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대원길드
* * *
최후배 경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정미 경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니가 여길 왜 와?”
“왜? 막 가슴이 두근거리니?”
“응.”
최 경감의 답변에 농담을 던졌던 이정미 경위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니가 무슨 짓을 할지 걱정돼서.”
“야!”
“나 경감 달았다.”
“……네.”
그때 서준모 경위가 건들거리며 다가와 한마디 툭 던졌다.
“좋겠다. 경감이라서.”
“아 쫌!”
“예, 예 경감님.”
최 경감이 버럭 소릴 질렀지만 서 경위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건성으로 대답하곤 이 경위에게 다 가갔다.
“잘 왔어.”
“선배님! 보고 싶었어용!”
“그러지 마라. 아직도 내 기억에는 니 죽빵에 이빨 다 털리던 동구파 애들의 처연한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오호호호!”
서 경위의 말에 이 경위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최 경감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왔어?”
“선배님이 불러서.”
“……응?”
최 경감이 서 경위를 바라보자 그가 히죽 웃었다. 왠지 그 웃음이 불길하게 느껴지는 최 경감이었다.
“아니, 여기 책임자가 전데 말도 없이!”
“말은 정확히 하자. 니 책임은 여기 전반이고 내 책임은 여기 사이버 전사들 관리니까.”
“왜요? 경감님은 내가 온 게 그렇게 싫으세요?”
이 경위가 끼어들자 서 경위에게 따지던 최 경감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런 문제가…….”
“막말로 우리야 필드서 뛰다가 저 양반들과 관계가 있어서 여기 온 거잖아. 마물 대응 쪽은 우리보다 정미가 경험이 더 많잖아.”
그의 말대로 긴급 균열 대항팀에 있던 이 경위의 지식은 상당 한 수준이었다.
그때 이 경위가 조심스럽게 다 가와서 물었다.
“정말 아니에요?”
“뭐가.”
“옛날 선배님이 맡았던 그…….”
“아냐. 미국애들도 확인 끝났고.”
“너무 똑같은데요?”
“쌍둥이니까.”
서 경위의 대답에 이 경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궁금한 게 많은 듯 서 경위에게 들러붙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흠. 선배님 안 바쁘십니까?”
넌지시 던진 질문에 서 경위가 그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자 최 경감이 한손으로 술잔모양을 만들어 꺾었다.
“아! 맞아. 내 정신 좀 봐. 우리 경감님이 여기 이 경위 좀 맡아 줘. 앞으로 긴급대항팀이랑 연계를 해야 할 게 많으니까.”
“뭐, 그러지요. 흠흠.”
서 경위가 사라지자, 최 경감이 이 경위에게 슬쩍 다가가며 물었다.
“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도 되고.”
“다 물어봤는데……요?”
“…….”
순간 최 경감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때 이 경위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신 배가 고픈데. 밥은 어디서 먹나?”
“아차차! 배고프구나! 따라와 여기 짬이 괜찮다!”
이 경위의 말에 최 경감이 환한 얼굴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런 최 경감을 따라가며 이 경위가 짙은 미소를 머금으며 뒤따랐다.
“어쩌니. 이 숙맥을…….”
최후배 경감과 함께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던 이정미 경위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원 길드?”
“이번에 합류한다더니 왔네.”
한쪽에는 모두 같은 복장의 사병과 같은 분위기의 소환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전신길드 그리고 신컨길드와 함께 대한민국 삼대길드라 불리는 대원길드였다.
그들의 가슴 한쪽에는 대원길드를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저치들 까다롭게 굴지는 않아요?”
“뭐, 아직까지는? 왜 별로 안 좋아?”
최 경감의 질문에 이 경위는 여전히 찌푸린 얼굴을 한체 대답했다.
“네. 징글맞을 정도로 비협조적이기로 유명하잖아요.”
“그 정도야?”
대원길드는 대원그룹의 후원하에 결성된 곳이었다.
대원그룹은 대침식 사태를 지나며 급성장한 그룹이었다.
기존의 재벌체계를 무너트리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위치를 차지한 곳이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사업중 바이오 산업 덕분이었다.
대침식 사태 당시 기업차원에서 길드를 결성하여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그들은 많은 마물들의 사체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그 덕에 대침식 당시 균열의 조짐을 파악하는 레이더를 비롯, 마물의 부산물을 이용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내면서 급성장을 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규모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길드이기도 했다.
총인원 사백오십 명.
그 어떤 길드보다도 질적으로 양적으로 떨어지는 면이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전신길드와 신컨 길드와 삼대길드로 불리는 이유는 그 규모에 비해 그들의 공적이 모자라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움직였다.
그 때문에 실질적인 전투력으로는 대한민국 원탑임에도 삼대길드로 불리는 것이었다.
이 경위가 그들을 싫어하는 이유도 이 부분 때문이었다.
긴급한 균열사태에서도 이들이 가장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최근에 벌어진 침식균열 때에도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라는 소환자들에 대한 강령에도 이들은 해외 침식지로 사냥을 떠났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희귀 표본 수집이었다.
마물연구에 필요한 희귀한 표본이 발견되었기에 해외로 파견이 되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정작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정도야?”
“솔직히 맘 같아선 모조리 죽빵을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야.”
