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12화 (112/143)

112화

그때 홀론의 여섯 개 꼭짓점으로부터 섬광이 일었고, 동시에 각각이 광선 줄기를 뿜어내어 기드의 몸을 환하게 감싸 주었다. 그것은 또 다른 타원형의 막을 형성해서 신체를 보호하는 듯했는데, 이내 아지랑이처럼 흐물거리면서 사라졌다.

그 순간 기드는 마치 천국에 온 영혼처럼 황홀함에 취했고, 무심코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허공 중앙에서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지만 뭔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자신의 몸속으로 주입되는 느낌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것으로 마치 신(神)으로부터 축복과 충만함에 싸여 있는 듯한 행복감이었다.

“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기드는 스스로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왜 자신이 공간 중앙에 떠 있는 상태로 된 걸까, 하고 궁금했다. 이제는 그것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때 홀론 밖,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있는 도끼가 절로 움직이더니만 기드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를 잡아 달라는 듯. 그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낚아챘다.

“도끼가 왜 나한테 온 거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홀론으로부터 진동음이 들렸고, 신체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니,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도끼를 쥐고 있는 팔과 손목이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더니 체계적인 형태로 변했다.

삭! 삭! 삭! 삭!

허공에서 도끼질이라니? 그것도 뭔가에 의한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동작. 기드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홀론이 자신에게 일종의 전투 기술을 신체에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기드는 그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파파파팟.

이리저리 멋대로, 거꾸로 돌아 내려치는 기술, 인간의 신체로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이 차례대로 선보였다. 한데 정말 놀랍게도 그것들의 동작들이 머릿속에 저절로 각인되는 것이었다.

동시에 신체는 마치 수년, 수십 년 수련한 듯 한 번 한 동작을 너무도 쉽게 재현할 수 있었다. 검술에는 수련이 있듯이 이 안에는 그보다 더 빠른 초고속으로 난해한 기술을 계속해서 빨아들이고 또 빨아들였다.

또한 기운도 넘쳐흘렀으니 마치 태산이라도 쪼개 버릴 정도로 온몸에 강력한 에너지가 풀풀 쏟아졌다.

“아아아아아.”

기드는 정신과 몸이 활화산처럼 절정에 달한 듯 결국 비명을 질렀다.

띠링!

[레벨 100에 도달했습니다.]

기드는 얼떨떨했다.

“레벨 100이라고?”

생각해 보니 이제까지 레벨이 거의 오르지 않다가 갑자기 100이 된 것은……. 그건 창조주의 관점과 기준에서 100이라는 개념.

설령 레벨 1일지라도 창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는 무한한 능력과 권능이 아니던가.

그런데 무려 레벨이 100이라니……? 기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아, 상상이 가지 않아…….”

그때 들려오는 음성.

- 그대는 창조주들의 게임에 숙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곳에서 로그아웃하고 네 세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순간 섬광이 일었고.

파팟!

주변의 환경이 달라지면서 잔디밭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 여기는 살상 게임에서 아까 내가 사라졌던 바로 그 장소인 것 같은데.”

* * *

- 여러분! 살상 게임이 시작된 지 이제 오늘로써 정확히 5일 하고 3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께서는 그 짧은 기간에 전혀 예기치 않은 엄청난 일들이 많이 벌어졌음을 직접 방송을 통해 생생히 목격하셨습니다.

…….

- 일단 제가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건이라고 한다면 서열 9위 아레나가 서열 4위를 제압한 것, 그리고 그 두 번째는 예상대로 서열 1위, 2위 3위가 그 독보적인 전투 능력으로 각각 열 번의 대결에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입니다.

…….

- 그리고 세 번째는 서열 10위였던 야록이 서열 5위를 제압하여 현재 순위가 올랐고, 네 번째는 서열 777위인 이형도가 그 하위 그룹에 속해 있는 전사인지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자신보다 상위 랭커들 열한 명을 제압하고 순식간에 도박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

-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종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서열 800위, 그야말로 꼴찌인 기드라는 전사는 지난번 갑자기 사라진 후에 다시 살상 게임에 나타나 연전연승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드는 단 일 검만으로 그 대결자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새로운 강자 대열에 끼였습니다.

…….

- 자! 여러분은 이 흥미로운 살상 게임을 앞으로 더 지켜보시며 도박 베팅을 다시 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럼 계속 시청하기를 바랍니다.

거슬렸다.

몹시도…….

나를 따라다니는 저 상공 위의, 카메라가 달린 드론들.

“빌어먹을! 여긴 사생활이 전혀 없군. 이건 잠자거나 심지어 볼일 보는데도 촬영을 하니 말이야.”

