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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9화 (29/305)

제29화 저게 강림자면 세상이 망했다.

콰콰콰콰!

말을 달리며 질주하던 기병들 사이로 질문 하나가 툭 던져졌다.

“말은 어서 난 거이간?”

순간 강림자가 흠칫하더니 질문을 던져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부루가 그 짧은 발을 놀리며 따라붙고 있었다.

“어느 순간 머리에 떠오르더니 함께할 수 있게 되었소.”

“기래?”

개마기병의 말에 부루가 열심히 달리며 생각했다.

말을 탄 것과 안 탄 것은 차이가 있다.

물론 그게 없어도 강력한 부루였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오죽했으면 기동대원들의 바이크에 자꾸 눈길이 갔을까.

달리던 부루가 생각했다.

“어느 순간이라…….”

무수히 달리고 달리던 기억들이 부루의 뇌리를 스쳤다.

따지고 보면 지금 그가 들고 있던 대부나 장비들도 원래라면 있어야 할 게 아니다.

대부야 이미 죽기 전에 아빌런에게 넘겨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죽고 다시 깨어나니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죽었다는 건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 순간 부루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어렸다.

“당연하다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니갔어?”

그 순간 부루의 옆에 무언가 아지랑이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형체를 만들어가며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부루가 활짝 웃으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거구만 기래!”

동시에 부루가 형체를 다 갖춘 짐승 위로 뛰어올랐다.

“큐히히히힝!”

말의 울음소리와는 다른. 뭔가 소름끼치는 소리를 터트리는 것 위로 부루가 올라탔다.

그건 바로 퓨켈이었다.

“기래! 이거디!”

동시에 부루가 선두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멀리서 바라보던 임병화가 입을 떡 벌렸다.

“말을? 말을 벌써 부른단 말이야?”

잠깐이지만 빈에게 몇 가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던 병화였다.

그들이 아는 우루는 아니었지만, 전신 카페 회원들은 이미 다큐영화를 수십 번은 다시보기 했던 사람들이었다.

부루가 우루의 형제임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 사실과는 달리 강림자로서 이 땅에 온 기간이 얼마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말을 소환해 내었다.

물론 고구려 출신의 강림자들 중, 개마기병 출신들은 말을 부르는데 있어 타 국가보다 빨랐다.

익숙함이 달라서 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여진 출신의 강림자의 경우 강림하는 순간부터 말과 함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것으로 보아 강림자의 무장 정도는 생전의 지위 혹은 생전에 해 왔던 행동 양식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무슨 말이 저렇게…….”

속도보단 힘과 지구력이 좋은 말들이 개마기병들의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부루가 올라탄 말의 경우 그 크기부터가 남달랐다. 다리의 절반을 덮는 마갑 때문에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언뜻 보이는 다리 굵기 역시 다른 말과 달랐다.

마치 통나무 같이 튼튼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병화와 전신 카페의 덕후들은 눈을 반짝였다.

“오! 나도 좀 태워 달래야겠다!”

물론 물정모르는 빈은 그냥 철 없이 히죽거릴 뿐이었다.

어느새 선두로 나온 부루가 눈앞에 방진을 쌓기 시작하는 적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대로 뚫는 거이야!”

그렇게 외치며 등에서 활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화살을 재었다.

마찬가지로 그 뒤를 따르던 기병들도 화살들을 재었다.

각자 살았던 시대 때문인지 갑주의 형태는 약간씩 달랐지만, 말을 달리며 화살을 재는 행동은 같았다.

투웅!

부루의 활에서 화살이 날자 마치 신호라도 되는 듯 뒤에서 화살들이 일제히 쏘아져 나갔다.

투투툭!

다들 한가락씩 하던 이들이었는지 날아간 화살은 반드시 목표를 찾아가 박혀들었다.

그게 다 박히기 전에 또다시 화살들이 날아가 박혔다.

