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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9화 (9/305)

제9화 강태공 을지부루

미끼라는 말에 강 대위는 물론 이고 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빈이 강 대위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여기 쿠라우탄 말고 또 있어요?”

빈의 질문에 강 대위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개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 봐야 이 지역은 폐급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전부다.

더욱이 지금 부루의 행동은 이질감이 더 했다.

지금까지 강림자가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강림자가 싸우는 것은 맞지만, 침식지의 마물들에 대한 정보는 교관들이나 소환자들을 통해 전달을 해 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 부루는 마치 뭔가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아닌가.

“뒤로 나오라우.”

부루가 다리를 다 잘라낸 쿠라우탄 들을 움푹 꺼진 곳의 한 가운데에 던져 놓고 뒤로 물러섰다.

빈과 강 대위도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키잉!”

“커엉!”

발들이 모조리 잘린 쿠라우탄들이 꿈틀거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잘려진 다리에서 스며 나온 피는 땅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 오 분여 시간이 지났다.

빈이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뭐에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구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몰려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강 대위 역시 뭔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지만, 뭔가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주변이 탁 트인 덕에 뭔가 나타났다면 벌써 눈에 띄었어야 했다.

“고만 나불거리라우. 이제 입질이 왔으니까네.”

“예?”

그 말에 빈이 화들짝 놀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강 대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였다.

강 대위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정확히는 발바닥 아래.

그제야 빈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지진?”

발바닥을 통해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는구만.”

부루는 히죽 웃으며 대부를 고쳐 잡았다.

강 대위는 당황한 얼굴로 부루를 바라보았다.

진동은 점점 커져왔다.

“이, 이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빈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강 대위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그 역시 잔뜩 긴장을 한 모습이었다.

쿠드드드드!

진동음이 커지는가 싶더니 쿠라우탄들이 발광을 했다. 그래 봐야 네 발이 모두 잘려 도망도 치지 못하는 신세다.

콰웅!

순간 쿠라우탄들이 있던 땅 밑에서 뭔가가 솟구쳐 올랐다.

“왔구만 기래.”

솟구치는 흙더미를 보며 부루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마치 낚시꾼이 대어를 잡은 것 마냥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앞발에는 어른 팔뚝만 한 손톱이 달려 있었고 그 입은 갑각류와 같이 좌우로 벌려져 있었다.

벌려진 입에는 조금 전만 해도 발버둥 치던 쿠라우탄 두 마리가 물려 있었다.

갑각과 같은 집게와 입을 제외하고는 마치 쥐털 같이 매끈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하늘로 솟구친 마물을 보며 빈이 멍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게 뭐래요?”

빈의 질문에 부루와 강 대위가 동시에 대답했다.

“왕 땅깡아디디.”

“언더로드…….”

둘 다 아는 것 같은 대답이었지만 명칭은 달랐다.

강 대위가 질린 얼굴로 부루를 보았다.

그런 강 대위의 시선을 아는지 부루가 대부를 힘껏 날려 보냈다.

쩌억!

솟구쳐 오른 거대 땅강아지의 머리통에 뭔가가 박히는 소리가 울려 왔다.

이어 하늘로 솟구쳤던 거대 땅 강아지가 한쪽으로 튕기듯 떨어져 내렸다.

쿠아아아앙!

비명은 없었다.

그걸 본 강 대위가 질린 얼굴로 부루를 바라보았다.

“언더로드가…….”

그런 강 대위의 시선을 받으며 부루가 말했다.

“참, 쉽디?”

“…….”

“낚시는 이렇게 하는 거이야.”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강 대위와 달리 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부루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 잡은 거예요?”

“기럼! 이거이 정말 쥑이디.”

“뭐가요?”

부루의 말에 빈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러자 부루가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맛이 됴아.”

“웩! 이걸 먹는다고요?”

둘의 대화를 들으며 강 대위는 긴장된 채로 겨누고 있던 무기를 힘없이 떨어트렸다.

강 대위는 어이가 없었다.

이곳에 언더로드가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있었다면 폐급이라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많이 발견된 개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침식 초기에 상당히 많은 피해를 준 개체이기도 했다.

화기가 아예 안 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땅속으로 돌아다니는 통에 많은 피해를 입었었다.

전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땅에서 튀어나와 뭔가를 물고 그대로 들어가 버린다.

그게 끝이다.

찾을 수도 없다.

강림자들과 소환자들은 물론, 몰고 나왔던 전차 같은 것들도 부수고 들어갔다.

강력한 턱은 전차의 장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씹어재꼈다.

그나마 화기가 통하기는 하지만, 워낙 짧은 시간에 나왔다가 들어가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면 반드시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그래서 지하의 왕이라는 의미로 언더로드라 불렸고, 그 까다로움 덕에 급수는 B급으로 분류되었다.

그런 개체가 한 방에 잡힌 것이다.

게다가 이 크기는 지금껏 봐 왔던 것 중에서 가장 컸다.

보통은 진동이 이렇게 크지 않는다. 그런데 덩치를 보니 진동이 클 만했다.

길이만 얼추 이십여 미터다.

뱀과 같은 형태면 모를까 꼬리도 짤막한 부채 형태라 몸뚱이 자체가 크다.

“엄청 크네요?”

“잘 먹고 큰 거이디. 이 왕땅깡아지래 개대가리 원숭이를 좋아하거든.”

“쿠라우탄요?”

“기래. 개대가리 원숭이.”

둘의 대화를 들으며 강 대위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뒤쪽에서 요란하게 달려오는 장갑차와 전차를 보며 무어라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

오대기.

군에 다녀온 사람은 다 아는 명칭이다.

오분대기조의 줄임말이다.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오 분 안에 출동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침식지 장벽에는 당연히 오대기가 존재한다.

