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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19화 (119/305)

제119화 대 마물 전략 병기들

* * *

부상병동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사방으로 의료진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차라리 훈련을 할걸…….”

“아까 봤냐? 나 마물 뱃속 구경한 거?”

“그 개구리처럼 생긴 놈? 들어가니 뭐가 좀 보이냐?”

“응.”

“뭐가 보여?”

“삼도천이 보이더라.”

잠자는 시간을 빼고 미친 듯이 전투만 하다 보니 이제는 훈련이 그리울 정도였다.

하다못해 밥이라도 먹을 때는 쉬면 좋겠건만 그나마도 싸우면서 먹을 정도였다.

식사장소가 침식지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 손에 핫도그나 씨레이션을 들고 싸우면서 먹었다.

그것도 다 훈련이라고 했다.

그러니 딱히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진짜 전쟁할 때 누가 상대 밥 먹는 거 배려해 줘 가면서 싸우겠는가.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그냥 서러울 뿐이다.

그러나 침식지에서 구르는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왜! 우리는 왜에!”

한쪽에서 기동대원들이 울분을 터트렸다.

“저리 가!”

“가라고요!”

“핥지도 마!”

한국에서 파병 온 기동대원들은 학을 떼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염병! 핥아도 혀가 두 개씩이니 양 볼이 동시에 젖네.”

나름 애완동물을 키워 봤던 기동대원도 이 상황에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들을 이렇게 사랑으로 대하는 존재는 마로 마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머리가 두 개 달린 늑대형 마수였다.

“자! 오크 라이더들아! 힘을 내자!”

“닥쳐 이 새꺄! 생긴 것도 오크 같은 놈이!”

“빌어먹을 반지원정대 덕후 새끼!”

기동대원들의 살기에 찬 목소리에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기동대원이 몸을 움츠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 현실이 되어 버린 기동대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진짜 오크 라이더가 되어 버린 그들은 마수와 한몸이 되어 침식지를 뛰어다녔다.

물론 그들 혼자만은 아니었다.

머리 하나에는 그들이 타고 다른 머리에는 원거리 강림자가 탔다.

문제는 기동대원들이었다.

영화와 현실은 달랐던 것이다.

마수들의 몸뚱이에는 시큼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기동대원들이 뱉어낸 토사물들이었던 것이다.

말과 늑대류 짐승들의 달리는 형태가 아예 달랐다.

늑대형 마수들이 달리면서 만들어지는 요동에 그 위에 올라타 있던 기동대원들은 속이 뒤집혀지면서 구토를 해 대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어디던가.

바로 침식지다.

어디 토했다고 어디 앉아서 쉴 만한 곳이 있는 건 아니다.

거기에 소환자들의 내구성이야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고, 또 만만한 수준의 침식지들을 이용하기에 부상을 입어도 구조를 받아 안전하게 빠져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기동대원들은 처지가 달랐다.

튼튼해 봐야 거기서 거기다.

까딱 잘못하면 황천길이다. 그러니 속 편히 쉬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떨어지지 말라고 급조해 붙인 안전띠가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었다.

토하다가 떨어져서 목이 부러져 죽거나 뒹굴다가 마물들의 한 끼 식사로 인생을 마감할 걱정은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그들이 타고 있는 마수의 몸뚱이에 토사물이 묻고 그 냄새가 진동하는 건 당연했다.

물론 원래 침식지에는 마물들이 많이 몰려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마물이 넘쳐났다.

당연히 고빈이 훈련할 때와 마찬가지로 몰이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우리 기병들이 몰아오기도 하지만, 한창 훈련 중인 신선한 미제 미끼들이 한 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왓 더 뻑!”

“쉣 더 뻑!”

“이 양반들아! 할 줄 아는 욕설이 두 개뿐이냐!”

물론 그들 옆에는 잠시 훈련 열외에 성공한 기동대원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씨벌!”

“오! 이 미국 아저씨 발음 죽이네!”

“닥쳐!”

“외국어를 욕부터 배우는 경우가 많다더니만…….”

미끼팀의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미군의 드라이버들이 내뱉는 욕설에 기동대원들이 나름의 찬사를 보내 주었다.

그렇게 그들이 훈련에 도움이 될 마물들을 끊임없이 끌고 왔다.

그렇게 훈련에 훈련을 더해가며 소기의 성과를 이룰 때 즈음 기동대원들이 경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 그런 건 공군에서 차출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강력히 건의합니다!”

기동대원들은 이것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는 표정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갈르라우.”

“예?”

“가위바위본지 있디 않네? 아니면 복불복 할 거이네? 아니면 내가 직접 골라 주디.”

부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동대원들이 주먹을 말아 쥐고 외쳤다.

“안 내면 술래 가위 바위 보!”

그들의 저항은 짧았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은 다들 하나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운빨이 똥망인 기동대원들이 최종적으로 남았다.

“아싸!”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일부 좋아하는 이도 있기는 했다.

그는 바로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주범이었다.

“너 오크라이더가 하고 싶었던 거 아니냐?”

옆에서 죽상을 하던 기동대원의 질문에 그는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원래 오크라이더보다는 드래곤 나이트가 윗줄이거든?”

“저건 드래곤이 아닌데…….”

“내 콜사인이다. 먼저 찜.”

그들이 타게 된 것은 공중형 마수였던 것이다.

소수였지만 마수들 중에서도 하늘을 나는 개체가 있었던 것이다.

대가리 둘 달린 늑대도 타는데 하늘을 나는 것을 못 탈 이유가 없었다.

그 덕에 이제 좀 익숙해진 그들은 새로이 창설된 공중기동대 요원으로 당당히 선택되어졌다.

