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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00화 (100/143)

100화

“아아아.”

다행스럽게 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듯 그곳에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워낙 깊숙이 박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번엔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긴장이 되었다. 세상에 학센을 그저 손가락 튕기는 것만으로, 저렇게 만들 정도면 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록이 나를 보자 물었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시공 전사이다.”

“시공 전사?”

그리고 야록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어 고개를 갸웃했으니.

“시공 전사 같지 않은데? 내가 알고 있는 시공 전사는 그저 하찮은 벌레만도 못한 능력으로 설치는, 아주 나약하고 미약한 벌레 같은 놈들이건만 그대는 다르군.”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가. 자! 긴말 필요 없고 싸우지.”

그러자 야록은 갑자기 고민이라도 되는 듯.

“흠… 흠……. 세상에 나와 견줄 만큼 강한 자가 존재하다니. 이거 정말 의외인데.”

그때 내가 먼저 검을 들어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가 손을 들로 외쳤다.

“잠깐!”

나는 멈칫했고,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또 뭔가?”

야록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나는 자네와 대결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드네.”

“그건 무슨 말인가?”

“나와 자네의 공력이 거의 비슷하네. 그러므로 우리가 본격적으로 대결한다면 서로 간에 적어도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가는 상처를 입을 걸세.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건 너무 쓸데없는 소모전이 될 수 있다는 거지.”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이해는 하였다.

내가 레벨이 55만이 되어 그야말로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은 알지만 상대 야록 역시 학센을 거의 벌레 수준으로 가지고 노는 것을 보니 그와 대결할 시 나 역시 상당한 부상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제 겨우 만난 플린시아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

잠시 고민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그때 야록에 내게 물었다.

“자네, 시공 전사라 했나?”

“그렇다.”

“흠, 그런 엄청난 초능력을 지녔으면서도 어찌 그따위 시공 전사에 머무는가?”

“그건 무슨 말이지?”

야록은 잠시 허공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 처음 보는 그대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웃긴 이야기 같지만, 자네는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그 수많은 적 중 가장 강력한 공력을 지닌 듯 보인다.”

나는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

“어쨌든 나도 이곳 헬존에서의 생활이 너무 무료해 바깥세상을 가 보려 하는데. 자네가 혹시 나를 도와줄 텐가?”

“그건 갑자기 무슨 헛소리지?”

“도전해 보고 싶다.”

“도전하다니?”

“초시공 전사 말일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초시공 전사?”

“그렇다. 이왕 바깥세상에 나가는 거 그곳에서 가장 높게 알아주는 초시공 전사가 되어야 내 체면이 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네 역시 내가 볼 때는 그저 시공 전사로 지내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 커 보이는데, 어떤가? 나와 함께 초시공 전사가 되어 봄이.”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

그때 그가 다시 말했다.

“만일 내 청을 거절한다면 나는 자네와 대결해야만 하겠지. 물론 나도 상처를 입고 자네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나는 네 저 동료들을 죽일 힘은 남아 있겠지.”

순간 나는 플린시아와 절벽에 박힌 학센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내가 대답을 잘못하면 저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 야록이 다시 물었다.

“후후, 이제 대답을 들을 차례이군.”

나는 잠시 생각하다 그에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초시공 전사가 누구 집 애 이름인 줄 알아!”

“물론 그게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도전해 보고 싶다.”

“젠장, 그래.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해 보자.”

* * *

조홀 시공 아카데미 학장은 아주 소스라치게 놀라서 나와 야록을 본다.

“뭐라고! 초시공 전사 테스트를 해 보겠다고.”

나는 옆에 있던 야록을 핑계 삼아 말했다.

“이자가 자꾸 해 보고 싶다고 해서요.”

학장은 몹시 당황한 듯 말했다.

“형도야, 초시공 전사라는 것이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학장이 말을 더듬었고, 내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될 정도로 힘이드는지. 하지만 뭐, 테스트 받는 것은 학장님이 얼마든지 추천해 줄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흠, 그렇긴 하지만… 이것 참…….”

“학장님, 여기 이 야록이라는 친구 말이죠. 정말 강합니다. 아마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조홀 시공 아카데미에서 초시공 전사가 배출된다는 그야말로 경사 중의 경사 아니겠습니까? 물론 위 선배로 카이가 있긴 하지만 만일 나와 야록이 된다면 그야말로 학장님은 그 유명세와 떼돈을 벌잖아요.”

학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결정한 듯 말했다.

“알겠네. 뭐, 내가 은하 연합에 추천을 해 보지.”

“감사합니다.”

“감사할 건 없고, 둘 다 가서 테스트나 잘 받고 오라고.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 * *

나는 테라스에 나와 저 멀리 지는 석양 노을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플린시아가 말없이 서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제 며칠 후면 이별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올 테고, 나는 그녀와 앞으로 한동안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잠시 후.

그녀가 내게 말을 건넸다.

“형도야.”

“응, 플린시아.”

“너무 마음에 두지 마.”

“그래도 미안해서.”

“뭐가 미안해? 너는 초시공 전사라는 원대한 꿈을 찾으러 가는 거잖아.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기뻐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그때 플린시아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포옹을 했다.

“사랑해.”

“…응. 나도…….”

“정말 아무 일 없기를 바라.”

“아무 일 없을 거야.”

