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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10화 (10/305)

제10화 개똥같은 인생

* * *

고빈은 조마조마했다.

조사실 안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을지부루를 흘깃거리며 쳐다보았다.

그 옆에는 강문호 대위가 앉아 있었다.

지금은 조사실에 와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조사관이라고 들어온 중년의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 언더로드를 찾아내셨다고요?”

조사관 중 하나가 질문을 던지자 강 대위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예.”

“여기 조사서에는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했는데.”

조사관이 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빈은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그, 그러게요?”

“…….”

말을 내뱉는 순간 빈은 얼굴을 구겼다.

‘아씨! 그러게요가 뭐냐!’

조사실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셋은 어느 정도 입을 맞추었다.

그럼에도 빈은 부루가 어디로 튈지 몰라 긴장하는 중이다.

그런데 정작 사고의 불씨는 자신이 지피고 있었다.

“아, 그 하도 놀라서.”

“예.”

조사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빈은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공무원.’

조사관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나 이거야 원 참. 일단 여기를 폐쇄해야 하나.”

“큰일은 큰일이죠? 몇 개체가 더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게요.”

그때 조사관이 부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보고 올라왔던 그 강림자죠?”

“네.”

강 대위의 답변에 조사관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멀거니 바라보았다.

마치 물건을 품평하듯.

“이거 참. 정말입니까? 소수점 한참 아래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생긴 게 특이한 거 빼곤 별다른 걸 모르겠는데.”

조사관의 말에 빈이 놀라는 순간 부루의 입이 터져나갔다.

“데지고 싶네?”

“응?”

“말이 짧구만 기래. 씨부려 보라우. 아가릴 찢어 양 귀에 걸쳐 줄 거이니까네.”

“…….”

순간 조사실에 적막이 흘렀다.

빈은 얼굴을 구겼다. 부루의 참을성은 종잇장 같았던 것이다.

놀란 조사관들이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 지금 뭐라고…….”

겨우 입을 뗀 조사관을 향해 팔짱을 낀 부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귓구녕도 막힌 거이간? 내래 좌우가 통하게 뚫어 줄 수 있디. 말만 하라우.”

순간 조사관 중 하나가 움찔했다. 동시에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그 앞에 앉아 있던 빈은 저 장면이 의미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저씨도 지렸군요.’

그때 옆에 있던 강 대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강림자 중 소수이긴 하지만 생전의 지위를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소수점 이하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지요.”

조사관 중 하나가 반박했다.

“하지만 인지도라는 것이 만능은 아니잖습니까. 구석기 시대의 인물은요?”

“그야…….”

적지는 않지만 구석기 시대의 인물이 강림하기도 했다.

그들이 바로 인지도가 낮은 경우였다.

신기하게도 이들과 대화가 통하기도 한다. 그때의 언어체계가 지금과 다를 것임에도 말이다.

따지고 보면 조선시대만 해도 지금과는 언어 체계가 많이 다르다.

길게 갈 필요도 없다.

80년대 사람들에게 피꺼솟, 존맛탱이라고 한들 제대로 알아듣겠는가.

아니 당장 시골 어르신들 앞에서 그랬다가 싸대기 쳐맞기 십상이다.

욕했다고.

“하지만, 이건 좀…….”

조사관들의 이목이 강 대위에게 쏠려 있는 사이 빈은 부루에게 울상을 지으며 벙긋거렸다.

그러자 사전에 했던 약속이 떠올랐는지 부루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혹시 기억이 어디까지 나는지 압니까?”

조사관의 질문에 부루가 입을 열다가 멈칫했다.

“내래 가우리에서 왔다.”

“신기하긴 하네요. 아, 죄송합니다. 그쪽에게 한 말은 아니고요.”

조사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살짝 부루를 보며 움찔거렸다.

아까의 기억이 되살아난 탓이다.

“그, 언더로드는 어떻게 잡은 건가요?”

조사관이 조심스럽게 부루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 오기 전에 둘이 부루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지금 상황을 조사관들 앞에서 늘어놓게 되면 앞으로 행동에 구속이 심할 것이라고.

그래서 부루는 답했다.

‘다 조져 버리갔어!’

