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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31화 (131/143)

131화

【 드림워커 】

야록의 방문에 플린시아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형도와 함께 초시공 전사 테스를 받고 있어야 할 텐데 이곳 시공 아카데미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야록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형도가 위험해요.”

플린시아는 심장이 철렁했다.

“위험하다니요?”

“그가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깨어나지 못하다니요? 그건 무슨 뜻이죠?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야록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형도는 꿈속에 있습니다.”

“꿈속이요?”

“네. 원래 은하 연합에서 시작한 초시공전사 테스트 그 자체가 ‘드림워커’라는 프로젝트이고 각각 지원자들에게 최면을 걸어 억지로 꿈을 꾸게 만들어 그 세계 안에서 활약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억지로 꿈을 꾸게 만들다니요?”

“꿈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저절로 깨어나면서 시험에 합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형도는 자신의 꿈속에서 그게 진짜 세계인 줄 알고 그곳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야록님은 어떻게?”

“저는 다행히 드림워커의 그 본질을 깨닫고 루시드 드림 기술을 써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루시드 드림이요?”

“네. 자각몽이라고도 하지요. 꿈에서 자기가 꿈을 꾼다는 것을 인식하는 기술 말이죠.”

그 말을 들은 플린시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만일 형도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야 물론 초시공전사 테스트 탈락이죠.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어요.”

“우리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바로 그 때문에 그대를 찾아온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드림워커 기술을 사용해서 형도의 꿈속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를 꿈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야 물론 드림워커 기술을 배워야 하겠지요. 그래서 꿈에서 그에게 접근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합니다.”

“당장 그 드림워커 기술부터 가르쳐 주세요.”

“드림워커 기술을 배우기 전에 한 가지 익혀야 할 꿈의 기술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앞서 말씀드린 루시드 드림, 자각몽입니다.”

“자각몽…….”

“그건 꿈을 계속 꾸면서 습득해야 하는 난이도가 높은 기술입니다. 그게 익숙해지면 드림워커를 통해 형도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요.”

“정리하자면 형도가 지금 겪고 있는 세상이 꿈속이라는 말이죠? 그리고 우리가 그의 꿈속에 들어가 구출해야 하고…….”

“네 맞습니다.”

* * *

은하 연합 회의장.

이번 초시공전사 테스트를 주관한 의장은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금번 드림워커 테스트에 통과한 자들은 총 두 명입니다. 그들은 야록과 기드이고 통과할 것이라 예상했던 후보자들이죠.”

그러자 한 참석자가 물었다.

“벌써 결정 난 것입니까?”

“거의 결정 났소.”

“흠. 아직 초시공전사 테스트, 드림워커의 기간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소.”

“그런데 어째서 총 두 명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죠.”

“물론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두 후보가 있긴 한데, 현 상태로 봐서는 그들이 자기 안의 세계에 너무 안주해 있기 때문에 현실의 각성이 힘들어 보인다오.”

“그 말의 의미는 기간이 남아 있다는 거고 테스트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겠죠.”

“그렇소.”

“그 남은 후보자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오. 에스더와 이형도입니다.”

“드림워커 테스트 기간이 얼마나 남았죠?”

“기간은 충분하오. 다만 그들의 현실 각성 확률이 희박해서 미리 드리는 말이오.”

“그래도 끝까지 기다려 봐야겠지요. 원래 테스트 기간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니까요.”

그러자 의장이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렸다.

“후후. 과연 그들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드림워커의 원래 목적이 꿈속에 전투 기술을 불어 넣어 주어 그걸 배우게 하는 건데 그들이 실패하면 그것도 무용지물인가요.”

그러자 의장은 서류 하나를 꺼내 들며 설명하듯 말했다.

“흠. 가만 있어 보자. 여기 이형도 후보자를 예로 들자면 우린 이자에게 ‘시공의 궤적’이란 전투 기술을 드림워커에 삽입한 상태요.”

“시공의 궤적이요? 혹시 그 기술은 대우주에서 사용되는 고난이도 전투 기술 아닌가요?”

“맞소. 우린 드림워커를 통해 각각의 후보에게 대우주의 상위 격에 해당하는 기술을 주입했소. 그건 오로지 드림워커 테스트에서만 익힐 수 있는 신의 기술이기에 말이오.”

“만일 이형도가 그것을 익히고 초시공전사 테스트, 드림워커를 통과하면 현실에서 얼마나 강해지는 건가요?”

그러자 의장이 마구 웃었다.

“얼마나 강해지다니요? 방금 전 내 말 못 들었소? 그건 대우주 전투 기술이라고. 당연히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각성한다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해지겠죠.”

“어마어마해지는 기준이 뭔가요?”

“그건 나도 모르오. 그걸 각성한 본인만이 알지. 어차피 시공의 궤적은 초시공전사가 될 경우 주는 은하 연합의 선물인 셈이죠.”

* * *

뭔가 이상했다.

이 세계가 말이다.

은하 연합에서 요구하는 초시공전사 테스트인데 왜 이런 평범한 세계에서 나는 그 무엇을 쫓아 이렇게 계속 지내야만 하는 것인지.

시공의 궤적의 그 기술만 사용하여 임무를 수행하라고 했는데 이건 뭔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마냥 끝이 없는 미로를 걷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너무 길고 지루한 이 느낌.

게다가 나는 요즘 도통 꿈을 꾸지 않는다.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내가 꿈을 꾸지 않는 경우는 꿈속에 있을 때이거나 뭔가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애초에 내가 잠을 잔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건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다.

“뭐지? 이 세상……. 도대체 여기는 어디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의문만 남긴 채 그 어떠한 해답도 찾지 못했다.

