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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43화 (43/305)

제43화 부루의 선빵

을지부루가 내달리는 사이 신컨 길드원들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그 짧은 순간 강림자의 숫자가 스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대체 뭐야 저 괴물들은!”

미친 듯이 내달리던 구도원이 뒤를 돌아보았다.

“씨팔 오덕들이 고맙긴 처음이네.”

도주하면서 들은 엄청난 외침.

그게 신호라도 된 듯 신컨길드의 강림자들을 작살내 가던 그 검은 기마들이 말머리를 돌렸던 것이다.

“그런데 확실히 그냥 마물이 아니었어…….”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강림자 느낌도 강했다. 다만 강림자와도 달랐다.

무기를 휘두르며 나타내는 표정들은 강림자들의 단순한 행동 패턴과 달랐던 것이다.

아직 길을 막는 마물들이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남은 강림자들 덕에 문제는 없었다.

그때 그의 앞쪽에서 울려 퍼지는 음성.

“썩 물러가거라!”

“…….”

“물러가거라아아아!”

“……아이씨.”

그의 강림자인 김경징이 내뱉는 외침이었다.

이것 역시 그의 강림자가 가진 특성 중 하나다.

도주 시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다는 것. 그리고 도주 시에 전투력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게 게임마냥 수치화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경징의 경우 눈에 띄게 그 능력치 차이가 벌어진다.

퇴각할 때는 조운자룡이 따로 없다는 평가.

“하아.”

도원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생존에는 이보다 더할 나위 없는 강림자지만 쪽팔린 건 어쩔 수 없었다.

도원은 부럽다는 시선을 뒤를 돌아보았다.

오덕이니 덕후니 비아냥거렸지만 사실 부러운 건 부러운 것이었다.

그때 뒤돌아보았던 도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낀가?”

오로지 하나의 기마만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까는 일단 기병형 마물로 보이는 것들에게 시야가 가려 잘 보지 못했었다.

“아까 그 선두의?”

도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거?”

순간 쌍안경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확연하게 보이는 모습은 그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뭐야? 똑같잖아!”

자신들을 들이친 마물들과 비슷한 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구려 양식의 갑주야 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게 하나 있었다.

가슴의 하얀 흉갑이다.

지금 내달려오는 강림자 역시 가슴에 하얀 흉갑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씨팔? 그럼 우리 팀 킬 당한 거야?”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강림자라면 표식이 떴을 것이다. 손목에 매달고 다니는 것은 커다란 시계나 방패가 아니었으니까.

단기로 내달려간 을지부루를 보며 전신길드원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자세한 것은 보지 못했지만 신컨길드를 무너트린 건 바로 저 정체불명의 기마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임병화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 거렸다.

“뭐지? 확실히 개마기병인데…….”

문제는 그 행색들이다.

마물이라고 하기에는 고구려 특유의 갑주를 차려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기동대원들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위험한 것 아닙니까?”

“그런 것 같기는 한데…….”

기다리라고 했을 때에는 이유가 있을게 뻔했다.

그때 달리던 부루가 말을 멈추었다.

반대쪽에서 마주오던 마물들 역시 속도를 서서히 줄여왔다.

다만 그 주변을 따르던 짐승형 마물들은 여전히 속도를 높이며 부루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

병화를 비롯한 전신길드원, 그리고 기동대원들까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을지부루가 퓨켈을 멈추고 섰다.

그런 그를 향해 내달려오던 기마들.

기마들 역시 멈추었다.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그때 멈추어선 마물쪽 기마들을 스치고 짐승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것들이 몇 발 나아가기도 전에 몸뚱이가 이리저리 부서져 내렸다.

기병들이 손을 쓴 것이다.

마치 이 앞을 지나지 말라는 것처럼.

그 기마의 선두에 단창을 든 이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어?”

얼떨떨해 보이는 음성.

그때 부루가 말했다.

“니보라. 지금 뭐하는 거이네?”

“장군은 왜 여기 계신 겁니까?”

부루와 선두에 나온 기마의 마물이 동시에 내뱉은 말이었다.

그 순간 부루가 퓨켈에서 뛰쳐내리더니 내달렸다.

“진짜 장군이오?”

마찬가지로 마물편의 기마에 타고 있던 이도 뛰어내리며 부루에게 내달려왔다.

그리고 둘이 만나는 순간…… 부루의 주먹이 마주 온 이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쌍간나새끼!”

“커억!”

순간 바닥에 뒹구는 기마병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 왜요!”

“내래 튀라고 했디! 기어와 디지라고 했네! 천유화 이 간나 새끼야!”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이는 바로 천유화였다.

개문산성에서 부루보다 먼저 사그러졌던 이.

“씨팔 맞구려! 부루 장군!”

“기래 이 간나새끼야!”

벌떡 일어선 유화가 부루와 얼싸안았다.

뜻하지 않은 해우였다.

“씨름하나?”

“선빵을 날리기는 했는데…….”

멀리서 바라보던 전신길드원과 기동대원들은 모호한 표정으로 을지부루와 기병형 마물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씨름이라고 하기에는 멀리서 봐도 너무 격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사귀나?”

“에이씨!”

“넌 좀 닥쳐라!”

쓸데없는 소릴 뱉었던 빈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였다.

한쪽에서 마물의 본대가 빠르게 이동해 오고 있었다.

“일단 동편 입구로 이동한다.”

그 모습에 병화가 다시 바이크의 시동을 돌리며 외쳤다.

자칫 잘못하면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전신길드와 생존자들은 동편으로 내달렸다.

동편입구에는 진입해 온 강림자들과 소환자들이 긴장 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신컨길드가 망신창이가 되는 순간 그들을 구하기 위해 진입했었던 것이다.

