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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15화 (115/305)

제115화 2차 대침공의 서막

* * *

김창진은 주지환 국정원장의 호출을 받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뭐 좀 나왔습니까?”

창진이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며 질문을 던지자 주 국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거 아냐? 경찰 나부랭이 출신 주제에 내 앞에서 이렇게 하는 놈은 너뿐이란 거?”

주 국장의 말에 창진이 혀를 차며 대꾸했다.

“경찰 무시합니까? 국정원장도 체포는 경찰이 하는 겁니다. 왜 이럽니까.”

“이 새낀 경찰 출신 맞아? 말하는 본새하곤. 너 같은 놈은 없을 거다.”

주 국장이 자리에 앉으며 혀를 찼다. 그러자 창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서 선배를 못 봐서 국장님이 그러는 겁니다. 전 양반이라니까요.”

“그래서 그 놈 대신 널 대려 온 거다. 여기서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내 머리만 아프게 할까 봐.”

“헐? 서 경위도 알아요?”

“뭐, 그놈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은 똑똑히 기억하지.”

“뭡니까?”

“살인면허도 주나요?”

“…….”

주 국장의 말에 창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주 국장이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 표정이 딱 너 같았지. 얼마나 영화를 쳐 봤으면 그딴 소리가 입에서 나와.”

“알 만합니다.”

“여하간. 나오긴 했다.”

주 국장의 말에 창진이 눈을 빛냈다.

“정말입니까?”

“그래. 일상적인 정보 수집 단계에서 약간 무리를 했더니 대번에 구린내가 나오더군.”

“이야, 우리나라 정보부가 언제부터 그리 과감해졌습니까?”

창진의 말에 주 국장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 정보부 쪽 능력은 국력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나라가 힘이 새야 니 말대로 눈치를 덜 볼수록 과감해지는 거지.”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업종불문인 거다. 지금 때가 좋잖아, 때가.”

“좋죠.”

창진은 주 국장의 말에 맞짱구를 쳤다.

그의 말마따나 지금은 때가 좋았다. 미국이 한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시기에는 뭔가 수상쩍은 일을 하다가 걸려도 배짱을 부릴 수 있다.

실제 대침식 이후 미국의 정보원들이 한국에서 활동할 때 눈치를 보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얼마전 침식지 균열 때문에 더욱 크게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때였다.

주 국장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것도 그의 휴대폰이 아니라 책상 위의 전화다.

순간 주 국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핫라인?”

“야, 너 나가…… 아니다. 있어라.”

핫라인을 통한 것이면 국장급 이외에는 알면 안되는 정보다.

그러나 지금 시점의 핫라인은 예전과 달랐다.

오로지 마물관련 혹은 침식지 관련 핫라인이 전부였다.

“주지환입니다.”

전화를 받아든 주 국장의 목소리는 살짝 경직되어 있었다.

“응? 미국? 아직 우리쪽은 연락이 없는데?”

주 국장의 얼굴위로 놀람이 스쳐지나갔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잖아!”

주 국장의 목소리가 올라감에 따라 창진은 점점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알았어. 내 청와대로 지금 들어갈 거니까. 그래. 그쪽에도 연락이 갔겠지.”

궁금해하던 창진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전화를 끊은 주 국장에게 창진이 물었다.

“설마?”

“그래. 또다.”

“얼마 되지도 않았잖습니까!”

창진이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그러자 주 국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쪽은 아직 아니다.”

“예?”

“우리나라 쪽은 경보가 없다. 대신 이번엔 미국이다.”

“미국이면 다행이 아니잖습니까! 아직 그들이 거기 있는데!”

창진의 말에 주 국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너 출장 준비좀 해라.”

“예?”

“미국 쪽 자료는 가면서 볼 수 있게 준비해 줄 테니까. 그리고 이번에 추가 파병이 있을 수도 있다.”

주 국장의 말에 창진이 발끈했다.

“미쳤습니까? 우리나라 구멍은 누가 매웁니까!”

“이새끼가 나한테 왜 그래! 그나마 강림자 쪽은 아니야.”

“그럼…….”

“기동대.”

기동대라는 말에 창진이 욕설을 내뱉었다.

“씨팔! 기동대는 한 끗만 실수해도 골로 가잖습니까!”

“후우. 그러니까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새끼가 왜 자꾸 욕설이야!”

“설마 주 국장님께 하는 거겠습니까!”

“그래도 새까!”

“그럼 대통령 면전에 할까요? 아님 통합지휘본부 가서?”

벌겋게 달아오른 창진을 보며 주 국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다. 그냥 여기서 해라. 씨벌, 나도 같이 좀 하자.”

그렇게 욕설을 내 뱉은 주 국장이 외출을 준비했다.

* * *

닉 레너드 대통령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하, 한국은?”

“아직 그쪽은 징조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 늦게 발생할 수도 있으니…….”

며칠 전에 끝난 침식 균열이 다시 징조가 발생되고 있다는 말에 레너드 대통령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갓 뎀. 한국에 침식균열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다니…….”

“그렇다 해도, 그들이 되돌아갈 가능성은 큽니다.”

존 코너 국방장관의 말에 레너드 대통령이 얼굴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그들이 돌아가면? 막을 수 있소?”

