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화 (2/305)

제2화 너의 이름은?

“소환자가 변탠갑다.”

“그러니까.”

“저거 봐 오줌까지 지리며 웃고 있어.”

고빈이 온몸이 탈진한 채로 실성한 사람마냥 웃고 있었다.

물론 허탈한 웃음이다.

꿈에 그리던 소환자가 되었다.

그리고 인지도 똥망이라는 결과와 달리 일단 열이 넘는 C급 카거들을 순삭시켜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니보라우. 이거이 먹을 수는 있는 거이간?”

“…….”

“말귀 못 알아듣네?”

아직도 멍한 고빈을 본 강림자가 갑자기 괴수의 사체를 북 잡아뜯더니 그대로 고빈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우웨에에엑!”

동시에 고빈이 토악질을 하며 뒤로 바둥거리며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강림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못 먹는 거이구만.”

그렇게 말을 하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들이밀면 그걸 누가 먹어!”

“…….”

순간 강림자가 고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고빈이 악에 받힌 듯 외치며 정신을 집중하며 명령을 내렸다.

“눈깔아!”

잠시 후 고빈은 차디찬 바닥에 몸을 뉘였다.

고빈이 다시 몸을 일으킨 곳은 시끌벅적한 상황실 비슷한 곳이었다.

“여긴?”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그에게 한 여자가 다가오며 따듯한 차를 건넸다.

“깨어나셨어요? 긴급 균열 대항팀 이정미 경윕니다.”

“네.”

“그런데…… 맞으시죠 소환자 분.”

그렇게 말을 하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한쪽에 뭔가를 잔뜩 쌓아 놓고 있는 누군가를 목격했다.

“저거 그릇인가요?”

“네. 짜장면인데. 한 호흡에 다 빨아먹는 건 저도 처음이에요.”

“…….”

한 스무 개 정도가 쌓여 있고, 이번에는 탕수육으로 보이는 걸 한 주먹 집었다.

그걸 그대로 입에 집어넣고 다음 탕수육 소스로 보이는 그릇을 집어 마신다.

“전 세상에 탕수육 먹는 법이 부먹과 찍먹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도 처음 알았네요. 제 3의 선택지가 있다는 걸.”

그렇게 말을 나누다가 고빈은 화들짝 놀랐다.

“음식? 음식을 먹는다고요?”

“그러게요. 소환자분은 그걸 모르고 계셨어요?”

“아, 아까 처음 소환한 거라.”

“아…… 그런데 좀 이상한 건 아시지요?”

“좀이 아닐걸요?”

그렇게 말을 하며 고빈이 고개를 돌렸다.

한쪽에 세워져 있는 전신 거울에 자신의 몰골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 눈이 퍼렇다.

아니 한쪽 눈이라기에는 그 범위가 넓었다.

왼쪽 눈을 중심으로 얼굴의 사분지 일이 퍼랬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응?”

고빈은 처음 입고 있던 청바지가 아닌 트레이닝 복 바지를 입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 입고 계시던 건 여기.”

자신의 몰골을 확인한 고빈에게 이정미 경위가 검은 봉다리를 건네었다.

입구 쪽을 잘 묶어 놓은 것이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말라고 해 놓은 듯했다.

“코스프레 아닌가 생각까지 해서 확인해 봤는데 강림자는 맞더라고요.”

“그, 그렇죠?”

일단 자신이 소환해서 강림한 것이 맞으니 틀림은 없다.

“네. 에너지가 크지는 않아도 확실히 감지기가 강림자로 확인을 해 줬으니까요.”

“네…….”

확인되는 에너지가 적기는 할 것이다.

인지도 0.00001이니까.

“그런데 현장 CCTV나 지금 상황을 봐도 뭔가 좀 일반적이지 않아서…….”

“네.”

그렇게 말을 하는 이정미 경위가 웃음을 참으며 고빈의 멍이 자리 잡은 부분을 바라보았다.

“혹시 취향이 남다르시거나 아니면 컨셉 같은 건가요?”

“…….”

고빈은 울상을 지었다.

가끔 그런 인간들도 있다. 소위 컨셉충들.

고빈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처음 소환이다 보니 뭔가 좀 어설펐습니다.”

