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61화 (61/305)

제61화 받고 더!

* * *

“헐리웃스타와의 합방도 문제는 아니지.”

“합방이란 말도 아세요?”

고빈은 헐리웃스타와의 합방이라는 말보다도 그런 말을 멧 할러데이 중장이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놀란 모습을 보였다.

“큼. 내가 주한미군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데.”

“우와!”

“뭐, 우리 사이에 이 정도야…….”

멧 중장은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얼마 전부터 훈련에 숨통이 트였다.

미칠 것 같던 체력훈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조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적응이 되기도 했다.

그 덕에 멧 중장은 빈과 조금씩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다행히 빈은 그와 말을 나누는 것에 있어 거부감이 없었다.

있을 리가 없었다.

같이 개처럼 구르는데 동질감이 있으면 모를까 말이다.

거기에 멧 중장은 말은 제대로 붙이지 못했지만, 빈에 대한 관찰을 멈추지 않았다.

“저번 그 영상도 참 아까워. 편집만 잘 하면 그야말로 그레잇한 조회수가 나올 것인데 말이야.”

“그러니까요!”

“내가 나름 잘 해 보겠네. 이게 또 국제관계에 대해서는 내가 좀 힘을 쓸 수 있을 듯하니 말이네.”

멧 중장의 말에 빈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저번의 그 영상이라 함은 여포 봉선과 을지부루의 대결을 말한 것이다.

그때 빈이 물었다.

“그런데 왜 저한테 잘해 주세요?”

“자네 먹방이 참 재미있더군.”

“오!”

“내가 주한미군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한국의 맛이 그리웠었지.”

멧 중장의 말에 빈이 눈을 빛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코리언 푸드가 있기는 했지만, 현지의 맛을 따를 수 있겠나? 그래서 대리만족으로 먹방을 찾아보았지. 먹방의 종주국 하면 또 코리아 아닌가?”

“그렇죠! 심지어 먹방이란 단어 자체가 만국 공통어니까요!”

“그렇지! 내가 봤을 때 자넨 엔터테이너로 가능성이 있네. 생각해 보게. 제너럴 을지가 먹고 자네는 미녀 모델들과 함께 맛에 대해 논하는 거지.”

“옷!”

빈의 눈이 매우 반짝거렸다. 그런 반짝이는 눈을 애써 모른 척하며 멧 중장이 말을 이었다.

“제네럴 을지는 잘은 먹지만 뭐랄까. 맛의 표현? 그런 게 모자라지 않는가?”

멧 중장의 말에 빈이 맞장구를 치며 외쳤다.

“그렇죠! 그래서 제가 콘텐츠를 만드는데 정말 힘들다니까요!”

거짓말이다.

미친 듯이 빠져나가는 식비 때문에 본전이라도 뽑아 보려고 부루를 찍어 올린 게 다다.

그나마 사진이나 영상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기에 편집을 나름 이쁘게 뽑은 게 전부다.

부루는 먹고 리엑션은 그가 한 게 전부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숟가락이다.

부루가 먹는 방송에서 숟가락만 올린다는 의미로 말이다.

물론 그가 올린 먹방의 또 다른 재미는 부루에게 구박을 받는 모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콘텐츠의 기획 따위가 있을 리는 없었다.

있다면 돈 덜 쓰면서 부루에게 최대한 많이 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게 다다.

일종의 제작비 절감에 대한 고민이다.

빈의 동조에 멧 중장이 영혼을 팔아가며 입을 열었다.

“자네의 먹방은 세계적일 수 있다고 보네. 어떤가? 미국 진출은?”

“으음.”

그쯤 되자 빈이 멧 중장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바보 아닌 이상 미국 진출이라는 말에 의심조차 안 할 리 없었다.

“저기요.”

“응?”

“중장님.”

“왜, 왜 그런가?”

“하아.”

이제는 한숨까지 쉬는 빈의 모습에 멧 중장이 말을 더듬으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편히 이야기할 시간을 번 덕에 너무 성급하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빈이 말했다.

“저 영어 못해요.”

“응?”

“영어를 못한다고요. 영어를 못하는데 미국진출을 무슨 수로 해요.”

“아…….”

빈이 자조적인 미소를 머금는 모습에 멧 중장이 머리에서 생각나는 것을 그냥 던졌다.

“그, 한국말 잘하는 게스트를 부르면 되지 않나? 그, 그렇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네!”

“흐으음.”

빈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긴장된 모습으로 바라보던 멧 중장에게 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얼마 줄 건데요.”

“응?”

“정말 먹방 하라고 미국 부르는 건 아니잖아요.”

“아…….”

빈의 말에 멧 중장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설마 절 바보로 아신 건 아니죠?”

빈이 히죽 웃으며 주변 눈치를 슬슬 살피는 모습에 멧 중장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거래는 지금부터니까 말이다.

더 고무적인 건 지금 빈이 제대로 된 거래에 생각이 있다는 점이었다.

“일억 달러. 물론 매년. 세금을 제외한 금액일세.”

“오!”

빈이 놀란 눈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여포도 이겼는데요?”

“전투 수당은 회당 천만 달러.”

“으음.”

빈이 별달리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멧 중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매년 이억 달러. 저택은 물론이고 미녀들도.”

멧 중장이 딜을 이었다. 그러자 빈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일단 고민 좀 해 보고요.”

“물론! 언제든 이야기해 주게. 부족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해 주게나.”

빈은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멧 중장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본 것으로 만족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중장님 곤란합니다.”

“음. 미스터 킴. 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창진이었다.

“글쎄요. 어찌 되었든 우리는 우방 아닙니까.”