그들이 망신창이가 된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밖에 있던 신컨길드의 소환자들이 일제히 강림자들과 링크가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건 팔목의 장치가 아니어도 강림자가 역 소환 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밖에 남아 있던 일부 신컨길드의 소환자가 강림자와 함께 진입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어차피 침식균열을 몰아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도착한 이들과 함께 진입을 해 왔던 것이다.

사전에 신컨길드가 통로를 개척해 놨기에 그들은 빠르게 동편 입구로 들어설 수 있었다.

구도원과 팀장들을 부축하던 신컨길드의 중간간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기는 한데……. 저건 또 뭐지?”

싸우는 듯하다가 갑자기 둘이 얼싸안고 있는 모습에 다들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서큐버슨가 뭔가 그런 종류 아닐까요?”

“게이새끼냐?”

“……네?”

“씨파 말이 되는 소릴 해!”

구도원이 버럭 소릴 내질렀다.

“죄송합니다.”

그때 소환자들이 떠들썩해졌다.

침식균열의 원흉이 빠르게 진격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신길드가 기동대원들을 구해서 복귀하고 있었다.

“지휘형 개체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일전에 침식균열을 전신길드가 해소한 이후 새롭게 업데이트된 정보를 토대로 한 분류였다.

침식균열을 일으킨 우두머리 마물의 종류는 세 가지다.

지휘형.

투사형.

마지막으로 군주형.

투사형은 우두머리를 공격한다 해서 마물들이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다던지 하지 않는다.

반대로 지휘형은 보호를 위해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군주형은 둘 다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군주형은 그 자체의 무력도 투사형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위가 너무 많은데?”

그때 기동대원들이 일제히 튀어나갔다.

전신길드를 마중나간 것이다.

잠시 후 기동대원들과 함께 전신길드원들이 도착했다. 기동대원들은 살아남은 이들을 얼싸안았다.

그때 뒤쪽에서 이원철 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소장은 살아남은 숫자를 보더니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들의 어깨를 차례로 두드려 주기만 했다. 하지만 붉어진 그의 눈은 이미 죽어 간 이들의 희생을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막 도착한 전신길드장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막을 수 있겠소?”

“해 봐야지요. 우리도 숫자가 있으니까. 다만 남은 것들을 보면 B급 이상 마물이 태반이고 저기 본대 쪽 구성 역시 B급 마물 이상 같습니다. 거기에 엘리트 급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고요.”

엘리트급이라는 말에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엘리트급은 외형은 유사하나 실제로는 능력이 다른 존재들을 의미한다.

엘리트급들이라 명하는 것들은 침식균열에서 나타났다.

아니 침식균열에서밖에 보지 못했다.

침식균열을 막으며 가자 피해를 많이 보았던 이유다.

외형은 같았다. 그러나 능력이 달랐다. 더 강하고 빠르고, 방어력 역시 높았다.

보랏빛 기운이 짙게 감도는 그것들은 마치 병단처럼 움직였다.

추측하기를 그것들은 우두머리의 영향을 받는 것일 거라고 연구원들은 밝혔었다.

엘리트급이라 보이는 것은 최하의 F급 개체의 형태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B급으로 봐야 할 정도였으니까.

“빨리 대열을 갖춥시다!”

그때 장벽에 소속된 소환자의 외침에 다들 자신들의 강림자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병종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대체 저건 뭐요?”

다가온 도원의 질문에 임병화는 머리를 긁었다.

“우리 강림자긴 한데.”

“그건 아는데 저것들이랑 외형이 비슷한 건 어떻게 설명하시게?”

도원의 삐딱한 모습에도 병화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지.”

“하아. 강림자 아니냐고 우길 수도 없고.”

도원 역시 막나가는 이는 아니기에 더는 트집을 잡지 않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사이 지휘형 개체가 모는 마물군단이 가까이 다가와 멈추어 섰다.

어느새 동편이 주전장이 되었는지 사방에 흩어져 있던 일반 마물들 역시 군단의 주변으로 몰려 와 있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두 세력의 가운데에는 기묘한 그림을 보여 준 기병형 마물들과 강림자 하나가 있었다.

마켈그로이언이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왜 공격을 멈추었는가, 용병들이여.

멀리서 내뱉은 그의 말에 천유화와 그 일행들이 몸을 돌렸다.

천유화가 답했다.

“아는 얼굴을 만나서!”

그의 대답에 마켈그로이언이 굳은 얼굴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우리의 계약은 잊지 않았겠지? 그 계약을 어긴 대가는…….

“그 계약 끝.”

천유화의 대답에 마켈그로이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계약의 전제조건은 그들의 우두머리를 되찾는 날까지다. 하지만 마켈그로이언은 당시 계약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마계로 떨어지는 영혼은 극소수다. 거기에 같은 시기의 영혼이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했다.

오히려 따지면 이들이 이상할 정도였다.

어찌 보면 이들은 천유화를 중심으로 유대감 있는 영혼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같이 생사를 한곳에서 한 이들이기에 가능한 것.

그때 마켈그로이언의 눈동자가 한쪽으로 향했다.

-별의 파편? 아닌가? 무어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마켈그로이언이 뭔가를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 이름이?

“날 부른 거이간?”

-나 마계 백작 마켈그로이언이라 한다. 그대는?

“을지부루.”

마켈그로이언이 부루에게 말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노라. 저들과 함께 내 밑으로 오라. 아니면 용병도 좋지.

마켈그로이언의 권유가 시작되었다. 그 권유에 부루가 대답했다.

“저거이 뭔 개소릴 하는 거이간?”

마켈그로이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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