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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64화 (64/305)

제64화 빈트코인 떡상하다.

장웨이는 이 상황 자체가 믿겨지지 않았다.

“미쳤어…….”

물론 강림자들이 호위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다.

그럼에도 말리는 이들이 없었다.

물론 이미 실전 점검을 했었다지만, 그게 사실이라도 이렇게 마물들 앞으로 나간다는 게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뒤를 따르는 연구원들은 긴장감과 함께 흥미진진하다는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면 욕이 절로 나왔다.

물론 침식지로 들어갈 때 강림자와 함께 들어간다.

딱히 포지션의 변경을 빼면 지금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렇게 들어가도 싸우는 건 강림자 몫이다.

반면에 지금은 소환자 몫이 된 것이다.

“쫄지 마세요. 어차피 아저씨들은 아직 투입 안 해요. 걍 현장 학습 왔다 생각하세요.”

껄렁거리며 다가온 고빈의 말에 도원과 장웨이가 동시에 소리쳤다.

“아저씨 아니거든! 너랑 나랑 얼마나 차이 난다고!”

“쭈커우!”

도원의 말은 한 귀로 흘린 빈이 장웨이에게 반문했다.

“뭐가 커요?”

“닥치라고!”

“아. 네.”

둘의 격렬한 반응에 빈은 다시 앞으로 갔다.

실전경험이 가장 많은 이를 꼽자면 바로 빈이었다.

부루의 통제 하에 종종 침식지에 끌려 다녔던 덕이다.

그 다음으로는 전신길드원이다. 이 외에는 실전 경험 없기로는 사실 다 똑같았다.

다만 도원이나 장웨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군인 출신이라는 점이 달랐다.

빈이 앞으로 오자 임병화가 입을 열었다.

“염장 지르고 오냐.”

“에이, 응원이요.”

“응원의 반응치고는 너무 격렬한 것 같지 않냐?”

병화의 말에 빈이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앞에서 인솔 중인 부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말하라우.”

“뒤에요.”

이미 뒤에서 목소리가 크게 난 것을 부루가 모를 리가 없었다.

“쓸데없는 짓 말라우.”

“그게 아니라. 실전 안 할 거니까 구경만 하라니까, 자존심이 상하시는 모양이더라고요.”

“…….”

“그냥 그렇다고요.”

그렇게 몇 마디 남긴 빈이 뒤로 슬슬 물러났다.

부루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아직도 불편한 표정의 도원과 장웨이를 잠시 스쳤다가 되돌아왔다.

그워우우우.

마물의 하울링이 울려왔다.

동시에 소환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온다!”

그들의 시야에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종류는?”

“개대가리 원숭이구만 기래.”

부루의 중얼거림에 빈이 정정해 주었다.

“폐급 쿠라우탄요!”

F급 쿠라우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루의 말대로 개를 닮은 두상과 오랑우탄과 같은 체형에 전갈처럼 앞으로 휘어진 꼬리를 가진 개체였다.

몸을 세우면 백오 육십의 키를 가졌다.

하지만, 오랑우탄과 같이 긴 팔로 땅을 짚으며 다니는 탓에 실제로는 일 미터 조금 넘는 크기로 느껴졌다.

그러나 덕지덕지 붙은 근육은 충분히 위압적이며 실제 근력도 강력해서 양팔로 성인의 몸뚱이를 찢어발길 수 있는 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F급이라 분류된 것은 총화기가 그대로 먹혀들어 가는 개체라는 것이다.

거기에 별달리 지능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공격 형태도 긴팔로 후려치거나 이따금씩 꼬리로 후려치는 정도라서 단순한 패턴을 가진 개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원거리에서 총으로 제압하거나, 강림자들이 상대할 때나 통하는 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마저도 재앙이다.

“갓뎀…….”

뒤쪽의 미국인 소환자들도 긴장을 했는지 나직한 욕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총 일곱 마리라…….”

