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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94화 (94/143)

94화

그로부터 며칠 후.

발할라의 후속 추격조에 새로 합류한 저들의 직업은 정예 살수이다. 물론 아린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녀보다 한 수 위랄까.

가파른 바위 정상 위에 막 올라선 야생 산양과도 같이 거친 호흡을 뿜어내는 자들이었다.

복장도 앞서 숲속의 일반 살수들과 달랐다.

그들은 실제 산양처럼 덧댄 두꺼운 가죽과 각질의 뿔 두 개가 투구 위로 솟아 있었다.

보호대 사이사이 드러난 그들의 팔뚝 피부는 남부 지방의 강한 햇살에 며칠은 말라비틀어진 거북이 등껍질처럼 여기저기 갈라진 각질을 보는 듯했다.

누군가 외쳤다.

“단 한 년에게 이미 절반이 희생당했다. 기존에 우리가 상대했던 수많은 자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자이다! 이 말 명심하고! 다들 정신 바짝 차리도록!”

살수들이 착용한 갑주와 여타 장비들은 일반 검사들에게는 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했고, 꽤 묵직한 것들로 치장되어 있었다.

볼록 튀어나온 흉갑 전면은 제철의 거친 마모면 겉으로 굵직한 쇠사슬들이 한쪽 어깨를 축으로 둘둘 말려 있었다.

벨트에는 각각의 용도를 지닌 크고 작은 검들이 두 개 이상씩은 고정되어 있었다.

플린시아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기에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그들의 사정 권 내에서 있었다.

게다가 발할라는 악착같이 추격해 왔고, 구릉지 중턱 부근에서 접전하고 있었다.

플린시아는 적들과 사투를 벌이는데.

정예 살수들은 자기 몸에 지닌 쇠사슬을 꺼내 들고는 저마다 돌리기 시작했다.

홱! 홱! 홱! 홱!

이미 그들은 상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주위 빙 둘러쌌고, 하나의 공격 포인트를 놓고 상당한 위협을 하는 중이었다.

쇠사슬의 강력한 회전에 그에 닿는 작은 묘목이나 수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조그만 바위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두둑, 툭툭.

사전에 약속된 쇠사슬 몰이법으로 그 대상은 절대 살아서 나가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전술을 시행하는 중이다.

플린시아는 고작 단검 하나에 의지해야만 했다. 그러나 절대의 위기에 빠진 그녀는 대체로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오른손에 쥐어진 단도를 살폈고, 뭐라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결국 이걸 사용할 수밖에…….”

순간 그녀가 뭔가를 조작하자 놀랍게도 단도가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것이 아닌가.

착! 착! 착! 착!

대략 여섯 개의 날카로운 표창의 형태랄까.

바로 그때였다.

“들어가!”

누군가 합공의 명령을 내렸고, 살수들은 무식하게 쇠사슬을 돌리며 플린시아에게 돌진했다.

타다닥!

“흔적도 없이 뭉개 버려!”

순간 들려오는 파공음.

파파파팟.

“컥!”

“욱!”

여기저기 단말마 비명이 섞여 들려왔다.

“아아아.”

“모, 목이!”

“컥! 컥! 컥!”

쓰러진 자들은 하나같이 두 손으로 자신들의 목을 움켜쥐고는 손가락 사이로 꾸역꾸역 나오는 선혈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살려 줘.”

처참한 광경이 벌어지는 상황 중에 플린시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쓰러진 자 중 한 살수의 허리춤으로부터 무기를 빼 들어 나머지 성한 자들에게 달려가서 마구 휘둘렀다.

삭.

스윽!

“아악!”

수적으로 훨씬 많은 살수들은 동료들의 목에 박힌 표창에 놀랐고, 워낙 경황이 없다 보니 비호와 같이 달려드는 그녀에게 제2의 희생양이 되고 있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셋을 더 해치웠다.

그로부터 잠시 후.

발할라는 넋을 잃은 듯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도대체 저년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말이다.

또다시 정예 살수들이 새로 보충이 되었지만 이 정도 인원 가지고 그놈을 잡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던가.