그러자 빈이 울부짖었었다.

‘그 사람들이 절 조질 거예요!’

빈의 울부짖음에 부루는 애석한 마음을 표했다.

‘잘 버텨 보라우.’

하지만 계속 징징거리는 빈의 말과 강 대위의 설득에 일단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사실 조금 전에 질러 버리기는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건 부루도 알고 있었다.

부루는 슬쩍 빈의 눈치를 보더니 신중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빈이 하라는 대로.

대답은 짧게.

“잘.”

“…….”

“그, 그러니까 잘 어떻게요?”

“이렇게.”

부루가 한 손을 뒤에서부터 포물선을 그리며 휘둘렀다.

마치 뭐라도 던지듯.

“끝입니까?”

“끝이디.”

부루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곤 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해맑게 웃어 주었다.

마치 칭찬해 달라는 듯.

빈은 그런 부루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절망하고 있었다.

“……그 실제로 그랬습니다. 언더로드가 솟구치는 순간 무기를 집어 던졌고, 그게 우연히 잘 박혀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강 대위는 서둘러 대신 변명을 했다.

그러자 조사관이 한숨을 내쉬며 뭔가를 적었다.

그걸 강 대위는 빠르게 훔쳐보았다.

-자의적인 대화를 하는 듯하나 자세히 파고들면 단편적인 답변만 함.

일전에 보고되었던 잔재의식의 다른 종류로 파악됨.

강 대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부루의 짧은 대답이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그런데 업무시간이 끝났음에도 왜 따라갔습니까?”

이번에는 강 대위를 향한 질문이었다.

“아까 사전에 보고를 했듯 강림자의 행동반응이 기존의 강림자들과 달라 동행을 할 필요성을 느껴서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먼저 보고를 올렸습니다만.”

강 대위의 긴 답변에 조사관이 뭔가를 뒤적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게 있었나?”

“그러게?”

그 모습을 보며 강 대위는 미소를 머금으며 생각했다.

‘이 밥버러지 새끼들!’

이전 침식발생 초기 군인들은 말했다.

인류의 적은 마물이 아니라 공무원이라고.

그놈의 절차 때문에 초기 대응에 무너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국정원이 전면으로 나서서 초법적인 활동을 했던 이유고 말이다.

“국정원이 찾아온 건 압니까?”

“그 양반들이 왜?”

“협조는 했어요?”

조사관들이 오히려 질문을 해오자 강 대위는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했습니다. 그리고 영장 없이 찾아온 것이기에 여기 고빈 씨가 동행하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예, 예. 일단 음…….”

“잠깐이지만 강림자 행동학적으로 기존의 강림자 혹은 영웅급 강림자들의 행동 양식과 유사한 부분도 발견이 되기는 했지만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야, 그럴 수 있는데 그런 판단은 대위님이 하실 수 있는 게 아니고요…….”

“강림자 행동학 박사학위도 있습니다.”

“에?”

“침식초기때부터 활동한 덕에 땄지요.”

“아…….”

그렇게 말하자 조사관들이 움츠러들었다.

그중 하나는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아씨, 박사가 왜 군인을 해.”

“김 과장도 그거 있지 않아?”

“전 석사요.”

그들이 그렇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강 대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그래도 제 보호 하에 상황을 주시 및 관찰할 예정입니다.”

“그래요?”

“임시지만, 연구원 자격도 있으니까요.”

강 대위의 말에 조사관들은 구시렁거리며 도장을 찍었다.

“알겠습니다. 고빈 씨?”

“예.”

“추가 조사가 있을 수 있어요. 알죠?”

“예.”

일이 마무리되어 가는 듯하자 빈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후의 일은 여기 강 대위님의 통제를 따르시면 될 거고요. 강 대위님.”

“예.”

“일단 절차에 따라 보고 계속 올려 주시면 됩니다.”

“예.”

그렇게 조사가 마무리되어 갈 때 즈음 조사관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응?”

“왜?”

“언더로드를 먹어?”

미처 보지 못했던 특이사항을 본 조사관이 일어서다 말고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걸 먹었어요? 강림자가?”

조사관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빈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 제가 먹방을 하거든요.”

“예?”

