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93화 (93/305)

제93화 새로운 마물들

* * *

전신길드원들은 모두가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다.

물론 가능하면 균열을 차단하는 것도 좋지만, 균열 조짐이 길어진 만큼 뭐가 나올지, 혹은 감당이 될지는 예상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가능하면 이 균열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에 걸친 경험상 그게 쉽지 않다는 건 더 잘 아는 그들이었다.

을지부루가 했으니 쉽게 보이는 거지, 실제로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실제 강림자 전력은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두 곳이 가장 많았다.

“후우.”

그들 역시 미끼팀과 합승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좁은 지프 에는 그들을 제외하고 명령권을 이양받은 궁수 강림자 둘씩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프들 주변을 기마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우린 연료 떨어질 때까지 도는 겁니다.”

“걱정 붙들어 매십쇼! 제가 이래 봬도 사회에서 오프로드 동아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미끼팀 드라이버가 웃으며 대답했다.

소환자들과 달리 목숨을 반쯤 내놓고 적진을 휘저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기동대원들의 특징이었다.

많은 경험.

그리고 사명감.

기동대원들은 징집병과 달리 용병들처럼 고용된 군인들이 있지만, 그건 그들의 생명의 댓가를 그렇게라도 보답하기 위한 방법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시작됐다!”

균열이 끝이 나고 마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단안경으로 몰려오는 마물들을 본 병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반이라 그런지 폐급이 주류였기 때문이었다.

“이곳에도 레일건이 달렸으면 좋았을 건데.”

아쉬운 건 그거다.

그들이 있는 부산 쪽은 아직 레일건이 설치가 안 되어 있었다.

그나마 균열 조짐 이후 시간이 좀 있어 재래식 병기라도 최대한 가져다 놓기는 했다.

지난 침식균열 때 얻은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한 병기의 배치였다.

-포격 시작합니다! 포격 시작합니다!

그때 멀리 장벽 위에서 확성기로 누군가가 포격을 알리는 신호가 울려 퍼졌다.

“시작이다…….”

적들이 가장 몰려 있는 지금 이 시점 최대한 진과 확대를 위한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씨유우우우우!

씨유우우!

머리 위로 뭔가가 스치듯 지나치며 전방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쿠콰콰콰콰쾅!

거의 동시에 쏟아져 내리는 포탄의 비.

폭심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병화와 일행들은 땅이 진동하고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격팀장 윤치원이 혀를 내둘렀다.

“와, 전에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일단 숫자라도 줄이고 시작하자는 의미의 포격이니……”

병화가 중얼거리며 단안경으로 전방을 살쳤다.

다행히 소형종 혹은 폐급이나 에러급. 즉 F, E급 마물들이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사전에 사격 제원을 따 놓아서인지 초탄부터도 마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때 장벽 위가 부산스러워졌다.

“무슨 일이지?”

그때 누군가가 달려왔다.

군인이었다.

“허억! 헉! 서, 서울 쪽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쪽은 처음 보는 난이도의 마물들이 다수고 심지어 공중형 마물도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군인은 그렇게 보고를 전달하고 다시 뛰어 올라갔다.

“공중형?”

공중형이라는 말에 병화는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이들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래서 더 쏟아붓는 건가.”

마치 날아오르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렇게 땅바닥이 진동할 정도로 쏟아붓는 가운데, 그 사이를 박차고 나오는 개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작이다! 시동 걸고 다들 준비하라고!”

아직은 때가 아니었지만, 언제라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 장벽 위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1세대 전차의 전차포를 떼어다가 설치해 놓은 것들이었다.

최대한 재활용들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저기에는 북한 쪽과 통일을 하면서 해체해 온 선군호 등도 있었다.

남은 화약을 모조리 쏟아붓기로 하겠다는 듯 연신 쏘아대고 있었다.

그때였다.

뭔가가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는 순간 병화가 몸을 돌려 외쳤다.

“위험해!”

하지만 한발 늦은 경고였다.

콰아앙! 쾅!

장벽 위쪽에서 폭음이 울려왔다.

비명이 뒤섞였다.

“아…….”

“대체 뭐야?”

그때 또 앞쪽에서 뭐가 날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쪽도 선선히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대응을 시작했다.

“쏴!”

카라라라라랑!

날아드는 것을 향해 골키퍼가 불을 뿜었다.

골키퍼뿐만이 아니었다.

비호 자주대공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물론 레이더를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하긴 했지만, 화력은 충분했다. 다행히 날아오는 것들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퍼펑! 펑!

허공에서 터저나가는 것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화망을 뚫고 장벽을 두들기는 것들이 다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으아아!”

“이게 뭐야!”

장벽 위와 아래쪽에서 혼란이 시작되었다.

뒤집힌 전차포탑에서 포수를 빼 내는 도중에 뭔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인들의 이목은 모두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에 빼앗겨

있던 탓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콰득!

“으억!”

누군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거 뭐야!”

“헉!”

“쏴!”

타타타! 타타타!

구조에 여념이 없던 군인의 다리를 무언가가 깨물은 것이다. 처음에는 날아와 깨진 것의 파편인 줄로만 알았다.

그것은 돌조각처럼 생기긴 했지만 마치 몸통 없이 머리와 배만 달린 개미처럼 생겼다.

