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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40화 (140/143)

140화

【 초시공전사가 되다! 】

그제야 이안은 피체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가 있었다.

“정말 매정하군! 아니 잔인하다고나 할까! 그동안 나한테 당한 걸 이런 식으로 통쾌하게 복수한다 이거지! 애초 내가 너한테 목숨을 구걸한 게 잘못이지.”

“어쨌든 난 어제 너에게 드림워커를 사용한 건 틀림없다고.”

“끝까지 이럴 거야? 정말 너무하는군. 미안하지만 그냥 짐 싸 들고 내 앞에서 사라져 주면 좋겠는데.”

“나더러 가라고?”

“제발 좀 나 좀 혼자 있게 내버려 둬! 이젠 다 필요 없으니까.”

* * *

이안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통곡에 가까운 절규를 했다.

“왜 나지. 왜 나냐고! 빌어먹을! 흑.”

두 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쥐고 외쳤다.

“신이시여! 너무 가혹한 거 아닙니까!”

너무 소리를 질러 목에서 피가 다 나올 지경이었다. 다 큰 사내놈이 엉엉 울어 눈이 퉁퉁 붓기까지 했다.

매일 술에 취해서 새벽녘에나 들어 올 수 있었던 저택, 오늘만큼은 마차도 없이 걸어서 대문부터 정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버드나무들이 길게 드리워진 아름드리 잎사귀들을 깔아 드리워 앞길을 마중하는 듯했다.

이안은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두고서 처음으로 자신의 저택을 더듬어 가며 마지막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다. 얼마쯤 갔을까. 한참을 갔는데도 정원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내 집이 이렇게 컸었나?”

그때 다람쥐 두 마리가 그 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주둥이로 서로의 얼굴을 더듬어 주는 것이 분명 부부 같아 보였다. 이안은 그 모습에 다시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혼도 못 해 보고 죽어야 한다니.”

둔덕 하나 넘어서니 그제야 웅장한 대리석 저택이 5층의 위엄을 뽐내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3년 전 그의 나이 열일곱에 뜻하지 않은 부모님의 사고사로 일찍이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지라 지금의 저택뿐만 아니라 상당한 토지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게 그의 인생에 있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 버렸으니……. 부는 넘쳐흘렀지만 공허함의 메아리는 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급기야 매일 술과 여자들만 탐하는 바람둥이 생활에 흠뻑 취하기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까지 가미하니 그야말로 제국의 상류층에서의 그의 위상은 가히 최고의 전성기 시절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너무도 억울한 일이었다.

이안은 이상했다.

“가만있어 보자 이건 어디서 본 광경인데.”

그제야 지난밤 꿈꾸었던 내용이 아련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꿈이 현실로 그대로 재현되는 듯, 이 황당한 느낌.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택으로 향했다. 잠시 후 대문을 들어서자 정원이 보였다.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여기까지 꿈에서 본 내용과 일치하는데…….’

그는 안쪽으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한 지점에 멈추어 섰다,

“꿈의 내용이 맞는다면 이쯤에서 다람쥐 두 마리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람쥐 두 마리가 서로를 핥아 주며 사이좋게 그 앞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헉!”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둔덕을 넘어 자택으로 향했다. 잠시 후 현관문을 들어섰고 문고리를 확 잡아당기려는 찰나, 멈칫거렸다.

“이걸 열면 로비 한가운데에서 피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지.”

문을 확 열자 역시나 피체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오늘 일과가 어찌 어제 꿈과 똑같이 들어맞는단 말인가. 멍한 표정, 멀뚱히 서서 피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방긋 웃는 그녀.

“많이 놀랐지.”

“…….”

이안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현상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피체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속삭이듯 말했다.

“꿈은 현실로 이어지리라. 후후. 그것 봐. 내가 어제 시전했다고 그랬잖아.”

“뭐, 뭘?”

“루시드 드림 중에 최상의 기술인 드림워커 말이야.”

“드림워커? 이게 바로 그 기술이라고?”

이안은 혼란스러웠다. 지금에서야 어제 피체와 대화했던 내용이 머릿속으로부터 또렷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그랬었지. 넌 내게 드림워커 기술을 이미 사용했다고…….”

“조금 헷갈릴 수도 있지만 잘 들어. 어제 네가 경험한 것은 바로 꿈이었다고.”

“꿈이라고?”

“드림워커란 남의 꿈속에 들어가서 그 내용을 조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거야.”

“…….”

이안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비몽사몽 했다.

“이봐 정신 차려!”

“어, 그, 그래.”

탁자 위에 놓인 두 개의 찻잔으로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했다. 피체가 내온 차 맛은 언제나 일품이었다. 이안은 잔을 입에 갔다 대어 호호 불며 마시기 시작했다.

후루룩.

“향기가 입 안 가득히 퍼지는군…….”

피체가 물었다.

“기분이 어땠어?”

“신기할 따름이지. 그런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런데 어떻게 그다음 일어날 일을 하루 전에 꿈으로 경험할 수가 있는 거지? 아직도 혼란스럽군.”