아무래도 초보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오는 곳이다 보니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항상 대기를 한다.

그런데 이날은 출동 의미가 달랐다.

대공초소에서 거대한 뭔가가 솟구치는 걸 확인한 것이다.

마침 거리도 침식지 초입쪽의 고목지역이었기에 출동하고 도착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 전에 그들은 영상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이거…… 언더로드 아닙니까?”

“맞네. 언더로드.”

“이렇게 큰 놈이 있었습니까?”

“그것보다 이거 죽은 거 맞지?”

“그런 거 같습니다.”

이동하는 전차 안에서 드론이 보내오는 영상을 보며 그들은 심각하다 못해 황당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지금 뭐하는 거죠?”

영상 안에서는 강림자로 보이는 이가 언더로드의 뱃살을 발라내고 있었다.

“그, 글쎄?”

이유는 잠시 뒤에 알 수 있었다.

“우웁!”

“웩!”

발라낸 뱃살을 강림자가 입에 털어 넣는 장면이 영상에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먹어 보라우.”

“…….”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언더로드의 고기를 보며 빈은 질린 얼굴을 했다.

“마물 고기를 먹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지랄 말라우. 이것도 호사인 거이야.”

그렇게 말을 하며 부루가 다시 한입 입에 넣었다.

그때 강 대위가 조심스럽게 한 점 입에 넣었다.

“맛있디 않네?”

“고소합니다.”

강 대위는 생고기를 씹으며 애써 웃었다.

사실 마물의 고기는 못 먹는다는 말이 지배적이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식용으로 대체되는 개체도 있긴 했다.

물론 그게 언더로드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부루의 행동으로 보아 이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먹어 본 것이다.

이건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보통 갑각이나 파충류와 같은 피부를 가진 것들은 독성이 있어 먹지를 못하지만, 이와 같이 털에 뒤덮인 종류의 마물들은 식용이 거의 가능했다.

물론 못 먹을 맛이다.

그러나 이건 맛이 있었다.

실제 강 대위도 침식 초기 현지 조달로 마물의 고기를 먹기도 했었다.

그 전쟁 통에 보급이 제대로 될 리가 있었겠는가. 때론 낙오도 하고 고립도 되었다.

그때 얻은 지식 중 하나가 ‘마물도 배고프면 먹는다.’였다.

하지만 이건 생각 외로 맛있었다.

그때 강 대위가 먹는 모습을 보던 빈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이거 라방해도 되요?”

빈이 눈을 빛낸다.

강 대위가 답했다.

“침식지 내부는 라이센스 있는 사람만 취재 가능합니다.”

“쳇.”

아쉬운 건 고기가 아니라 라이브 방송인 듯 했다.

침식 초기 소환자 일부가 라이브 방송 한답시고 찍다가 생으로 잡아먹히는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그 장면이 파프리카 티비 등에 라이브로 송출되었다. 그 이후 자격이 없는 이들은 취재가 불가능하게 바뀌었고 말이다.

아쉬운 표정을 하는 빈을 뒤로 하고 강 대위는 부루에게 질문을 했다.

“이거 언더…… 아니 왕땅깡아지 아시는 겁니까?”

“알디.”

처음이었다.

강림자가 침식지를 알고 있는 것도 그리고 그 안의 개체를 알고 있는 것도 말이다.

“어떻게 아십니까.”

“내래 키워서 잡아먹던 놈이니 알디. 당연한 거 아이간?”

강 대위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때 빈이 질문을 던졌다.

“고구려 때도 이런 게 있었어요?”

“있을 리가 있갔네?”

“키워서 잡아드셨다면서요.”

“천국 갔을 때 말이디.”

“아아. 거기요?”

둘의 대화를 들으며 강 대위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잠시 뒤 오대기가 도착하면서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간부로 보이는 이가 강 대위 앞으로 달려왔다.

“강 대위님 이게 뭡니까?”

“봐서 알 거 아냐.”

강 대위가 하늘로 고갯짓을 하자 그에게 달려온 이가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보기야 했죠. 언더로드가 맞기는 합니까?”

“보면 알잖아. 우리가 아는 개체보다 두 배는 크지만.”

“야, 태석아.”

“예.”

“위에는 알렸냐?”

강 대위의 질문에 박태석 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대공에서 먼저 발견한 거라 아마 지금쯤 연락 갔을 겁니다.”

“그래.”

“그런데 정말 먹은 겁니까?”

“고소하더라.”

강 대위의 말에 박 중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짜요?”

박 중위라 불린 이 역시 침식초기 활동했던 이였다.

당연했다.

장벽에는 이런 정예들만 배치되어 있으니까.

병사들이 사방을 견시하며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에 있어야 할 게 아닌 게 나타났다.

그 말은 곧,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강 대위는 박 중위에게 말을 건넸다.

“애들 긴장 풀라고 해. 더 안 나타날 거다.”

“예?”

“알잖아. 언더로드 잡을 때.”

“아아.”

하나가 죽으면 그곳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게 언더로드의 습성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부루에게 들은 것도 그거다.

동료들의 피가 느껴지면 숨는단다.

자신들이 어찌하지 못할 개체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한다는 거다.

“그런데 어떻게 잡은 겁니까? 깨끗해 보이는데? 저 강림자가 그렇게 강합니까?”

박 중위의 질문에 강 대위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참, 쉽디?’

한 방에 잡고 나서 부루가 한 말이 떠올랐다.

“쉽기는 개뿔.”

“예?”

“아니다. 일단 정리하자.”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나갔다.

그 와중에 부루는 한쪽에 불을 피우고 있었다.

이것의 진가는 구웠을 때 나타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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