이 경위의 말에 최 경감이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에이. 어차피 계약에 묶여서 그런 건데 애꿎은…….”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 내가 그래서 그 새끼를 걷어…….”
순간 이 경위가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 모습을 보던 최 경감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럼 그렇지.”
“어, 어쨌든! 사감과 상관없이 진짜 재수 없다니까!”
“어.”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고!”
“그래.”
최 경감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붙으며 이 경위가 진땀을 흘리며 해명을 이어 나갔다.
그때였다.
“정미?”
이 경위를 부르는 소리에 두 사람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췄다.
최 경감이 고개를 돌리자 그 뒤를 따라오던 이 경위가 인상을 팍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미 맞지?”
“아우 씨…….”
이 경위를 부르며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부르는 소리와 반대편으로 슬슬 고개를 돌리는 이 경위를 몸으로 가리며 최 경감이 나섰다.
“대기하시던 자리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사내는 최 경감의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옆으로 돌아가며 다시 이 경위를 불렀다.
“너 여기 있었냐?”
최 경감은 그의 행동에 얼굴을 굳히며 옆으로 한 걸음 옮기며 다시 사내를 가로 막았다.
“대기하시던 자리로 되돌아가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최 경감의 말에 사내는 처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난 정미랑 얘기 좀 해야겠으니 옆으로 나오지?”
사내의 말에 최 경감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여기 책임자입니다.”
“당신이?”
책임자라는 말에 사내가 잠시 멈칫했다.
“특수지원본부장 최후배 경감입니다.”
최 경감의 소개에 사내는 잠시 경직되었던 표정을 풀며 미소를 띠었다.
“뭐야, 경찰이었어?”
“…….”
최 경감은 사내의 안하무인 적 행동에 이를 악물었다.
군대라면 헌병이 담당을 하겠지만, 이곳 소집자들은 엄연히 민간인 출신들이다.
그렇기에 경찰 출신인 그가 이곳을 담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사내는 안하무인 적으로 나온 것이다.
최 경감이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
“눈이 삐었냐?”
“말하지 마, 나 쪽팔려 죽을 거 같으니까.”
이 경위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최 경감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사내가 이 경위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야, 사람을 봤으면 반갑게 맞이해 줘야…….”
턱.
사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최 경감이 그의 팔목을 붙들었기 때문이었다.
“놓지?”
“다시 말씀드립니다. 되돌아가시기 바랍니다.”
“하아.”
사내는 한숨을 내쉬며 팔을 강제로 빼내었다.
최 경감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손목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소환자의 신체적 능력은 일반인이 따라가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뭔 일이래?”
서준모 경위가 어슬렁 거리며 나타났다.
슬쩍 분위기를 본 서 경위가 최 경감에게 어울리지 않게 슬쩍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본부장님 뭡니까?”
“특수소집인원 대기지역 이탈이……다.”
최 경감도 서 경위가 일부러 자신에게 존대를 하는 것을 알고 말을 놓았다.
“그냥 퇴거 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당신은 뭐야?”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자 서 경위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이 경위에게 물었다.
“얘는 뭐냐?”
“뭐, 그냥 좀 만나던…….”
서 경위의 질문에 이 경위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서 경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만나려면 사람새끼를 만날 것이지, 어디 이런 개새끼를 만나냐. 쯧.”
“씨팔 당신 지금 뭐랬어?”
순간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뱉었다.
그러나 서 경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여하간. 넌 그게 문제야. 어디 껍데기만 좀 번지르 하면 넘어가는 거.”
“둘이 만날 땐 매너 좋았죠.”
“잘 한다.”
“너 내 말 안 들리냐?”
사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서 경위는 대꾸는커녕 들리지도 않는 듯 이 경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뭐 지금은 째졌다니 천만 다행이다.”
“그러게요.”
“야!”
순간 사내가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그때였다.
카가각!
“어컥!”
순간 사내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던 그의 입에 차가운 쇳덩이가 물려졌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특수 경비구역입니다. 진입시에 통제에 따른다는 서명을 하신 줄로 압니다.”
최 경감은 무미건조한 음성을 내뱉었다.
그러나 사내는 지금까지의 반응과 달리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그의 입에 최 경감의 전기 충격 기능이 내장된 삼단봉의 끝이 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대원길드의 길드원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박 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어이, 거기 뭐야?”
소환자들이 다가오는 상황에도 최 경감은 자신의 할 말만 이어 갔다.
“기본적으로 소환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강력범죄 이상으로 대응합니다.”
사내는 입에 물린 삼단봉을 보며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이어 빼히지(이거 빼시지)?”
그럼에도 최 경감은 할 말을 이어갔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총기를 이용한 대응사격도 허가 됩니다. 물론 이건 전기 충격이 가능한 삼단봉임을 먼저 밝힙니다.”
물론 일반적인 조치 상황은 아니었다.
대침식 초기 일부 소환자들의 일탈 때문에 생긴 조항이기는 했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은 거의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전기 삼단봉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기본 장착하는 것이다.
그때 최 경감의 목에 차가운 것이 드리워졌다.
칼날이다.
어느새 나타난 강림자가 그의 목에 칼을 드리운 것이다.
“미치겠네.”
그 모습에 서 경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