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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99화 (99/305)

제99화 반가운 모습으로 변신

* * *

마수의 군주 카샨 포 쿠리울이 몸을 띄우자 짙은 보랏빛 운무가 그의 주변을 장악했다.

-캬아!

쿠리울의 신장은 군주치고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약 오 미터 정도의 키.

심지어 여성형이었다.

쿠리울이 나서자 기마들도 그를 향해 방향을 고쳐 달리기 시작했다.

침식지 균열은 우두머리를 잡으면 끝나는 전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우두머리의 목을 따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었다.

또 한 가지.

이렇게 거침이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자체의 전투력이 큰 개체는 그 크기부터가 다르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틀린 통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전투력이 높은 개체의 경우 육체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는 쿠리울이 더 만만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봐 왔던 군단장급의 마족이 아니라는 점이 달랐다.

비록 세는 약하지만, 마계에 오직 일곱뿐이라는 군주 중 마수의 군주인 것을 말이다.

뒤쪽에서 머리통이 셋 달린 늑대가 다가왔다.

크기도 컸다. 사족보행을 하는 마수였는데 머리까지의 크기가 쿠리울의 두 배는 되었다.

그 머리 셋 달린 늑대 형상의 마수가 멈추어 서자, 쿠리울이 몸을 띄웠다.

그리고는 그 위에 올라섰다.

머리 셋 달린 늑대.

게르하록.

단순 마물이나 마수가 아니었다. 마족의 급수로 따지면 게르하록은 백작 이상의 귀족 급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였다.

불의 화신이자 사자의 문지기인 케르베로스와는 달랐다.

머리가 셋인 부분은 비슷하나 게르하록이라는 이름에는 현명한 우두머리라는 마계어의 어원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의 화신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게르크라 불리는 쌍두 늑대족의 왕이었다.

게르하록의 등 위에서는 쿠리울이 한 발을 목 위에 올리고는 서서 기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만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듯 말이다.

그 주변으로 쌍두늑대인 게르크들이 어슬렁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거이 만만티 않갔는데?”

말을 달리던을지부루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천유화가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저거 대가리 두 개 달린 늑대는 붙어 본 적 있습니다.”

“기래?”

“꽤 까다롭던데요. 늑대들마냥 무리 사냥 하듯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덩치는 말만 한 놈들이 빠르긴 또 징글맞게 빠릅니다. 이놈들 정도는 되던데요?”

그렇게 말을 하며 천유화가 자신이 타고 있는 퓨마의 목을 툭툭 쳤다.

“시간 끌디 말자우. 대가리 조지고 빨리 다른 곳으로 지원 가야 하디 않갔어?”

부루의 말에 유화가 미소로 답했다.

“화살 몇 발 쏘고 그냥 돌입하는 게 낫습니다. 삭으로 내지르면 직전에 그냥 펄쩍 뛰어서 피하더라고요.”

“길케 하자우.”

부루가 유화의 의견에 보조를 맞추자 유화가 안장에서 붉은 깃 발을 꺼내어 허공으로 집어 던졌다.

허공으로 붉은 깃발이 펄럭이며 떨어져 내리자 고빈이 마찬가지로 붉은 깃발을 흔들며 외쳤다.

“빠집니다! 옆으로 빠진다고요!”

붉은 깃발을 하늘에 던지면 무리에서 조속히 이탈하라는 사전 약속이었다.

빈의 차량이 이탈을 시작하자 그 뒤를 따르기 시작하는 다른 차량들.

제대로 명령이 전달된 것을 확인한 빈이 혀를 내두르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와, 딱 봐도 포스 쩌네.”

“그렇지? 눈도 네 개니까 더 잘 볼 거고.”

그때였다.

“헐?”

무리의 뒤쪽에서 쌍두 늑대들 일부가 빙 돌아 나오기 시작했다.

수는 약 스무 마리 정도.

“난 저게 왜 불길하지?”

“빌어먹을 당연하지 우릴 노리는 거니까!”

빈의 말을 들은 기동대원이 셀을 깊게 밟으며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 나온 쌍두 늑대들이 이쪽을 향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때 돌파대형을 갖추고 달리던 부루의 기마대에서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화살들은 차량들을 노리기 위해 이탈한 쌍두 늑대들을 향해 날아갔다.

케에엥! 켕!

수십 발 가까이 쏘아졌으니 일부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며 피했고, 일부는 달리다가 펄쩍 뛰어오르며 화살을 피해 내었다.

일부는 과감하게 머리를 틀어 날아드는 화살을 이빨로 물어 부러트렸다.

단 두 마리만이 화살에 맞아 비명을 내지르며 뒹굴었다.

“와…… 실화냐?”

빈은 반쯤 입을 벌린 채 중얼거렸다.

그들의 화살이 백발백중은 아니었어도, 저 정도로 빗나가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아니 빗나간 게 아니었다.

피하거나 이빨로 잡아채서 부러뜨린 거다.

“지금 감탄할 때냐!”

“허억!”

순간 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가 저리 빨라!”

쌍두늑대들이 맹렬하게 차량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차량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때 기동대원의 외침이 들려왔다.

“전방! 전방에 적! D급 중형!”

고개를 돌리니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마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뜩이나 쫓기는데 마물들이 앞을 가로막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였다.

콰앙! 쾅!

폭음과 함께 앞쪽에서 달려오던 마물들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 폭음을 뚫고 일부 마물들이 그대로 내달려 왔다.

퍼퍼퍽!

그중에 또 대여섯이 고슴도치가 되어 나자빠졌다.

차량에 타고 있는 궁수 강림자들의 화살에 맞은 것이다.