나는 뭐라 푸념하며 숲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이번에는 어떤 놈들이 나타날까. 흠,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버티었는데.”

그래도… 자신 있었다. 내가 레벨 55만이니까. 그건 나조차 뭐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레벨이었다.

아무튼 기분은 좋다.

그로부터 잠시 후 나는 숲을 빠져나와 들판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걷는데 저 앞에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흠, 이번에도 대결하기 수월한 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런데 내게로 걸어오는 자는.

“어? 야록?”

야록 역시 나를 발견했는지 반가운 표정으로 내게 재빨리 다가왔다.

“형도야.”

“후후, 드디어 만나는군.”

“크크, 반가워.”

나는 은하검을 집어 들었다.

“싸울까?”

그러자 야록이 화들짝 놀랐다.

“싸우다니! 무슨 개소리야! 우리가 그런 사이였나?”

“게임의 룰이 원래…….”

“형도야, 게임의 룰에는 연합도 가능하다고 그랬다.”

“연합?”

“그러기에 내가 몇 번이나 게임의 룰에 대해 공부 좀 하라고 그러지 않았니?”

잠시 후 우리는 들판에 커다란 나무 밑에 함께 등을 기대고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형도야, 역시 넌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지금까지 상대한 자들이 열한 명, 모두 다 이겼다며.”

“쳇, 아직 강자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지. 너무 띄우지 마라.”

“서열 8위 메카론을 제압했으면 그건 단순히 운이 아닌 것 같은데.”

“너는 서열 5위를 제압했잖아.”

“크크, 운이 조금 따랐을 뿐.”

야록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 같아.”

“윤곽이라니?”

“이번 살상 게임의 새로운 상위 서열자들 말이야. 일단 나와 너는 10위 안에 들어온 것 같고. 아무튼 축하한다.”

“축하는 개뿔. 우리보다 더 위의 상위 랭커들에게 어떻게 당할지도 모르는 신세인데.”

야록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도야! 너는 매번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냐. 우리가 서열 1위와 2위를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러면 좋고.”

“그런데 이번 살상 게임에서 아주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글쎄, 서열 800위, 즉 기드라는 꼴찌가 갑자기 강자들을 꺾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더군.”

그건 나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아마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겠지.”

야록은 실실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처럼?”

“나?”

“너도 처음부터 실력을 숨겼잖아. 아무튼 이거 게임 진행이 점점 흥미로워지는데.”

그때 나는 궁금한 것을 그에게 물었다.

“서열 1위와 2위, 3위는 변동이 없는데 정말 그들의 전투 능력은 그렇게 대단한가?”

“당연하지. 내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그들 세 명은 신이거든.”

“신?”

“전에도 말했듯이 이건 신들의 전쟁이라고 했지. 아무튼 지금부터는 그저 그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기도나 해야겠지.”

나는 갑자기 또 한 인물이 떠올랐다.

“상상 전투장에서 나와 대결을 벌였던 그 아레나 역시 승승장구한다는데.”

“맞아! 그녀야말로 다크호스지.”

“다크호스?”

“솔직히 나는 그녀가 상상 전투장에서 보여 준 그 전투 실력이라면 아마도 최상위권에는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내 생각도 그랬다. 상상 전투장에서 보여 준 그 전투 기술이 실제로 현실에 사용된다면 말이다.

그때 야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슬슬 몸 좀 풀까.”

그때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왜? 나와 함께 가게?”

그는 당연한 듯 대답했다.

“그야 물론이지. 우리는 연합을 맺었으니까. 자, 형도야.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새로운 도전자들을 맞이하러 가자.”

“그러지, 뭐.”

* * *

- 시청자 여러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신 빅 게임이 지금 막 시작하려고 합니다. 서열 3위 타르스와 현재 무서운 기세로 강자를 제압하고 있는 아레나와의 대결, 이제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탐색전을 하기 시작했다. 자! 이 어마어마한 장면 하나라도 놓치면 후회할 것입니다. 채널 고정하고 집중하기를!

타르스는 상대가 고작해야 열세 살 정도의 어린 소녀인 것에 다소 불만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레나라고? 흠, 여기까지 올라와 나를 대적한다는 것까지는 인정해 주지. 나는 서열 3위 타르스이다. 설령 그대가 패배할지라도 나와 대결을 펼치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도록. 나는 헤트벅트 신계의 수호 전사이자 내가 곧 존재함이니.”

그러자 아레나는 피식 웃었다.

“호호, 놀고 있네. 아니, 툭하면 자기가 신이거나 수호 전사라는 것들 보면 정말 답이 나오지 않아. 아니, 저 몰골만 봐도 그래. 어떻게 머리에 붉은 뿔 두 개에 충혈된 듯 빨간 눈동자 하며. 생긴 것도 마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지지리도 못난 것들이 꼭 자신을 신처럼 생각하니. 정말 못 봐주겠다.”

