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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96화 (96/305)

제96화 각자의 전투 방식

마수의 군주 카샨 프리포 쿠리 울의 주변에서 용의 형상을 한 짐승들이 걸음을 옮기며 연신 불덩이를 쏘아내고 있었다.

랜드 드레이크이라 불리는 이 개체는 불덩어리 형태의 브래스를 쏘아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사실 브레스라 거창한 기술명이 붙기는 하지만 위력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거기에 랜드라는 말이 붙은 그대로 날지 못하는 새 취급을 받는 마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실제 브레스를 사용하는 마수들의 아쉬운 부분이 손에 꼽는 횟수의 제약이었다.

대부분이 하루 평균으로 일 회에서 삼 회.

그것과는 달리 랜드 드레이크는 지속적으로 쏘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 때 공격마법 한정으로 상당히 강력한 범위 마법을 지속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장점인 것이다.

또한 마법 개체들 특유의 빈약한 신체능력과 달리 랜드 드레이크는 특유의 용종의 신체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도 장점이었다.

그때였다.

그들의 주변으로 포화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저지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몸 주변에서 폭발하거나 튕겨져 날아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쏘아대는 인간들을 향해 랜드 드레이크들이 더욱 성을 내며 화염구들을 쏘아 보낼 뿐이었다.

-물질에 찌든 버러지 같은 것들이 발악을 하는구나.

마수의 군주 쿠리울이 으르렁거리며 말을 뱉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 짐승의 형상이 맺혔다.

이어서 그 손을 뻗어내는 순간 뱀의 형상을 한 마법들이 장벽을 향해 날아갔다.

바우우우웅!

거대한 폭발음이 장벽에서 울려 퍼져 나왔다.

충격으로 인해 균형을 잃고 쓰러졌던 이 소장이 몸을 일으키며, 제일 먼저 한 행동은 굉음이 울려나온 곳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이게…….”

이 소장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져 내렸다.

후두두둑. 장벽 한쪽에 오륙 층 건물이 들어갈 법한 공간이 뻥 뚫려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 배치된 전차포며 군인들…… 그리고 기동대원들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그저 녹아내리고 무너져 내린 파편들이 전부였다.

나름 결의를 가지고 대항하던 군인들이나 기동대원들도 이 광경을 보고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보랏빛 화염구들이 연달아 날아와 장벽의 이곳저곳을 계속 두들기자 장벽의 콘테이너에 채워 넣었던 모래등과 자재들이 일순간에 쏟아져 내리거나 사방으로 파편마냥 뿌려졌다.

물론 그 파편의 일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목숨을 도외시 하던 군인들의 살점이나 팔다리 같은 부분들이었다.

그때였다.

투화아아악!

어느새 침식지가 늘어났는지, 수동으로 방향을 돌린 레일건이 다시 불을 뿜었다.

레일건 탄이 날아가는 방향의 마물들을 그대로 찢어발기거나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런 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마계의 군단장 급 마물과 그 주변에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걸음조차 더 빨라지면서 침식지대가 스멀거리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때 이를 악물은 이 소장이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연막! 연막!”

연막탄을 쏘라는 그의 외침에 명령이 전달되었다.

순식간에 마물들을 이끄는 고위 마물의 주변이 하얀 연기로 뒤덮였다.

그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화그르륵~!

단순한 연막이 아니었던 것이다.

바로 백린이 섞인 연막탄이다 보니 연기가 퍼짐과 동시에 불길이 일었던 것이다.

타는 것은 잘 꺼지지도 않는 백린이었다.

하지만 그 불길마저 마수의 군주인 쿠리울이나 그 호위로 따라 다니고 있던 랜드 드레이크의 몸의 주변에서만 거칠게 타오르다가 사그라들 뿐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것의 목표는 시야 방해였다.

크오오오오!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 랜드 드레이크는 브레스를 연신 쏘아 내었다.