“초시공 전사의 그 첫 번째 테스트는 은하 연합에서 주관하는 거래.”

“알고 있어.”

“그런데 그 테스트가 무척 어렵대. 거기에서 지원자 중 불과 10퍼센트만 통과한다고 그러더군.”

나는 궁금했다.

“그나저나 다른 지원자들 역시 초시공 전사 테스트를 받을 정도면 가히 엄청난 능력자들이겠네.”

“그렇겠지. 그들은 그야말로 시공 전사 임무를 하면서 그 능력을 향상시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 그리고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지원자들이 다 시공 전사는 아니래.”

“그건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여기 조홀 은하계 출신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온 자들도 꽤 된다고 그러네.”

“그럼 그자들은 뭐 하는 자들이지.”

“그건 나도 몰라. 다만 별개의 영역에서 나름으로 최고의 위치에 있던 자들이거나 우리가 모르는 다른 천체에서 활약했던 전사들이겠지.”

나는 그 말에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거 재미있겠는데.”

그러자 플린시아는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형도야, 너무 자만하지 말고.”

“후후, 자만할 기분도 아니다. 조금 긴장도 되고…….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말이다.”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고맙다.”

그때 플린시아는 갑자기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조용하게 말했다.

“내가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

“선물?”

그때 그녀는 내 볼에 키스를 했다.

“나쁜 놈. 그래도 너한테 정이 들었는데.”

“미안해…….”

“언제 떠나?”

“정확히 내일 모래?”

“그 야록도 함께 말이지.”

“응.”

“후~ 부럽긴 하다 나도 초시공 전사가 될 능력이라도 있었으면. 아무든 밤이 늦었으니 잘 자.”

나는 잠시 초저녁의 하늘을 바라보다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울 거야. 네가 무척이나.”

그녀가 빙그레 웃는다.

“물론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하지만 거기서 또 어떤 여자를 만나면 아마 내 생각은 하지도 않을걸.”

나는 당황했다.

“아냐! 절대 아냐.”

“세상에 절대라는 법은 없어. 그리고 마음 쓸 것도 없어. 인생이란 그저 강물 흐르듯 그곳에 몸을 맡기고 가는 거니까.”

“플린시아…….”

“후우~ 이제 정말 피곤하다! 자자, 자!”

* * *

드디어 나와 야록은 은하 연합으로 향하는 우주 전함에 탑승했다. 나는 잠시 야록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비록 그와 만난 지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초시공 전사 테스트를 받으러 간다는 것에 아마도 우리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지 않은가 싶었다.

그 역시 나에 대해 이런저런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이형도, 자네는 정말 이상한 능력을 지닌 듯 보이는군.”

“그건 무슨 말인지?”

“글쎄다. 자네에서 느껴지는 그 공력이 분류가 정확히 뭐가 뭔지 모르겠어.”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후후, 모르는 게 당연하지. 하기야 네가 무공이라는 개념이나 내공이라는 용어를 알기나 할까.”

“그거 무슨 말인데.”

“이야기하자면 길어. 그러니 화제를 바꾸지. 그래, 자네에 대해서 한번 말해 봐.”

“나에 대해서?”

“야록, 자네의 그 엄청난 능력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 한 것이지. 설마 태어날 때부터 그런 권능을 가졌나?”

이에 야록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런 셈이지.”

“그럼 선천적으로…….”

“사실 내 부모는 창조신이라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창조신이라니!”

“그렇게 놀랄 것도 없어. 그저 한 작은 소우주의 창조신일 뿐.”

“빌어먹을, 그래도 우주의 창조신이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존재잖아.”

“흠, 그건 그렇지.”

“와, 이거 영광이네. 그런 자네와 함께 이렇게 대화까지 나누다니.”

“너무 그러지 말아. 그냥 자연스럽게 대해 줘.”

“후후,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그럼 어쩌자는 거지?”

“내가 매일 너한테 절하고 기도할게.”

순간 야록은 어이가 없는 웃었다.

“하하, 그게 무슨 망발인가!”

“하하하, 웃겼냐?”

“그래, 웃겼다.”

“하하하.”

우리는 벌써 친해진 듯 서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인연과 함께 다시 새 모험에 뛰어들었다.

전함은 그 끝없는 우주를 향해 가로질러 가고, 나는 잠시 그 장엄한 광경에 넋을 잃는다.

【 초시공전사 테스트 】

[안드로메다 성운은 태양이 1조 개가 넘는 광활한 우주. 은하 연합 본부는 안드로메다 성운의 좌표 4456의 베가드 행성의 북반부, 카라카스 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 * *

드디어 긴 항해 끝에 전함은 베가드 행성에 도착했다. 나와 야록은 행성의 관계자에게 안내받으며 소형 비행접시로 갈아타고 하고 어디론가 향했다.

안내자는 중년의 콧수염을 기른 영국 신사와도 같은 느낌이었고, 그 말투도 매우 공손하고 부드러웠다.

“두 분께서 이곳 베가드 행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여러분의 이곳에서의 일정을 도와드릴 가이드로서 제 이름은 필로스입니다.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앞으로 제게 물어보시고 여타 불편한 상황 역시 저에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편히 계시길 바라며 초시공 전사 테스트를 받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나는 그가 너무 친절하니 조금은 부담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불친절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다소 안도가 되었다.

그때 야록이 그에게 말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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