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21화 (121/305)

제121화 신(?)병기 테스트

그때 기동대원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신병기 테스트라고 들었는데 뭐가 바뀐 건가요?”

“그건 소재가 달라졌습니다.”

함께 동행 한 강문호 중령의 말에 기동대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왜 총이 아니고 화살이나 석궁 같은 걸…….”

“화약병기를 활용한 방법은 이미 대침식 초기에 활용을 했었고, 실패로 결론 났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연구를 하면서 확인한 바, 화약이나 전기적 자극을 받으면 성질이 바뀐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만드는 건 문제 없었고요?”

“예. 실제로 묵갑귀마대원들 중에서는 저쪽에 있을 때 부산물을 활용하여 대장간에서 무기를 만드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물이 무기도 만듭니까?”

기동대원의 질문에 강 중령이 약간 조심스럽게 주변을 훑었다.

“지금의 마물들은 일종의 전초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말에 다들 얼어붙었다.

이제 좀 희망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전초병이라는 말에 순간 암담해졌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신체적 능력이 마물들 이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럼 다행인가?”

강 중령의 이어진 설명에 기동대원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부 기동대원들의 표정은 여전히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전술적인 차이가 있다는 겁니까?”

전술이란 말이 나오자 안도의 숨을 내쉬던 기동대원들의 얼굴이 다시 얼어붙었다.

“예. 전술 활용도가 다릅니다.”

“에이씨.”

“하, 이제 좀 살겠다 싶었더니…….”

전술이라는 말에 기동대원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마물들은 때리고 튀면 따라오고 그랬는데, 이놈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강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대로 된 군대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런 놈들이 먼저 안 나오고…… 힘빼기 비슷한 건가?”

“그럴 수도 있어. 점령군 용도이고.”

몇몇 기동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수순은 모르지만, 아마 예상한 그런 형태의 침공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물을 쏟아내어 초토화 시키고 점령은 제대로 된 병력을 보낸다.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었다.

문제는 기동대원들 입장에서는 그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걸 우리에게 쥐여 준 이유가 있었네.”

“그러게.”

“우리 쪽은 이제 전술을 잡는 중인데.”

그나마도 을지부루가 이 세상에 오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동안은 소환자들은 안전한 곳에서 단순하게 명령만 내리는 정도였다.

물론 초창기 대침식 때는 강림자나 군인이나 뒤섞여 있었기에 달랐지만, 이후의 평화는 오로지 소환자의 안전에만 모든 신경을 기울여 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전술이란 형태를 일부나마 운용해 왔던 건 전 세계에서도 한국의 신컨길드와 전신길드가 전부였다.

“주 전장은 강림자들의 몫이 되겠지만, 그 외의 전장은 우리 몫이 될 겁니다.”

강 중령의 말에 기동대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배들은 좀 중원됩니까?”

그때 한 기동대원의 질문에 강 중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마 후배들을 이끄시게 될 겁니다.”

“젠장, 이제 민간인 냄새 좀 풍기고 살아가려고 했건만.”

강 중령의 말에 기동대원들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해병대도 인원을 소집 중에 있습니다. 물론 지원을 받는 중이지만요.”

“대한민국 엄니들 난리 나겠네.”

“내 말이.”

기동대원들은 한숨을 푹푹 쉬어 대었다. 이들 역시 현역군인이었다. 그러나 항상 목숨을 담보로 전투에 임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군인인 이상 명령에 따르고 목숨을 거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정작 그 입장에 선 사람이 아니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 덕에 기동대라는 기묘한 집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특수부대원들도 일종의 직업군인이지만, 이들은 좀 더 달랐다. 필드에서 일하는 특수부대가 바로 이들이었던 것이다.

이들 중에는 해병대도 있고, 공수부대원이나 UDT팀 출신도 있었다.

물론 오프로드 마니아나 폭주족 출신도 있다.

