순간 떠올랐다.

-그자가 나타났다 이거지? 사자의 군주 영역으로 넘어갔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제 발로 나타나 주는구나.

카르탈마니어의 몸 주변으로 투기가 서렸다.

욕심도 욕심이었지만, 이전에 그와 결착을 내지 못하고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채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 때문이기도 했다.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걸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고, 또 그 상황에서 대공의 명에 의해 몸을 빼내야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겠다. 마수의 군주라. 별의 파편 따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지.

카르탈마니어의 얼굴이 흉포함과 탐욕으로 물들어 나갔다.

공간이 만들어지자 기마들은 물 만난 고기떼마냥 여기저기 돌파해 나갔다.

그사이 그 진격로에 있던 마물들은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도륙당했다.

그들뿐이 아니었다.

다민족 국가인 마국에 어울리듯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다국적 강림자들이 사방에서 말을 타고 쏟아져 나왔다.

그 수는 마물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숫자를 충분히 메울 만한 강력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에는 대한민국에서 훈련을 받은 소환자들이 자신들의 강림자들과 함께 돌입을 했다.

그리고 먼저 질주해나간 가우리의 기마들을 따라 기동대원들이 마수위에 올라탄 채 빠르게 이동해 나갔다.

“교란장치를 활성화 시켜!”

어느덧 정신차린 마물들이 눈알을 희번뜩이며 기동대원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강문호 중령이 명령을 내렸다.

그들의 팔뚝에는 소환자들의 것과 비슷하게 생긴 패드들이 달려 있었다.

패드를 조작했지만, 무언가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효과는 있었다.

잠시나마 시선을 돌렸던 마물들이 그들이 스쳐 지나가도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 그들의 길을 가로막는 마물들은 신병기들을 활용해 치워 나갔다.

다들 지난 며칠 동안 무기 테스트에 투입되었던 덕에 가지각색의 샘플용 무기였지만, 활용에는 무리가 없었다.

“오! 이거 쏘는 맛이 확실이 좋긴 해!”

“아우씨 움직이면서 시위를 당기려니까 죽겠네!”

일부 기동대원들이 쏘았던 석궁을 다시 재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제법 익숙한 모습으로 재어 화살을 날리며 계속 나아갔다.

“이거 확실히 신기하긴 한데요?”

“그러게.”

그들이 교란장치를 작동하니 타고 있던 마수들까지도 마물로 인지를 했는지 딱히 경계의 시선을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공격을 받은 개체는 일시적으로 적의를 보였다.

이건 장치의 문제라기보다는 본능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그렇게 빠르게 수를 줄여나가며 이동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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