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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42화 (42/305)

제42화 맞아요!

그렇게 손에 쥐고 있던 중형종이 너덜해질 즈음, 날려 버렸다.

콰콰콰!

일대가 깔끔해진 사이 기마들이 주변을 돌면서 접근을 차단해 나갔다.

이어서 안쪽으로 전신길드의 바이크가 들어섰다.

이미 각자 바이크에는 한 명씩 태우고들 있었다. 구출해 낸 인원들이었다.

일부 강림자들의 등 뒤에도 구출된 인원이 타고 있었다.

“살았네.”

뒤집힌 차에서 기어 나온 기동대원이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운전하던 동료는 목이 꺽여 죽어 있었다. 차가 전복되면서 즉사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밖으로 튕겨나가 그대로 마물들에게 찢겨져 버렸다.

“나만 살았구나.”

출동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팀원들이 이제는 없다는 생각에 살았음에도 씁쓸함이 더했다.

“살았으면 된 거 아니간? 날래 타라우.”

부루의 말에 기동대원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전신길드가 덕후 모임이라더니 아저씨는 갑옷도 갖춰 입었네요?”

“기럼, 벗고 다니네?”

“아뇨. 그런데 북쪽 출신치고는 어우 근육이 끝내주시는데요? 통일 이후 헬스만 하셨어요?”

애써 농담을 던지고는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마치 동료들의 죽음을 잊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런 그에게 부루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닥치고 저쪽 말에 오르라우. 바쁘니까네.”

“아, 옙! 빨리 구하러…….”

“네가 마지막이야.”

“아…….”

부루의 말에 기동대원의 표정 위로 씁쓸함이 지나갔다.

그 순간 전신길드에게 구함을 받은 동료들의 얼굴이 들어왔다. 다들 비슷한 표정.

살았음에도 행복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시건방 떨디 말라. 먼저 간 동료들이 산 놈들이 지금 꼬라지 보고 좋아하갔어?”

부루의 말에 다들 고개를 숙였다. 그런 기동대원들에게 부루의 말이 이어졌다.

“산 놈이 있어야 죽은 놈들 가족도 건사해 주고, 마지막 간 길도 말해 주고 하는 거 아니갔네?”

부루의 말에 하나 둘씩 고개를 들어올렸다.

제법 눈빛들이 살아나자 부루가 다시 말을 이었다.

“기래. 기래야디. 원래 산 놈들의 무게가 더 무거운 법이다. 죽은 목숨만치 더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야 하는 거이니까네.”

“감사합니다.”

부루의 말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이가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는 옆에 생존한 동료에게 웃음을 보이며 말 걸었다.

“형님도 사셨네요? 명줄 기십니다.”

“그러게. 살아 버렸네.”

“그런데 전신길드에 저런 분이 계셨습니까? 저렇게 특이한 분이면 모를 리가 없는데.”

그 말에 병화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때 빈이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제 강림잡니다!”

“응?”

“제가 소환자고요!”

“비니 주디 닥치고 제대로 하라. 조금 전처럼 버버 거리면 살아서 맛보는 지옥이 어떤 것인디 보게 해 주디. 물론…….”

부루가 슬쩍 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연대책임이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확 뒈지고 싶으면 너만 뒈져!”

“우리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냐!”

“빈 너 이 새끼.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전신길드원들의 격렬한 모습에 질문을 던졌던 기동대원이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강림자시란다.”

“네?”

“저분.”

멍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부루가 말을 몰기 시작하며 외쳤다.

“따라오라! 다 구했으니 이제부터 싸워야디!”

그 말을 끝으로 먼저 내달려갔다.

“……네.”

그런 부루를 보며 전신길드장인 병화는 허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윤치원이 입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전신길드장이 아니라 전길드장 같다.”

“닥쳐!”

“크크크크!”

병화의 염장을 지른 치원이 그대로 바이크를 몰고 부루의 뒤를 따라 붙었다.

가장 커다란 보랏빛 뇌전이 가라앉으며

-후우우우. 좋구나. 이계의 향기란.

회유와 교언의 마족 마켈그로이언이 강림을 한 것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그가 직접 모아 놓은 마계용병기사단이 도열해 있었다.

그 수만 해도 삼백에 가까웠다.

그뿐 아니었다. 그 주변으로 거의 칠백에 달하는 마계병들이 도열해 있었다.

-쯧, 짐승들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처음 개척을 위해 통로로 들여 보낸 마물의 개체수가 이천에 달했다.

물론 작은 개체까지 포함된 것이라 의미 없긴 하지만,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소형종은 거의 얼마 남지도 않았고, 중대형종의 숫자까지 합쳐 봐야 천도 안 되었다.

짧은 시간동안 절반이 넘는 개체가 죽어나간 것이다.

-뭐 어차피 소모품이니까.

마켈그로이언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저들이 이곳의 파편들인가 보군. 꽤나 강력하다 들었지.

-그래봤자, 별의 기억이 남긴 파편조각들일 뿐입니다. 다만, 숫자를 보니 이곳의 역사가 순탄치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지 투쟁의 역사가 만들어 내는 것이 저런 파편들이니까. 그런데 우리 일꾼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볼까?

마켈그로이언의 눈앞에 넓은 화면이 펼쳐졌다.

마치 허공에 영화관의 화면이 떠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곳에는 이곳에서 강림자라 불리는 이계의 파편들을 일방적으로 박살내고 있는 그의 용병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때 마켈그로이언의 용병기사단장인 쿠베르탄이 불만 섞인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런 틈새에 떨어진 영혼들을 너무 믿으시는 것 아닙니까. 영원한 충성도 맺지 않은 자들입니다.

