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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02화 (102/143)

102화

“말만 그렇겠지. 하지만 이건 전부터 해 오던 일종의 행사이며 축제라고 하던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테스트 이전의 사전 이벤트 형식으로 살상 게임을 열어 800명 중에 겨우 10퍼센트인 100명 정도만 살아남게 하여 초시공 전사 테스트에 임하게 할 것이라는.”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건 무슨 개뿔 뜯어 먹는 소리야! 분명 테스트만 받으려고 온 건데, 여기 입맛에 맞추어 연애 프로그램에 강제로 출연하라는 거냐?”

“그게 원래 절차래.”

“절차?”

“그래, 절차. 그건 은하 연합에서 초시공 전사 테스트를 받아 온, 전에 그 모든 지원자에게도 해당하는 상항이었다고 하나.”

나는 그만 어이가 없어졌다.

“헐~”

“헐이 아냐. 이건 정말 곧이어 벌어질 현실이라고!”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

“다른 지원자에게 들었지.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들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더라고.”

“당연하게?”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 생방송에 살상 게임 출연하는 것이, 일종의 초시공 전사 모의 테스트 형식이라고. 그래서 당연히 지원자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거라고.”

“이건 아무래도 방송국의 상업적 이익만 따지는 강제 출연 같은데.”

“그런 상업적 이익에 은하 연합도 눈 감아 주는 형식이랄까. 아무튼 상황이 그렇다.”

“빌어먹을.”

그때 야록은 포도주 한 잔을 다 마시더니만 다시 말했다.

“사실, 그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더 놀라운 내용을 이야기해 주려고 너를 찾아온 거다.”

나는 의아했다.

“아니, 조금 전 말한 내용보다 더 놀랄 일이라고? 와, 이제는 네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겁난다.”

“사실 겁나는 얘기지.”

“뭔데?”

“지원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뭐, 그건 나도 궁금하던 차였는데. 얘기해 봐.”

야록은 포도주 한 잔을 다시 원샷한 다음에 다시 말문을 열었다.

“자네, 아는가? 이번 초시공 전사 테스트 지원자 800명 중에 각 성운의 시공 전사 출신이 거의 70퍼센트에 달하는 것을?”

“그건 알지. 나도 시공 전사이니까.”

“하지만 나머지 30퍼센트의 지원자들은 과연 시공 전사가 아니면 어디 출신일까?”

그 질문에는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 그건… 자네 같은 헬존 출신의 특별한 케이스겠지.”

“바로 맞혔네. 시공 전사 출신이 아니라면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영역에서 아주 특출 난 존재이거나 군주, 혹은 행성 수호자들이겠지.”

“그런데 말하고 싶은 요점이 뭐지?”

“바로 시공 전사 출신이 아닌 외의 별개 존재들 30퍼센트가 거의 도박 예상 순위의 상위권에 들었다는 점이지. 그 이야기란 즉,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시공 전사들이 상대적으로 전투 능력이 약하다는 것이고.”

내 눈빛이 반짝였다.

“반대로 별개의 존재 출신들은 강하고?”

“그렇지. 현재 상위 1위에서 10위까지만 하더라도 여덟 명이 별개의 존재 출신이고, 나머지 두 명만이 시공 전사 출신일세. 물론 그 10위 안에는 나도 포함이 되는 거고.”

야록의 말을 듣고 나는 잠시 혼자서 중얼거렸다.

“별개의 존재라……. 흠, 도대체 그들은 누구지?”

그러자 야록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생방송으로 진행될 살상 게임은 정말이지 매우 위험할 걸세.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나 자네나 조심해야 하지.”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후후, 언제는 위험하지 않았나?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나날 중 단 하루도 위험하지 않은 날이 없었는데.”

“이봐, 형도. 정신 차려. 웃을 일이 아니야. 이건 생존 게임이라고. 목숨이 걸린.”

“야록, 너야말로 너무 민감한 거 아닌가? 명색이 헬존의 최강자이면서 조홀 은하계 창조주 아들이 그런 소리가 어울리기나 하나?”

