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60화 (60/305)

제60화 알카에다가 왜 그랬을까?

* * *

-회유와 교언의 마족이여.

나른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그러나 그 앞에 부복해 있는 마켈그로이어는 미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망스럽구나.

-이, 이제 시작일 뿐이옵니다.

-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만약 자주 주어지는 것이라면 기회라 하지 않겠지.

사자의 대공 게르하이오 펜 기오르그.

그가 뱉은 말에 마켈그로이어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이 일을 방해한 것은 별의 기억이 만들어 낸 파편이 아니었나이다.

-변명인가?

-포식자가 나타났사옵니다.

포식자라는 말에 대공의 궁전에 약간의 술렁임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런 반응과는 달리 기오르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포식자?

그때 뒤쪽에 시립해 있던 마족 하나가 입을 열었다.

-일전에 백작급 마족이 소멸된 일이 있었나이다.

-마족들간의 다툼이 없으면 마계가 아니지.

-하지만, 그 소멸의 원인은 같은 마족이 아니었나이다.

-마족이 아니다? 그럼 마계의 최상위 마수라도 잘못 건드렸는가? 아니지. 포식자라…… 재미난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가 그랬겠군.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설명을 하고 나설 리는 없었다.

-그러하나이다.

-마족이 아니면?

-차원의 틈새에 끼어 떨어진 존재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이다.

그 설명에 기오르그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끔 차원의 틈새로 떨어지는 존재들이 있었다.

수많은 살업을 쌓은 존재들 중 그 영혼의 무게가 감당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 가끔 마계로 떨어 지게 마련이다.

가끔이라고 해 봐야 몇 천 년에 한번 있을까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백작급 마족을 소멸시켰다는 건 수많은 마족들을 죽여 힘을 쌓았다는 말이었다.

-먹잇감이 많았는가 보군.

-아니옵니다. 마물들을 제외하면 거의 첫 먹잇감이나 마찬가지였나이다.

-그거 재미있으라고 하는 이야기인가?

기오르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토록 강한 존재라는 건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생긴 공백을 틈타 그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들어간 모든 마족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했었나이다. 그래서 그가 존재하는 지역이 포식자의 대지라 불리 기까지 했었나이다.

-그렇군.

마계는 넓었다.

그 안에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 리가 없었다. 아니 마계의 대공은 그런 것을 굳이 알려 하지 않는 존재다.

-그런데 어찌 포식자라 불리우는 거지?

기오르그는 여전히 이해 안간다는 투로 질문을 던졌다.

그의 질문에 마족이 답했다.

-당시 죽임을 당한 백작급 마족이 그 존재에게 그대로 잡아먹혔기 때문이었나이다.

-잡아먹혀?

-마수로 화한 존재였사온데 패한 뒤 한 끼 식사감이 되었었나이다. 그뿐 아니라 그 존재가 자리 잡은 후 근처의 마물들은 하루가 머다 하고…….

-으하하하하핫!

커다란 웃음이 울려 퍼지자 대공의 궁이 지진이라도 난 것마냥 뒤흔들렸다.

-그거 재미있는 존재로구나! 포식자라는 이명이 잘 어울릴 수밖에.

그때 마켈그로이어가 끼어들었다.

-그러하나이다. 사실 이번의 일은 제 용병단의 일부가 계약이 해지되면서 변수가 벌어졌던 것이옵니다.

마켈그로이어의 변명에 기오르그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대의 계약이 해지돼? 회유와 교언의 마족이라는 이름이 우습구나.

-계약의 주체가 그들을 이끄는 이가 나타날 때까지였었사옵나이다.

-그게 포식자였다?

-그러하나이다.

마켈그로이어의 변명에 기오르그는 턱을 괴고 그가 앉아있는 대공좌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톡, 톡, 톡.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마켈그로이어를 향하고 있었다.

무심한 눈길.

어떤 생각인지조차 짐작하기 힘든 시선이었다.

-어찌 생각하는가. 투쟁의 마족이여.

투쟁의 마족이라는 말에 한쪽에서 거구의 마족 하나가 한 걸음 나왔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리는 있나이다. 들어본 바로는 포식자의 존재가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사옵니다.

-그래?

-백작위의 마수계 마족의 전투력은 동급 이상이나이다. 그런 마족까지 흡수를 했을 터이니…….

기오르그가 빙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대라면?

-즐거이 싸우겠나이다. 투쟁은 저의 원동력이며 즐거움이니. 쟁취 후 뼈까지 모조리 씹어먹겠나이다.

투쟁의 마족이라 불린 이가 눈을 빛내었다.

그의 몸에서 밀려나오는 투기와 마력에 부복해 있던 마켈그로이어가 이를 악물었다.

‘투쟁의 마족 헤보타. 전투에서조차 써먹지 못하는 존재.’

아이러니하게도 투쟁의 마족이라 불리는 헤보타는 전투에서조차 써먹지 못하는 존재라 불리운다.

전투는 전체의 승패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투쟁의 마족 헤보타는 그저 강한 존재와의 투쟁과 쟁취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 전장은 그저 자신의 눈에 차는 먹잇감을 찾기 위한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오르그의 곁에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재미있게도 그 투쟁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강함.

