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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7화 (17/305)

제17화 추억이 될 수 없는 기억

마지연은 방글거리며 웃고 있는 전창걸을 보며 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전 대표를 보며 이승배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뭔 놈의 대표 연기력이…….”

“뭐?”

“아닙니다.”

전 대표가 눈을 치켜뜨자 승배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지연이 입을 열었다.

“작업체크는 했습니다. 사실 아들에게 맡기기는 했지만, 아시다시피 작업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아, 그 문제는 괜찮습니다. 다행히 작업물 자체가 망실된 것도 아니고, 또 아직 일정이 남아 있으니까요.”

“예. 그런데…….”

지연이 둘을 번갈아보며 말을 이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지연의 질문에 전 대표는 물론이고 승배 역시 움찔거렸다. 일단 끌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여길 만한 상황이었다.

승배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드님이 크게 다치실 뻔했다는 말에 걱정이 돼서 말입니다.”

“아아, 예.”

“아드님이 그런 일을 당하셨는데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팍팍하게 굴겠습니까? 우리가 사실 보통 인연은 아니잖습니까.”

발연기의 대가인 전 대표를 대신해서 승배가 실실 웃음을 섞어 가며 말했다.

지연은 둘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아, 예.”

퍼스트 엔터가 바닥을 길 때부터 함께 해 온 인연이다.

소위 덕질로 맺어진 인연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때 지연이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때 참 힘들었죠? 경찰도 오고 정보부니 뭐니 조사에…….”

지연이 던진 말에 승배가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아, 다 추억 아니겠습니까? 그때 작가님도 고생하셨잖습니까.”

“그렇죠. 사진도 뺏기고 뭐…… 그런데 가끔 기억이 나네요. 당시 그분들.”

지연의 말에 두 사람이 애써 긴장을 지우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하. 그래도 우리에게는 은인이잖아요.”

“그렇죠. 그 덕에 세인양은 흔한 스켄들 한번 안 겪고.”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때 그분들. 어디로 가셨을까요?”

“그, 글쎄요?”

전신회원들의 최대 의문은 이것이었다.

빛과 함께 사라진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그것을 이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침식만 아니었다면 최고의 미스테리가 바로 당시 그 사건들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참, 아드님이 이번에 강림자를 소환하셨다면서요? 축하드립니다.”

그때 분위기를 바꾸듯 승배가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반대로 지연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연예프로그램에서 강림자를 접하기는 하는데. 실제는 어떻습니까? 아드님이 강림자기도 하지만, 그쪽으로도 꽤 활약하셨잖습니까.”

승배의 질문에 지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는 둘을 살폈다.

그저 궁금하다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전 대표는 땀으로 목욕하고 있었다.

뭔가 곤란하거나 숨기는 게 있거나 할 때 드러나는 모습이다.

“대표님.”

지연은 아까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지만 그 독특한 말투와 덩치는 잘못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다만 강림자라는 게 걸렸을 뿐.

하지만 둘의 행동을 보아 자신에게 원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신의 아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이들이 이미 고빈의 강림자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 부, 부르고 나서 아무 말도 없나? 마 작가. 하, 하하하!”

전 대표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 아들 강림자 그분 맞죠?”

“응?”

“예?”

순간 둘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연도 그들의 반응을 보고 당황했다.

‘알고 물어본 거 아니야?’

승배는 순간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림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려 했던 그로서는 그녀의 질문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지금 그녀 역시 자신들의 반응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설마?’

순간 승배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 하하핫! 그, 그게 무, 무슨 말, 말인가!”

승배는 말을 심히 더듬고 있는 전 대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의 영상을 찾아 그녀에게 보여 줬다.

“혹시 아드님 강림잡니까?”

승배가 내민 것을 본 지연이 한숨을 살짝 내쉬며 대답했다.

“이미 알고 계셨으면서 왜 방금…….”

“몰랐죠. 아드님 강림자인 줄은.”

승배의 말에 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동영상은 저도 처음 봤네요. 그런데 맞아요. 사실 저도 처음에 놀라서……제가 잘못 본 건 아닌가 봐요?”

지연의 질문에 승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놀라서 말입니다. 그 형님이 다시 오실 줄은…… 그런데 강림자는 기억을 못 합니까?”

승배의 질문에 지연이 설명을 해 주었다.

그녀는 강림자에 관해서는 반쯤은 전문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승배와 전 대표의 얼굴 위로 아쉬움이 흘렀다.

“다만, 이분의 경우 조금 느낌이 다르긴 했어요. 뭔가 영웅급 강림자처럼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렇군요.”

“만나 보시게요?”

지연의 질문에 승배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고민에 빠져들었다.

반대로 전 대표는 엉덩이를 반쯤 들고 떨리는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그럴 수 있습니까?”

승배는 그런 전 대표를 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마 그도 보고 싶었을 것이다.

퍼스트 엔터의 지금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니까.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또 판도라의 은인이기도 했다.

비록 그들이 저질러 놓은 사건으로 꽤나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주고 간 사람들이다.

“아마요.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전 대표는 힘이 빠진 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지연은 둘을 보며 쓴 웃음을 머금었다.

고진천.

그들이 이 세상에서 떠난 뒤 판도라 멤버들은 큰 상실감을 얻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실감은 커졌다.

