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반갑습니다아~!
* * *
“가능하다고요?”
“네.”
유성찬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대답을 해 준 헌팅라이센스 센터의 여상담원은 방긋 웃고 있었다.
“이거 참.”
믿어야 하나 싶었다.
물론 대침식 시기에 소환자가 아닌 일반 군인들도 일부 마물을 육박전으로 잡아 내기도 했다.
물론 그때야 밀리면 무너진다는 심정으로 싸워서 나온 결과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게 흔한 건 아니었다.
막말로 처음부터 육탄전을 벌인 것도 아니고 밀리고 밀리다가 백병전에 돌입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이었다.
당시 군인들의 피해가 십만이 넘어갔었으니 할 말 다한 것이다.
초기에 칠만 가까이가 희생되었고, 이후에 소환자들이 생겨나면서 희생이 줄었지만 말이다.
거기에 또 초기 대침식 때에는 거의가 F급이었고 간간히 나온 것들이 E급이었다.
처음부터 D급과 C급 이상이 쏟아졌다면 십만은커녕 백만이 죽어나가도 무너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유성찬은 눈앞에서 방긋 웃고 있는 상담원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욱하는 마음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솔직히 끌리지 않는 건 아니다.
소환자.
그 이름만으로 구원자 취급을 받는다.
물론 웹소설의 헌터들처럼 갑질의 대명사까지는 아니어도 점점 그 위상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었다.
결국 대안은 그들뿐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주변의 눈길은 반반이었다.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운 좋아 강림자를 받아들인 로또 맞은 인간들.
물론 이런 건 어디나 있는 시셈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간혹 상상을 하게 된다.
영화나 소설처럼 강림자의 능력이 자신에게 있었다면 하는 상상 말이다.
물론 유성찬은 실제 전투가 얼마나 끔찍한지 아는 사람 중 하나이다.
대침식을 처음부터 겪은 것은 아니지만, 끝자락을 경험해 본 덕에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럼에도 끌리는 것은 소환자들의 망상도 있기는 하지만, 그게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환자의 내구성이 좋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일반인이 마물의 공격에 한두 대 만에 무력화 되는 것과 달리 소환자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좀 긴 편이다.
그사이 구함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반인이라면 벌써 죽어 먹혀들어 가는 상황에 소환자는 또렷한 정신으로 산체로 먹혀들어 가며 비명을 지르기 십상이다.
씹히는 기분까지 세세히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반쯤 먹히다가 구함을 받은 소환자들의 증언이다.
물론 반쯤 먹힌 덕에 그들은 거의 다 사망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도 이러한 증언까지 하고 죽을 수 있다는 생존력을 보이니, 과연 이것을 축복이라고만 할 수 있는가 생각을 해 볼 법했다.
그런데 소환자가 마물을 직접 상대한다.
물론 모든 마물을 상대하리라는 상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의 대항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제대로 된 생존 능력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성찬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비니?”
그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끌벅적한 곳에는 이번 이슈의 주인공인 BJ비니가 사람들을 향해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며 들어오고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파프리카 티비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행색이 아니라도, 그의 뒤로 기동대 대원들이 카메라 등의 방송 장비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그가 지금 그런 상태로 침식지를 간다는 것은 그가 본 것처럼 사냥을 한다는 것과 같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에서 강림자로 보이는 이들이 둘 보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강림자 같지는 않았다.
자신들끼리 뭔가를 이야기하며 시시덕거리는 강림자와 거리가 멀었다.
그사이 빈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방송장비가 있음에도 쉽게 진입을 할 수 있었다.
“젠장.”
성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전에 등록이 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단독작전은 금지였다.
그때 몇몇 소환자들이 안으로 들어서는 빈의 모습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성찬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
“오늘 파티 있습니까?”
“아!”
성찬의 질문에 그들은 바로 알아먹는 표정을 했다.
최소한의 작전인원을 맞춰 따라 들어가 확인하자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들 역시 뭔가 준비하고 왔다기보다는 성찬과 같은 이유로 들렸다가 빈을 본 것이 분명했다.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급조한 파티였지만, 그들의 목적이 같았기에 빠르게 신고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들의 뒤로는 배정된 기동대원들이 따라 붙었다.
“저기다!”
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목적대로 빈의 행적을 찾았다.
다행히 곧바로 따라붙었던 덕에 얼마 가지 않아 빈을 찾을 수 있었다.
유성찬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파티를 이루어 빈을 보기 위해 안으로 진입했는지, 이쪽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소드맨이다.”
소드맨이라 불렀지만 정식명은 스켈레톤 소드맨이었다.
이곳은 공동묘지라 불리는 침식지였던 것이다.
“정말 한다고?”
아까 강림자로 착각했던 이들 둘이 말을 몰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 스켈레톤 소드맨이 달려오고 있었다.
“너무 많은데…….”
수는 약 스물 정도.
이곳을 출입하는 수준의 강림자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숫자이기는 했다.
“설마 아니겠지.”
