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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37화 (137/143)

137화

다만 색상이 진한 회색빛에 옷깃과 소매와 붉은빛 티가 둘러싸인 것으로 보아 제국의 일반적인 흰색 차림과는 사뭇 달랐다. 이어 그가 나머지 빈자리를 채웠고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들은 우리 제국에서 가장 무술이 뛰어난 전사들이네. 부대를 통틀어 가장 강한 검술을 지닌 자들과 마주 대하다니 내가 다 흥분이 되는군. 이미 상관으로부터 임무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테고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는 말하다 말고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부터 소개하지. 나는 클레이라 하네. 황궁 근위대장으로서 이 제국을 지키기 위해 충성을 다하고 목숨으로서 뼈를 묻을 생각이네.”

‘근위대장 클레이라…….’

나는 그 이름을 얼핏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상부에서 제법 두각을 나타내는 실세라는 것을 말이다.

“허허. 다들 긴장하고 있구먼. 일단 투구들을 벗어 보게나. 나는 이번 일에 총책임을 맡은 자네들 직속 상관이 될 테니 서로 간에 안면은 익히는 것이 나을 법한데.”

그들은 그의 말대로 조심스럽게 투구를 벗었다.

“물론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나에 대해 궁금하겠지? 조금 생소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국에서 가장 은밀하고 신비한 구석이 있는 기관은 황궁에 또 하나가 있다네. 배후에서 은밀하게 활약하는 비밀 기관이랄까. 폐하와 나만이 그 존재를 알 수 있을 뿐이지. 오늘 이후로 자네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기관이 아닌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도맡아 하는 특별 기관을 위해 일을 해 주어야만 할 것일세. 사실 이번 임무에는 원래 소속 대원들이 맡기로 되어 있었지만 적국 역시 우리가 모르는 첩보 기관이 있을 테고 나름 정보를 입수한 상태인지라 나는 생소한 인물들을 뽑기로 결정한 걸세.”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양피지를 집어 들더니만 우리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넨 검술관 소속이군. 이름은 론. 나이는 이제 겨우 22살인데 검술관 조장을 맡고 있다니 대단하군. 하기야 이곳에 추천받으려면 최고가 아니면 안 되겠지.”

이번엔 그가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말문을 열었다.

“이름은 게레스트라……. 신검 소유자로군. 자네는 아직 공식적으로 대외에 알려진 바 없지만 폐하께서 직접 천거하실 정도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구먼. 그나저나 검의 분류가 뭔지 여기에는 적히지 않았는데…….”

흑발을 어깨까지 늘어트린 청년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지닌 신력 도검의 분류와 성향을 딱히 말로 설명 드릴 수 없기에 적지 못했습니다.”

“설명할 수 없다니? 허허. 어쨌든 좋네. 사실 이미 폐하께서 이미 언질을 주었다네. 자네에 관한 신상에 대해 묻지 말라고 말일세. 이제 세상에 나온 지 한 달여가 지났고 군영으로 배치받은 지는 겨우 이틀이라. 그런데 이런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다면 내가 모르는 그 어떤 힘을 지니고 있겠지만 더 이상 묻지 않겠네.”

노인은 이번에 나를 바라보았다.

“흠. 자네 이름은 이형도라… 검술관도 아니고 신검 소유자도 아니건만 이 자리에서 올 수 있었던 것이 제7군단 군단장의 강력한 추천 때문이라……. 여기 적힌 바로는 적국의 신검 소유자들 두 명을 제압했다 했는데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순간 대기자 두 명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던 모양이었다. 다시 들려오는 클레이의 음성.

“오호. 사실 내가 이 서류를 훑어보면서 가장 궁금해했던 자가 바로 자네인데 도대체 어떤 무술을 익혔기에 그런 놀라운 성과를 얻었는가?”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말하고 싶지 않은 게로군. 하기야 나 클레이는 자네들을 재차 검증하려고 이 자리에 부른 것은, 아니라네. 어차피 잠시 후, 날이 어두워지고 새벽녘에 임무를 위해 투입될 것이니 일단 쉬게나.”

클레이는 황궁 근위대장이라는 사실 외에 여타 정보는 말해 주지 않고 사라졌다. 나와 두 명의 대기자들 사이에는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임무에 대한 내용만을 알고 있을 뿐 서로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새벽녘, 무려 말 여덟 마리가 끄는 철제 마차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창문도 없이 밀폐된 실내 안에서 끊임없이 덜컹거리는 소리만 들을 뿐이었다.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마차는 멈추어 섰고 우리는 내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직 캄캄한 밤하늘, 별빛들이 영롱하게 반짝거렸다.

안내 병사는 마부와 함께 돌아갔고 그들은 까만 숲속 공터에서 그 누군가의 접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한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리 오세나. 날이 밝기 전에 서둘러야 해.”

접선자는 중년의 굵직한 음성을 지닌 자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칭칭 감았기에 그 얼굴은 볼 수 없었으나 음성은 매우 젊어 듯했다.

우리는 그의 지시대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수풀을 헤치고 대략 삼십 여분을 가자 그녀가 멈추어 섰다.

“잠깐.”

그는 그곳에 이미 준비해 놓은 듯 보따리 하나를 찾아서 열었다.

“다들 이것으로 갈아입게나.”

어둠 속에서 진한 검정색 의복을 차려입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복장이 군복이나 군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소 헤진 느낌, 그저 평범한 천 같았다.

