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43화 (143/143)

143화

피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이 사람을 깨우기로.”

이안은 그녀의 동의가 매우 기뻐했다.

“좋았어. 그럼 당장 시작하자. 그런데 내가 방법을 몰라.”

“그건 내가 알지. 우리 둘이 힘을 합쳐 드림워커 기술을 사용하면 돼. 일단, 이 사람 앞으로 와 봐. 그리고 내가 하란 대로 해.”

“오케이!”

잠시 후 그 둘은 드림워커 기술 중 최고 난도인 와일드 기법으로 이형도를 꿈속에서 깨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잠시 후.

놀랍게도 이형도는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들 앞에 있는 젊은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누구……?”

이안과 피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후후. 축하해요. 오랜 잠으로부터 깨어난 것을.”

이형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피체가 나서서 그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가 흐른 뒤에 이형도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자신이 드림워커 기술에 빠져 꿈속에서 헤매던 내용. 그것을 알고 나니 이제 그 모든 것들이 이해가 갔다. 초시공 전사의 최종 시험 중에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꿈속에서 세 명의 창조주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시공의 궤적’을 얻은 일까지도.

“아.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형도의 말에 이안은 대뜸 말했다.

“감사 대신에 그냥 저를 조금 도와주시면 됩니다.”

“도와 달라니요? 말씀만 하세요.”

이안은 신이 나서 자기가 마왕에게 위험에 처했던 일을 소상히 말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형도는 당장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해결되었습니다.”

이안은 멍한 채 물었다.

“해결되다니요?”

“마왕을 죽였습니다.”

“네?”

“후후. 아무튼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자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피체가 대신 대답을 했다.

“이제 드디어 현실로 나가는 거죠.”

“현실로요?”

“네. 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거죠.”

“아! 그럼 당장 그렇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체는 그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시공의 궤적을 얻은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강해지는 거죠?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궁금하군요. 아무튼 지금 당장 꿈에서 깨어나게 해 드릴게요.”

피체는 드림워커 기술 와일드를 사용해 드디어 그를 깨어나게 했다.

툭!

순간 이형도는 그대는 의식을 잃었다.

* * *

눈을 떠 보니 그 자신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여러 사람의 형체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그들은 은하 연합 의장과 고위 간부들이었다.

“오! 드디어 깨어났소!”

“하하. 정말 다행이군.”

“일단 측정 기기 수치부터 확인해 보오.”

그리고 주변에서 탄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수가! 측정 불가능합니다.”

“측정 불가능하다니요!”

“모든 에너지 측정의 한계를 넘어 현재 첨단 과학 장비로는 도저히 그 힘이 가늠되지 않습니다.”

“설마하니 ‘시공의 궤적’이 그 정일 줄이야.”

“심지어 은하 연합 역사상 수만 년 동안 이렇게 측정 기기로 그 힘을 계산할 수 없던 적은 처음입니다.”

“도대체 이자의 힘은 어느 정도이지.”

“무엇보다도 이자가 초시공 전사가 된 것을 축하해야겠죠.”

* * *

그로부터 한 달 후.

이형도는 드디어 이번 초시공 전사 최종 진출자들을 처음으로 만날 기회를 갖는다.

그들은 야록, 기드, 그리고 에스더였다.

야록이 제일 먼저 이형도를 반겨 주었다.

“이보게 이형도. 축하하네. 그나저나 왜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지를 못한 건가? 나는 혹시라도 어떻게 되는지 알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네.”

이번엔 기드가 와서 인사를 건넸다.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 대우주로 진출해서 함께 활약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이어 에스더가 다가와 말했다.

“축하해요.”

그녀는 상상 전투력의 대가. 형도는 지난번에 그녀를 만나 상상 전투장에서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보기 좋게 패했지만.

“저도 반갑습니다.”

야록이 다시 이형도에게 말을 건넸다.

“이 보게나. 이렇게 네 명이 한 조라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대우주로 진출할 걸세.”

이형도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우주?”

“그렇네. 대우주.”

하지만 이형도는 그리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야록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아니. 자네 안색이 왜 그러나? 뭐 별로 마음이 들지 않는 일이 있나.”

이형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니? 그건 무슨 말인가?”

“흠. 글쎄.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할까.”

야록은 깜짝 놀라 물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우리는 초시공 전사로서 드디어 대우주로 진출하게 되었다고 이 친구야. 그만큼 경사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전사의 삶으로서 내게 경사스러운 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네. 이제는 그냥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네.”

그리고 그는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방문을 열고 나갔다.

* * *

그로부터 3개월 뒤.

우주 전함 객실에 탄 이형도.

그는 창문을 통해 바깥 우주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거 내가 옳은 결정을 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군……. 후~”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 자신이 꿈에서 아이템을 얻어 가면서 황제가 되고 현실에서 강해지는 이유.

그것은 놀랍게도 그 이유는 바로 시공의 궤적을 얻기 위한 세 명의 창조주의 각본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이형도 자신이었고 처음부터 그들의 각본대로 꿈속에서 얻은 아이템으로 점점 강해지는 과정을 겪은 것이다. 그래야만 최종적으로 드림워커 안에서 시공의 궤적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이형도는 씁쓸한 표정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는 그냥 각본에 놀아난 것에 지나지 않았을 뿐……. 기분 더럽군.”

