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저 정도야…….
“희망고문 당하기 싫소.”
순간 도하의 표정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 표정을 본 김경징이 슬픈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그리 싫소?”
“아, 그것 때문에 웃는 건 아니고…… 그런데 언제부터 대장군님이야?”
“……본능이 시키더이다.”
“후우우.”
김경징의 대답에 도하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되돌렸다.
여포 봉선.
그리고 을지부루.
장내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부루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안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하지만, 여포에 대해서는 모두가 안다.
강림자 중 최강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가 바로 그였다.
단순 삼국지의 인기도 때문에 그가 유명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최근 전신길드의 성과가 커서 좀 바랜 감이 있지만, 그건 길드 차원의 성과였다.
도발에 도발로 응수한 장웨이였다. 처음에는 그의 기묘함에 눌리기는 했지만, 막상 대치국면이 만들어지니 묘한 흥분감이 밀려왔다.
그의 강림자가 최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순간이 온 것이다.
둘 사이의 대치가 계속 되었다. 마치 옛날 무술영화의 고수들 간 싸움마냥 말이다.
물론 요즘 트랜드와는 맞지 않았으나, 이건 실전이었다.
그러나 대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콰앙!
땅을 박차고 부루가 먼저 움직였다.
그 모습에 장웨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하수가 틈을 찾지 못해 먼저 몸을 날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은 부루였다. 그의 대부가 위에서 아래로 마치 여포를 반쪽 낼 듯이 갈라 갔다.
그걸 여포가 왼쪽으로 한걸음 빠지며 자신의 모를 휘둘러 대부를 쳐내었다.
동시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충격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이들이 두어 걸음씩 밀려났다.
“이, 이거 뭐야?”
“크윽!”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가 그들의 몸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
“무, 물러나!”
“위험해!”
그제야 부랴부랴 더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놀란 표정을 지우지는 못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경험을 직접 한 것이니까.
부와악!
거친 바람소리가 일었다.
여포가 모의 날로 대부를 쳐내는 것과 동시에 봉의 뒷부분으로 부루의 뒤통수를 후리려 했다.
그러나 부루는 오히려 여포의 쳐내는 힘을 이용이라도 한 듯 더 쳐낸 방향으로 몸을 더 빠르게 맴돌리면서 상체를 숙였다.
그 위로 여포가 휘두른 모의 뒷부분이 스쳐지나갔다.
동시에 자세를 낮게 맴돌았던 부루의 손에서 대부가 아래에서 위를 향해 대각선으로 올려쳐졌다.
그러나 여포 역시 몸을 사선으로 뉘이듯 하면서 맴돌았다.
동시에 허공을 후렸던 그의 모가 몸뚱이를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돌아 나오더니 올려치던 부루의 몸뚱이를 꿰뚫듯 찔러 갔다.
“허억!”
“헉!”
순간 모두의 입에서 놀란 음성이 튀어나왔다.
여포의 모가 부루의 몸뚱이를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람은 잠시였다.
내지른 여포의 모의 봉 부분을 타고 부루의 몸뚱이가 빙그르르 돌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루의 팔꿈치가 여포의 머리통을 향해 휘둘러졌다.
터엉!
그 순간 여포는 어깨를 들어 올리며 부루의 팔꿈치를 막아내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뚱이가 길게 밀려나갔다.
콰지지직!
발이 땅에 끌리며 긴 고랑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여포는 모를 휘둘러 부루의 몸뚱이를 밀어 내었다.
연속되는 공격을 막기 위함이었다.
둘 사이에는 다시 간격이 만들어졌다.
“이제 좀 할 만하구만 기래. 멀뚱히 구경만 하다 끝나는 줄 알았어야.”
부루의 이죽임에 여포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마치 자존심이라도 상한 듯.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여포가 먼저 나아갔다.
부와아악!
모를 양손으로 찔러 갔다.
그것을 부루가 간단하게 상체를 틀어 피하는 순간, 모를 잡아당기듯 회수하며 여포가 땅을 박찼다.
콰앙!