“당연하지. 한미 동맹은 그 어떠한 상황에도 굳건하네.”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러면 난 이만 가 봐야겠네. 오늘 훈련이 꽤 피곤했거든.”

멧 중장은 그렇게 시치미를 딱 떼고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김창진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지금까지 그의 동선을 잡고 늘어지며 시간을 끌었던, 미국 요원 둘이 딴청을 피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빈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화장실이었다.

“매년 이억 달러에 전투수당 천 달러에 저택에 아우, 헐리웃 미녀들이라는데…….”

그때 어색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사억 달러에 전투수당 이천 달러. 그리고…… 미녀는 동양인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콰르르르!

물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장웨이의 매니저로 따라왔던 중국인이었다.

그 역시 진짜 신분은 정보부 요원이었던 것이다.

“헐?”

순간 빈은 놀란 눈을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화장실 변기 안에서 사람이 놀라온 것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그가 부른 금액 때문이었다.

“그럼.”

놀란 빈을 보며 요원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저 아저씬 손도 안 씻나…….”

그렇게 중얼거린 빈이 소변을 보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는 밝아진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똑똑.

빈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그를 반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빈의 방문에 중년 남자가 그를 반겼다.

그는 정부에서 나온 요인이었다.

최근 빈의 주가는 하늘 모르게 치솟았다.

특히 여포와의 대련 이후로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강한 강림자는 각국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금처럼 군주급이라 분류되는 마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물론 고위 강림자를 소유한 소환자를 빼앗아 가면 그건 전쟁에 준하는 긴장감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을지부루의 존재는 그것을 감당할 만한 먹잇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사억 나왔어요.”

“사억……원?”

“에이. 달러요. 수당 이천 달러고요.”

빈의 말에 정부요원의 얼굴 위로 어색한 미소가 걸렸다.

물론 지금 부루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기에 제일 먼저 그들이 한 것은 바로 빈의 단속이었다.

‘타국이 회유를 하러 들어오면 반드시 그 조건을 말해 달라. 그러면 그보다 낫거나 최소한 그에 맞추겠다.’는 약속을 하며 말이다.

그러나 처음 나온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고 둘 다 다시 조건을 조율하자 했으니.”

그렇게 말을 뱉은 빈이 슬쩍 정부 요원을 보며 물었다.

“어쩌죠?”

“그, 잠시만…….”

요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부에서 그를 잡기 위해 책정된 금액은 있었다.

그게 맥시멈 천억이었다.

수당 같은 건 계산에 없었다.

“저택이랑 미녀들도 말하던데…….”

빈은 슬쩍 쳐다보았다.

국가에 대한 충성.

그건 옛말이다. 오히려 지금 그런 말을 했다간 열정 페이 소리 듣기 딱 좋았다.

그렇다고 여론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슬쩍 이걸 흘려서 막말로 매국노 소리 나오기 시작하면, 빈이 진짜 매국노의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우, 우리도 최선을 다해 조건을 맞춰 드리겠습니다. 다만 일단 위에 보고를 해야 하니…….”

“아, 예. 뭐 제가 정말로 어디 가려고 이랬겠어요?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말씀 드린 거예요. 알아서 맞춰 주시겠죠.”

빈이 히죽 웃었다.

알아서 맞춰 주겠지 않느냐는 말에 요원의 얼굴이 허옇게 떠 버렸다.

* * *

김창진이 욕설을 뱉으며 걸어 나왔다.

“씨팔, 그러면 처음부터 들이질 말던지, 어떻게 다 일일이 감시를 하냔 말이야!”

깨지고 나온 것이다.

빈이 회유를 받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표면적 이유였다.

물론 위쪽은 벌집을 쑤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빈에 대해 들어온 딜이 너무도 강력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불똥이 튄 거다.

“오우, 웬 욕?”

그런 창진의 염장을 지르며 다가온 이는 바로 서준모와 최후배였다.

“끙. 놀리지 마십쇼.”

“빈이?”

“응? 어떻게 아십니까?”

빈이라는 말에 김창진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준모가 답했다.

“자랑하던데?”

“…….”

“나중에 한턱도 낸다드만.”

“하아.”

김창진이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준모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을 뱉었다.

“뭘 그리 고민해. 어차피 설득해야 할 건 빈이 아닌데.”

그 순간 창진의 발걸음이 뚝 하고 멈추었다.

그때 준모가 후배에게 말을 이었다.

“안 그러냐?”

“그렇죠. 그런데 그 양반도 돈을 밝히긴 할 건데.”

“그치? 옛날에 그 양반 일행분들도 그랬지?”

“그랬죠.”

그렇게 둘을 서로 두런두런 말을 주고받으며 멀어져 갔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창진이 천천히 뒤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그 둘이 일부러 이야기를 해 준 것임을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창진의 발걸음이 다시 옮기며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갑을 관계가 정반대라는 것을 잊었네.”

부루를 떠올린 창진의 발걸음이 점점 바빠졌다.

* * *

고빈은 을지부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말하라우.”

“미쿡 가 보셨어요?”

빈의 말에 부루가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가 정말 좋다던데.”

“기래?”

“중국은 어떠세요?”

다시 이어진 빈의 말에 부루가 미간을 찌푸렸다.

“자꾸 뚱딴지같은 소리 할 거이간? 본론부터 말하라우.”

부루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빈이 슬슬 웃으며 다가가 입을 열었다.

“그냥, 좀 더 사시는 생활환경을 좋게 바꿔드리고 싶어서 그렇죠.”

빈이 양손을 비비며 히죽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