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작전 그리고 작전!
* * *
고빈이 화면을 보고 하는 모습을 보며 기동대원 중 하나가 물었다.
“저거 방송인가 뭔가 보는 사람들 연령대가 높은가?”
“왜?”
“아니 전부 형님이라고 하기에.”
“돈 주면 형님이지.”
“아…….”
고개를 끄덕였던 기동대원이 대답을 해 준 동료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에게 내 형님이 될 기회를 줄게.”
그러자 동료가 말없이 그의 손바닥에 백 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원 없이 불러 봐라 동생아.”
“닥쳐라, 이 그지야.”
그때 빈이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기동대원들에게 말했다.
“자, 방종합시다.”
“벌써?”
지금 빈이 들어와 잡은 마물의 숫자는 겨우 다섯 마리가 다였다.
물론 다섯 마리가 적은 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젤리베어는 D급이다. 화기가 통과하거나 그냥 퉁하니 튕겨낸 개체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걸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젤리베어가 더 쉽다며?”
“그렇다데.”
“그런데 왜 벌써 멈추지?”
그들이 두런두런 말을 나누고 있자 빈이 끼어들었다.
“어차피 제가 잡을 수 있는 게 C급중에도 일부가 한계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 벌써 밑천 다 털리면 다음에는 뭐 가지고 방송해요?”
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기동대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따지면 오늘은 쿠라우탄만 잡았어야지 않나?”
그의 질문에 빈이 고개를 내저었다.
“에이. 사실 쿠라우탄은 화기가 통하는 놈이잖아요.”
“그렇긴 해도 그게 장난이냐?”
기동대원의 반발에 빈이 설명했다.
“아니긴 하지만, 총이 통한다는 건 칼이나 도끼도 통한다는 말이에요. 아시잖아요. 차로도 뭉갤 수 있는 거.”
빈의 말대로였다.
하지만 그건 극소수다. 안다고 해서 그걸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알아도 할 수 없는 게 있는 법이었다.
아무리 그런 걸 안다 해도 쿠라우탄을 도끼 한 자루로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그게 말이 쉽지…….”
“어려워도 가능하다는 건 항상 문제가 되요. 입스타 몰라요?”
“아…….”
아직까지도 유명한 게임이 있다. 스타크레프트.
워낙 유명한 탓에 아는 사람도 많은 게임이다. 이십년이 넘었으니까.
문제는 아는 만큼 훈수 두는 사람도 많다. 그런 걸 바로 입으로 한다는 의미로 입스타로 부른다.
빈의 말에 다들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젤리베어까지 친 거다?”
“그렇죠.”
“그럼 복귀하는 건가?”
다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빈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응?”
“안 가?”
“너 옆으로 빠지면 장군님께 꼰지른다.”
빈의 말에 다들 각자 한마디씩 던졌다. 강 대위 역시 빈에게 다가가 말했다.
“일단 우리는 아직 외부에 알리기가…….”
“렙업 좀 하고 갑시다.”
빈이 어깨에 도끼를 턱 올려 놓으며 침식지대를 바라보았다.
그 말에 강 대위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더 한다고?”
“예.”
“방송도 안 키고?”
“녹화만 하죠. 나중에 너튜브에 올릴 영상이나 짤 만들 때 쓰면 좋겠네.”
나름 이유를 대었지만 강 대위는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님을 알았다.
빈은 지금 진짜로 실력을 올리기 위해 마물을 잡겠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자자, 갑시다.”
“뭐 그렇다면야.”
“이동합시다.”
다른 기동대원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장비를 챙겼다.
하지만 강 대위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빈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담았다.
부루에게 끌려와 죽지못해 싸우던 빈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빈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
강 대위가 힘차게 외쳤다.
* * *
처음 며칠간은 조용했다.
하지만, 고빈의 방송이 이슈가 되기에는 일주일이 모자랐다.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안 됩니다.”
침식지대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부 소환자들이 방송장비를 압수당하며 벌어진 일들이었다.
일인미디어의 가장 장점은 접근이 쉽다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장비가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물론 제대로 하려면 좋은 장비가 필요하기는 했다.
“이유를 알아야지요!”
“라이센스가 필요합니다.”
라이센스라는 말에 소환자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여기 강림자 안 보여요?”
“보입니다.”
침식지대를 치키는 군인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소환자가 혀를 차더니 팔뚝의 패드를 보여 주었다.
“자. 됐죠?”
소환자임을 증명하는 라이센스를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군인은 그들을 제지했다.
“아, 왜요!”
“그건 일반 등급입니다.”
일반등급이라는 말에 순간 소환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가 나기보다는 의아했던 것이다.
“일반등급? 소환자 라이센스에 등급이 있다고요? 강림자 등급 때문에 그래요?”
“강림자가 아닌 소환자 라이센스가 일반이 아닌 헌팅용에만 가능합니다.”
군인의 말에 소환자가 당황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건 또 뭐예요?”
소환자가 된 지 오 년이나 되었지만 그런 게 있다는 것은 오늘 처음 들었다.
그러자 군인이 답했다.
“그건 이곳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군인은 옆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쪽에 못 보던 간판이 있었다.
〈헌팅 라이센스 센터〉
그걸 본 소환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낭랑한 음성.
“헛! 파, 판도라!”
“안녕하세요! 판도라의 레이니에요!”
안으로 들어서자 나타난 것은 바로 국민 걸그룹이자, 월드스타가 된 판도라 멤버의 막네 레이니였다.