이형도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잠시 후 뭐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각본에 놀아나지 않겠어. 물론 그 세 명의 창조주가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능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 나에게 대우주로 가서 활약을 기대했겠지만 나는 이제 이런 하수인 짓도 그만해야겠어.”

이형도는 진정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남들이 써 놓은 각본대로 사는 것이 아닌 정말이지 순수하게 그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역시…….”

사실 이형도는 자신만을 위한 결심을 하고 이 전함에 탑승을 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우주 전함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잠시 후 이형도는 전함에 내리자마자 개찰구 근처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역시…….”

그는 힘없이 축 늘어진 어깨에 계속 무거운 한숨만 지어 보였다. 그조차 힘에 겨웠는지 벤치에 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다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 내 결정이 혹시 잘못된 건가? 그녀는 내가 대우주로 진출하는 것이 더 나았다고 판단한 거야. 맞아. 내가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아.”

바로 그때였다.

들여오는 여성의 목소리.

“아니. 결정 잘한 거야.”

형도가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앞에 플린시아가 해맑은 웃음과 함께 꽃을 들고 서 있었다.

“플린시아!”

“형도야.”

“아.”

“일단 꽃 받아. 원래 남자가 여자 주는 게 맞는데, 오늘은 내가 너한테 주지.”

“…….”

“플린시아…….”

“뭘 그렇게 감동해? 설마 내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어? 아무튼 나는 분명히 말하지만 네 결정이 백번 옳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해.”

순간 이형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와락 안아 주었다.

“아~ 플린시아! 고마워! 정말 보고 싶었어.”

“나도.”

잠시 후 그 둘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형도야. 일단 초시공 전사가 된 것 축하해.”

“축하하긴. 이제 그 직업도 은퇴했는데.”

“그래도 너는 정말 최선을 다해 그 자리에 올랐잖아.”

“뭐 운이 좋았지.”

“아무튼 나한테 돌아와 줘서 더 고맙고.”

“나머지 인생은 너랑 살려고.”

그러자 플린시아은 큭큭대며 웃었다.

“후후. 그렇게 내가 좋아?”

“좋고 말고.”

“완전 청혼이라도 할 기세네.”

그러자 이형도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반지를 내밀었다.

“나와 결혼해 주겠니?”

그 모습에 플린시아는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그녀가 진정하길 기다린 이형도가 말했다.

“나 이렇게 계속 앉아 있게 만들 거야?”

플린시아는 눈물을 흘렸다.

“흑. 알았어! 알았다고. 네 청혼을 받아들일게.”

“뭐야? 그 태도, 마치 억지로 받아들이는 것 같잖아.”

“흠. 형도야. 너는 진지한 순간에도 농담이 나오니?”

“후후. 미안. 어쨌든 우리 앞으로 함께 늙어 죽을 때까지 사는 거다!”

“알았어. 너나 변심하지 마.”

“하하. 그거야 나도 모르지.”

“뭐라고!”

그 둘은 함께 공항을 나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 * *

참으로 힘든 시기였다.

전사로서의 삶은 그야말로 매일 피를 토할 정도로 고되고 혹독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아니 이미 벗어났다.

그리고 나를 포근히 감싸 주는 그녀의 품에 안긴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고향 지구로 돌아가자 어머니가 우리를 따뜻하게 받아 주신 것이다.

며느리 생겼다며 잔치를 열고 동네 사람들이 축하해 주며……. 그 환대에 플린시아 얼굴에는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바로 이런 것이 내가 그동안 늘 꿈꾸어 왔던 행복이 아니던가.

나는 전사의 삶을 그만두기로 한 것에 대해 정말 잘한 일이고 다행임을 몇 번이 되뇌었다.

창조주의 각본은 거기서 끝이 났고 나는 내 삶의 새로운 창조주로서 나만의 각본을 쓸 생각이다.

이미 나는 그런 경지에 오른 인간이기에 더 이상 나보다 강한 존재도 없고 나를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이제는 내 의지대로 할 것이다.

그때 플린시아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여보. 술이 모자란대, 슈퍼마켓 좀 갔다 와요.”

“아니 술을 엄청 많이 드시네. 그나저나 돈부터 줘. 사 오게.”

“아니. 지난번에 용돈 줬는데.”

“설마 내 용돈으로 술을 사라는 것은 아니겠지?”

“왜 그러면 안 돼요? 다 당신 친구들인데.”

“그래도 용돈은 용돈이고 이런 공적 자금은 따로 줘야지.”

“안 됐어요. 빨리 슈퍼에 갔다 와요. 손님들이 술 달라고 아우성치잖아.”

“그러니까 돈을 달라고!”

“당신 용돈으로 사 와요!”

“와! 벌써 이런 식으로 바가지를 긁는다 이거지!”

“후후. 왜 그러면 안 돼요?”

순간 이형도는 큰소리로 외쳤다.

“나 차라리 초시공 전사로 돌아 갈래에에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