그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땅바닥에 침을 뱉어 버리고 검 손잡이를 확 쥐었다.

“고작 한 년에게! 빌어먹을! 이건 자존심이 달린 문제이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나머지 수하들도 그를 따라갔다.

한편 플린시아는 여전히 하늘에 대고 뭐라 외쳤다.

“아! 점점 한계에 부딪히는군. 지금까지 천운이 따랐지만. 형도… 학센……. 도대체 그들은 나를 구하러 오지 않는 건가……? 일단 추적 위치 기기를 고쳐서 신호를 켜 놓긴 했는데……. 하지만 여기는 헬존… 거의 올 가능성은 없겠지……. 후~”

적들의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하기야 조그만 도시 하나는 괴멸시킬 정도면 살수들만 족히 백여 명은 될 것이다. 플린시아는 그중 이제 겨우 3분의 1 정도만 제거한 상태였다.

그때 숲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괴성.

삐익!

적들은 자기들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거의 사력을 다해 추적망을 좁혀 오는 중이었다.

그때 플린시아는 허리춤의 조그만 가방을 뒤적거리더니만 뭔가를 꺼냈다.

“그럼 할 수 없지. 이걸 사용하는 수밖에.”

마지막 희망…….

“정말 이건 최후의 수단인데……. 흠… 슬링…….”

[슬링: 일명 ‘투석(投石)’ 끈이라고도 불리는 무기로써 끈 가운데에 돌, 혹은 쇠공을 싸는 가죽이나 천이 있고 그 끝에 끈이 붙어 있는데 마치 안대 같은 모양으로 원심력을 이용해 손으로 던지는 원리.]

플린시아가 자기 오른손 팔소매를 걷어 내자 소녀의 보드라운 살결처럼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그녀가 슬링 기구 가죽 안의 돌멩이를 왼손은 잡아당기자 줄은 탄력받은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늘어졌다.

이내 허공으로 들어 올려 돌리기 시작했다.

홱! 홱! 홱! 홱!

곧이어 숲 아래 공터 부근에서 제일 먼저 다가오는 자를 목표로 조준했고, 곧바로 슬링 기술을 시전했다.

원심력에 의해 강력한 힘을 받은 돌멩이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카로운 파공음을 일으켰다.

파팟.

그와 동시에 숲을 울리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팍!

갑주 사내 하나가 흉갑에 돌을 맞고 뒤로 튕겨 나갔던 것이다.

“아악!”

쿵.

슬링의 발사 위력은 상상외로 강력했다. 지금의 공격조차 웬만한 화살보다도 그 파괴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쇠로 만들어진 갑주에 돌 자체가 산산조각 부서졌기에 상대에게 그저 외적 충격만 준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가격을 당한 자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돌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플린시아는 이제야말로 이게 실패하면 그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여기까지 살아온 자체만으로 기적이지만 아무리 강력한 존재라도 한계는 있는 법.

혼자서 저 슬링 기구 가지고 뭘 한단 말인지.

하지만 그녀는 처음의 그 의연한 표정대로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녀가 다시 슬링 가죽에 돌멩이를 장착하며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늘 그렇듯 처음에는 손과 어깨의 감각을 위한 연습…….”

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슬링 기술을 사용했다.

홱! 홱!

파팟.

파공음이 들리는 동시에 이번엔 조금 전 그 군장 사내의 투구 안의 얼굴로 돌멩이가 정확하게 꽂혔다.

퍽!

“악!”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고, 꿈틀거림 없이 전혀 미동조차 없었으니 즉사한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다시 가죽에 돌을 장착하며 슬링을 돌리기 시작했다.

파팟.

“컥!”

팍!

“억!”

엄청난 속도와 어우러진 파괴력, 실로 미간에 적중되는 그 정확성은 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플린시아는 마법사가 되기 전에 살수 부대에서 정탐, 무장 전투, 비무장 전투, 독, 그리고 심리전의 기술을 완벽하게 익혔다.

