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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67화 (67/305)

제67화 빈이 방송을 원하는 이유

* * *

새롭게 합류한 소환자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연구를 위한 인원투입이 언제부터인가는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멧 할러데이 중장과 미군 출신 소환자들과 전신길드 등 기존 소환자들 역시 남아 있었다.

이제는 전투를 통해 능력의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은 증명이 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훈련보다는 실전을 통해 경험치를 쌓아 나가는 것이 더 맞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남아 있었다.

선구자로써의 사명감 같은 건 아니었다.

멧 중장이 나타났다.

그의 머리 위에는 팔각의 검은 모자가 있었다.

“제군들.”

멧 중장의 등장에 소환자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들어섰다. 그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온 이들이었다.

하지만 신컨길드에서 합류한 소환자들의 표정은 달랐다.

“씨파. 아니겠지?”

“설마…….”

“왜 저 아저씨 한국말이 유창한 건데.”

그때 우려를 증명하듯 미군들이 열을 맞추어 달려 나와 멧 중장의 앞에 늘어서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신컨길드원 중 하나가 욕설을 뱉었다.

“구도원 개새끼!”

자신의 길드장임에도 서슴치 않는 욕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있었다.

“혀, 형? 저 제대한 지 한 달 됐어요…….”

“그럼 적응도 빠르겠네. 난 예비군도 끝났다고.”

신입의 불안한 음성에 그를 영입해온 길드원이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예비군 빠져.”

“예, 형님.”

“하아…… 구도원 이 씹때끼!”

나직하게 욕설을 뱉은 그는 민방위를 마친 지 일 년이 갓 지난 이였다.

이들이 도원을 욕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도원이 직접 이들을 선별했다는 사실 하나다.

처음에는 길드장의 선택을 받았다며 좋아했지만,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그때 멧 중장이 손가락을 한쪽으로 향했다.

반사적으로 사람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빨간 깃발 하나가 있었다.

“선착순 10명 Go!”

멧 중장이 말하는 순간 옆에서 통역둘이 영어와 중국어로 재빠르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신컨길드 등 한국인 소환자들은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추가로 들어온 미군 출신 소환자들도 각자 입속에서 맴돌던 욕을 뱉으며 뛰었다.

잠시 얼얼한 표정을 지었던 중국 소환자들이 그제야 달리기 시작했다.

“씨, 씨파! 역시 전역 한 달!”

가장 먼저 달려 나가고 있는 이는 아까 울상을 짓고 있었던 신컨길드의 신입이었다.

새로이 추가된 인원은 이백 명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약과였다.

지금은 한국 미국 중국 삼국이 다였지만, 이 사실을 접한 모든 나라가 참여를 원하기 시작했다.

소환자의 생존율 상승.

단지 이것으로 생각했던 연구가 소환자가 강림자와 마찬가지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생긴 현상이었다.

그 때문에 인원의 통제를 위해 멧 중장과 초기 미군들이 나선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몸으로 때우는 만큼 미국 측 소환자의 숫자에 혜택을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뿐만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관세 혜택마저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던 고빈이 중얼거렸다.

“와, 장관이다.”

“그러게.”

“나도 저거 해 보고 싶었는데.”

빈의 말에 임병화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당나라 군대 만들 일 있냐?”

“당나라 욕하지 마라.”

옆에서 툭 튀어나온 말.

장웨이가 홀쭉하게 들어간 볼을 하고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게 말야. 왜 남의 나라 비하를 하냔 거지. 이러니 아재들은…….”

장웨이를 두둔하는 건 구도원이었다. 그런 도원을 보며 병화가 고개를 내저었다.

“가지가지 한다.”

그때 빈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발컨. 넌 왜 여기 있냐?”

그러자 도원이 살짝 경직된 얼굴을 했다.

“바, 발컨이라니!”

“생명의 위협을 받는 거지. 쯧, 길드장이라는 게.”

병화가 설명을 덧붙이자 장웨이가 입술 한쪽을 쭈욱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배은망덕한 새끼 넌 닥쳐!”

“도와 달라 한 적 없다. 자라새꺄!”

둘이 투닥거리기 시작하자 빈이 진지하게 물었다.

“니들은 친한 거니, 친한 척 하는 거니?”

정말 궁금했다.

* * *

하루하루가 시끄러웠다.

일단 인원은 베타테스트 목적으로 늘렸다.

하도 각국에서 애원을 했지만 아직은 더 늘릴 수도 없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던 것이다.

일단 소환자는 징병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나마 새로이 소환자가 되는 이들은 라이선스 발급 과정에 훈련을 집어넣으면 된다.

하지만 이미 소환자가 된 이들이 문제였다.

그들은 안전한 전투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이런 훈련을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는가.

그렇다고 강제로 징집을 하게 되면 그것 역시 문제가 컸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이럴 때는 목소리가 많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마물과 실제로 전투를 벌이게까지 한다는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그때는 정말 혼란이 커질 것이다.