최강은 아니지만, 멈추지 않고 전투 상대를 찾아다니는 성향 덕에 전투를 업으로 삼는 그 어떤 마족 중에서도 쉽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강력함을 가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조합 아닌가?

순간 마켈그로이어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대 둘 말이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아떨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러하나이다.

-헤보타.

기오르그의 부름에 헤보타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하명하소서, 대공이시여.

-포식자를 네게 허하노라.

기오르그의 말에 헤보타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찾아왔다.

-대공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나이다.

헤보타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기오르그는 마켈그로이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함께하라.

그의 명에 마켈그로이어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허나 지금의 상태로는 점령지에 헤보타와 제가 함께할 수 없나디아.

-그 정도는 내가 마련해 주지.

기오르그의 대답에 마켈그로이어가 크게 외쳤다.

-더는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래야 할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자주 주어지면 기회가 아니게 되니까.

기오르그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리고 동시에 마켈그로이어의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임을 직감한 것이다.

-명심하겠나이다.

* * *

중국 정부가 난리가 났다.

여포의 패배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왕이면 이번에 한번 제대로 기를 죽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었다.

대침식이라는 세계적인 위기 이후, 한국의 약진은 두려울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대침식이라는 세계의 위기 속에 전혀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중국뿐이 아니었다.

일본이나 미국러시아 등 세계의 강국들은 이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덕에 통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대침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이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위기는 곧 기회가 되었다.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국민들을 뭉치게 만든 것이었다.

일부 반발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였지만, 하루하루가 생존과 연결된 상황에서 그런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이것은 경제에 큰 타격이 되기보다는 축복이 되어 버렸다.

대침식 이후 세계의 경제는 바닥을 기었다.

첨예하게 연결된 경제상황은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때 한국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저렴한 인건비.

이는 세계의 굴뚝이라 불리던 중국의 아성까지 위협하였다.

남쪽의 기술과 북쪽의 낮은 인건비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일으켰던 것이다.

물론 통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대침식이라는 위기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공통으로 겪은 것이다.

거기에 가장 빠르게 안정화 되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었던 것이다.

반면 중국이나 미국러시아 등은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수습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세계의 지원기지 역할을 바로 통일한국이 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건 통일이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행동을 한 것이다.

아무리 위기가 왔다 하더라도 취업난이다 뭐다 하는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판이 벌여졌으니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무한 경쟁이 펼쳐졌던 것이다.

빈곤에서 벗어난 북한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을 고용한 한국 사람들까지 말이다.

만드는 족족 팔려 나갔다.

그 덕에 커다란 내홍 없이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거듭난 것이다.

대침식이 끝난 지금 덕분에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심지어 미국까지 무시 못 할 위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의 패권 경쟁에서 밀리 게 되어 버려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여포의 패배는 절대로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이겼다면 언제고 써먹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한국은 중국이라는 시장을 여전히 매력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들의 회유에 응했지만, 미국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중국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미국은 이번 일로 더욱 적극적이 되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여전히 미국은 미국이다.

천조국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레일건을 실전배치하는 것으로 침식균열에 대한 대응을 한 것이다.

레일건은 구조적으로 화약무기가 아니었다.

물리력을 극대화한 무기였기에 그 효과가 적지는 않았다.

화기가 안 통한다고 알려진 일부 고위 등급 마물까지는 처리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에 목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군주급이라 불리는 마물 때문이었다.

군주급이 펼친 막은 레일건마저 튕겨 내었으니까.

결국 강림자들을 통해서 이 위기를 이겨 내는 방법뿐이라는 결론이 전부였다.

당장 그 이상의 존재가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적극적이다 못해 부담스러운 지원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곳의 연구는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얼굴이 반쪽이 된 멧 할러데이 중장을 보며 요원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회유작업은 하고 계십니까?”

“…….”

요원의 질문에 멧 중장이 퀭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옛날에 말이지. 한국에 근무할 때 본 영상이 있었지. 그건 바로 알카에다의 테러위협에 관한 내용이었어.”

갑자기 나온 테러 이야기에 요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멧 중장은 말을 이었다.

“그들이 한국을 대상으로 테러를 가하기 위해 밀입국 했었다더군. 그런데 실패로 돌아갔지. 왜 그랬는지 아는가?”

“글쎄요.”

“밀입국에 위장취업까지는 했는데 미친 듯이 일을 시킨 거야.”

“…….”

“결국 그들은 테러모의를 하기 위한 만남조차 할 수 없었지. 더군다나 일부는 월급도 밀리고…… 불법 밀입국으로 추방되기까지 했다는 거야. 결국 실패로 돌아간 거지.”

“재미있는 농담이군요.”

“본국에 돌아가니 일부는 진짜더군.”

“…….”

할 말을 잃은 요원에게 멧 중장이 질문을 던졌다.

“자, 여기서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했는지 아는가?”

멧 중장의 말에 요원이 고개를 숙이며 몸을 일으켰다.

“일단 쉬셔야겠군요.”

“그래.”

멧 중장은 그 옛날 테러범들마냥 하루하루 털리기 바빴을 뿐이다.

지금은 무조건 쉬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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