쉽게 말해서 저들의 단순히 수적 우세는 아무런 이점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전투력의 한계라는 것을 살수 부대에서 절대 배운 적은 없었다.

다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한 가지 사실.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

“형도! 그 자식을 만나기 전에는!”

* * *

나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청명한 날이었다.

흩어진 구름이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이루더니 곧 하얀 불사조가 장관을 이루며 하늘을 지배하며 날아가는 듯했다.

주변에 꿈틀거리는 늑대 구름.

그들의 위용이 하늘을 찌를 것 같지만 결국 하얀 불사조의 날개 아래 굴복하며 따라갔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랬다.

그때 구름은 새털처럼 잔잔히 부서져 사라져 버렸고

나는 새로 얻은 아이템, 팔찌로부터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이 팔찌에 도움을 받아야 하겠군.’

청명함의 하늘은 이제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이제는… 그 바람만이 내 코끝을 스칠 뿐.

‘…미안하다, 정말……. 플린시아… 미안해. 당장 너를 구하지 못해서.’

그때 학센이 나에게 말했다.

“형도야, 너무 낙심하지 마라. 그래도 플린시아가 위치 추적 기기를 켜 놓았으니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니겠지.”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하죠.”

“거기는 아크론 숲이라 불린 곳으로 이곳에 3일 정도!”

나는 두 손 모아 기도했다.

‘플린시아, 제발 살아 있기를! 제발!’

잠시 후 학센은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내게 주었다.

“형도야, 일단 우리 여기서 휴식을 취하며 식사나 하자.”

잠시 후 학센이 물었다.

“형도야,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못하겠군.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네 공력이 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해진 거지?”

나는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고 빙그레 웃었다.

“후후. 형, 알려고 하지 마세요. 그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입니다.”

“도대체 뭔데?”

“흠, 일단 플린시아를 구하고 나서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 * *

플린시아는 높은 언덕에 올라 그 아래 전경을 살펴보았다. 숲은 매우 넓었고, 산림은 매우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뿔 고동 소리

부우.

하필 사냥철에 그 한가운데 들어온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노루 두 마리를 봤는데, 아마도 녀석들이 그 제물이 될 것 같았다.

그녀가 보기에 해가 지는 서쪽 방향, 즉 저 산만 넘으면 분명 수도의 전경이 드러날 텐데 문제는 사냥하는 자들이 그 길목을 지키고 이제는 이쪽으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들을 피해 옆 능선이나 또 다른 길로 갈 수는 있지만 빌어먹을 놈의 사냥개들이 한 수십 마리는 되어 보였다.

컹! 컹! 컹! 컹!

사냥꾼들에는 고위 관료들도 끼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정공법을 택해 이곳에 왔는데, 살수들의 훼방만 없다면 단 한나절 만에 수도에 도착할 것이다.

플린시아가 왜 그곳을 가려 하는지, 그 이유는 바로 형도와 학센 역시 자신들의 위치 추적 기기를 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음, 이곳으로부터 대략 3일 걸리는 곳에 그들이 있어.’

정말 절망 속에 한 줄기 광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래도 형도와 학센은 자신을 찾기 위해 이 무시무시한 헬존에 와 준 것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가 보자. 시냇가를 주로 이용하면 사냥개들의 냄새를 따돌릴 수 있을 테고 관목들을 이용해 원숭이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가면 저들을 방해하지 않고 무사히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형도 생각밖에 없었다.

“형도, 흠. 이렇게 떨어져 보니 왜 네가 그리도 보고 싶은 거야! 나쁜 놈.”

드디어 저 앞쪽으로부터 북 소리와 사냥개들이 짖어 대니, 본격적인 짐승몰이가 시작되었나 보다.

둥! 둥! 둥! 둥!

컹! 컹! 컹! 컹!

플린시아는 이미 저들의 중앙로를 비켜서 옆쪽의 우거지고 높은 소나무 위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들이 사냥을 위해 언덕으로 올라가면 그때 내려와서 재빨리 산을 넘을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다소 외진 곳으로 주로 사냥꾼의 말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힘든 수풀 지대였다.

외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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