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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40화 (40/305)

제40화 신컨길드의 등장

평소에도 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장벽에서 이탈한 병력들은 빠르게 외부에 설치된 방어선에 자리를 잡았다.

“더 밀리면 안 돼! 여기가 최후의 방어선이라 생각해라!”

이원철 소장의 독려가 아니어도 경험 많은 기동대원들을 주축으로 군인들의 표정위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표정이 들어차 있었다.

이곳이 밀리면 시내로 가는 길이 열린다.

시내로 마물들이 밀려들어가면 민간인들이 위험해진다.

해당 침식지에 근무하는 병력은 해당지역에서 편입되어 온다.

즉 밀리면 자신들의 가족이 위험해진다는 의미다.

이는 심리적으로 군인들에게 물러서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주고 있었다.

일부는 가족들을 인질로 삼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내 가족들을 지키는 건 오히려 당연하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었다.

그래서인지 징집병에 불과한 군인들의 눈빛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다들 신념에 들어차 있었다.

그때 강림자들이 입구 쪽으로 몰려왔다. 함께 바이크를 몰고 온 전신길드의 임병화가 이소장에게 질문을 했다.

“타입은 나왔습니까?”

“이번 침식은 저번과 달리 초반부터 물량이 어마어마하게 튀어 나오는 바람에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소장이 암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병화 역시 이곳에 오면서 영상이 끊어지기 전에 보내 왔던 것들을 봤기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협조 좀 합시다!”

그때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었었다.

“신컨길드?”

병화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신컨길드.

신의 컨트롤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컨트롤이란 강림자를 제어하는 부분을 말했다.

이전에 승부조작으로 잊혀졌던 구도원이 길드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전신길드와 함께 3대 길드라 불리는 곳 중 하나였으나 사이는 좋지 못했다.

“오? 오덕아저씨들이네?”

그때 구도원이 나서며 히죽 웃었다.

“저번 침식 때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최초타이틀은 신컨길드가 가져갔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다분히 상대방의 업적을 깔아뭉개는 언사였지만, 병화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반목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신컨길드 장인 도원 역시 바보는 아니었기에 거기까지만 했다.

“그런데 안쪽에 우리 특수팀이 남아 있습니다.”

이 소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끼팀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탈을 끝낸 지금은 확인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때 도원이 잘 됐다는 듯 이 소장에게 제의를 했다.

“잘 됐네? 그럼 우리가 마물 대가리 잡고 기동력 좋은 오덕 아저씨들이 구출작전을 펼치면 되겠네?”

기마를 탄 강림자들은 신컨길드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제의를 한 것은 이번에는 자신들이 공을 세워 보겠다는 의미였다.

판도 좋았다.

이전의 침식균열을 막아낸 과정은 초기에 제압을 한 것이다.

반면 지금은 이례적인 대규모 침식균열이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이미 빼앗겼지만, 이번을 막아내면 제대로 된 찬사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 마물이 많다지만, 대부분 F급에서 E급이었다.

물론 D나 C급도 관측이 되었지만, 그 정도는 신컨길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단 숫자다.

전신길드의 길드원 숫자는 서른이 전부다.

반면 신컨길드의 길드원 숫자는 사백에 가까웠다. 예비 인원을 더하면 천이 넘어가는 대규모 길드였다.

물론 질은 전신길드가 높았지만, 신컨 길드의 무시 못 할 인원수 덕에 대한민국 삼대 길드에 오른 것이다.

그동안은 인원수가 적지만 대침식 경험이 많은 전신길드가 항상 그들보다 우위라고 평가를 받았었다.

그게 불만이었던 것이다.

도원은 이참에 자신의 길드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옆에서 잠자코 있던 윤치원이 혀를 차며 나섰다.

“우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그렇게 하지.”

“길짱!”

“그들을 구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지.”

병화의 말에 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특수팀이 아니었다면 장벽은 무너져도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그때였다.

“자, 장벽 안의 강림자 한 개 팀이 소멸되었습니다!”

“헐? 거기 어디?”

“동편입니다!”

전령의 외침에 도원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럼 우린 동편으로 가는 걸로 하지. 어차피 밀고 가야 하는데 뚫리면 곤란하잖아?”

그 말에 병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도원이 길드원을 이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치원이 쌍욕을 했다.

“미친 새끼 이게 게임인 줄 아나!”

“놔둬. 판단 자체는 맞잖아.”

“그래도!”

“그럼 우리는 이쪽으로 돌입을 하겠습니다. 먼저 길을 열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부에 알리겠습니다.”

이 소장의 말에 병화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의 의미였다.

“돌입한다.”

병화의 말에 전신길드원들이 일제히 바이크에 올라탔다.

그 모습에 이 소장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같이 돌입하는 겁니까?”

병화의 행동에 이 소장이 놀란 것이다.

“아무래도 구출작전이니 그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소장의 걱정 어린 얼굴에 병화가 쓴물이 올라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존훈련이라면 지독하게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부탁하겠습니다.”

이 소장은 병화의 위험한 선택에도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미끼팀을 구하는 일이었다.

확률이 올라가는 선택에 더는 만류하지 않았다.

“남문 강림자 퇴거 요청합니다!”

“다련장 준비해!”

직사화기로 개조한 다련장포가 이동해 왔다. 물론 탄 역시도 폭발탄이 아닌 저지력 위주로 개조된 탄이었다.

그사이 강림자들이 이탈을 해오고 있었다.

그들의 뒤를 따라 내달려오는 마물에게 방어선을 지키는 강림자들이 화살을 날려 뒤를 차단했다.

그렇게 그들이 좌우로 빠지는 순간 다련장포가 발사 되었다.