“아, 교육 받으신 지 오래되서 혹시 그런 건 아닌가 싶긴 했어요. 그래도 축하드립니다. 강림자 인지도가 낮은데 이런 결과는 저희도 처음이라.”

“아, 예.”

“강림자가 뭘 먹는다는 것도 처음이고…….”

“니보라우. 이거이 더 없네?”

“강림자 아저씨! 대짜로 세 개 드셨잖아요! 짜장면 곱빼기 스무 그릇 빼고도요!”

먹는 걸로 투닥거리는 광경을 보며 고빈이 답을 이었다.

“……저렇게 위대한 자인 것도 말이죠.”

“네. 평소라면 아재개그라며 욕할 건데 지금은 그게 가장 어울리는 비유네요.”

“후우우.”

이정미 경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깨어나셨으니 절차에 따라 간단한 조사를 한 뒤에 집에 가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보상금도 받으시고요.”

“보, 보상금!”

“네.”

보상금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런데 아마 재조사는 받으셔야 할 거예요.”

“재조사요?”

“강림자가 워낙 특이 케이스 같아서요.”

“…….”

다시 할 말이 없어졌다.

* * *

강림자 매뉴얼.

제 1조항 눈앞에 있는 자는 현대인이 아니다.

“이거 키면 사람 나오는데 진짜가 아니에요.”

고빈은 그렇게 설명하며 리모콘을 켰다.

그러자 텔레비전이 켜지며 영상이 나왔다.

걸그룹이다.

“이거 멋지구만 기래?”

“…….”

고빈은 오늘 하루 할 말이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보통 커뮤니티에 나오는 강림자들의 반응과 동떨어졌다.

초반 강림자들이 세상에 나타난 뒤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업종 중 하나가 텔레비전 마켓이다.

하나같이 다 때려 부쉈다.

요망하다부터 시작해서 액션 영화가 나오면 반격하기 위해서라는 것까지.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짓들을 저지른 거다.

강림자 대부분은 옛날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 문물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의 강림자는 뭔가 이상했다.

택시를 타도, 뚱했다.

뭔가 신기해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텔레비전을 키니 하는 말이 멋지다다.

“우리 마누라도 이뻣디. 보고 싶구만 기래.”

“……네.”

뭔가 아련해지는 눈동자를 보며 차마 깐죽거리지는 못했다.

만약 정말 저 걸그룹처럼 이쁘다면 그건 미녀와 야수가 맞을 거다.

“저 처자들 이름이 뭐디?”

“뭐라기 보단, 판도라라는 그룹이에요. 요즘은 세계적인 그룹이죠.”

“기래? 아!”

뭐가 좋다는 건지는 몰라도 확실히 이상했다.

“저거이 마법같은 거구만 기래.”

“예?”

순간 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마법.

“마법이라니요?”

“마법이라는 거이 있어야. 불도 나가고, 그거도 마법 아니네?”

그렇게 말하면서 빈의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그거이 리셀 스승님 가져다 주변 좋아하갔어.”

“……저기요. 판타지서 오셨어요?”

“기건 또 뭔 개소리네?”

빈은 상대의 욕설에 화를 내지도 못했다.

문제는 상태가 묘하다.

강림자는 특히 인지도 낮은 강림자들의 경우 이전의 생에 대한 기억이 낮다.

인지도 높은 강림자들의 경우는 자기 이름 석자와 무엇을 했다는 것까지는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 빈의 눈앞에 있는 이는 뭔가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미친 거 같기도 했다.

‘아니지! 마법을 미쳤다고 알아?’

적어도 옛날 사람이라면 마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이 비정상이다.

“수, 술법이나 주술이 아니고요?”

“술법은 모르고, 주술이라면 휘가람 형님이 좀 하디.”

“…….”

가끔이지만, 미쳐 죽은 강림자가 뭔가 나사 빠진 상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이 경우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시키는 싸움만 잘하면 되니까.

그런데 눈앞의 강림자는 심각하다.

딱 보니 말도 안 들을 거 같다.

뭔가를 시키다가는 얼굴의 사분지 일이 아니라 나머지까지 멍으로 가득할 수 있다는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

“혹시 이름은 기억하세요?”