그중에 세인이 가장 큰 상실감을 얻어 한동안 중증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녀뿐이 아니었다.

송가은 작가 역시 이후 그녀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상실감을 얻었다.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퍼스트 엔터에는 당시의 일을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었었다.

십년이 지난 일이기는 했지만, 이 둘이 주저하는 것은 다시 그들이 상실감을 얻을까 봐일 것이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겠어요.”

지연의 말에 둘은 침묵했다.

그때 승배는 더욱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기억을 못하면 그게 더 큰 상실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그분이 아니니까요.”

그분은 역시 고진천을 말함이었다.

지연이 아들의 강림자를 기억하는 것은 고진천의 주변인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제가 좀 알아는 볼게요. 안 그래도 우리 빈의 강림자가 뭔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요.”

“일반적이지야 않겠죠. 그 형님들이면.”

승배의 말에 지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

“예.”

“그…….”

승배의 배웅을 받으며 몸을 일으키는 그녀에게 전 대표가 입을 열다가 주저했다.

“대표님?”

그녀가 전 대표를 불렀다.

그러자 전 대표가 살짝 서글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이런 말 웃기긴 한데.”

“예. 말씀하세요. 안 웃겨요.”

그녀는 그들의 인연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다. 웃을 수 없었다.

전 대표가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건강해 보이셨습니까?”

“풉!”

안 웃긴다는 말은 취소해야 했다.

건강하냐는 말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짧게 웃음을 흘린 뒤 전 대표에게 대답했다.

“예. 누구보다 더요. 마물도 때려잡는 강림잔데요.”

“하, 하하하.”

전 대표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 * *

“오늘 강림자 특집! 특별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진행자의 외침에 고정멤버들이 요란하게 떠들어 대었다.

“열지 마라! 그래도 열어 보고 싶다! 그녀들이 왔습니다! 그룹!”

“아이씨! 소개멘트 십년 전 꺼잖아!”

“오오오!”

멤버들의 타박을 들으며 진행자가 외쳤다.

“판도라가 왔습니다! 여러부우우운!”

“우와아아아!”

이미 소갯 말로도 누구인지 다들 알았지만, 열광적으로 환호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판도라는 이제 명실상부한 월드스타이기 때문이었다.

“오라비들 잘 있었어?”

“오! 유부돌!”

“꺄하핫!”

제일 먼저 나온 것은 바로 제이였다.

그녀는 유부돌이라는 말 그대로 결혼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제는 막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적지 않은 레이니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인이 나왔다.

“오랜만에 봬요!”

세 사람이 나오며 장내는 금방 떠들썩해졌다.

“와, 걸그룹 십 년차면 어마어마한 거 아냐?”

“아주 길게 해 먹어라!”

몇몇 게스트들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는 오빠들은? 십 몇 년 줄 기차게 해먹다가 또 이거 몇 년째잖아! 대체 무모한 도전이 언제 적 거야!”

제이가 제일 먼저 반박을 하자 그중 덩치가 제일 큰 정준화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지 마. 나 그동안 힘들었단 말이야.”

“맞아! 이 형, 방송 안 할 때도 꾸준히 욕먹어서 정말 힘들었다구!”

정준화를 옹호하는 건지 디스하는 건지 모를 소릴 하동운이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웃음을 주고 받다가 입을 열었다.

“자! 오늘의 강림자를 소개합니다!”

“뚜구닥! 뚜구닥!”

그때 고정멤버들이 일제히 발을 굴리며 마치 말을 달리는 듯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자! 오늘의 강림자는 만주 벌판을 달리던 우리의 위대한 선조!”

“우워어어! 달려!”

이번에는 고정멤버들이 미친 듯 맴돌기 시작했다.

물론 그 뒤를 제이와 레이니 그리고 세인까지 함께 돌았다.

“야! 니들은 왜 돌아!”

“오빠들이 도니까! 뻘쭘하잖아!”

제이가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말을 받았다.

그때 소개말이 끝이 나며 강림자가 등장했다.

“고돌바아알!”

외침과 함께 고구려 특유의 갑주를 갖춘 위인이 등장했다.

그 뒤를 따라 소환자가 손을 흔들며 뛰어 나왔다.

“우와아! 나 고돌발 장군 팬이야! 정말 죽인다! 자구우운!”

“야야! 뒤로 나와 봐!”

“줄 서, 줄!”

멤버들이 아우성거리며 강림자에게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판도라 멤버들은 강림자를 보더니 반사적으로 세인을 돌아보았다.

최근 예능에 잘 나오지 않던 세인이 자청해서 나온 이유를 이제야 알았던 것이다.

“너 알았니?”

제이가 조용히 묻자 세인이 딴청을 피우며 중얼거렸다.

“뭘?”

“하여간…….”

제이는 딴청을 피우는 그녀를 뒤로 하고 고돌발을 바라보았다.

고구려 무장으로 영웅급이라 불리지는 않지만, 준 영웅급으로 분류되는 강림자였다.

중요한 것은 생몰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말기에 활약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떠들썩한 가운데 제이와 레이니는 세인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냥 추억으로 남길 수는 없는 거니?’

고돌발을 보며 박수치며 웃는 세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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