“달려요!”

이제 앞쪽에서 어슬렁거리는 건 대여섯 마리 정도. 빈을 태운 차량이 빠르게 달려 나갔다.

마물이 정면으로 다가온 순간 기동대원이 핸들을 돌렸고, 차량은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은빛 호선.

써걱!

“으라차아!”

빈의 언월도가 스치듯 지나가는 마물의 머리통을 잘라 내었다.

나머지도 이들 차량과 함께 달리던 기마 강림자들에 의해 목이 달아났다.

그 와중에 뒤쪽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뒤쪽에 쳐진 차량의 꽁무니로 다가온 쌍두 늑대들을 보고, 차량의 소환자가 비명을 지른 것이다. 물론 그 차에 타고 있는 기동대원 사수는 달랐다.

침착하게 차량 뒤쪽에 고정되어 있는 고속유탄총을 점사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퉁! 투투퉁!

폭발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하지만, 뒤따르던 쌍두 늑대들은 이리저리 펄쩍 뛰며 피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허공으로 펄쩍 뛰어 오르는 순간 날아든 화살들이 쌍두 늑대들의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구슬픈 비명과 함께 두어 마리가 나동그라졌다.

그럼에도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볼 이들이 아니었다.

기마를 탄 강림자들 일부가 뒤쪽으로 쳐지며 본격적으로 호위를 하기 시작했다.

뒤로 돌아간 강림자가 앞으로 말을 달리면서도 뒤돌아오는 늑대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전진하라!”

“으와아아아!”

그때 사방에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여기저기서 굉음이 울려나왔다.

폭음과 함께 폭풍에 휘말린 폐급의 소형종들이 치솟았다가 떨어져 뒹굴었다.

빈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와…….”

방벽 앞에서 최후 방어선을 구성하고 있던 강림자들과 기동대원들이 일제히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원철 소장은 전선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조마조마 해서 단명하기 딱 좋군.”

방어선을 뒤로 하고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방향을 바꾸어 공세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완전한 공세라기보다는 적극적 방어에 가까웠다.

그때 일부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그세 유선 유도형 토우 미사일을 차량에 실은 것이다.

대형종 혹은 위에서 내리꽂히듯 날아드는 공중형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병기였다.

“피해가 없어야 할 건데요.”

“이렇게라도 해야 별동대가 우두머리의 목을 딸 수 있어.”

이 소장의 말에 참모가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왜 그래? 갑자기 실성한 것처럼.”

“아니,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침식 균열을 만만하게 봤나 싶어서요.”

“아…….”

참모의 말에 이 소장 역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버티는 게 전술의 목표였던 침식균열이 이제는 제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원인은 하나다.

늑대들과 뒤섞여 있는 기마들. 그리고 그 선두에서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늑대에게 각자 사이좋게 몸을 나누어 주고 있는 존재.

을지부루 덕이다.

그가 나타나고 나서 이 모든 변화가 시작되었다.

“확실하게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세적 방어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별동대를 향해 몰리던 마물들이 다시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이쪽 병력을 향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정말 괜찮을까요?”

미끼팀이 돌입하고 나서 사방으로 쫓으며 흩어졌던 마물들이 다시 외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 형태가 마치 호숫가에 돌을 던졌을 때 생겨나는 동심원처럼 띠처럼 만들어지며 무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탄막이 펼쳐지며 소형종이나 탄약이 먹히는 수준의 마물들은 내달려 오다가 나자빠졌다.

심지어 커다란 대형종의 몸뚱이에는 토우가 날아가 박혔다.

물론 엉덩방아를 찍는 정도였지만, 그것들에게는 이내 강림자들이 투척한 무기들이 벌집처럼 박혀들었다.

마치 토우로 맞추는 행위가 타깃을 마킹하는 행위처럼 맞아떨어져 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기세 좋게 나아가던 이들과 장벽 위의 화기들을 일제히 침묵하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캬우우우우우!

길게 이어진 하울링.

늑대의 울음소리와도 비슷한 그 하울링에 모두가 심장이라도 덜컥 한 것처럼 행동이 얼어붙었던 것이다.

이 소장 역시 창백한 얼굴로 소리가 울려 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뭐야 저건…….”

식은땀마저 등줄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캬우우우우우!

쌍두늑대인 게르크의 머리통을 하나로 줄이며 남은 하나마저도 떼어 내려던 부루가 인상을 찌푸렸다.

울려 퍼지는 우두머리의 포효에 뒤섞여서 난전을 벌이고 있던 게르크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거이…… 뭔지 아니?”

“이건 저도 처음이라.”

유화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던 게르그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다리는 좀 더 굵어지고 앞다리는 마치 팔처럼 변해갔다.

가슴에는 탄탄한 흉근이 만들어졌다. 그걸 본 부루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거이 두발 개디?”

“그러네요? 쌍대가리 두발 개?”

위압감 넘쳐 보이는 게르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정감 있게 다가왔다.

“뭐하는 거간? 구경났네! 쏘라우!”

순간 열심히 변신 중인 게르그들의 온몸이 벌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오! 개꿀!”

사족에서 이족보행으로 변한 게르그를 보며 빈이 환한 얼굴을 했다.

“그, 그러게?”

기동대원도 역시 비슷한 의견인 듯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느려졌다.

힘은 제법 쎄진 것처럼 보였지만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던 것이다.

그제야 빈과 차량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차량 돌립시다.”

“……그래.”

빈의 말에 기동대원이 다시 핸들을 꺾었다.

전복된 차량들을 방패삼아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낙오병들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더 살려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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