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54화 (54/305)

제54화 어디서 왔니?

해외의 유명 강림자의 방문은 일종의 이벤트와 같았다.

아이돌 문화와 같이 이를 들어 히어로 문화라 불렀다.

세상을 구한 영웅. 그리고 그 존재가 이야기 속이나 역사 속의 존재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준다.

그 중에 여포 봉선이라는 강림자는 사람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았다.

삼국지라는 소설의 인지도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여포의 이미지는 최강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중 여포, 마중 적토.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에 어울리게 실제로 강림자 중에서는 손꼽는 강력함을 보여 주기도 했다.

비록 한국에서처럼 상대 군주를 완전 소멸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발생된 침식 균열에서 밀어붙이다가 격퇴를 해냈다.

물론 이번으로 한정 짓는다면 한국에서의 침식균열 역시 격퇴한 것이다.

다만 여기서 자존심이 상하는 결과가 나왔다.

여포가 끼어든 침식균열은 그 규모가 세배 확장하는 것에 그쳤지만, 한국의 경우는 두 배가 조금 안 되는 크기에서 멈추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 자체로 비교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침식을 발생시킬 때 그 진행시간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진행되는 개체가 있고, 더디게 진행되는 개체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응을 손꼽는 이유는 진행이 더딘 상황에는 그만큼 많은 물량공세가 벌어진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빠르면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편이었다.

즉, 이것만 봐도 마물들은 적제적소에 병력을 투입하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럼에도 유명세라는 건 어디 가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비밀을 요하는 부분이 있어, 의도적으로 결과 일부를 숨겼고 말이다.

그 결과 일반 국민들은 대응 체계의 승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해외에서 온 신화급 강림자가 이슈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소환자인 장웨이는 절도 있는 걸음으로 나아갔다.

그의 앞에는 여포 봉선이 쏟아지는 환호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끔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응대하고 있었다.

약간은 거만하게.

하지만 그조차 매력으로 보였다. 실력 없는 존재가 거만하면 욕을 먹겠지만, 여포는 그만한 실력이 있었다.

물론 역사나 삼국지연의에서 여포의 이미지는 강하지만 물욕이 넘쳐 배신의 아이콘처럼 되어 있지만, 강림자인 여포는 달랐다.

물욕은 본능적으로 남아있으나 강하고 물러섬이 없었다.

강림자이기에 배신 같은 건 없다. 그러니 당연히 평이 좋을 수밖에 없다.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지켜줄 강한 강림자가 최고이니까.

공항을 메우다 시피 한 인파를 지나 차에 올라탄 장웨이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중국에서 그에게 특명을 보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가서 연구에 참여하라.’

기본적인 것은 연구에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한국의 강림자에 대하여 파악을 하라는 것이었다.

중국역시 이번 침식관련 정보를 얻었다.

다만, 그 정보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것이 많아 그를 직접 보낸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그들이 한국에 있을 때에 침식 균열이 벌어진다면 우선적으로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각자의 본국에 침식균열 사태가 심화될 경우에는 복귀를 해도 된다는 일종의 양해가 있기는 했다.

물론 장웨이의 위치가 중국에서 오라가라 할 수 있는 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명령을 따를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현 주석의 최측근이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최측근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들과 강림자의 덕을 본 게 사실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차기 주석이 그가 될 것이라는 후계설이 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비의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도 부와 권력이 따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소환자가 마물을 상대한다고?”

장웨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그 역시 군인 출신이었다.

나름 단련이 되어 있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폐급이라 불리는 존재 중소형개체는 총기 혹은 냉병기로 상대가 가능하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손에 무기가 쥐어졌다 해서 늑대를 쉽게 상대 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상대는 가능하지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 이상의 마물을 상대했다고 했다.

그 사실을 확인했고, 또 1차 연구 결과를 입수한 중국 입장에서는 그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만큼 그가 가져올 결과가 중요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최강이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하라.’

자존심을 세우고 오라는 밀명도 있었다.

인터넷상에서 뜬금없는 최강의 강림자가 한국에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 명령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자신의 강림자가 최강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오오!”

들어오는 차량을 보며 고빈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전신길드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신길드는 역덕들 모임이다.

역사 덕후.

그 중에서도 고구려 개마기병에 대한 로망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 만큼 삼국지를 싫어하는 이도 없었다.

특히 그 중에 여포라는 존재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케릭터였다.

인중여포 마중적토.

이 말로 정의되는 존재.

물론 소설 속에서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들 중에 여포의 매력을 싫어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인물자체에 대한 매력보다는 그 강력함이라는 부분에 꽂힌 것이다.

실제로도 아시아쪽에서는 여포의 무력을 손에 꼽기도 한다.

일종의 아시아 대표인 것이다.

물론 여포에 비견되는 강림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삼국지라는 콘텐츠 자체가 한수 먹어주는 거다.

미국 쪽 소환자들도 호기심이 넘치고 있었다.