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웃으며 대답했다.

-대신 거래를 했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래.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들을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

변경의 남작의 세력에서 구원 요청이 왔었다. 그때 만난 영혼들이었다.

그것도 타락하지 않은 온전한 영혼.

보통 마계로 튕겨져 오는 영혼이 드문 것은 아니었다.

꽤 많았다.

그들은 마계의 대기에 침식되어 마물이 되거나 오염된 마계병사로 변한다.

그런데 저들은 달랐다.

이유는 명확했다. 마계의 대기가 품고 있는 죽음의 기운보다도 더 많은 죽음을 이겨 낸 자들이라는 의미였다.

그걸 알아챈 마켈그로이언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의뢰를 한 마계 남작가를 역으로 무너트렸다.

적의 적은 같은 편이 될 수 있다.

그 후에 회유를 했다.

그것은 그의 장기였다.

달리 그가 회유와 교언의 마족이 아니었다.

그들의 성정을 알아채고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저들은 그야말로 마켈그로이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 어떤 마계병사들보다도 처절하게 적을 박살내었다.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저들의 공이 절반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그의 군단장이 경계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쿠베르탄.

-예. 마이로드.

-기르는 짐승에게 질투를 할 필요가 있을까?

마켈그로이언의 말에 쿠베르탄의 입가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신이 어리석었습니다.

-후후후. 걱정 말게. 그럼 우리 일을 해 볼까?

마켈그로이언의 용병군단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쪽에 마계의 주술사들이 따라붙었다.

이곳의 침식을 넓혀나가기 위한 주술사들이었던 것이다.

“저쪽!”

임병화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때와 비슷한 개체입니다!”

병화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부루 홀로 상대했지만, 이미 한번 겪어 본 개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개체는 지휘관을 공격하면 마물들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저번의 전투에서 입증되었던 것이다.

다만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충분한 호위 병력이 붙어 있었다.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이쪽도 상황이 그때와 달랐다.

이곳에 모인 강림자만 해도 거의 천에 가까웠다.

특히 신컨길드만 해도 사백에 달하는 숫자를 몰고 왔다.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이 되었다.

그런데 부루는 그곳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신컨길드가 있는 쪽이었다.

병화는 부루의 판단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들과 합류하고 일부 전령을 보내 추가 증원을 받으면 대 병력으로 침식균열을 일으킨 원인을 처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런 병화의 생각을 비집고 윤치원의 음성이 흔들려 왔다.

“저, 저거 이상한데?”

그의 중얼거림에 병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어서 단망경을 눈에 가져다 대었다.

“뭐야?”

순간 병화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검은빛으로 보이는 기병대들이 신컨길드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앞쪽으로 신컨길드장과 팀장들의 전차가 맹렬하게 꽁무니를 빼고 있었다.

뒤에 남은 강림자들이 그들이 이탈하는 것을 몸으로 막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 잠깐 뭔가 이상해! 저거 마물 맞아?”

치원의 음성이 다시 들려오자 병화가 단망경을 눈에 가져다 대었다.

“어?”

병화의 동공이 커졌다.

그때 을지부루의 기마가 앞으로 더욱 빠르게 튀어나가며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대기하라우!”

“예?”

“귓구녕 처막혔네! 대기하라!”

쩌렁하게 울리는 부루의 외침에 전신길드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멈추어 섰다.

그의 고함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명령을 따랐던 것이다.

“도, 도우러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뒤에 타고 있던 기동대원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 왔다.

“그, 그렇긴 한데.”

“아니 그런데 왜 강림자가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겁니까?”

기동대원들의 시선이 병화에게 몰렸다. 이들만큼 소환자와 강림자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없었다.

그때 빈이 대신 대답을 했다.

“맞아요.”

“뭐가 맞아?”

“말 안 들으면 쳐맞아요. 아저씨들은 안 맞아 봤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기동대원들을 보며 빈이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진짜 뒈지게 아파요.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니까요.”

그 말과 함께 전신길드원들이 전부 몸을 떨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기동대원들이 얼빠진 얼굴을 하며 생각했다.

‘뭐야? 오덕이라고만 들었지만…… 얘들 무서워.’

그들의 눈에는 영혼까지 팔아넘긴 덕후들로만 보였다.

콰두두두두!

“키힝!”

을지부루의 퓨켈이 흥분한 듯 내달렸다.

그 위에 타고 있던 부루의 눈은 점점 커져만 갔다.

검은 기마들.

가슴에 하얀 흉갑.

가우리 그 어디에도 가슴팍에 하얀 흉갑을 차지 않는다.

오로지 고진천의 부대들만이 물려 주던 상징이었다.

그때 부루의 눈에 제일 앞에서 단창을 휘두르며 강림자들을 쓸어나가는 이가 들어왔다.

왼손으로 창대를 휘돌릴 때마다 강림자들이 나자빠지고 있었다.

순간 부루의 입가가 삐뚤빼뚤해졌다.

뭔가 짙은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이다.

그렇게 내달리던 부루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쏘아내며 외쳤다.

크허어어엉!

맹수와 같은 울부짖음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동시에 마물들이 떨었다.

작은 개체는 그대로 똥오줌을 지렸으며 크다 해도 이와 다를 수 없었다.

최상위 포식자의 외침에 얼어붙은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강림자들을 학살해 나가던 검은 무리가 부루를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마치 새로운 적을 찾는 시선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내 부루를 향해 속도를 높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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