성찬뿐 아니라 그와 급조해서 안으로 들어왔던 소환자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번 방송에서 마물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 숫자부터가 달랐다.
그때였다.
고빈이 카메라에 대고 두 주먹을 양 볼에 대고 희한한 리액션을 하더니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뒤쪽의 소환자가 욕설이 섞인 음성을 터트렸다.
“미친, 미션이라고? 저걸?”
“미션?”
흔히 BJ들이 달성목표를 만들어 두고 해 내는 것을 미션이라고 한다.
방송을 보는 이들이 거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처럼 스스로 미션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진짜 한다고?”
성찬이 흔들리는 눈으로 달려 나가는 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볍게 내달리는 빈의 얼굴에는 긴장감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운 흥분감이 감돌았다.
이전에도 이런 해골들은 충분히 상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강해진 상황. 이십 여기의 스켈레톤 소드맨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물론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마물들을 상대하면서 빈은 총화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등급은 직접 상대하는 입장에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차라리 스켈레톤 소드맨이 상대하기에는 더 수월했다.
물론 해골마를 탄 나이트 등급은 좀 다르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건 빈의 입장이고 아직 사람들 기준은 달랐다.
빈은 그것을 노린 것이다.
“일단 손맛도 다르고 영상미도 뿜뿜이지. 흐흐흐.”
빈이 혀를 내둘러 입술을 적시더니 가우리 기마병들을 좌우로 스치며 내달렸다.
와그작! 와장창! 빠각!
파열음이 연달아 울렸다. 그 모습을 보던 소환자들은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들의 표정은 묘한 열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나는 즈음 그들은 침식지 사냥을 포기하고 입구로 되돌아갔다.
대신 그들은 헌팅 라이센스 센터에 들어가 서명을 했다.
빈의 방송효과는 그 어떤 것보다도 높았다.
* * *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헌팅 라이센스 센터에서 서명을 했던 소환자들 중 1차 소집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밝은 분위기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진입했다.
입소식장은 밝고 깨끗한 분위기였다.
안내를 맡은 군인들은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말끔한 모습에 친절하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소집에 관해 부실했던 사전정보에도 마음을 놓게 만들었다.
그렇게 소집자들이 안으로 들어서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나 참, 군대 같은 거 상상했잖아.”
“에이씨. 넌 다녀오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끔찍한 소릴 하냐?”
“형은 4주 훈련만 받고 지하철 역에서 근무 했잖아.”
“난 그 4주 동안 지옥을 경험했지.”
군 생활을 마친 이들이 들었다면 어이없어 할 대화를 나누면서 한껏 풀어진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또 일부는 동영상으로 장면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BJ를 꿈꾸기라도 하듯 떠들어 대고 있었다.
“형님들! 제가 이제 입소할 건데요! 비포 에프터! 확실히 보여 드리겠습니다!”
“뿌잉 뿌잉!”
주변에서 안내를 하던 군인들은 그 모습을 보자, 잠시 입가에 매단 미소가 기묘하게 변했다.
밝은 미소가 마치 썩은 미소로 바뀐 느낌이었다.
그러나 워낙 찰나였기에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찍던 방송국 카메라도 소집자들이 안쪽 대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더는 따라붙지 못했다.
아직은 대외비라며 철저히 통제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발해 봐야 그게 한계다.
대침식 이후 위상이 높아진 군이다.
국가를 지키는 데 있어서 십만의 군인들이 초개처럼 목숨을 던진 집단이었다.
군바리 등으로 놀림 받던 군이 아니었기에 기자들의 반발은 딱 반발로써 그칠 뿐이었다.
끼이이익 탕.
1차 소집자들이 대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철문이 닫혔다.
마치 공포 영화의 클리셰 같은 소음이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밝았던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키기기기기기.
뭔가 날카로운 쇠를 끄는 듯한 소음이 울려오자 소환자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강림자로 보이는 이가 커다란 도끼를 바닥으로 끌며 단상위의 중앙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놀러온 거간?”
툭하니 던져진 음성.
그리 크지 않은 음성이었지만 소집자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커다란 도끼를 끌고 나타난 이.
을지부루가 천천히 도끼를 어깨에 들쳐 메었다.
“뭐지?”
모두가 주목한 상황이었기에 그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부루가 천천히 대부를 단상 뒤의 벽을 향해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천천히 휘둘렀다 생각했지만 울려 온 소리는 전혀 달랐다.
벽이 무너져 내렸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것 마냥 뻥 뚫렸다.
군데군데에 바깥쪽을 향해 휘어진 철근들이 이것이 그저 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든 가벽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뚫린 벽으로 빨간 깃발 하나가 보였다.
그때 닫혀진 문이 있는 뒤쪽으로 건장한 이들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와 늘어섰다.
퇴로가 차단되었다.
부루가 어깨 위에 대부를 턱 하니 걸친 채 빨간 깃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빨간거이 보이디? 띠라우. 열 명이야.”
순간 다들 멍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곳에서는 몸이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에이씨!”
군 경험자들.
그들이 먼저 덮어 놓고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