거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였다.
떠엉!
그 순간 부루가 대부를 잡아당겨 마치 방패라도 되는 듯 그의 어깨치기를 막아 내었다.
그러나 여포는 이미 막힐 줄 알았다는 듯 잡아당긴 모를 그대로 휘둘려 부루의 발 사이로 집어넣었다.
그때 부루는 두 다리를 교차하며 다리 사이로 끼어든 모의 몸통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여포가 모를 한쪽으로 틀었다.
마치 걸어서 자빠트리겠다는 듯 말이다.
그러나 믿을 수 없게도 부르는 그 자리에서 옆으로 한 바퀴 맴돌았다.
마치 물레방아 돌 듯 몸이 옆으로 맴도는 순간 부루의 짧은 다리가 마치 가위마냥 양옆으로 쫙 찢어졌다.
파앙!
여포가 머리를 틀어 피했으나 부루의 발이 허공을 차는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나왔다.
부루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다시 공격을 이어나가려는 듯 여포가 모를 잡아당겼다.
“응?”
그 순간 여포는 잡아당기는 모에서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거꾸로 맴돌았던 부루가 그의 모의 봉을 잡아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여포는 부루까지 잡아당긴 셈이 되었다.
그리고 부루는 봉을 잡고 딸려 가는 순간 오히려 딸려 가며 그대로 머리로 그의 가슴을 받았다.
떠엉!
“크으!”
여포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가슴을 크게 퉁겼다.
그러자 부루의 머리가 마치 생고무에 튕기듯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이었다.
부루의 한 손은 여전히 모의 봉 부분을 잡고 있었다.
당연히 부루가 밀려나다가 말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자신이 봉을 잡아당겼다.
지지직!
“응?”
동시에 여포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양손으로 잡고 있음에도 그가 오히려 부루에게 딸려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느끼는 순간 여포가 무기를 놓았다.
그리고는 뒤로 빠르게 물러서며 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동시에 그의 빈손에서 활대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시위 쪽에는 화살이 만들어졌다.
강림자이기에 가능한 무기 소환이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만한 사이에 화살 두 대가 연달아 부루를 향해 날았다.
지근거리였고 기습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부루는 여포의 무기를 휘둘러 화살을 쳐내었다.
아니 쳐내려 했다.
푸스스스.
“으잉?”
화살을 쳐내려는 순간 그의 손에서 여포의 무기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역 소환 되어 버린 것이다.
졸지에 맨손을 허공에 휘두른 꼴이 되었다.
따당!
다행히 당황하지 않고 다른 손에 든 대부로 날아든 화살 두 대를 쳐내었다.
그러나 여포의 화살은 쉬지 않고 날아들었다.
마치 자동소총이라도 쏘듯 연달아 날아온 것이다.
부루가 바빠졌다.
“저, 저거 반칙 아니야?”
빈이 놀라 소리쳤다.
여포의 화살은 쉼 없이 날아들었다.
마치 부루의 접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
여포의 또 다른 장기가 펼쳐진 것이다. 사서의 기록처럼 뛰어난 궁술 실력이 발휘된 것이었다.
하지만 유화나 다른 가우리의 병사들은 딱히 놀라워하지 않았다.
“괘, 괜찮겠죠?”
빈이 걱정되는 듯 던진 질문에 유화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저거 못 피하면 영원히 놀림 받을걸?”
“예?”
“저 양반 쌍둥이가 쏘는 화살에 비하면야…….”
그 말에 빈의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아! 우루!”
따악!
빈의 기억에 떠오른 이름을 그대로 뱉은 결과 유화의 손바닥이 그의 뒤통수를 후렸다.
“니 친구냐?”
“아이씨! 미안하다구요!”
“그 양반 활 쏘는 거 못 봐서 그래.”
“대체…….”
지금 여포가 쏘는 화살만 해도 정신없어 보였다. 그러면 도대체 을지우루는 얼마나 잘 쏜다는 말인가.
그때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저 정도는 춘삼이도 하겠다.”
“그렇지.”