연달아 두 발을 쏘아낸 것이다.

그리고 다들 기병용 삭을 들어 올릴 때 부루는 양손에 손도끼를 집어들었다.

그것을 본 검모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치 뭔가가 떠오르는 것 마냥.

동시에 부루의 양손에서 손도끼가 날았다.

그리고 나서야 허공에 손을 내미는 부루가 빠르게 생성해 낸 기병용 삭을 움켜잡았다.

“이거이 편하구만기래!”

퍼퍽!

부루가 던진 손도끼가 앞에서 알짱거리던 군단병 둘의 머리통에 날아가 박히는 순간 그 사이로 그의 삭이 스치듯 지나며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갔다.

콰둑!

둔탁한 소음이 울리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파열음들이 연달아 울렸다.

콰두두둑!

쐐기꼴로 달려 나가던 기마들이 그대로 돌파를 하는 순간이었다. 삭을 놓자마자 눈앞으로 훅하고 다가오는 적병의 얼굴이 보인다.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 얼굴위로 떠오른 감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경악과 두려움.

그 불안한 동공위로 부루의 대부가 비추어졌다.

와작!

마치 수박의 뚜껑을 날리듯, 휘둘러진 부루의 대부가 코 윗부분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부루와 검모잠 등의 돌진을 바라보던 병화와 기동대원들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보호하려는 것 같지요?”

병화의 질문에 강문호 대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생성 때부터 적도 확인하지 않고 무모하게 보일정도로 달려드는가 했더니 확실히 그렇군요.”

부루가 튕겨진 사이 빠르게 대열을 갖췄지만, 다시금 뚫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만해도 경악스러웠지만, 그보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개체를 구하기 위해 몰려드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병화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궁금하군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거대한 개체와 부루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하지만 이쪽에서 듣기에는 기묘한 울림의 연속처럼 들렸다.

그때 빈이 느닷없이 외쳤다.

“막아라! 내 앞을 막아! 나에게 오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응?”

“혹시 들립니까?”

“아니 왠지 느낌이 그렇지 않아요?”

“…….”

병화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눌렀다.

그런 병화의 마음을 안다는 듯 강 대위가 나직한 음성을 뱉었다.

“이해하게. 강림자만큼 특이하니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개체가 무언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빈이 하는 말과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여유도 잠깐이었다.

돌파를 당하던 적의 마물무리 중에서 하나가 마치 트럭에 치여 날아가듯이 솟구쳤다가 후방으로 데굴데굴 굴러왔다.

“응?”

그 개체가 벌떡 일어서서 달려 가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엇!”

눈이 마주쳤다 느낀 순간 그 개체가 무기를 생성해 내더니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기동대원들이 질린 얼굴로 외쳤다.

“조때따!”

거의 동시에 자리를 잡은 기동대원들의 무기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퉁퉁퉁퉁퉁!

다소 경박하기 까지 느껴지는 고속유탄발사기가 40미리 유탄을 연달아 쏘아내었다.

하지만 그 소리와는 다르게 눈앞이 삽시간에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연달아 폭음이 울리고 화염이 전방을 뒤덮었다.

하지만, 기동대원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빌어먹을 저건 왜 이렇게 빨라!”

그들의 말대로 화염을 뚫고 튀어나오는 마물을 볼 수 있었다.

이럴 때에는 사실 크기가 큰 개체가 상대하기 편했다.

보통 인간이라면 유탄의 파편만으로도 나자빠지겠지만, 지금 달려오는 것은 파편따위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병화와 소환자들 역시 방비를 하며 각자 무기를 쏘았지만, 마치 미꾸라지마냥 이리저리 피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바로 피했어야 했는데!”

전신길드 1팀장인 윤치원이 치를 떨었다.

원래는 강림자들을 투입하고 바로 이탈을 하려 했었다.