좀 더 오픈된 직업군을 만들어 반발을 없앤 것이다.

물론 이들이 선택을 한 것이다.

어쩌면 국가의 명령보다는 심플하니까.

또 죽음에 대한 책임도 국가가 조금은 덜 수 있으니 이런 기묘한 형태를 만든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슬슬 직감하고 있었다.

이전 대침식 때와 같은 혹은 그보다 더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자, 함 써 봅시다!”

잠시 가라앉은 분위기를 낮추기 위해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 떠들었으면 가자우.”

주변에는 가우리의 병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무기 테스트의 성격이 크기에 그들의 보호하에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미군들도 있기는 했지만, 이 테스트 자체가 극비라서인지 직접적인 경비는 그들이 하지 못했다.

이 또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이었다.

침식지에 들어선 그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온다.”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개체수가 많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빠지라우.”

부루의 명령에 그들을 보호하며 이동하던 가우리의 병사들이 좌우로 거리를 벌렸다.

이어서 기동대원들이 걸음을 옮겨 나가며 무기를 재었다.

활은 배제.

숙달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우선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이거 그래도 힘이 꽤 드는데?”

들어오기 전에 사전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꽤나 화살을 재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다.

“난 예전에 부대에서 쏴 본 적 있는 거라.”

누군가는 다행히 익숙하게 재었다.

“최대 사부터 확인을 해 봅시다.”

약속된 위치가 되자 기동대원들이 일제히 석궁을 쏘았다.

투투퉁!

일부 화살들은 빗나갔지만, 일부는 적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와우!”

“저거 D급이었지?”

“아마, 이블 스파이더이라고 하던가?”

악마거미.

악마와 같은 두상을 가진 거미지만 이번에 한국에서 발견된 것과는 달리 미국 침식지에서만 발견되는 종이다.

다리를 다 펴면 그 크기가 4미터에 달했지만, 보통 저렇게 기어올 때에는 이 미터가 안 된다.

그마저도 다리가 길어 그리 보일 뿐, 실제 몸통은 1.5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었다.

그 이블스파이더란 개체가 날린 화살에 맞아 뒹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도 충격이 있는지 버둥거리는 모습이었다.

연달아 다시 석궁용 화살이 날았다.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진 덕인지 확연히 저지력도 눈에 띠고 있었다.

“확실히 생체 방어막 무시하는 것 같지?”

“그러게? 강림자들이 쏘는 것처럼.”

기동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 그럼 근접용 연사 준비합니다.”

그제야 연사가 가능한 석궁들을 집어들었다.

석궁이라지만 상자도 부인노라 불리는 것들을 제한한 것들이다.

그 외에는 현대식 연사형 석궁.

퀴에엑! 퀘엑!

남은 것들이 수십여 미터 안으로 들어서자 괴성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지리것네.”

그리고 삼십 미터 안쪽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쏴!”

강 중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거의 동시에 화살을 쏘아내기 시작 했다.

투투퉁! 투퉁! 퉁!

총과는 다르지만, 화살들이 제법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연달아 서너 발을 쏘아 내었던 기동대원 중 하나가 욕설을 뱉었다.

“씨풀! 파괴력을 너무 양보한 거 아냐!”

삼십여 미터 안에 들어서자마자 쏘아낸 투사체들은 몸에는 맞았지만 거의 퉁겨나갔다.

그나마 일부가 끄트머리 정도 박혔다가 떨어져 나갔다.

그사이 십여 미터 안쪽으로 들어섰다.

“아, 안 도와주십니까?”

“계속 쏴 보라우. 설마 내래 뒈지게 두간?”

부루의 말에 기동대원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이블스파이더를 향해 계속 연사를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십여 미터 안쪽에 들어오고 나서야 제대로 박히기 시작했다.

일부는 그대로 자빠지며 비명을 질렀지만, 일부는 몸에 화살을 박은 채 괴성을 지르며 내달려왔다.

