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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48화 (48/305)

제48화 포식자라 불리운 이

그때였다.

도원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비명이 연달아 울려오기 시작했다.

이어 마물들의 장벽 너머에 커다랗게 삐죽 올라와 있던 거대종이 몸을 비틀더니 아래로 쑥 꺼졌다.

그리고 툭툭 튀어 오르는 팔 한짝, 그리고 둥근 머리통.

“아!”

조금 아까 본 장면이었다.

그 광경이 지금 자신들이 뚫고 가려는 방향 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반격하라! 반격하라!”

도주를 말하던 김경징이 나아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취!”

이번만큼은 김경징의 의견과 일치했다.

김경징의 또 다른 특징 하나. 이기는 싸움에 철저히 숟가락을 놓을 줄 안다는 것이었다.

신컨길드가 폭풍성장을 했었던 또 다른 이유였다.

마물들의 대열이 흐트러진 틈을 도원이 조금씩 무너트려 나가기 시작했다.

용병기사단장 쿠베르탄의 얼굴이 굳어졌다.

견제를 하라 놔두었던 병력이 배반자 무리를 놓친 것이었다. 순간 쿠베르탄의 살기 어린 눈빛이 한쪽을 향했다.

-어디 인간의 영체 따위가…….

그의 시선은 천유화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의 얼굴.

-노옴!

이 모든 일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원래도 마음에 안 들던 이들이었지만, 이 사달을 만든 원흉을 보니 더욱 화가 치솟았다.

-막아라! 막으란 말이다!

마켈그로이언의 외침이 연달아 울려왔다.

쿠베르탄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송곳니가 드러났다.

마치 먹잇감을 찾은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허연 이를 드러낸 것이다.

-크허어엉!

쿠베르탄의 울부짖음에 그의 주변에 있던 마계기사단의 온몸에 핏빛에 가까운 보랏빛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단 한 놈도 놓치지 마라! 한 놈도 지나게 말라!

쿠베르탄의 명령에 마계기사단이 도열했다.

마계말들을 탄 기사단이 내달려 오는 을지부루와 배반자들을 향해 내달려가기 시작했다.

쿠두둑! 쿠두둑! 쿠두둑!

수많은 묵직한 울림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 마계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구체들이 날아갔다.

퍼퍼퍼펑!

수가 많았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요격하며 다가왔다.

하지만 쿠베르탄은 원래 알고 있었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걸로 거리를 벌었으면 된 것.

쿠베르탄이 입 꼬릴 올렸다.

근거리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대응하는 사이 더 가까운 거리로 접근할 수 있었다.

그사이 마계병사들이 결국 뚫리며 좌우로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들이 뚫리는 것과 동시에 마계기사들이 돌입을 시작했다.

콰앙! 콰작!

그들을 맞이해 을지부루가 방패를 쳐내는 동시에 튕겨져 나온 대부로 옆에서 공격해 오던 마계기사의 몸통을 찍었다.

갑주가 종잇장마냥 와그락 쪼개지며 핏물이 솟구쳤다.

마계기사들이 돌입하자마자 벌어진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의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 붉은빛이 사방으로 퍼져서 동료들의 몸뚱이로 스며들어 버렸다.

그러자 그들의 눈자위가 점점 붉게 변했다.

동시에 살기가 뒤섞여 있던 그들의 기운이 더욱 진득해졌다. 마치 늪과 같은 공기가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타고 흐른 붉은 기운이 쿠베르탄에게도 전달되어지고 있었다.

“저거?”

을지부루에게 방향을 전달해 주면서 보조를 하던 강문호 대위의 눈에 거대한 개체의 눈자위가 붉어지는 것이 들어왔다.

“설마 아니겠지요?”

임병화가 불신에 찬 얼굴로 묻자, 강 대위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맞는 거 같습니다. 더러운 능력을 가진 놈을 만난 듯합니다.”

“아…….”

그때 고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쟤 아까랑 다르게 점점 뻘게지는 거 같은데, 저러다 갑자기 터지는 거 아니겠죠?”