이곳의 인원은 오십에 가까웠다. 강림자들 숫자도 그에 준했다.

그렇기에 쿠라우탄은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단순하다 해도 덤빌 때와 아닐 때를 구분 못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니. 출동.”

“예?”

“몸 좀 풀어야디.”

“혼자요?”

빈이 당황한 모습으로 묻자 부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저걸 어떻게 다 상대해요!”

빈이 버럭 소릴 질렀다.

하지만 부루는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저번에는 더 잘 싸웠디 않네.”

젤리베어나 스켈레톤들을 언급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들의 급수가 더 높았다.

그러나 빈의 입장에서는 저것들이 더 흉포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야생성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그런 듯했다.

“끄응.”

“가라우. 기래야 뒤에서 마음을 좀 놓을 거 아니간.”

이어진 말에 빈이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난 모범생이 체질인가 보구나아아아!”

빈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병화가 긴장된 얼굴로 부루에게 물었다.

“정말 혼자 가능하겠습니까?”

“내래 모르디.”

“예?”

부루의 무책임한 대답에 병화는 물론이고 다들 벙찐 표정을 지었다.

“죽디는 않갔디.”

“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부루의 말에 병화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천유화가 끼어들었다.

“뭐긴, 딱 보니 미끼네.”

“…….”

순간 다들 얼어붙었다.

“저봐, 저거. 빈이 달려가니까, 좋다고 마중 나오잖아.”

다들 고개를 돌렸다.

빈이 내달려가자 쿠라우탄들이 열심히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내래 강하게 키웠으니 죽디는 않을 거이야.”

“그, 그럼?”

그들이 말을 나누는 사이 내달려간 빈과 쿠라우탄이 격돌이 임박했다.

그제야 부루가 말을 해 주었다.

“구경만 할 거이간? 슬슬 따라 가야디 않갔어?”

부루의 말에 전신길드원들이 울상을 지으며 뒤늦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미군소속 소환자들이 멧 중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야기가 복잡한데. 중장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좀…….”

“…….”

그들의 질문에 멧 할러데이 중장은 흔들리는 시선을 애써 가라 앉히며 말했다.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말도록.”

멧 중장은 이게 그들을 위한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뒤.

한국어 패치가 완료되어 있는 장웨이는 물론이고 도원까지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도, 도원. 내, 내가 들은 게 맞나?”

장웨이의 질문에 도원이 울상을 지었다.

“씨팔, 환청이 아니라니…….”

“…….”

넋이 나간 장웨이의 시선이 멀리서 격돌을 시작하는 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욱!

단숨에 내달려오는 동시에 도끼를 양손에 쥔 빈이 호흡을 집어 삼켰다.

그리고 멈추며 한 발을 내딛었다.

부와아아악!

그의 손에 들린 도끼가 바람을 가르며 내달려오는 쿠라우탄의 몸통을 향해 날았다.

콰자작!

“케에엥!”

뼈와 살점이 동시에 바스라지는 소리와 함께 쿠라우탄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발력에 빈은 그대로 뒷발을 앞으로 뻗었다.

뻐어억!

팔 하나가 잘리고 몸통까지 갈라진 쿠라우탄의 가슴팍을 그대로 걷어차며 도끼를 뽑아내었다.

푸화악!

도끼가 뽑히며 피가 쭈욱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빈은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사이로 다른 쿠라우탄이 휘두른 팔이 스치고 지나갔다.

“후와!”

빈은 상기된 얼굴로 뽑아낸 도끼를 휘돌려 달려드는 쿠라우탄을 견제했다.

“케에에엥!”

팔과 몸통이 잘린 쿠라우탄은 바닥에 나뒹굴며 연신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견제하듯 도끼를 휘두르던 빈은 옆으로 빠지며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뻐억!

이번에는 빈이 있던 자리로 덮쳐가던 쿠라우탄의 등짝에 도끼가 틀어박혔다.

“커헝!”