“그건 누군데요?”
빈의 질문에 유화가 대답했다.
“장가 잘 간 부러운 놈.”
“…….”
무언가 설명이 너무 간결했다.
따다당! 따당! 땅!
장웨이는 정신이 없었다.
미친 듯이 날아드는 화살을 부루는 모조리 튕겨내며 빠르게 여포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포의 일방적인 승리는 커녕 균형이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었다.
누가 보면 여포가 화살을 쏘며 도주하고 부루가 잡으러 쫓아다니는 줄 알 것 같았다.
아니 죈 종일 쏘고 막기만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저 정도였어?”
0.00001이라는 숫자.
그것에 사실 방심하지는 않았다. 정말 인지도대로라면 정부에서 자신을 보냈을 리는 없으니까.
그리고 실제 인지도와 달리 강력한 강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그래 봐야 어느 정도다.
인지도가 낮다는 것은 세상에 알려짐이 적다는 의미였다.
뛰어난 실력에 비해 그 힘을 널리 떨치지 못하고 죽었기에 이런 경우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경우 실력을 떨치지 못했기에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장웨이가 낮은 인지도에 자신감을 가진 것은 그래 봐야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 실력이 있고 강하다면,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야 했으니까.
인지도에 비해 강하다 해도 그뿐이다.
파리가 새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눈앞의 광경은 전혀 달랐다.
차라리 인지도를 못 봤다면 이 정도로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루가 여포를 거의 따라잡았다.
그 순간 여포의 손에서 활과 화살이 사라지고 다시 모가 잡혀졌다.
동시에 내달려오는 부루를 향해 모의 날카로운 칼날이 섬광처럼 찔러졌다.
쩡!
부루가 튕기자 여포가 모의 중앙을 양손으로 잡고 마치 두 개의 무기를 다루듯 하며 좌우로 번갈아 후려 나갔다.
그러나 부루 역시 사람 몸통만 한 대부를 손목 힘만으로 좌우로 맴돌리며 튕겨내며 전진해 나갔다.
따다다다다다당!
연신 쇳소리가 간격을 두지 않고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쇳소리는 길게 가지 않았다.
부루가 팔뚝으로 후려치는 모의 봉을 막아낸 것이다.
뻐억!
듣기 거북한 타격음.
그러나 그 동시에 부루의 대부가 여포의 머리통을 찍어 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여포는 이를 악물고 봉을 비스듬히 세우며 흘리려 했다.
서걱!
그러나 힘을 흘리기는커녕 중간부터 반 토막을 내어 버렸다.
그러고도 모자라 여포의 갑주 앞부분을 갈라내었다.
“후웁!”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여포가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 여포를 따라 내달린 부루가 그대로 발을 내질렀다.
떠엉!
부루의 발길질이 여포의 가슴팍을 내질렀다.
마치 종소리와 같은 굉음과 함께 여포의 몸뚱이가 뒤로 날았다.
그와 동시에 양단된 여포의 무기가 다시 손에서 사라지고 새로이 생겨났다.
그 위를 부루의 발길질이 두들겼다.
콰작!
“이익!”
여포가 이를 악물었다.
그다지 표정변화가 없던 여포였다.
그러나 지금 만큼은 마치 생생한 표정을 지었다.
질린다는 표정,
그럴 만도 한 것이 부루의 발길질에 다시 그의 무기가 동강이 났던 것이다.
그러면서 또다시 옆구리 위쪽에 부루의 발길질이 날아가 꽂혔다.
뻐어어억!
강렬한 격타음과 함께 여포의 몸뚱이가 한쪽으로 휘며 날아갔다.
얻어맞고 날아가는 와중에 여포의 손에서 다시 활과 화살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부루를 향해 다시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그 순간 여포의 눈이 부릅떠졌다.
콰작!
고개를 틀며 날아드는 화살을 이빨로 물어 버린 것이다.
비록 거리가 가까워 화살이 제대로 힘을 얻기 전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대로 나아가 다시 쏘아지는 화살의 날을 활과 함께 부루가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