다만 다리가 네 개뿐이라는 게 차리일 뿐. 하지만 애 머리만 한 마물의 머리는 그대로 반으로 쪽 갈라지며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였다.

전체 길이는 육십 남짓이었지만, 사방에서 둥글게 말고 있던 몸을 피며 주변의 군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낙하 주변을 파악하라! 낙하 주변을 파악하라! 폐급으로 보이는 소형마물이 낙하물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이내 확성기로 전파되어 갔지만, 이미 사방에서 교전이 시작되었다.

타타! 타타! 타타!

타타타타타타!

“아악!”

“자동 하지 마! 단발 혹은 점사로 대응하라!”

혼란은 곧 오인사격으로 이어졌다.

아니 오인이라기보다는 잡는 와중에 탄이 튀거나 자동으로 잘못 갈기면서 아군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 상황을 수습한 것은 역시나 기동대원들이었다.

“으랴!”

콰작!

기동대원이 휘두른 야삽이 소형 마물의 몸통에 쩍하니 박혀 들었다.

“탄착지점에서 거리 벌려! 당장!”

기동대원들의 외침에 군인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부상자를 끌고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오인사격으로 인한 피격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근접상황은 손도끼나 야삽으로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한 방에 쪼개지 못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멀리 안쪽으로 쳐내는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그 사이로 의무병들이 바삐 오갔다.

“씨팔, 살점이 한 주먹은 뜯겨 나갔어.”

“몰핀 놔 줄 테니 후방이송 빨리!”

갑자기 전 후방이 사라져 버린 상황이었지만, 대침식 시기의 경험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후두둑.

장벽 아래쪽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방어선에는 소환자와 강림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환자보다 강림자들이 그들의 존재를 먼저 알아차리고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족족 잡아 죽였던 것이다.

“저놈들이다!”

그때 단안경으로 바라보던 임병화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거대한 식물로 보이는 것이 마치 꽃잎을 대롱처럼 만들어 뭔가를 계속 쏘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장벽에서도 그것을 보았는지 거대한 식물에 포탄이 작열했다.

“빌어먹을…….”

폭음이 걷히고 난 뒤 그것을 바라보던 병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뒤로 휘칭이기는 했지만,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저게 꽃이야 뭐야? 걸어 다니네?”

문제는 그것들이 느릿느릿 걸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개체수도 적지 않아 보였다.

그걸 본 병화가 지프에서 내려 달려가 방어선에 설치된 유선전화기를 들었다.

“저 꽃들 전신이 맡겠습니다. 포격은 안쪽으로 집중해 주십시오.”

병화의 말에 안쪽에서 답변이 들려왔다.

-부탁합니다.

그쪽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기에 병화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통신병에게 넘긴 병화가 재빨리 달려와 지프에 올라타며 외쳤다.

“꽃들부터 처리하고 빠진다! 욕심내지 마! 꽃부터야!”

병화가 반복해서 소리를 치자 주변의 소환자들이 그의 말을 그대로 전파하기 시작했다.

포탄소리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지만,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다. 전달이 끝나자 병화가 붉은 깃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다들 일제히 파란 깃발을 들었다.

알아들었다는 신호였다.

그것을 확인한 병화가 차량 한쪽에 붉은 깃발을 꽂으며 외쳤다.

“갑시다!”

병화의 외침과 동시에 시동이 걸려있던 지프들이 일제히 전방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젠장. 마음에 안 들어.”

신컨길드의 구도원은 뒤를 힐끔거리며 툴툴거렸다.

이 상황에서도 대원길드는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치겠다고 한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폐급 마물들이 등장하는 시점에 포대들이 일제히 화력을 집중해 적들이 균열을 통해 나타난 것을 날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해골이라니…….”

언데드에 속하는 해골병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이 해골병사는 물리력에는 약하지만,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살점이 없으니 총알이 갈비뼈 사이를 스치듯 지나가 버리니 말이다.

그나마 전부 해골종류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익히 보아왔던 마물들이 꽤 있었기에 대응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사이 다른 곳의 상황이 알려져 왔다.

“날아다니는 게 있어? 그리고 꽃이 걸어 다닌다고? 희한하게 젠장.”

도원이 욕설을 뱉으며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단안경으로 확인을 해 보았지만, 다행히 걸어 다니는 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저거 스켈레톤 메이지 아냐?”

치원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목하며 묻자 병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메이지.”

높은 화력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위험도가 높은 존재였다.

다행이란 건 그 사거리가 짧은 편이어서 아직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볼 만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정면에서 커다란 방패 같은 것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별 짓들을 다 하는구나.”

그리고 그 위로 빛이 어렸다. 메이지들이 무엇을 한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그 위로 포탄이 떨어져 내렸지만 이내 튕겨 나가 바닥에서 터져 나갔다.

“방어막을 둘렀나 본데.”

도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도원은 여전히 전차를 타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은 그의 전차에 궁수 강림자들이 다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외의 미끼팀 지프에도 소환와 궁수들이 조합을 이루고 대기 중이었다.

“자, 갑시다. 일단 메이지 주변에 고속 유탄으로 응사하고 바로 빠지는 거다!”

도원의 명령이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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