“으아아아!”

투투퉁!

퍼퍼퍽! 퍼퍽!

말 그대로 코앞.

그제야 그들을 스치고 날아든 것들이 있었다.

퍼퍽! 퍽! 퀘레렉! 퍽!

가우리 병사들이 일제히 손도끼들을 투척했던 것이다.

쿠에에…….

발치에 쓰러져 바르르 떠는 이블스파이더를 보며 기동대원들은 진땀을 흘렸다.

“아우씨! 이걸 어떻게 써!”

“사람 잡을 일 있습니까!”

“저지력이 너무 없잖아!”

동시에 뒤돌아서며 기록을 하러 따라온 연구소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죄, 죄송합니다.”

“이, 이게 이 정도일 줄은……”

그때 부루가 고개를 슬슬 저었다.

“이거이 차라리 입으로 부는 게 낫갔어.”

“예?”

부루가 중얼거리더니 뭔가 대롱 비슷한 걸 꺼냈다.

“그건 뭡니까?”

“빨대?”

“내래 밀크 어쩌고 먹으려고 들고 다니는 거이디.”

“그걸 왜…….”

“오늘 실험한다는 말에 이래 함써 볼라고 하는 거이디.”

부루가 바닥에 떨어진 화살대를 툭 자르더니 대통에 넣었다.

그리고 한 오십여 미터 밖에서 버둥거리는 이블 스파이더를 향해 훅 불었다.

퍼억!

마치 사커킥이라도 맞은 듯 팽그르르 돌며 튕겨나가는 모습에 다들 멍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던지는 게 낫겠습니다.”

어떤 가우리 병사는 화살을 주워 던져 확인 사살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 강 중령이 입을 열었다.

“이거 사람 기준으로 테스트 해야 하는 겁니다.”

“기거이 뭔 소리간? 기럼 우린…….”

“반쯤은 귀신이죠 뭐.”

“……뭐이야?”

“죽으셨잖아요.”

고빈의 팩트 폭력에 다들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긴 한데.”

“산 사람이 쓰는 거 훈련해야 하니 방해 좀 마십쇼.”

그때 연구원들이 뒤에서 끌고 온 수레를 내밀었다. 그 위에는 하얀 천이 덮여 있었다.

“이거 좀 부탁드립니다.”

“길티.”

그때 저 멀리서 묵갑귀마대원이 말을 몰아 왔다. 이번에는 묵직한 발걸음이 느껴지는 것이 최소 중형종 이상이었다.

“와, 저거 사이클롭스 아냐?”

“뭐, 눈이 하나로 보이지만 저거 잠자리 눈 같은 거라서 하나라고 보면 안 된다며?”

사이클롭스라는 신화 속 마수의 이름을 붙인 마물이 달려오고 있었다.

거의 4미터에 달하는 키에 온몸이 두터운 근육으로 덥힌 개체였다.

“B급이 있네.”

“여기 미국 침식지 청소 상황이 그 정도로 안 좋다는 거지.”

그때 가우리 병사들이 수레의 천을 펼쳤다.

“와…….”

“이거?”

“천보노랑 꽤 비슷하게 만들었구만 기래.”

이번에는 기동대원들이 구경을 했다.

투앙!

그리고 잠시 뒤 탄력 넘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커다란 화살은 정확하게 싸이클롭스라는 마물의 몸통을 꿰뚫었다.

비명도 없었다.

거대한 체구가 뒤로 퉁겨져 날아갔다. 그리고 커다란 덩치가 그대로 땅바닥을 울렸다.

쿠우우웅!

즉사.

순간 기동대원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렇게 떠졌다.

“이거야! 이거!”

“내 차에 이거 좀 달아 줘요!”

기동대원들이 순식간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 다시 한 마리가 동원이 되었고, 이번에는 기동대원들이 직접 발사를 해 보았다.

물론 겨누는 건 가우리 병사들이 돕긴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와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