“각자 무기들은 여기 천 조각으로 칭칭 감게나. 그리고 허리춤에 차지 말고 안쪽으로 집어넣어서 가능한 무장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셔야 합니다.”

우린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자 다들 됐지? 지금부터는 긴장을 늦추지 말게.”

서서히 여명이 떠오를 시점, 나는 아득히 멀리 지평선 자락과 이어진 수수밭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는 것이 이번 임무에 있어서 첫 번째 관문이라는 사실은 나 말고도 두 명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안내자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자! 빨리요! 날이 밝아지고 있네. 그 전에 밭을 통과해야 해.”

해안가 끝 쪽에 위치한 낡은 성벽이 보였다. 아직은 날이 어두워 그 형체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두웠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전혀 몰랐다.

그들은 마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그 어딘가에 이끌려왔고 수수밭을 지나 성곽에 도착했으니 이곳이 이루 성을 벗어나지 않은 어느 외진 곳의 방벽이라는 것은 추측할 수가 있었다.

한창 전시 기간 중에 왜 이곳에 와서 성벽을 넘어야만 하는지 궁금증은 더해 갔다. 또한 그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그 임무를 이렇다 할 사전 예행연습도 없이 서로 얼굴도 모르는 자들과 호흡을 맞춰 해야 하니 내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성곽에는 경비를 서는 자들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군 진영을 벗어난 적진의 어느 방벽일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감이 갔다. 안내자는 능숙한 솜씨로 벽에 줄을 걸쳐놓았고 우리더러 올라가라 했다.

우린 신속하게 성곽을 넘어섰고 그 아래 펼쳐진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들판, 이번엔 갈대가 사림 키보다도 높게 자랐으니 그 안을 헤집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들 중 무관 소속의 론이 안내자에게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려 줄 수 있습니까?”

그러자 복면을 쓴 사내가 말했다.

“우린 이제 막 이루 성 안쪽으로 침투했네.”

이루 성이라는 말에 그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이 전해 들은 임무라는 것이 적군의 중요 인사를 암살하는 것이지만 그 장소가 적진의 깊숙한 곳에 이루어질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당혹스러움이 앞섰던 것이다. 이번엔 신검 소유자인 게레스트가 물었다.

“적진으로 침투하는 사실을 왜 사전에 미리 알려 주지 않았습니까?”

다소 퉁명한 대답.

“현재로서는 제가 대답해 드릴 시기는 아닌 것 같네.”

이번엔 두억이 물었다.

“적진의 성곽을 이렇게 쉽게 통과한다는 것이 이상하군요. 지금은 분명 공성전이 치러지는 전시 기간인데 왜 적의 병사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같은 대답.

“지금으로서 그 대답도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네.”

오히려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는 것 같았다. 적진의 요인을 암살하는 임무라면 예전부터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 요원들이 진행해야 할 특수 임무이건만 어찌 서로 생판 모르는 자들 세 명을 엮어서 그것도 부랴부랴 적진에 침투시켰을까 하는 의문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안내자의 말을 따라야 했다. 이미 선을 넘어와 버렸기에 그 어떤 반문이나 의혹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로부터 대략 한 시간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외진 숲속에 위치한 허름한 농가 건물이었다. 이미 날이 밝아왔고 동쪽 산마루에 아침 햇살의 기운이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일단 저 안에서 대기해야 하네.”

농가는 최근에 사람이 산 흔적이 있는 듯 여러 가재도구라든지 생필품들이 보였다. 마당 앞쪽에 보인 텃밭에 새순들, 각종 야채를 기른 흔적으로 보아 이곳은 그저 평범한 농부의 집이 분명했다.

물론 우리 관점에서 보자면 이루 성 안에 위치한 최종 접선지로써 다음 명령을 기다리기 위한 대기실에 불과할 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임무를 수행해야 할 그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건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창밖을 응시하는 안내자에게 이것저것 질문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참기로 했다. 그렇게 반나절이란 시간이 흘렀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안내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준비하지.”

우린 또다시 그를 따라나섰다. 이번엔 험한 산악지형을 오르기 시작했다. 기암괴석과 절벽들, 거대한 협곡의 능선 끝자락을 지나 강풍을 맞으며 계속 전진해 나갔다.

저 아래 펼쳐진 성의 위용, 그건 아마도 이루 성의 도시가 맞을 것이다. 그들은 병풍처럼 둘러싼 산맥의 허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서녘으로 기울어질 무렵에야 드디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좁은 협곡 사이로 마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안내자는 바위 뒤에 숨으라 했다. 잠시 후면 우리가 암살해야 할 그 대상이 마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간다고 했다.

안내자는 당부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임무를 마치고 자리를 떠야 한단 것이다.

하지만 후퇴로는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대도시로 숨어 들어가야 한다는 그 말에 나는 두 명의 동료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임무를 마치고 본진으로 귀환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가라니요!”

게레스트가 따지듯 물었다.

“자네들이 이번 일을 성공할 시 그곳에서 다른 접선자의 안내를 받을 것이고 새로운 임무를 기다려야 하네.”

사전에 없던 내용이었다.

“다들 조용히 해! 그들이 오고 있어.”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저쪽 절벽 모퉁이로부터 마차 한 대가 보였다.

히히힝―

“자네들이 제거해야 할 대상들입니다. 경비병은 열 명이지만 그대들 능력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가 있을 거야. 후속 병력은 없을 테니 마차가 이곳을 지나갈 때 시작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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