전신길드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들 역시 여포에 관한 이야기등은 많이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강림자의 다양성에서 세계최고였다.

인종전시장이라는 의미에 맞게.

다만 인지도가 아주 높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 때문에 천조국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대침식 당시 여기저기서 달러로 소환자들을 끌어 모았다.

대부분은 삼세계라 불리는 곳들이었지만,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빠르게 유출을 막기 위한 법안등을 만들었기에 비교적 허술한 국가들을 상대로 이런 짓을 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이 무너졌다고 하는 이들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의미없이 소모될 수 있었던 강림자들을 미국이 미리 빼갔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그쪽은 부족과 군벌이 우선시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질타가 적은 이유는 여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짓들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차문이 열리고 장웨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로 단단한 체구의 강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포 봉선이었다.

“어? 방천 화극은?”

그때 빈이 두리번거리며 방천화극을 찾자 옆에 있던 임병화가 혀를 차며 말했다.

“방천화극은 송대에서나 나온 무기고.”

“억! 그럼 방천화극은 뻥인 거에요?”

“그건 소설이잖냐.”

병화의 설명에 빈이 실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반짝였다. 어찌 되었든 여포는 여포였으니까.

그때 구은태 박사와 강문호 대위가 나섰다.

“환영합니다.”

실제로 구은태 박사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여포가 잘 빠진 여자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끈적한 눈길을 보내었다.

그때 장웨이가 인사를 했다.

“장웨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구은태 박사가 그의 손을 붙잡고 인사를 했다.

장웨이 역시 그에게 인사를 했다. 지금 이 연구단지를 이끄는 수장이 그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강문호 대위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눈 장웨이가 시선을 돌렸다.

전신길드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웨이는 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장웨이입니다. 전신길드장님.”

“반갑습니다.”

둘의 손이 맞잡아졌다.

서로에 대해서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전신길드하면 한국에서도 3대길드로 알려져 있었지만, 세계로 따져도 이십대 길드 안에 들어갔다.

그들 특유의 돌파력은 단일길드 중 최고라고 알려지기까지 했기에 장웨이가 모를 수 없었다.

그때였다.

장웨이의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인 좀…….”

“응?”

“끙.”

장웨이가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가 여포에게 다가가 사인지를 내밀고 있었다.

빈이었다.

그 모습을 본 장웨이는 피식 웃음을 머금었지만, 병화는 신음을 흘렸다.

장웨이 입장에서야 이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여포 역시 익숙한 상황이어서인지 허리에서 붓펜을 꺼내 이리저리 휘갈겨 주었다.

“와아아!”

빈이 환호를 터트리는 순간 한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하는 거이간? 누가 놀고 있으라 했네?”

시비조의 목소리.

순간 빈은 움찔하며 구 박사와 강 대위를 바라보았다.

그때 강 대위가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게 중국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중국?”

중국이라는 말에 사내가 고개를 돌려 장웨인을 바라보았다.

순간 눈이 마주친 장웨인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강림자가 맞는데…….’

이미 떠나오기 전에 확인했던 사전 정보가 떠올랐다.

요주의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저 강림자였다.

미국 정보부에서는 코드명 토르. 혹은 테이머라 불리는 이.

그 말에 걸맞게 떡 벌어진 근육이 숨 막힐 정도로 밀집되어 있었다.

마치 돌멩이를 붙여 만든 몸 같았다.

만약 미리 자료를 확인하고 오지 않았다면 강림자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 강림자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생전의 복장을 하고 다닌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강림자는 몸에 딱 달라붙는 소매 없는 셔츠에 힙합바지를 입고 있었다.

밖의 소란 때문인지 천유화를 비롯한 가우리 병사들이 어기적거리며 나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응? 대장. 누구랩니까?”

“손님이라 들었디.”

그때 사인지를 소중하게 가지고 온 빈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저씨 여포 알아요?”

“내가 어케 아네?”

“인중여포 마중적토 몰라요?”

빈이 재차 묻자 부루의 뒤쪽에 있던 천유화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게 뭔데? 사람중에 뭐?”

“인간중에는 여포가 최강이고 말 중에는 적토마가 최고다라는 말인데요.”

“길쿠만.”

놀라야 할 말인데도 별로 놀라지 않는 모습.

대신 뒤쪽에는 천유화와 일행들이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럼 인중진천, 마중강쇠가 맞지 않나?”

“에이. 어떻게 폐하를 사람취급 하냐.”

“그건 그렇지?”

“난 강쇠를 말로 구분한다는 말이 더 웃기다. 크크크!”

“푸흐흐흐!”

웃음소리가 뒤섞였다.

그 모습에 뒤쪽에 있던 장웨이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피고 다가와 인사를 했다.

“장웨이입니다.”

“내래 을지부루야. 기런데 중국이 어데 있는 거이간?”

“…….”

부루의 질문에 장웨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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