그런데 의외의 장면 때문에 넋을 잃었던 것이 이런 상황을 낳은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최소 서너 기라도 보호를 위해 후방에 남겼을 것이다.

“일단 일제사 후 이탈을…….”

기동분대장 하나가 의견을 펼치는 순간 누군가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마치 고꾸라지듯 앞으로 튀어나간 것은 바로 빈이었다.

“으아악! 누가 밀었어!”

동시에 사람들의 이목이 빈이 있던 자리로 쏠렸다.

그 자리에는 휴대용 대전차로켓을 들고 있던 기동대원이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 이거 쏘려고 몸을 돌렸는데 엉덩이가 부딪혀서…….”

“도, 돌아와!”

다들 다급하게 외쳤다.

빈이 K-4 고속 유탄발사기의 사선을 가로막은 탓에 일시 쏘아지던 화력의 절반이 줄어 버렸다. 그나마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그런데 빈의 선택은 후퇴가 아니었다.

그가 함성…… 아니 비명을 내지르며 코앞까지 달려온 마물을 향해 나아갔다.

“이런 씨발라먹을 수박 같으니라고!”

도망 가야할 상황에서 달려가는 빈을 본 전신 길드원은 경악했다. 그리고 병화는 빈의 손에 들린 도끼를 보았다.

“아니 도끼는 왜…….”

그리고 또 한 가지.

강 대위와 그와 함께 있던 기동대원들의 얼굴위로 긴장과 함께 약간의 기대감이 서려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으롸촤촤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아간 빈이 도끼를 휘둘렀다. 이어서 달려오던 마물과 부딪혔다.

쩌엉!

귓청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다들 눈을 부릅떴다.

휘둘렀던 빈의 도끼가 뒤로 튕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달려오던 마물도 방패를 움켜쥐고 뒤로 밀려났던 것이다.

“자이어어언트!”

그때 빈이 요상한 이름을 붙이며 튕겨나간 방향으로 빙글 돌며 도끼를 반대로 휘둘러갔다.

“스위이이잉!”

콰자작!

크게 한 발을 내딛으며 휘두른 도끼질에 뒤로 밀렸던 마물의 방패가 부서지며 튕겨져 나갔다.

그 방패를 들고 있던 팔도 너덜해진 듯했다.

이어서 빈이 자세가 흐트러진 마물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터져 버려랏!”

빠아악!

모두가 그 타격음을 들으며 움찔했다.

남자라면 자연스러운 반사행동이었다.

그러나 발을 올려쳤던 빈이 크게 들어올려졌다.

마물이 빈의 발목을 잡아 휘두른 것이다.

마치 풍차처럼 휘둘려 날아가던 빈이 억울한 음성을 토해냈다.

“이런 고자 같은 새끼이이이!”

“아…….”

“안 달린…….”

빈이 허공으로 나는 모습에 몇몇이 안타까운 음성을 내 뱉었다.

그때였다.

활짝 열려진 마물을 향해 강 대위가 내달리며 유탄을 쏘아내었다.

퍼엉!

폭음과 함께 마물의 상체가 뒤로 밀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기동대원이 쏘아낸 고속 유탄이 몸뚱이를 연달아 두들겨 대었다.

빠르게 이동하던 것을 맞추기 어려웠던 거지 이정도 거리에 멈추어선 것을 맞추기가 어려웠던 게 아니었다.

콰콰콰!

동시에 마물의 상체가 화염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빈이 십여 미터를 날아 나자빠졌다.

“어구구!”

몇 바퀴를 더 뒹군 빈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을 때에는 상체가 걸레가 된 채 뒤로 쓰러지는 마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씨! 다 잡았는데!”

빈의 울분에 찬 음성에 사람들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 잡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밀어붙인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때 치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호, 혹시 강림자는 아니죠?”

치원의 질문에 강 대위가 쓴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강림자가 저랬으면 세상은 진즉에 망했을 겁니다.”

묘하게 설득력 있는 대답에 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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