“미 합중국의 군대는 세계…….”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고 싶은 건가? 그 세계 최강이 얼마 전 침식 균열 때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나 보군.”

“그건…….”

“제발이지 내 손으로 자네를 자르지 않게 해주게. 이건 부탁이야.”

“우리 군이 최강은 맞지만 아무래도 강림자 전력이 많이 모자라니, 딜을 해야겠지요.”

“이번엔 뭘 퍼줘야 할까.”

“…….”

레너드 대통령의 중얼거림에 다들 아무런 답도 할 수가 없었다.

* * *

구은태 박사는 단정 지었다.

“한국은 균열을 정리했고, 미국은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 차이점밖에 없습니다.”

“으음.”

미국의 연구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사태를 설명할 다른 방법이없었다.

“문제는 지금 침식지가 연결되면서 다음에 넘어올 개체가 상상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미 전례가 있으니…….”

전례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아프리카의 경우 침식지가 아닌 곳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니까.

굳이 아프리카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초동대처에 실패한 국가는 처음과 달리 더 크고 강한 개체가 튀어나오면서 점점 인간의 영역을 내어주었다.

그 와중에 균열이 일어나던 당시에는 그저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마지막 시기 균열을 중심으로 침식지가 형성이 된 것이 지금 남아 있는 곳들이고 말이다.

그런데 당시에 버티면서 확인된 것은 저들이 물러가더라도, 일정 기한이 아니더라도 침식균열을 통해 재침공이 잦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아직 데이터가 적지만, 정리해낸 침식지를 통해서는 재침이 없는 상황이었다.

같은 시기 다른 국가의 경우 방어는 해냈지만, 같은 침식지에서 재발을 한 경우가 100%에 가까웠다.

이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그러면 한국은 당분간 안전한 것 아닙니까?”

그때 참관 중인 미국 측 연구원의 말에 구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일정 주기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요. 거기에 아직 균열이 발생하지 않은 침식지들이 남아있어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해당 연구원은 절박한 심정을 담은 질문을 했다.

“그렇지만, 신규 침식균열의 경우 지금까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되어 왔잖습니까. 아직 한국에는 신규 균열의 징조가 없는데…….”

“연구원 입장에서는 분명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만…….”

그때 중령으로 진급한 강문호가 입을 열었다.

“안보는 만약을 대비하는 게 정석입니다. 희박한 확률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됩니다.”

강 중령의 말에 일부 연구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구 박사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미국 측 연구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한국 쪽 연구원들은 구 박사를 향해 몰려들었다.

“균열이 정리된 침식지들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확실히 막아만 내는 것과 정리를 하는 것과는 연관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침식균열의 경우 일종의 테라포밍으로 연관 지을 수 있으니까. 아다시피, 테라포밍 작업은 지속되지 않으면 다시 복구되기 마련이고.”

구 박사의 말에 연구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도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뭐, 그렇지. 그런데 우리 코도 석자야.”

이해는 하지만, 언제까지 미국을 도울 수도 없는 일이다. 다시 침식지가 열렸다는 것은 언제 한국에도 다시 침식지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경제가 버텨온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에 다시 대공황이 벌어지면 생존에 문제가 커집니다.”

“알지. 하지만, 농사짓고 먹고사는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뭔가를 하지 않겠는가?”

구 박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만 지킨다고 지킬 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 아프리카쪽 상황만 봐도 답은 나옵니다.”

“그렇지.”

국경이 의미가 없다.

한국만 해도 북한이 무너지며 초기에 혼란이 컸었다.

만약 그것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한국도 남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답이 없군.”

“일단 단서 조항을 달더라도 지금은 이쪽을 지켜내는 쪽으로 갈 듯 합니다.”

강 중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쪽에 필요한 건 없나?”

“사실 연구비도 항상 모자라지만, 이쪽에 있는 마물 개체들의 표본이 좀 있으면 좋긴 한데.”

“그렇죠. 그런데 여기 오고 나니 우리와 시설차이가 크던데.”

“역시 천조국.”

“그건 좀 어떻게 안 되나?”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강 중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부터가 떡고물에 신경을 쓰는데 본국은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쯧, 우리가 이런다고 되나. 할 사람이 한다고 해야 하지. 아직 모르나? 우리도 을이라는 걸?”

구 박사의 말에 연구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면, 한국 정부도 을이었다.

미국은…… 병쯤 되고 말이다.

“그리고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어진 강 중령의 말에 연구원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런 연구원들을 보며 구 박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밥값하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들을 연구해 내라고.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때 연구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거 좀 봐주시겠습니까?”

연구원 하나가 이목을 끌었다.

“강림자나 마물 관련은 아닌데, 기동대원들의 생존력 확보 차원에서 가능성을 좀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기동대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강 중령의 시선이 가장 먼저 돌아갔다.

“뭡니까?”

“이거 말입니다.”

“그거 대원길드의 소환자용 패드 아닙니까.”

연구원이 내민 것은 대원길드가 활용했던 패드의 프로토타입이었다.

인간을 마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으로 결론이 난 연구다.

“그게 왜?”

구 박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거. 마물은 마물을 공격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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