당연히 소환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몰카구나!”
“몰카는 아니고 새롭게 라이센스 정책이 바뀌어서 홍보대사로 선정되어 봉사중이에요.”
레이니의 말에 소환자들은 정신이 빼앗겼다.
“그렇군요.”
“저 사진 좀…….”
소환자들은 레이니의 등장에 다들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 등 분주했다.
“그런데 라이센스 갱신하시는 것 맞지요?”
“네!”
“당연하죠!”
“그럼, 여기 서명하시고 교육을 따로 받으셔야 하는데…….”
“아!”
“알았습니다.”
소환자들은 레이니의 설명이 끝나기 전에 서명부터 마무리했다.
그러자 레이니가 깜짝 놀라 외쳤다.
“이거 설명 따로 드려야 한다고 했는데!”
“에이. 우리가 누굽니까. 하하하하!”
“그런데 아직 결혼은…….”
잠깐이지만 마치 팬미팅과 같은 시간을 보낸 소환자들은 레이니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었다.
“그럼 소집일날 또 봐요!”
“네! 그날 꼭 봬요!”
소환자들은 입이 한껏 찢어진 채 되돌아갔다.
오늘 끝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었다.
이곳에서 서명을 한 사람들이 소집되는 날, 판도라 멤버가 모두 함께 모여 공연도 하고 한다는 말에 기분이 들떴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첫날 소문은 계속 퍼져 나갔다.
레이니 그리고 세인 마지막으로 제이가 침식지대에서 홍보대사로 일하는 중이라는 소문은 소환자 커뮤니티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 * *
[소환자가 사냥이 가능한가?]
[영상 전문가 유중찬 감독은 해당영상은 절대 조작될 수 없다고 말해…….]
빈의 영상은 계속 이어졌다.
파프리카 티비의 생방송은 물론이고 너튜브의 편집영상까지 이어지자 BJ비니 그리고 비니TV에 대한 관심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당연히 강림자를 활용해서 방송을 만드려던 소환자들 일부는 판도라 멤버에게 서명을 하였고, 또 일부는 이를 통해 고빈이 그곳에서 촬영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새로 발급받은 라이센스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그 가운데 소환자인 유성찬은 열을 올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것들이 장난하나…….”
-별찬 : 내가 소환자라니까?
-꿍띠빠빠 : 네, 다음 관종.
-쎄빠닥 : 님 먹잇감 주지 말죠.
-별찬 : 인증해도 못 믿는다고?
-세빠닥 : 전문가 말도 못 믿는다며? 우리가 님 어케 믿음?
성찬은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열을 찬찬히 가라앉혔다.
사실 그는 지금 영상에 대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쪽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아냥이었다.
당장이라도 현피를 가고 싶을 정도였다.
어찌나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지 부처님도 벌떡 일어나 목탁으로 대가릴 깰 정도였다.
성찬은 화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무슨 소환자가 라이센스 과정을 밟으면 사냥이 가능해. 장난해? 다 떠나서 왜 사냥을 소환자가 하냐고!”
성찬은 열을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조목조목 설명을 달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더 열이 오르게 만들었다.
-꿍띠빠빠 : 응. 믿어줄게.
-빠닥 : 오구오구 아라쏘~
콰앙!
결국 성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새끼들 내가 확인해 보고 아니면 다 뒤진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성찬은 강림자를 이끌고 침식지로 향했다.
* * *
“어그로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확인합니다.”
“코드 꿍띠 주소 날린다.”
마치 피씨방을 연상될 정도로 많은 컴퓨터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곳에는 군복을 입은 이들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옹 아싸 인증. 인정.”
누군가는 자신이 두들기는 문장을 입으로 중얼거리기도 했고, 누구는 피식거리며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최후배 경감이 옆에 있던 서준모 경위를 보며 혀를 찼다.
“너무 얍삽한 거 아닙니까?”
최 경감의 질문에 서 경위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낚이는 게 바보지.”
“하아.”
“캬, 내가 우리 전사들! 계속해! 계속!”
“옙!”
“알겠습니다!”
군인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전사들은 또 뭡니까?”
최 경감의 질문에 서 경위가 답했다.
“키보드 워리어. 맞잖아 전사들.”
“…….”
그동안 무수히 논란이 되었던 것이 댓글알바니 뭐니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걸 이용해서 소환자들을 어그로 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또 미묘했다.
잘못된 진실을 말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진실은 이쪽이 말을 하고 있었고, 낚이는 쪽이 믿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효과가 컸다는 점이다.
최 경감이 고개를 내저으며 서 경위에게 물었다.
“대체 나이도 있는 양반이 이건 어떻게 생각하신 겁니까?”
이 작전은 서 경위가 입안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사실 서 경위의 나이는 이런 것을 생각하기에는 좀 많았다.
최 경감의 질문에 서 경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이텔 때 키보드 워리어의 시조가 나다.”
“…….”
“내가 정신 함 털어 주면 애들 전화비 팍팍 써 가며 덤벼들었지. 크으!”
최 경감은 이 사람이 경찰이 되지 않았다면 아주 유명한 범죄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소집 해제 후에?”
지금은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었다.
최 경감이 걱정하는 건 그 교육 내용이었다.
사람 잡는 내용들…….
“괜찮을걸? 너 같으면 다른 사지 멀쩡한 놈 군대 안 가는 거 보고 싶냐?”
“아…….”
최 경감이 탄성을 뱉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남자들의 심리를 꿰뚫는 작전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