그 개체들이 시각에 의존하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랜드 드레이크들이 뿜어낸 브레스들이 산만하게 뿜어져 나갔다.

그때였다.

크오오오오오오!

렌드 드레이크가 괴성을 터트리며 몸을 뒤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바람에 하얀 연기가 살짝 걷히며 나타난 것은 목줄기에 화살을 맞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이것이었다.

철저하게 조공이었다.

어차피 현대 화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쏘아대고 백린을 이용해 시야를 충실하게 가렸던 것이다.

그 틈을 타 날아온 화살이 랜드 드레이크의 목젖을 뚫어 놓았고 말이다.

그때 마수의 군주 쿠리울이 손을 크게 휘저었다.

마치 귀찮은 파리라도 쫓아내는 것 마냥 말이다.

바우우우!

순간 쿠리울의 손짓을 따라 토네이도라 부르는 소용돌이가 치며 주변에서 그들의 시야를 가린 연막이 순식간에 걷혔다.

-발악치고는 제법이구나.

쿠리울이 한쪽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던 기마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랜드 드레이크의 보호막을 찢고 타격을 줄 만한 이들은 그들뿐이었다.

쿠우웅! 쿵!

그때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쿠리울이 고개를 돌려보니 랜드 드레이크 세 마리가 순차적으로 바닥에 쓰러져 내렸던 것이다.

각기 목젖과 머리통에 화살이 박혀 있는가 하면 한 마리는 안구가 파열된 채 쓰러진 눈동자에서 피와 안구의 체액이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그들을 막아섰던 중형 마물들은 본능에 따르는 것인지 장벽에서 쏘아대는 화력을 따라 멍청하게도 내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장벽 스스로가 미끼를 자처한 것이었다.

쿠리울이 그들을 무시한 채 장벽을 바라보며 마력을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피식!

화살 한 대가 쿠리울의 목 아래를 긁고 지나갔다.

-이…….

쿠리울의 두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이내 턱 끝에 맺힌 핏방울이 점점이 떨어져 내렸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쿠리울이 허연 송곳니를 드러내며 방향을 돌렸다.

장벽이 아닌 기마들을 향해 말이다.

장벽의 일부에 커다란 구멍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날아드는 화염구 등, 유례없는 맹공을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장벽의 군인들은 절대 물러섬이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가져오기 시작한 모래주머니가 차곡차곡 쌓이더니 화염구를 막아 내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 모래는 장갑차량보다도 더 효율적인 방어력을 가진 것이기도 했다.

모래가 터지고 그걸 담은 포대가 불에 타 눌러 붙었지만, 그 뒤에 몸을 숨긴 병사들은 경미한 화상 정도만을 입은 게 전부였던 것이다.

거기에 고무되었는지 군인들이 거의 뛰듯이 다가와 모래 포대를 다시 화염구에 직격당한 곳의 보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구멍이 뚫린 곳에는 강림자들이 몰려와 진영을 짰다.

메우기에는 너무도 큰 구멍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강림자들의 앞으로 장벽에서 쏘아대는 화력에 성이 날 때까지 난 마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헛흠!”

그 선두에 검을 든 호피옷의 거한이 서 있었다.

강림자가 두려움을 느낄 리도 만무했지만, 그 거한의 경우는 조금 더 달랐다.

도발하듯 서서 한 손에 짧은 곰방대를 들고 뻐끔거리고 있었다.

“젠장, 이건 뭐 꼴초인 거야?”

그의 소환자인 광호가 한숨을 내쉬며 쇠파이프를 들어 올렸다.

처음인 상황이었지만, 특이하게 자신의 강림자 옆에 서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왔다! 와이어 잘라!”

그 외침에 아래쪽에 있던 소환자가 강림자에게 명령을 내렸다.

강림자의 칼이 한쪽에 묶여 있는 쇠줄을 잘라 내었다.