“…….”

빈은 질문을 던지고 나서 본인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지도 1이 바로 이름을 기억하는가에 대한 기준점이다.

그런데 눈앞의 존재는 0.00001이다.

“누굴 바보로 아는 거이네?”

“예?”

“을지부루.”

“예에?”

“을지부루 대장군이라고 부르라우.”

“예에에엑!”

빈은 혼과 백이 분리되는 충격을 받았다.

타닥! 타타타탁!

“뭐 하는 거이간?”

“일요.”

“일 쉽구만 기래. 손가락으로 두들기기만 하면 되는 거이간?”

“…….”

고빈은 자기 세뇌를 했다.

‘말리지 말자. 말려들지 말자. 말려들지 말지어다!’

계속 머릿속으로 중얼거리기를 반복했다.

지금 그는 나름대로 정보를 탐색하고 있었다.

사실 소환자로의 자격은 취득했지만, 소환이 이루어지지 않은체 세월이 지나고 있어 반쯤은 포기해서 그쪽 최신정보에 눈이 어둡긴 했다.

해서 지금 뭔가 새로운 정보가 있나 찾아보는 중이었다.

특히 특수한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1. 강림자와 인지도의 상관관계.

높으면 쎄다.

2. 강림자는 인지도에 따라 기억의 양에 차이가 있다.

이름과 출신을 떠올리는 기준은 1이다.

3. 강림자는 먹고 싸는 즉 취식과 배변활동을 하지 않는다.

4. 강림자는 소환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단 인지도가 극상인 경우 일부 부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크다.

이는 에고가 높기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추측된다.

이것이 바로 기본적인 강림자의 특성이다.

“제길! 옛날이랑 똑같잖아.”

고빈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기본 정보에 변함은 없었다.

특이 케이스 중 하나는 인지도가 낮아도 강한 경우가 있었다.

아주 고대거나 원시인의 경우다.

이 경우는 인지도가 낮아도 나름의 야성과 강력한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원시인은 아니지만 케이스가 없는 건 아니니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를 섭취한다는 건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아까 재조사가 필요하다 했겠지.”

콰르르르르!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변기 사용법을 묻기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알려 주긴 했다.

먹는 것도 하는데 쌀 수도 있지 않은가.

그때였다.

“니, 니보라우! 큰일 났어야!”

“왜, 왜요?”

을지부루라는 강림자를 만난 뒤로는 뭔가 마음에 안정이 없다.

놀란 빈이 달려가 화장실 문을 열었다.

“어억!”

그곳에는 부루가 바지를 입지도 않은 채 한쪽으로 피해 있었다.

“이거이 고장난 거이네? 홍수가 났어야!”

“아…….”

변기에서 똥물이 역류하고 있었다.

넘치고 흘러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똥물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이씨! 똥을 싸도 인간적으로 싸야지요! 수십 명이 싼 똥을 합쳐도 이 정도는 아닐 거라고요!”

“고조 장이 약한 거 아니간?”

“아악!”

“날래 치우라우.”

그렇게 말을 하곤 물을 틀어 엉덩이를 태연하게 닦는 만행을 보여주었다.

“어억!”

놀랄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엉덩이를 씻을 때 보이는 것.

그건 왠지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고빈이 진땀을 흘리며 화장실을 나섰다.

그러자을지부루가 물었다.

“어케 처리한 거이네?”

순간 빈은 울컥했다.

지가 저질러 놓고 남 일 보듯 하는 저 표정에 속에서 분노가 차오른 거다.

“봉다리에 일단 퍼 담은 다음에 나눠서 내렸어요.”

“오! 기래? 머리 됴쿠나 너?”

“…….”

똥 치우는 걸로 처음으로 머리 좋다는 칭찬을 받은 빈이었다.

빈은 옷부터 갈아입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까 질문을 올린 게 있어 확인을 하려는 거다.

“…….”

질문〉님들 강림자는 밥도 먹나요? 전 먹는데. 뭔가 이상해요.

-왜? 똥도 싼다고 하지.

-네 다음 관종.

-님들 먹이 주지 말죠.

“에이씨.”

똥은 이미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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