구부정하던 상체가 일자로 쭉 펴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빈의 뒤쪽으로 쿠라우탄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이런!”

하지만 이번에는 도끼가 등뼈에 걸린 모양이었다.

빈은 도끼자루를 놓는 순간 뒤로 튕기며 몸을 뒤틀었다.

몸을 뒤틀자 덮쳐 오던 쿠라우탄의 면상이 눈앞에 보였다.

빈이 이를 악물며 고개를 살짝 틀었다.

빠악!

동시에 쿠라우탄의 면상이 뒤로 젖혀졌다. 그리고 빈은 별을 보았다.

“케에에엥!”

안면을 피로 물들인 쿠라우탄이 뒷걸음질을 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마치 스크류볼마냥 날아가 박치기를 성공한 빈은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뒹굴었다.

“아우씨!”

물론 두어 바퀴만 구른 채 벌떡 일어서 뛰기 시작했다.

그가 달리는 쪽으로 마중 오는 전신 길드원들이 있었다.

“이새끼들 대가리 엄청 딱딱해요!”

“자랑이다!”

빈의 외침에 뒤따라 달려오던 전신길드원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흘리며 그를 스쳐 지나갔다.

콰콰콱!

캐캥! 캥! 캥!

그들의 무기가 내질러지는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쿠라우탄들의 비명이 연달아 울렸다.

그 즈음 빈은 발을 미끄러트리며 도주를 멈추며 몸을 되돌렸다.

그리고 동시에 양쪽 허리춤에서 손도끼 두 자루를 뽑아 들고 다시 달려 나갔다.

“빈트코인 떡상 가즈아아아!”

기세등등한 빈의 함성이 전장을 울려 퍼졌다.

“홀리 쉿!”

전투를 바라보던 멧 중장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놀람의 표현이다.

부루의 이야기를 듣고 빈이 작살나는 장면을 상상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순식간에 두 마리를 이탈시킨 게 아닌가.

게다가 도주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내달리며 전투에 끼어드는 모습을 보니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물론 연구결과를 보며 놀라워하기는 했지만, 정작 실전에서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평소 나사 풀린 빈을 보는 게 익숙했으니 더 놀랄 수밖에.

그러나 멧 중장에 비하면 뒤쪽의 두 명은 반응이 남달랐다.

“어우씨…….”

도원은 빈과 붙을 뻔했지 않은가.

‘아 개망신 당할 뻔…….’

장웨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등줄기가 서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반대로 빈의 활약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왠지 자신이 하면 저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말이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전투가 끝이 났다.

“이렇게 빨리?”

“허?”

스무 명이 일곱을 두들겼으니 당연하다고 봐야 했지만, 이쪽은 소환자다.

강림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저들의 표정은 별로 힘을 들인 얼굴들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표정이 밝은 것이, 부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잘하네요?”

천유화의 말에 부루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길쿠만. 저 정도는 문제 없갔어.”

“그럼?”

부루가 천유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녀오라우. 이래 찾아다니다간 하루 웬종일 걷갔어.”

“예!”

부루의 명을 받은 천유화와 가우리 기병들이 일제히 각자 흩어졌다.

“응?”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던 빈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기마들을 보며 얼어붙었다.

“왜?”

걸음을 멈춘 빈을 보며 병화가 질문을 했다. 그러자 빈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거요.”

“응?”

그제야 전신길드원들도 사방으로 흩어지는 기마들을 볼 수 있었다.

“왜…….”

의아한 표정을 짓는 전신길드원들을 보며 빈이 울상을 지으며 답했다.

“딱 보면 각 안 나와요?”

“응?”

여전히 모르겠다는 눈빛들을 보며 빈이 절망 어린 음성을 토해 냈다.

“딱 봐도 몹 몰이 각이잖아요, 저거!”

“…….”

순간 다들 얼어붙었다.

즐겁던 표정도 사라졌다.

“아…… 썅.”

욕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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