“물론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일은 아니지. 내가 네 하루 앞 미래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정확히 그 벌어질 상황을 꿈으로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법. 하지만 너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어. 사실 드림워커 기술이 거기서 국한되지 않거든.”

“그건 무슨 뜻이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봐.”

“현재 이 상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그래.”

피체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얘기 끝났네.”

“뭐가?”

“아직도 눈치 못 챘어?”

이안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어떤 불가능한 일도 꿈에서만큼은 가능하다는 것을…….”

“난 아직도 혼란스러워. 자꾸 말 돌리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 봐. 그리고 설령 드림워커 기술을 배운다고 할지라도 그 빌어먹을 마왕에게 효과적일지 그것도 의문스러워.”

“물론 효과는 있을 거야. 적어도 두억시니 역시 꿈꾸는 존재라면 말이야.”

그녀는 말하다 말고 이안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내가 한 가지 물어볼게.”

“뭔데?”

“너는 지금 이 상황도 현실이라 생각하니?”

“당연히 현실이지!”

“그것 봐. 너는 아직도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 드림워커 기술을 그리 단순하게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이안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난 분명 꿈에서 깨어났고 지금 너와 현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잖아.”

“그건 네 생각이고. 후후. 너는 꿈에서 깨어났다 하는데 그건 거짓 깨어남이지.”

“거짓 깨어남이라니! 피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얘기 좀 해 봐.”

“넌 아직 꿈속에 있다는 거야.”

순간 이안은 눈앞에 피체가 가물가물하게 보였다.

“뭐, 뭐야.”

* * *

“헉!”

침대로부터 상체를 벌떡 일으키는 이안.

“여긴 어디지?”

“이틀을 내리 잤으니 아마 배가 고플 거야. 일단 이거 먹고 기운 차려.”

실내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온갖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피체는 방금 일어난 이안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 번 더 놀라게 만들어서 미안해. 하지만 드림워커의 진수를 보여 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

이안은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잠옷 차림을 하고 있는 자기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되긴? 이제는 제대로 현실로 돌아온 거지. 깊은 잠으로부터 깨어남과 동시에.”

“피체! 설마 조금 전 너와 함께 있었던 그 상황도 꿈이었단 말이야?!”

“드림워커는 그 대상에게 현실과 꿈을 분간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야.”

이안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세상에 그런 기술이 존재하다니!”

“루시드 드림의 입문 과정은 꿈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건데 드림워커가 되기 위해서 입문 단계를 말하는 거야. 물론 자각몽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최고의 난이도라 할 수 있는 드림워커에 도달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지. 사실 이런 꿈 기술자는 제국에서 두 명밖에 없고 세계적으로는 열 명 남짓해.”

이안은 침대로부터 벌떡 일어났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현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꿈이었고, 깨어나 보니 이번에 진짜 현실이겠거니 했는데 그 역시 꿈이라니! 하하. 이건 완전 대박인데.”

피체 역시 즐거운 얼굴이었다.

“한번 생각해 봐. 마왕에게 바로 이 기술을 사용한다면 어떻겠어?”

이안은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잘하면 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당장 이 기술을 배워서 그놈한테 써먹어야겠어.”

그런데 피체는 무슨 이유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좋아하긴 일러. 네가 반년 안에 드림워커 기술을 완전히 배운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설령 운이 좋아 그게 가능하다 할지라도 상대는 수천 년 묵은 마왕이라고. 비록 그가 꿈을 꾼다고 할지라도 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전혀 쉽지 않은 일일 거야. 그의 능력이라면 그 자신도 꿈을 조종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이안은 금세 실망스런 기색으로 변했다.

“그럼 드림워커 기술을 배워야 할 이유가 없잖아.”

“물론 너 혼자서는 절대 무리일 수가 있지. 하지만 내가 있잖아. 드림워커 기술을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능력을 이용한다면 더 극대화시킬 수 있을 거야. 그와 반대로 마왕의 신력이 강하다면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가 있어.”

“우리가 당할 수 있다고? 그럼 너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

피체는 잠시 진지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애써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위험한 만큼 그 스릴은 엄청날 거야.”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안은 피체의 가르침대로 매일 밤 꿈을 꾼 그 내용을 일어나자마자 침대 옆에 준비해 놓았고 일기장에 적는 것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꿈이란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는 한 쉽게 잊히는 법이다. 바로 그 꿈을 오래도록 간직하려는 방편으로 꿈 일기를 적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각력을 얻을 수 있고 지속해서 쓰다 보면 꿈이 선명해지며 결국 자각몽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각각의 사람마다 자각몽에 이르는 확률은 천차만별이다. 단 하루 만에 성공할 수도 있고 일 년이 지나도 초보 문턱에 다다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자각몽은 마법의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그것을 실행하려는 그 주체자의 여러 가지 요인인 감성과 본능, 그리고 하려고 하는 의지 등이 일종의 초자연적 현상과 잘 어우러져야만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그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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