이들이 희비가 엇갈리는 사이 행운의 주인공들이 슬퍼하는 것과 달리 미치도록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친 거 아냐! 열 마리를 달라고 하니 뭘 달라고? 라이트닝이 무슨 장난감인 줄 알아!”

존 버튼 안보국장이 버럭 소릴 내질렀다.

사실 타는 이들 입장에서는 떨어지면 낙하산 펼칠 시간도 없이 사망각을 보이는 공중형 마물이 꺼려질 법은 했다.

그러나 전술적으로 운용을 하는 입장에서는 탐이 날 만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그 대상이 바로 라이트닝이라 불리는 기체였다.

요구한 개체와 같은 숫자인 F-35 라이트닝II 10기와 해당 기체의 기술 공유.

“짐승 열 마리와 최신예 전투기 열 대의 교환비가 말이 돼? 거기에 기술공유?”

버튼 보좌관이 열을 올릴 만한 교환비였다.

하지만, 한국 쪽이 이런 조건이어야만 한다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공중형 개체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었다.

마흔다섯 마리가 전부였다.

심지어 이건 찍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또 숫자를 늘리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중형 마수는 침식지를 날아다닐 수 있지만, 현대의 비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자기기를 쓰지 않는 초기 항공기 형태는 운용이 가능하기는 했다.

그러나 대침식 초기에 그것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되었다.

바로 마법의 존재였다.

마물들 중의 일부가 활용하는 마법에 격추되기가 쉽다는 게 한계였던 것이다.

그걸 피할 만한 기동성이 확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인 거다.

그런 이유로 이런 제의를 한 것이다.

실제 지금의 세상에서는 서로간의 전쟁에 신경을 쓸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인류의 적이라고 할 만한 곳이 나타났기 때문인지 어제 총부리를 겨누던 곳과도 다급히 손을 잡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현대 무기의 중요도는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정보국부터가 문제라는 걸 모르는 건가!”

방금 전 백악관에서의 회의에서도 이 터무니없는 조건을 듣고도 고심했다는 것이 버튼 보좌관의 화를 돋운 원인이었다.

“이러다간 핵도 풀어 주겠군.”

버튼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방법을 찾아야겠어. 이러다간 모든 것을 내줄 게 뻔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실제로 지금 미국이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주한미군은 이미 대침식 시기에 철수했고, 인류의 적이 나타난 상황에서는 군사적 압박을 이유로 들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경제 제재를 하자니 당장 급한 것은 미국이기도 했고, 또 대 마물 관련 연구가 가장 앞서 있는 곳도 한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압박이 쉽지 않지만, 반대로 더 늦기 전에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41구역에 열쇠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버튼 보좌관의 눈빛이 점점 위험한 향기를 풍겨나가기 시작했다.

* * *

투웅!

퍼억!

키에엑!

빠르게 쏘아져 나간 화살이 마물의 몸통에 꽂히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 성공이다!”

“우와아아!”

마물이 고통에 찬 비명을 터트리는 모습에 연구원들과 연구에 참여한 군인의 얼굴은 밝아졌다.

“마물의 소재를 활용한 무기가 드디어 성공하다니…….”

인간이 가진 무기의 한계는 폐급이라 불리는 F급과 E급까지였다.

물론 그 위의 일부 D급 마물에도 통하기는 하지만, 지금 성공한 마물은 그 어떤 현대 병기로도 잡지 못하던 개체였다.

“어이 없군. 탄두가 문제가 아니라니…….”

“고빈 군의 조언이 적중했습니다.”

그동안 마물의 사체를 활용한 무기는 탄두나 미사일 등 기존 투사형 무기의 탄두를 마물의 소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썼었다.

그러나 전부 실패를 해 왔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화약의 힘으로 투사체를 쏘아내는 순간 그 성질이 변화를 일으켜 일반 탄두와 그리 큰 차이가 안 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을지부루가 툭하니 던진 말이 있었다.

‘차라리 던지라우. 내래 저쪽에 있을 땐 뿔을 뽑아 던져 대가리를 꿰었디.’

그의 괴물 같은 능력을 알기에 다들 웃으며 넘겼지만, 일부는 그러지 않았다.

크로스 보우.

즉 석궁이라 불리는 것을 활용해 본 것이다.

그때부터 연구는 급진전을 불러 일으켰다.

처음에 프로토 타입은 말 그대로 뼈를 깎아 만든 화살촉이었다. 그걸 쏘았더니 마물의 피부를 뚫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기에 일종의 합금형태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 덕에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은이 정답이라니…….”

정답은 은과의 합금이었다.

마물의 뼈를 갈아서 은에 녹여 담았던 것이다.

다른 합금은 역시나 그 성질이 변해 버렸다. 약간의 개선만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은은 대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항마의 금속으로 은이 사용되니 한번 쓰기라도 해 보자는 제의를 한 것이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도 그런 용도로 쓰인 적이 있으니 활용을 해 보았던 것이다.

안 써 봤으니 시도라도 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은과의 합금은 달랐다.

은을 활용하니 그 성질이 그대로 보존되었던 것이다.

물론 강도에서 손해를 볼 법도 했지만, 의외로 마물의 뼈가 그 부분을 보충해 주었던 것이다.

강도나 생체방어를 뚫는 역할은 기존 마물의 뼈가 역할을 했고, 은은 일종의 성형제가 되었던 것이다.

코팅도 해 보았었지만, 이쪽이 효율이 높았던 것이다.

“연사력과 사거리를 더 보충시키면 되겠군.”

물론 이미 투사체 개발도 동시에 진행하던 중이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

연구원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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