그러자 야록은 이번에 포도주잔 대신 아예 병을 들어 통째로 꿀꺽꿀꺽 마셨다. 그러고는 내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형도야, 도박 예상 순위 서열 10안에 드는 별개의 존재들 대부분이 바로 나처럼 절대적인 신들의 자식들이라네.”

그 말에 나는 흠칫 놀랐다.

“신들의 자식이라고?”

“그렇기에 그들은 너처럼 인간이 아닌 신이나 마찬가지라고. 나도 그런 셈이고.”

“후~와. 이거 참! 벌써 심장이 떨리네. 무서워라.”

“그렇게 또 비아냥거릴 문제가 아니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 두려운 나머지 지금이라도 초시공 전사 테스트 포기하고 내 집으로 도망이라도 갈까?”

이에 야록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간 삐딱하기는. 내가 무슨 말을 못하네. 하기에 너는 지금까지 내가 접해 본 인간 중에는 가장 강력한 능력을 지닌 것 같으니 그런 배짱을 부릴 만도 하겠지.”

“후후, 넘겨짚기는. 나는 야록 자네와 한 번도 대결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지금의 내 능력을 안다는 거지?”

“크크, 그거야 그냥 보면 알지.”

나도 포도주 한 잔을 들이켜고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그런 논리로군.”

“아무튼 자네 현재 예상 순위가 777번째라지만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10위 안에 들고도 남지.”

“고맙군. 그렇게 높게 평가해 주니. 그나저나 살상 게임은 언제부터이지?”

“앞으로 정확히 한 달 후.”

“이거, 기대가 되는데.”

“그 전에 우리 한번 신나게 놀아 볼까. 그날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뭐 하고 노냐?”

야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거야 나와 함께 놀면 되지.”

“너랑!”

“크크, 뭘 그리 경계하지? 나는 이미 이곳에서 유명한 인물이야. 그리고 내가 일주일 동안 이미 터를 많이 닦아 놓아서 놀거리는 아주 넘치고도 남지. 다! 나와 함께 밖으로 가자.”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별로 나가기 싫은데.”

그러자 야록이 다시 내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러지 말고 함께 가자. 그냥 노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상 게임을 할 지원자들도 만나는 일이니까 그들에 대한 사전 정보도 알 수 있고,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순간 내 눈이 가늘게 떠졌다.

“지원자들에 대한 정보라고?”

“그렇지, 정보.”

“그런데 그들을 어디서 만난다는 거지?”

“그거야 이곳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장과 파티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지. 그리고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지원자 중 유독 자네 혼자만 이렇게 호텔 방에서 독수공방이나 하고 있지 다른 자들은 다들 신나게 한 달 남은 시간을 즐기고 있어. 그러니까 두말 말고 나와 함께 가자.”

결국 나는 야록의 성화에 마지못해 끌려 나갔다.

* * *

처음에 나는 무척 궁금했다. 과연 이런 초고도 과학 문명이 발달된 베가드 도시에는 어떤 오락 거리가 있을까, 하고.

그리고 어느 정도 내 예상대로 그저 술이나 먹고 댄스나 추는 그런 지구의 파티와는 거리가 멀었고, 일종의 가상 체험관이라 할까. 마치 게임의 가상현실에서 사냥을 즐기는 그런 환상의 공간.

야록이 내게 말했다.

“형도야, 한번 들어가 볼래?”

“뭐, 좋지.”

“나는 이미 여러 번 해 봤는데 끝내주더군. 그리고 한가지 참고할 것은 저곳에 지원자들도 많이 있다는 거지.”

잠시 후 우리는 가상 헬멧 같은 것을 썼고, 그 즉시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파팟.

섬광이 터지는 느낌이었고, 서서히 새로운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막상 들어와 보니 그다지 신기한 광경은 아니었다. 거대한 도시,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나무와 수풀, 그 모든 풍경은 이곳 주민들의 상상의 산물들일 뿐, 이미 천계의 모든 세계를 경험했던 나에게 있어서는 평범한 광경이었다.