그녀의 말에 타르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말이 험하군.”

“험한 게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뿐이지. 아무튼 뭐, 신이라니까 이번엔 조금 기대해도 괜찮겠지. 지금까지 만난 상대는 너무 약했거든. 그런 내 무료함을 조금이라도 달래 준다면 내가 너, 인정은 할게.”

“어리석은 인간! 인정은 내가 하는 것임을 어찌 모르는가. 아둔함이 하늘을 찔렀도다.”

순간 아레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큭큭, 저 말투는 또 뭐래? 정말 재수 없어.”

“뭐라고!”

“서론이 너무 길어. 그냥 네 그 잘난 신의 능력이나 보여 주시지.”

타르스의 눈빛에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조금 전 그대가 한 말을 후회할 것이다. 뼈저리도록.”

“아이고. 매번 물린 말투, 내용. 그냥 공격이나 하쇼.”

타르스는 손을 들어 권능을 사용했다.

“이얏!”

순간 하늘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날벼락이 쳤다. 그리고 거대한 번개가 아레나의 몸을 향해 강하게 내리꽂혔다.

파팟.

순간 아레나는 가벼운 비명을 지른다.

“헛!”

이어 그녀의 군장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연기. 불에 덴 듯 여기저기 검게 그을렸다.

하지만 그녀는 멀쩡한 듯 말했다.

“조금 따가운데. 뭐, 그래도 신이니까 마른하늘에 날벼락 정도의 권능은 인정하지. 하지만 너 같은 신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지. 그건 나 같은 인간이 무한한 상상으로 이룩해 낸, 말 그대로 상상 전투를 현실에 접목하는 거.”

그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에게 돌진해 들어가더니 마법 스태프로 그대로 정수리를 가격했다.

“이얍!”

타르스는 상체의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했고, 이번에는 자신이 공격했다.

홱!

화르르!

순간 그의 앞에 화염 불덩이가 만들어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아레나의 몸 전체를 덮었다.

“아악! 뜨거워.”

그녀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자기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다.

“아이! 참. 가뜩이나 날씨도 더운데 왜 하필 화염 공격이야!”

그런데 그녀의 반응이 어째 조금 태연하다고 할까. 타르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살펴봤는데, 어느 사이 그녀는 화염을 사라지게 만들고 멀쩡히 서 있었다.

아레나는 무척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에는 번개, 그다음에는 화염, 그럼 이번에는 물이겠네.”

타르스는 다소 당황스러워했다.

“그걸 어떻게?”

아레나는 천진난만한 소녀답게 장난기 어린 웃을 냈다.

“큭큭, 정말 신이라는 것들은 별 기술들이 없어요. 그냥 하늘이나 대지를 이용해 거저먹으려는 그 얄팍한 수. 그런데 나도 신들과 너무 많이 싸워서 그 수를 나도 모르게 배웠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에는 내가 공격할게. 그것도 물로.”

아레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태프로 바로 옆에 있는 호수를 겨냥해 뭐라 외쳤다.

“물아! 저 신 좀 혼내 줘라.”

순간 호수의 물이 요동을 치더니 이내 거대한 줄기로 뻗쳐 나와 그대로 타르스에게 향했다.

이에 타르스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런데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그 물줄기는 그를 강타하는 게 아니라 그 입속으로 마구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아아아.”

그리고 넓은 호수의 물이 다 사라지고, 타르스는 점점 몸이 부풀어 올랐다.

“아아아.”

그는 두 손으로 입을 막으려 했지만 호수로부터 온 그 물줄기는 쉬지 않고 계속 그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아아악.”

결국.

퍽!

그의 몸이 터지면서 그 주변에 홍수가 난 것처럼 온통 물바다가 되어 버렸다.

이에 아레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큭큭. 어때, 배부르지. 하기야 호숫물을 다 마셨으니 그럴 만하겠지. 그렇다고 그렇게 신이란 작자가 쉽게 죽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데. 흠, 이것 참. 앞으로 신이라고 까부는 자들 있다면 그냥 무시해 버려야지, 큭.”

- 아레나 승! 시청자 여러분 정말 대단한 대결을 보셨습니다. 조금 전 아레나의 그 어마어마한 전투 기술.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주 신선한 공격이었습니다. 어떻게 물을 이용해 입속으로 집어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이에 아레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큭, 신선하다고. 뭐, 듣기 싫은 말은 아니네. 아니, 정확히 맞는 얘기지. 상상의 차원에서 상상력만 수백 년을 수련한 내 능력이 현실에서도 그게 실현되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