콰콰콰콰!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다련장포가 순차적으로 한 점을 노리고 발사되었다.

그러자 작은 마물들은 흔적도 없이 박살이 났고 중형들은 몸의 일부가 뜯겨지거나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일부 대형종들 역시 힘에는 어쩔 수 없는지 뒤로 튕겨나간 모습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강림자들이 먼저 움직였다. 소환자들의 명령따윈 필요 없다는 듯.

아니 명령은 있었다.

“구경났네! 길 났으면 가자우!”

을지부루의 외침에 삼십여 기마가 일제히 말을 달렸다.

그 뒤를 따라 전신길드원들 십여 명이 바이크를 타고 뒤따랐다.

남은 인원들은 만일을 대비해서 남았다.

그들이 열려진 문으로 달려 나가자 그 자리를 다시 강림자들이 차단했다.

뚫린 입구로 쏟아져 들어올 마물들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마물들도 열린 문으로 들어오려 하지 굳이 장벽을 무너트리려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때 동편에서 방금과 같은 폭음이 연달아 울렸다.

신컨길드의 돌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오덕 새끼들 표정 봤냐?”

구도원이 피식 웃으며 말을 걸자 곁에 있던 부길드장이 말을 받았다.

“그러게. 마치 구원자라도 된 듯 표정이 아주…….”

부길드 장인 여민제가 피식 피식 웃음을 흘렸다.

“씨바, 오늘 싹 밀고, 클럽이나 가자!”

“좋지!”

“각자 유닛 잘 챙기고 컨트롤 미스 하는 트롤새끼들은 알아서들 해라!”

도원의 말에 길드원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자, 그럼 가 볼까? 길부터 열어!”

도원의 명령에 죽창이나 쇠몽둥이 같은 것을 든 강림자들이 먼저 내달렸다.

이미 열려진 길이었지만 남은 마물들은 있기 마련이었다.

진입한 강림자들은 마물들을 처리하면서 이동했다.

그때 도원이 개조된 전차 위에 올랐다. 마치 로마시대의 전차비슷하게 생긴 그것은 소환자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거 승차감 개판인데. 에이 씨.”

도원이 중얼거리는 사이 그의 주변으로 기마로 구성된 강림자들이 호위로 따라 붙었다.

“가즈아!”

도원의 명령에 전차를 끄는 강림자들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콰우우!

“오우씨 깜짝이야!”

장벽을 통과하면서 옆에서 달려들던 중형 마물의 괴성에 도원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주변에 오기도 전에 진입한 다른 강림자들에 의해 걸레짝이 되어 버렸다.

“와, 장난 아닌데?”

도원이 혀를 내둘렀다.

장내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그때 저 멀리 이동하는 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허? 미친 거 아냐?”

전신길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달리는 바이크들을 보고 놀랐던 것이다.

“뭐하러 기어들어와?”

도원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보통은 명령을 내려놓고 후방에서 대기하는 게 소환자들이었다.

자신이야 이 강림자들을 게임처럼 운용하기 위해 따라 들어왔지만 말이다.

물론 소환자가 모두 뒤에만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건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자신의 주변에만 해도 기마를 탄 강림자만 스물이다.

전신길드의 기마병처럼 강력하진 않아도 나름 알아주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강림자들의 뒤를 따라 바이크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도원이 쌍안경을 들었다.

“뭐지 저거?”

선두에 처음 보는 강림자가 있었던 것이다.

“어? 새로 들어왔나? 쩌는데?”

커다란 대부를 휘두르며 말을 달리는 모습이 어마어마했다. 평소 오덕이라고 놀리긴 해도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니다.

“아, 아깝네. 저런 거 하나만 있어도 괜찮은데.”

그때 그의 시야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응?”

뭔가 익숙한 갑주들.

“뭐야, 전신길드?”

하지만 아니었다.

갑주가 전신길드원들의 것과 비슷했다.

고구려시대 양식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들의 방향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뭐야?”

쌍안경을 내린 도원은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강림자로 착각했던 것들은 이쪽을 향해 내달려 오고 있었다.

“대체 뭐야? 저 검은 스케일 메일에 가슴에 하얀 흉갑은?”

뭔가 강림자와 비슷하면서도 분위기가 마물과 한 편인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도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조금 전에 본 것 같은데?”

아까 전신길드의 새로운 강림자를 볼 때 하얀색이 가슴에 언뜻 비췄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방향을 틀어 꽁무니만 보였기에 확인하긴 어려웠다.

“많네?”

그때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인간형 마물들을 보며 도원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기병타입의 마물은 많이 봤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까다로운 건 마법타입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대기마 병진 펼쳐!”

도원의 명령에 그의 것과 비슷한 전차를 탄 팀장들이 일제히 자신의 강림자들에게 명령을 전파했다.

선두에 창병들이 몰려나와 장창으로 방진을 꾸렸다. 그 뒤로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좌우로는 기마들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거 잡고 지지 받으러 가즈아!”

도원의 외침에 팀장들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그때 신컨길드의 기병들이 먼저 출발했다.

돌파력을 죽이기 위해 견제를 위해 움직인 것이다.

“오십 대 이백 정도? 뭐 다 죽이지는 않겠지?”

같은 기마라 해도 강림자의 기마병력은 그 질이 달랐다.

어떤 때는 사백이 넘는 기마형 마물들을 오십의 강림자들만으로도 싹 쓸어버린 적도 있었다.

다만 지금 달려오는 기마형 마물의 분위기가 좀 남달랐기에 조심하는 것이었다.

처음 본 개체는 항상 조심하는 게 정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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