빈의 질문에 강 대위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차라리 터지면 다행이지. 저건 부하들의 힘을 흡수하는 거다.”

“예에?”

“부하들부터 죽이다 보면 감당 못할 괴물이 나타나게 되지.”

강 대위의 설명에 빈의 눈동자가 뒤흔들렸다.

“그, 그럼 저놈부터 처치하면 되잖아요!”

“그러면 좀 낫지. 저놈의 힘이 부하들에게로 골고루 뿌려지는 정도니까.”

“어차피 강해진다는 거잖아요!”

빈의 항변에 병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두머리가 힘을 독차지하는 것보다는 부하들을 막고 있는 사이 대가릴 쳐 버리는 게 나았다.

그 뒤에 강해진 나머지 병사들을 상대하는 것이 그나마 남는 장사가 왔다.

이 사실을 부루에게 전달하였다. 하지만 부루는 별로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걱정 말라. 저런 거랑 드잡이질 정도는 해 봤으니까네.”

부루의 든든한 외침에 병화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부루가 외쳤다.

“죄 병신을 맹가!”

그렇게 외치며 대부를 휘둘렀다.

콰작!

마계마의 머리통이 갈라지며 뇌수를 뿌렸다.

하지만 부루의 대부는 거기 타고 있는 마계기사를 노렸다.

서걱!

바닥으로 마계기사의 다리가 특 떨어져 내렸다.

이어서 도끼의 면으로 머리통을 후리자 정신을 잃은 마계기사들이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이런 광경이 연이어졌다.

천유화와 기병들은 철저하게 팔다리를 잘라 내었다.

무기조차 들지 못하게 하되 목숨 줄은 남겨 두는 느낌이었다.

“아!”

그 모습을 보던 강 대위가 탄성을 터트렸다.

서넛이 동시에 달라붙어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튀었다.

팔이나 다리를 잘라내 눕혀 버렸던 것이다.

죽진 않았다.

“죽어야 힘이 몰려가는 거니까 그렇겠죠? 생각 외로 간단하네요?”

빈의 말에 병화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력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면, 이런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알아도 따라하지 못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렇게 부루와 기병들은 곱게 병신만 만들어 놓고 우두머리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걸 본 빈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쪽 아니지 않아요?”

빈의 중얼거림에 병화가 탄식을 흘렸다.

“아…….”

처음부터 그들의 목적은 침식지를 넓히는 마물들의 주술사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루는.

지금 승부를 하기 위해 내달려 나갔다. 뒤따르던 기병들까지도 말이다.

“……어디 가?”

구도원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인근이긴 한데, 중요한 곳은 이쪽이었다.

그런데 방향을 슬쩍 틀더니 이쪽이 아닌 딱 봐도 중간보스 같은 놈에게 달려가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이, 일단 공격!”

도원은 이제 백여 기 정도만 남은 강림자들에게 최후의 공격 명령을 내렸다.

따 봐도 히어로급 들은 저쪽으로 몰려갔다.

물론 엘리트 급 역시 버거운 존재이기는 했다. 그러나 히어로급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다행히 일부 병력이 빠지며 방어하는 쪽의 대열이 느슨해진 게 더욱 커졌기 때문이었다.

-……유도한 건가? ……그렇겠지?

마켈그로이언은 전장을 살피며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왠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또 한쪽으로 몰려가는 꼴을 보니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그가 내린 명령은 시간을 끌며 막는 것이었다.

주술사가 있는 쪽에서 벗어난 그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은 그의 명령에 반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견제하라고 했지 정면으로 대결을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전투를 벌이는 쿠베르탄을 보며 마켈그로이언은 복잡한 심기를 내비쳤다.

특히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존재가 신경이 쓰였다.

별의 파편들과 다른 그는 자신과의 계약을 종료한 것들과 비슷한 존재였다.

아니 같다.

영체.

마계로 흘러들어온 영체들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면서도 이곳에서 강림자라 불리는 것들과 같은 느낌도 있었다.