“가, 강림자 먹방요.”

“…….”

조사관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강림자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먹는다고요?”

그러자 빈이 재빨리 대답했다.

“에이, 어차피 그대로 다 싸 냅니다.”

“싸요?”

“아니. 척이죠 척!”

“아…….”

그러자 조사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번에는 강 대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대위님은 왜 드셨어요?”

그러자 순간 강 대위가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그…….”

옆의 부루를 바라보았다.

멀거니 쳐다보는 그를 보다가 강 대위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맛있게 먹어서? 그 예전에도 털 달린 건 긴급 조달로 먹었잖습니까.”

“아, 그랬단 이야기는 들었죠. 근데…….”

막판에 와서 계속 꼬투리를 잡는 듯한 조사관의 질문에 강 대위는 잔뜩 긴장했다.

“맛이 어때요?”

그때 부루가 다시 한번 사고를 쳤다.

“쥑이디.”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조사관들은 신기하듯, 그리고 빈과 강 대위는 죽일 듯.

* * *

광수대라 적힌 곳에 앉아 있는 한 사내의 표정에는 근심이 어려 있었다.

“어이 반장나리? 변비냐?”

놀리는 듯한 말에 사내가 발끈했다.

“내 막힌 똥이 중합니까? 또 경장님 막힌 인생이 중합니까.”

“야이 씨! 그거 하지 말랬지!”

또 경장이란 말에 놀리듯 들어 왔던 서준모 경장이 본전도 못 찾았다.

그런 서 경장을 향해 사내는 작심한 듯 말을 이었다.

“정말이지 여태 까먹은 거 다 합치면 경찰청장 되고도 남았겠습니다.”

또 다시 경장이라는 의미의 또 경장. 진급과 강등의 대명사인 서준모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에이씨! 새까만 후배 놈이 반장 달았다고 아주 그냥!”

“아 지금 복잡하니까 말 시키지 마십쇼!”

“뭐냐? 우리 후배님?”

다시 책상 위로 축 늘어진 사내의 책상에는 최후배 경위라고 적혀 있었다.

“왜? 이 경위에게 또 들이대다 채였어?”

“그 입! 닥치십시오!”

결국 최후배 경위가 폭발했다.

“어어? 치겠다? 그래. 계급이 깡패지. 씨파, 저번에 사고는 같이 친 건데 내가 이 꼴 보려고 독박을 썼나.”

“하아.”

물론 그 사건에 억지로 끌어들인 건 서 경장이다.

최 경위는 차라리 계급이 낮았으면 덜 괴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 뭔데? 뭔데 그래?”

“끙.”

서 경장은 끝까지 깐족거리며 그에게 커피를 내려놓다가 그가 뭔가를 양손으로 가리고 있는 걸 보았다.

“뭐냐? 뭔데 숨기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알았어… 헛!”

순간 서 경장이 놀라 한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허! 대장님!”

“경정님요?”

서 경장의 외침에 최 경위가 놀라 일어섰다.

하지만 광수대장은 없었다. 최 경위가 아차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한 발짝 늦어 버렸다.

“아싸!”

“그, 그거 놓으십쇼!”

최 경위가 한눈을 판 사이 그가 숨겼던 것을 빼낸 것이다.

하지만 웃으며 그것을 빼내었던 서 경장의 얼굴은 빠르게 굳어 갔다.

“야…… 이 양반이 여기서 왜 나와?”

“후우.”

서 경장이 질린 얼굴로 다시 물었다.

“빛과 함께 사라진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기라도 한 거냐?”

그의 질문에 최 경위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거나 잘 보십쇼.”

“뭘 또 봐. 이 양반들 파다가 무덤 팔 뻔한 기억이 십년이 다 되도 생생한데.”

서 경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과격한 방법을 쓰긴 했지만, 부인과 딸을 구해 준 은인이기도 했다.

“그거 최근 겁니다.”

순간 서 경장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농담이지?”

“네, 농담입니다.”

“……썅.”

최 경위의 씁쓸한 표정을 본 서 경장이 밖으로 달려가며 욕설을 내질렀다.

“이런 개똥같은 인생!”

그 광기 어린 음성을 들으며 최 경위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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