동시에 강림자들이 도열해 있는 앞으로 쇠줄 같은 것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솟구쳐 올랐다.

투욱!

몸에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달려오던 마수형 마물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 내렸다.

뒤따르던 마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리력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음에도 줄에 걸려 허우적거리다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로는 동료의 몸뚱이에 걸려 자빠졌다.

“으하하하하!”

그 순간 광호의 강림자인 임꺽정이 뛰쳐나가더니 냅다 검을 휘둘러 위쪽에서 버둥거리던 마수의 머리통을 쪼개 버렸다.

그렇게 마치 산을 오르듯 서너 개의 머리통을 더 베며 올라간 광호의 강림자 꺽정이가 연기를 훅 하니 뿜어내더니 외쳤다.

“나 잡아 보아라! 으허하하하하!”

* * *

와아아아아!

신컨길드원들이 스켈레톤 메이지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반전해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대원길드의 길드장인 오기원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있었다.

어차피 대원길드는 저런 환호보다는 실질적인 이득을 지향하는 편이었다.

지금 그의 표정에서 불편함이 스친 이유는 신컨길드가 환호를 받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처음부터 인상적인 시작을 펼침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논공행상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원길드 각 팀은 준비하라.”

대원길드의 강림자들이 빠르게 도열하기 시작했다.

소환자들은 그 뒤에 도열했고 그 주변으로 더 많은 강림자들이 호위하듯 들러붙었다.

그 모습을 본 주변의 다른 소환자들이 소곤거렸다.

“대원길드의 강림자들이 저렇게 많았나?”

선두에 선 강림자들의 숫자보다 뒤에 소환자들을 호위하는 강림자들의 숫자가 배는 더 많았다.

“소환자 호위하는 강림자는 대원길드가 아냐.”

뭔가 좀 아는 소환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대원길드가 아닌데 왜 저기 있지? 오늘 그쪽 독자작전 펼친다며?”

“호위로 고용된 강림자야. 아마 오늘 끝날 때까지 소환자들 곁에 붙어 달릴걸?”

“이 와중에?”

인근의 강림자는 물론이고 전국의 강림자가 모두 세 곳으로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수의 강림자가 마물과 싸우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대원길드의 소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되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응. 이 와중에.”

물론 고까운 시선이 더 많았지만, 대원길드는 거리낌이 없었다.

항상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적 전열을 무너트리고 재정비한다. 출동.”

기원의 명령에 강림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소환자들이 천천히 그 뒤에서 구보를 하듯 속도를 유지하며 따라 나갔다.

대원길드의 강림자들이 달려드는 마물들을 빠르게 정리하며 나아갔다.

중간 중간 살아남은 스켈레톤 메이지의 마법도 와해시키며 나아가는 모습은 묵직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전투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처음의 고까움과는 달리 탄성마저 나오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 대열 자체가 잘 짜 맞춘 전투 대형이라는 것을 알기 쉬웠다.

“또 시작이네 써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컨길드장 구도원이 코를 찡긋거리며 욕을 뱉어냈다.

“냅둬라. 쟤들 저런 거 한두 번이냐?”

보기는 좋았다.

깔끔하고 전투 자체에도 물 흐르는 것처럼 체계적이었다. 문제는 항상 저런 모습만 보인다는 거다.

즉 만만한 상대 혹은 부분만을 골라 압도적으로 상대하고 되돌 아오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철저하게 실적주의에 입각한 전투방식이다.

도원은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실제 위기의 상황이 오면 옆에 있는 고용된 강림자들을 던져 주고 되돌아 나오기 일쑤였다.

그러니 강림자 손실률이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 거다.

강림자야 일정시간이 흐르면 다시 소환되지만, 그 기간 동안은 전력의 누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에서 잘 관리가 되는 곳이 바로 대원길드였다.

영리하긴 하지만, 목숨 걸고 싸우는 입장에서는 얍삽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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