모든 이루고자 하는 것이 그대로 재현되는 이 공간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들과 서로 광선을 쏘아 대며 전투를 놀이처럼 즐기는 자들도 보였다. 나는 실제로 그런 것들을 해 본 경험이 있기에 이내 지루한 감이 들었다. 어쨌든 야록의 안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그 모든 것이 허상이지만 실제 같은 세상. 나 역시 정신세계에 들어온 이방인일 뿐, 그 자체는 하나의 형상에 불과했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가지각색인 것 같았다. 평소 해 보고 싶었던 일들, 예를 들어 자기 외모가 부족한 사람은 이곳에서 얼마든지 완벽한 외모로 탈바꿈해서 돌아다닐 수 있었고, 평소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여인들과 유희를 즐길 수가 있었다.

야록은 이 세계에 내가 큰 관심을 나타내지 못하자 다소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상상을 위해 혹시나 하고 들어온 공간이건만 역시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동안 경험했던 여러 개의 차원계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은 세계이던가.

“형도, 별 재미가 없어 보이는데.”

“그만 돌아가지.”

“흠, 한군데 들를 곳이 있는데.”

“어디?”

“상상 전투장.”

“상상 전투장? 그게 뭔데.”

“사실 내가 이곳에 오는 이유가 그것을 즐기기 위함이지! 크크, 그 짜릿함에 흥분이 솟구칠 지경입니다.”

가상 공간의 관중, 그들은 베가드 행성의 주민이 분명했다. 어쨌든 꽉 들어차 있는 곳, 그 한가운데 원형 경기장에서 한창 결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검과 방패를 든 전사와 스태프를 든 여인 마법사는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이곳이 꿈속이지만 마치 실제 결투장을 보는 것처럼 그 열기는 대단했다.

와와.

야록은 빈자리로 나를 안내했고, 그곳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야. 사실 나뿐만 아니라 여기 영역 중에서도 유독 상상 결투장에 몰리는 이유가 바로 초시공 전사 테스트 지원자들의 그 사전의 면모를 보기 위함이지.”

“사전의 면모?”

“크크, 그래. 살상 게임에서 누가 과연 그 어떤 능력을 쓸지 미리 알아보는 공간.”

“쳇, 가상은 가상이고 가짜 능력일 뿐.

“아무리 상상의 공간이라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지 않을까?”

야록의 말에 나는 여전히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지원자들의 상상력이 뛰어나 봐야 분명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 가짜 전투.

어쨌든 나는 무심코 경기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결은 곧 벌어졌고, 단 수 초 만에 마법 계열 여인이 발사한 섬광에 의해 결판은 난 것 같았다.

‘역시 시시하군.’

내심 그랬다. 그러자 야록이 말했다.

“저기 상상 전투장에서 싸우는 자들도 여기서만 통하는 각자의 레벨이 있지.”

나는 여전히 별 관심이 없는 듯 말했다.

“저들은 몇 레벨?”

야록이 대답했다.

“나랑 비슷한 초보 레벨. 대략 6에서 8 정도랄까.”

순간 나는 야록의 레벨이 너무 낮음에 깜짝 놀랐다.

“그것밖에 안 돼?”

“어디까지나 상상 레벨이니 그게 낮든 높든 여기서는 별 상관없어.”

“대결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겁니까?”

“지원하면 일정한 대기 순번을 기다리고 난 뒤에 그 즉시 경기장에 참가할 수 있어. 형도야, 너도 출전해 볼래?”

나는 빙그레 미소로 답했다.

“아니,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 않는데. 가짜 능력에 가짜 레벨… 후후. 난 됐어.”

“그러니까 하라는 거야. 실제와 상상 전투는 다르거든. 그야말로 이곳에서는 실제 기술이고 비법이고 다 필요 없고 오로지 그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무기와 기술들이 통하는 곳이야. 뭐, 너 정도면 처음 출전해도 대략 30레벨은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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