만약 균열 같은 상황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그것 역시 타격이 클 수 있다.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로 잡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인간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이미 다시 침식균열이 시작되었고, 두 번의 방어를 해내었지만 이건 시작이라는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미 뉴스에는 어디에서 어떤 피해를 입고 있다는 등의 소식이 연달아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소라면 혼란이 오지 않도록 어느 정도 보도 자제를 요청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분위기를 미리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다들 고민이 많았다.

“뭐랍니까?”

“뭐 다들 한 말 또 하고 또 하는 거지.”

강문호 대위의 질문에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구 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답보 상태.

어떻게 하면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그들의 앞으로 고빈이 투덜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저 친구는 왜 그러나? 장군이랑 드잡이 질이라도 했나?”

“아, 그 영상 때문일 겁니다.”

“영상?”

“뭐 대외비 영상들 말입니다.”

“그걸 왜?”

구 박사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자 강 대위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BJ 그거 있잖습니까.”

“돈은 이미 충분할 만큼 벌고 있지 않은가?”

마물 사체를 사냥하면서 버는 돈도 있고, 또 이곳에 참여하며 꽤나 많은 돈을 받고 있었다.

사실 을지부루 때문에 미국과 중국 등의 어마어마한 제의를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부도 날로 먹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충분한 대우를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빈이 개인방송을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부루의 식대를 벌기 위해서.

이거라도 찍으면 돈이 될까 해서 시작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합방 때문입니다.”

강 대위의 말에 구 박사가 순간 굳은 얼굴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왕성할 나이지.”

“그렇죠.”

“그런데 그거랑 방송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

“네?”

“응?”

순간 둘은 뭔가 대화의 끝이 어긋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녀가 같은 이불 쓰는 거 말고 말입니다. 그건 조선시대 때나 쓰던 말이잖습니까.”

“그, 그거 아니었나?”

“이쁜 여자 BJ와 함께 방송하는 걸 합방이라 합니다.”

“끙.”

구 박사가 신음을 내뱉었다.

그때 강 대위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눈을 부릅떴다.

“박사님?”

“응?”

“빈이 소원 들어주지요.”

“으응?”

구 박사는 강 대위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우리의 희망은 빈이잖습니까.”

“그, 그렇네.”

“그를 이참에 스타로 만드는 겁니다.”

“……스타?”

구 박사가 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알려질 일입니다. 그걸 빈을 통해 미리 소문내는 겁니다.”

“아.”

“인기를 끌 만한 콘텐츠입니다. 사실.”

“그건 그렇지. 일반 균열에서 토벌하는 영상들이 많은 이슈가 된다고는 들었네.”

구 박사의 대답에 강 대위가 설득을 이었다.

“그러니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마치 아이돌처럼 만드는 거지요.”

“빈은 돌아이에 더 가깝지 않나?”

“…….”

강 대위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빈이 인기를 끌게 되면 이슈가 될 겁니다.”

“그렇지. 있을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니.”

“그리고 누군가는 따라하려 겁니다. 그러려면…….”

“그렇군!”

“또 빈을 통해 소환자도 마물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되면 여론은 움직입니다.”

강 대위의 말에 구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구 박사는 명쾌한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곧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럼 다 되는 줄 알고 개나 소나 침식지에서 칼 휘두르다가 황천 가면 어쩌나?”

“그…….”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쟤도 하는데 나도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기동대가 침식지 사냥에 안내로 붙잖습니까.”

“그렇지! 그럼?”

“예. 별도의 라이센스를 또 받아야 사냥이 가능하게끔 하는 겁니다. 소환자는 말이지요.”

“허, 억지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들게끔 한다?”

구 박사의 질문에 강 대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능성이 있을까?”

구 박사도 솔깃했는지 밝아진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강 대위가 대답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랍니까.”

“배달의…… 미안하네.”

“……경쟁이 과열된 나라입니다. 살기 위해서 스팩쌓고 또 경쟁에 경쟁을 더해야 사는. 물론 통일 이후에는 그게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경쟁의식이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랍니다.”

“그렇군.”

“그렇게 분위기를 몰고 가다가 새롭게 법안을 통과 시키는 겁니다.”

“해 볼 만하군.”

“물론 소환자가 직접 사냥한 경우는 기존과 달리 세금 감면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 정도는 설득할 수 있을 걸세.”

구 박사가 밝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예?”

고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해도 된다고. 방송.”

“문호형 진짜?”

“그래.”

그동안 가까워진 덕에 강문호 대위에게 형형하기 시작한 빈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더욱 밝아진 목소리로 그를 부르고 있었다.

“침식지 안에서도?”

“당연히.”

“여포 이긴 거도?”

“그건 빼고.”

“에이.”

묘한 곳에서 실망하는 빈이었다. 하지만 강 대위는 방법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여자 BJ들이 부루 장군님이랑 합방하지, 너랑 하겠냐?”

“아!”

순간 빈이 눈을 크게 뜨더니 밝은 표정으로 강 대위를 바라보았다.

“형!”

“그, 그래.”

빈이 강 대위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말했다.

“잘 되면 형도 게스트로 불러 줄게.”

“그…… 난 울렁증이 있어서.”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참에 형도 방송 타서 장가도 가고 그러자.”

“……그래.”

강 대위는 빈이 의심하기 전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빈의 개인방송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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