일단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 초시공전사 테스트의 그 의도와 목적이 도대체 뭐란 말인지. 나는 왜 이런 세상에서 계속 끊임없는 이야기를 이어 가야 하는지. 이제는 그 필요성마저 의문이 들 지경이네.”

어쨌든 조금만 더 견뎌 보자.

이렇게 가다 보면 그 끝이 보일지 몰라.

* * *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건 리본 공성전이 아닌 대륙 간 두 개의 패권 제국들의 전면전이 틀림없었다.

리본 대도시는 그저 미끼에 불과할 뿐. 이미 서부 해안을 거점으로 무려 사십여만 명의 헤트벅트 제국의 병사들이 상륙을 했고, 그들은 여러 집단을 이루어 밤낮을 쉬지 않고 행군했다.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 그저 먼지투성이가 되어 흙탕물에서 잠자고 평소의 감각이 둔해져서 짐승처럼 생활했다.

도시에서는 약탈을 일삼으며 촌락은 불태우고 주민들을 학살하며, 그들로 피곤을 달래며 다른 인간을 만나면 그들이 있는 곳을 피의 바다로 만들어 피로 범벅이 된 시체들이 평야에 널리다 못해 산을 쌓았다.

정작 리본 대도시의 공성전이 막을 내리지 않는 상황 중에 헤트벅트 제국은 서부 영토를 침략함으로써 그들의 숨겨진 야욕을 만천하에 드러냈던 것이다.

나는 제 7군단으로 귀환하기 위해 길을 서둘렀다.

센 제국에는 총 20개 군단이 있다. 제 1군단에서 7군단까지는 현재 리본 대도시의 공성전을 치르고 있고, 나머지 13개 군단들은 헤트벅트 제국의 서부 영토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진군 중에 있었다.

리본 대도시의 조그만 불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이제 센 제국의 전 영토로 확장되어 전란(戰亂)의 서막을 열었다.

나는 제 7군단에 귀환하기 위해 리본으로 가는 조그만 범선에 올라탔다. 넓은 폭의 강줄기를 따라 리본 공성전이 진행되고 있는 해안가까지는 대략 7일이 걸린다고 했다.

배 안에는 군인들로 가득했다. 그들 대부분은 신병들로 연령 제한이 풀어짐에 따라 하나같이 어려 보였다.

겁에 질린 눈망울들, 내가 듣기로는 현재 상황이 워낙 급박한지라 신병들은 훈련소조차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장에 투입된다고 했다. 적어도 검을 들어 돼지 사체라도 베거나 부대 자루를 찔러 봐야 하건만 저 어린 영홍들은 아무런 경험 없이 적들을 칼질 해야만 할 것이다.

그로부터 5일 후.

범선은 간헐적으로 부는 미풍에 천천히 밀리면서 아레스 산 쪽으로 가까이 갔다. 검푸른색의 암벽이 길게 그림자를 내려트리고 있는 곳, 강물은 진한 청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나아갈수록 지형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다란 강기슭의 조망은 기이하고도 험하게 구부러져 있었고 기괴한 암석들, 화강암으로 된 산정은 산 아래로 내려온 소나무들과 합하여 마치 성곽과도 같았다.

음습한 안개마저 서려 있어 마치 죽음의 세계로 온 것만 같은 착각, 그런 혐오스러운 광경에 어린 신병들의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있었다.

범선이 그 흉물스러운 지역을 벗어나자 이번엔 갑판원들에게 돛을 내리게 하였다. 서풍이 강하게 불어오는 한낮, 그것도 앞이 훤히 트인 강 한복판이건만 갑자기 왜 배를 멈추는지 의아했다.

그때 선장이 갑판 위로 올라가더니 신병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해가 지고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 그리고 밤에 출발할 때 그 누구도 말소리를 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야! 숨소리조차 말이지.”

덥수룩한 수염의 선장은 말을 끝내자마자 갑판에서 내려왔다. 신병들은 저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환한 낮을 두고 한밤중에 출발한다니…….

그것도 신병들에게 숨소리조차 내지 말라는 그 이유가 나는 궁금했다. 마침 나는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갑판원들 뒤로 슬쩍 다가갔다.

“방금 전 선장 안색 봤나?”

“물론 봤지. 신병들보다 훨씬 겁먹은 눈빛이더군. 후후. 그나저나 세상에 그런 것이 존재하리라 보나?”

“그걸 믿는 선장의 머릿속부터 검사해 봐야겠군. 이런 전란 와중에 허황한 미신 때문에 갈 길을 늦추다니 말일세.”

“하지만 다른 선장들 역시 이곳 아레스 산맥 근처를 지날 때에는 그렇게 한다는군.”

“지금은 전란 중일세. 한시라도 빨리 신병들 수송이 이루어져야 하건만 대체 이런 한적한 지방 따위에서 내려오는 설화를 믿고 겁을 내다니.”

“그래도 지름길을 택했기에 며칠이나 단축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예전 같았으면 아레스 산맥 방향의 뱃길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 어쨌든 조심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 그냥 하라는 대로 함세.”

그 둘은 서둘러 닻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레스 산맥에 내려오는 설화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윽고 밤이 다가왔고 범선은 돛을 펴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선장은 갑판 위에 올라가 신병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달빛마저 안개에 가려 꺼져 가는 불씨는 보는 듯했다. 강기슭에는 유향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지 그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칠흑같이 까만 밤이었지만 아마도 울창한 산속의 소나무 송진이 발산하는 냄새와 그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쾌쾌한 냄새와 뒤섞여 일대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날 무렵이었다. 돌연 전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병들은 그 소리를 듣고 오싹해했다. 소리가 가까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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