영혼의 조각인 별의 파편과 같은 냄새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욱 거슬리는 것은 그의 모습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기억 저편에서 들은 무언가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눈에 기사단장인 쿠베르탄과 부루라 자신을 소개한 이가 맞부닥치는 모습을 보았다.

거대한 도끼.

작은 키지만, 덩치 좋은 마물보다도 더 근육질로 뒤덮인 몸뚱이.

콰아아앙!

쿠베르탄의 거대한 칼과 대부가 맞부딪혔다.

키 차이가 거의 열 배 가까이 나는 둘이었다.

하지만 밀린 것은 쿠베르탄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마켈그로이언의 입술이 움직였다.

-포식자?

콰앙! 쾅! 쾅!

연달아 울리는 강렬한 파열음. 그리고 그 소리가 날 때마다 거칠게 튕겨나가는 쿠베르탄의 무기.

마켈그로이언이 이를 빠득 갈며 외쳤다.

-쿠베르탄! 포식자다! 포식자! 놈은 포식자다!

마계에서 포식자라 불린 존재 하나.

인간계에서 굴러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개체는 전투를 밥 먹는 것보다도 더 즐기는 마계의 일족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전투만을 일삼았다.

그가 유명해진 이유는 나름 힘이 떨어지고 바닥을 쳤다지만, 하나의 영역을 가진 마계의 귀족의 영지 하나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거길 노리고 들어서던 다른 마계귀족까지도 사냥을 해 버렸다.

그리고 그 귀족은 살점 여러 곳이 도려내진 채 뼈가 드러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마계귀족은 수인형 마족이었다. 마수일족이라 불리는 마족이다.

전투를 할 때 짐승의 모습으로 변하면 더욱 강해지는 존재들.

그런 존재가 잡아먹혔다.

물론 상대를 잡아먹는 마계일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힘을 흡수하는 방법은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위별로 마치 요리되고 남은 걸 버리는 것처럼 방치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거기에 마족이 아닌 영체에게 당해서 말이다.

그래서 유명했다.

마계의 먹이사슬을 무너트린다는 의미로 포식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말이다.

쿠베르탄은 믿을 수가 없었다.

-노오옴!

힘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런 쿠베르탄의 귓가로 마켈그로이언의 외침이 들려왔다.

-쿠베르탄! 포식자다! 포식자! 놈은 포식자다!

순간 쿠베르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포식자.

그에 대한 소문은 숱하게 들었다. 그 의뢰를 받을 뻔했기에 더욱 잘 알았다.

그러나 그때 소문만으로도 질려 버렸다.

그보다 윗줄의 마족도 걸레짝이 되었고, 그중에는 그가 상대하기 어려운 마수일족도 있었다.

특히 그 존재는 잡아먹혔다.

-네놈이 포식자?

그의 중얼거림에 을지부루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저번 아새끼도 그러더만, 왜 자꾸 사람을 돼지새끼마냥 포식자라 부르는 거이간?”

그 말에 쿠베르탄은 눈앞의 존재가 이전번에 실패했던 마군단장을 처치한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아가 그도 이를 보고 포식자라 했던 사실도 알아챌 수 있었고 말이다.

콰캉!

또다시 막아 내는 순간 그의 거검의 이빨이 나간 것을 볼 수 있었다.

콰직!

잠깐이지만 한눈을 판 대가는 컸다.

그의 무릎에 대부가 푹하니 틀어박혔던 것이다.

-크허허어엉!

쿠베르탄이 비명성을 내질렀다.

고통이 몰려왔다.

“닥치라우! 이제 시작이야!”

콰직 콱!

연달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양 다리가 난도질을 당하고 있었다.

피가 철철철 흘렀다.

그 피에 범벅이 된 부루가 갑자기 질문 하나를 던져 왔다.

“기런데 말이디…….”

“…….”

“넌 무슨 맛이니? 궁금하다 야.”

쿠베르탄의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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